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출근길
오늘은 어제에 이어 방배동 미용실 현장.
언제나 처럼 중간에 선생님을 만나서 픽업되어 출근하는 형태가 아니라,
내가 직접 다이렉트로 출근하기로 했다.
“차 안사?”
“살려고 고민중이예요.
일단 돈도 그렇고 중고로 살라고 하는데..”
“어떤거 살라고?”
(쌍용자동차 홈페이지에서 퍼온 사진입니다.
위법시 삭제하겠습니다.)
“액티언 스포츠 중고로 알아보고 있거든요.
이거 가격도 그렇고 짐칸도 충분하고 딱인거 같더라고요.”
“에이 너무 못생겼잖아 ㅎㅎ”
“근데 선생님도 제가 차사는거 별로 좋아하시지 않고,
저도 차 사면 좋기야 한데, 생각해보니까 유지비가 장난 아니더라고요.
세금 이네, 보험료네, 기름값이네.
게다가 주차도 유료주차장에 넣어야 할거 같고.”
“그래도 차 있어야돼.
땜빵하러 갈때를 생각해야지.”
“네.”
어제도 선배님이 일배울때 차가 있는게 좋다고 말씀하셨다.
버스안에서 편히 앉아 여유롭게 즐기는 출근길.
이것에 맛들리니 이제 내가 차를 끌고 가서 일하러 가는게
조금 부담스럽다고나 해야할까?
저번에 현장에 차끌고 가서 일하고 차타고 다시 귀가하는데,