버스에서 자다가 놓치다
어제 처음 와보고,
버스갈아타는 곳까지 거리가 꾀 되길래
무심결에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보니 이미 버스 갈아타는곳이 한참 지났다.
원래는 압구정근처에서 내렸어야 하는데,
여긴 신사 부근
놀래서 나도 모르게 잽싸게 벨누르고 허겁지겁 가방들고 내렸다.
핸드폰으로 시계를 보니 그래도 아직 여유가 있어서
놀란가슴 쓸어내리고 기지개를 쭈욱 펴본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강남 다운 멋진 건물들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와우~ 강남 클럽
지금 새벽 6시가 아직 안된시간 인데
건너편에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서있다.
뭔가 했더니 클럽이다.
‘멋지게 즐기면서 사는구먼~’
하며 한켠으로 부러워하며,
갈아탈 버스정류장을 찾아간다.
가는길에 클럽에서 나온여자들과 마주치는데,
복장이 끝내준다. 가터벨트에 오우…
이래서 강남강남 하는거구나 싶다. ㅎㅎ
새로운 기공님 등장
현장에 도착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기공님이 오셨다.
나이도 되게 젊어보이시고,
스타일도 프리한 느낌이여서
뭔가 선생님과는 다른느낌이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반장님은 이 근처에 살고 계신다고 한다.
강남에 사는 타일공…
타일공으로 돈 엄청 많이 버셨나 보다.
편의점 밥으로 조식
“편의점 가서 밥이랑 라면 좀 사와.”
이 근처에는 땅값이 비싸서 그런지 아침밥 하는곳이 없다.
다 회사들만 있고,
음식점이 있어도 배달이 안되는 고급 레스토랑 이런 부류들뿐이다.
그래서 이 현장에서 일할때만큼은
편의점에서 조식을 해결하기로 했다.
“식사 하시죠”
밥을 먹으면서 반장님과 선생님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셨다.
반장님은
주로 주택위주로 작업하셔서
이런 상가나 미용실작업은 거의 해본적 없으셨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에게 핸드폰으로 찍은 결과물들을 보여주셨다.
“어? 이거 헥사곤 타일이네요. ”
“맞아. 난 주로 이런일들 많이 했어.
이건 그거고 이 다음꺼는 램프타일이고,
호리병 처럼 생긴타일.”
난 한켠으로 신기해 하면서
슬라이드해 쭉쭉 결과물들을 구경했다.
“평탄클립 쓰셔서 작업도 많이 하셨나봐요.”
“어, 이거 써서 요즘 많이들 하잖아.”
선생님도 보시더니
“나도 이거 쓰는걸 보기만 했지,
아직까지 써본적은 없네.
괜찮아? 이거?”
“네, 형님.
이거 써보면 확실히 차이가 나요.
물론 하면 붙이는 속도가 떨어지기는 한데,
그만큼 결과물이 나오니까요.
근데 이것도 좀 숙련이 되어야 되지.
처음 해본사람은 편차잡기는 커녕 되려 안한것만 못해요.”
“아, 그래?”
이런저런 작업했던 결과물,
그간 경험담등 밥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로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역할분담
식사를 마치고 일을 시작했다.
“너는 일단 저쪽에 어제 작업했던거 정리 좀 하고,
하고 나서 여기 입구쪽 나오는 부분부터
함빠 쭉재서 잘라놓고,
옆에다가 놔, 붙일수있게.”
“네, 선생님”
오늘은 함빠를 집중적으로 재단할수 있을거 같아,
기분이 너무 좋다.
그리고 반장님께
“내가 어제 기본적인 통로는 붙여놨어.
여기 테이블밑에 쪽 작업해.
난 여기 겉에 외관쪽 치고 나갈테니까.”
이리해서 반장님이 테이블 밑에 쪽을 하게 되셨다.
반장님은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방수빗자루로 작업할곳 바닥을 깨끗히 청소부터 하셧다.
그러고 보면 다른 기공님들 일하실때 이 방수빗자루를 자주 보게 된다.
항상 이걸로 바닥 청소를 하시는데,
선생님은 일반 빗자루로 하신다.
물론 우리도 이걸 갖고 다니긴 하는데, 쓰시는걸 못봤다.
이걸쓰면 더 잘쓸리나?
이 반장님은 함빠를 재실때 쇠자를 들고,
함빠를 재신다.
처음보는 함빠 재는 방법이였다.
여태까지 하시는분들 보면
보통 타일 원장 길게 자르고 거기에 대고 표시내서 함빠 재던데,
저렇게 치수를 다 재시면서 하시는구나..
정리하면서 반장님 일하시는거 보니
선생님과는 다른 부분이 있어,
이것저것 틈틈히 지켜봤다.
선생님이 반장님 일하시는거 보고, 어드바이스를 해주셨다.
“여기 바닥 잴때 이렇게 보지 말고 이렇게 봐야돼.
여기 밖에랑 지금 이 안에 붙이는 쪽에 높이가 꾀 나잖아?
이럴때 이런식으로…”
“아, 그러겟네요.”
반장님은 아직 이런 상가쪽은 많이 접해보시지 않아,
몇몇 난해한 부분이 있으셨나보다.
반장님, 무릎 많이 안좋나봐?
함빠 자르고, 저기서는 붙이고…
이렇게 일하다 참먹을 시간이 되어, 참 먹으면서 잠시 쉬었다.
“반장님, 무릎 많이 안좋나봐?”
내가 찬 무릎보호대를 보시고는 반장님께서 물으셨다.
“안좋은건 아닌데,
아무래도 계속 바닥타일 하느라
쭈그리고 있어서 무리가 많이 가더라고요.
무리 덜 줄려고 일부러 차고 있습니다.”
“잘했네.
지금 몸무게 많이 나갈거 같은데.
얼마나 나가?”
“저 몸무게에 딱히 신경을 안써서,
최근에 안 재봣는데 처음에 이거 시작할때 92키로 쯤 됐었어요.”
“나랑 같네.
나도 처음시작할때 90키로였어.
근데 일하고 나서 쭉쭉 빠지더라고.
나 지금 70키로 대야.
반장님도 곧 쭉쭉 빠질거야.
힘들어서 ㅎ”
역시 이 일을 하면 살이 쭉쭉 빠진다고들 한다.
쪘다는사람은 못들은거 같다.
다들 그만큼 고생하며 배우셨겟지.
나도 최근에 몸무게를 재본적이 없지만,
92키로는 아닐거라 생각된다.
분명 더 빠졌겟지..
함빠 붙이면 돼
“형님, 다 붙였어요.”
“어, 그럼 저쪽부터 함빠 잘라서 놧으니까.
잘라놓은거 붙이면 돼.”
반장님은 내가 잘라놓은 함빠를 붙이기 시작하셨다.
“반장님, 이거 다시 재야겠는데?
이거 봐봐.
바로 앞전꺼랑 차이가 너무나잖아.”
다시 가서 확인해보니 반장님이 말씀하신대로 였다.
“이어지는 함빠부분이 있으면
이어지는 면은 넓이가 똑같아야 하는거야.”
몰랐다.
여태까지는 모퉁이의 한쪽,
아니면 쉽게 볼수없는 구석진곳에 함빠만 잘르다 보니,
그런 부분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맞교환
“우리가 하는건 마감작업이야.
이런거 하나 잘못한거 때문에 고생한거,
물거품이 될수도 있는거야.”
맞다.
나도 공공 화장실이나 옷매장 가서
타일 작업한거 보면서 메지선이 이상하면 별로라고 생각 했었는데,
내가 지금 하는게 그 모양인거다.
“일단 이건 다시 재주고,
이 옆에껀 내가 잴께.”
이렇게 함빠부분 다시재고 자르면서 하다가,
어쩌다 블로그 얘기가 나왔다.
“저도 블로그 해요.”
“어, 그래!? 뭔데 아이디가?”
“함빠 재는법 알려주시면 가르쳐 드릴께요. ㅎ”
해서 나는 내 블로그 알려주는 대신
반장님은 본인의 함빠 재는법을 알려주셨다.
“이따 끝나고 봐봐야지.”
“근데 별거 없어요.
전 결과물 올려서 보여주는게 아니라,
일기 식으로 그냥 「오늘 이렇게 일해서 이랬다.」 이런식이라..”
“너 설마 블로그에
형님이 해놓은 결과물 너가 찍어서 올리고,
너가 했다고 하는거 아니냐? ㅋㅋ”
“그렇게 할수도 없죠.
제가 뭐 아는것도 없는데요. ㅎㅎ”
반장님 말씀대로
블로그에 자신의 결과물을 올릴정도가 될려면
앞으로 한참 더 일해야겠지.
그전에
그때까지 이렇게 계속 일기를 쓸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보던거
“너 차에가서 유리 들어낼때 쓰는거 있어,
그거 가지고 와.”
뭔가 했었는데,
영화에서 간간히 도둑들이 유리창 자르고 들어낼때 쓰이는녀석이였다.
이런게 차에 왜 있나 싶었다.
“야, 여기 붙인 타일 이빨 나갔다. 이것 좀 들어내.”
이렇게 바닥에 붙인 타일을 들어낼때 쓰이는 용도로 쓰인다.
이걸 쓰니 노미나 다른 도구를 사용하여 들어낼때에 비해
다른 타일에 영향을 주지 않아 아주 좋다.
대신 들어내는데 꾀 힘이 들어간다.
‘재수없으면 허리 나갈수도 있겟다.’ 싶을정도..
작업종료
오늘 결국 홀을 다 해내진 못한채 작업이 종료되었다.
아무래도 내가 함빠 잘못자른 영향도 있어서,
좀 더 진행이 더뎌졌을것이다.
선생님과 새로오신 반장님께 죄송하지만,
대신 덕분에 반장님에게 이런저런 조언과 방법등을 알수 있어서,
나에겐 되려 더할나위 없는 좋은 기회의 날이였다.
“야, 안되겠다.
입구쪽 치고 가야겠다.
내일되서 하면 사람들이 오고가고 밟아서 안돼.”
추가 작업
“저기 본드통에다 압착 하나 개봐.”
결국 가기전에 입구쪽 부분 통로를 만들어 놓고,
오늘 작업이 종료 되었다.
선생님 말씀대로 이걸 지금 해놓지 않으면,
내일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작업하기도 힘 들었을거고,
밟을지도 모르기에 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릎, 안 되겠다.
오늘 함빠자르기에 집중해서 그런지
오늘따라 유난히 무릎이 더 아프다.
결국 집에서 가까운 마사지하는곳 가서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항상 그렇지만
여기 오면 다리 씻겨줄테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루이보스 차와 건과류를 먹으며 긴장을 푼다.
휴…
앞으로 계속 무릎에 무리가 갈텐데 괜찮을까..
오늘 같이 일하신 강남반장님(강남에 사니까) 처럼 살이 빠지면
무리가 덜갔으면 좋겠다.
얼마전 네이버 블로그 이웃인
타일프러스님의 무릎상태를 보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었다.
그걸 보고 「남 얘기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긴했는데,
앞으로는 힘들어도 쉬는날에는 빠지지않고,
동네 개천가에 산책도 많이 하고 그래야겠다.
에폭시 ㅠ
•7년 ago
갈대비나 이런건 힘없어서 잘 안 쓸리는데
그 때 알바로 피씨방작업하러 가서 방수빗자루로 쓸어보니 쓰는 게 아니라 힘주면서 닦아내는 느낌이더라고요
전 예식장에서 같은 작업만 해서 좀 지체되는 느낌인데 다양한 현장돌아다니셔서 재밌겠어요
blog-admin
•7년 ago
저는 좀 뻣뻣한 갈대비라 그런지 잘쓸리는거 같더라고요.
근데 방수빗자루쓰니 항상 쭈그린상태에서 쓸어야 하고..
이것도 찾아보면 길이가 긴게 있겟죠 ㅎ.
예식장 에서 어떤일을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에폭시 ㅠ
•7년 ago
대형 예식장 신축 몇 달짜리 공사에요
800×1200짜리 벽에 붙이는 말도 안 되는 ㅎㅎ
아직은 벽만 40여일째 했는데 에폭시만 개고 곰방하고 커팅하고 글라인더질만 해서 다양한 현장다니는게 레벨업해야 하는 입장에서 부럽네요
blog-admin
•7년 ago
벽만 40일째.. 허….
얼마나 큰공사인지 가늠도 못할정도네요.
어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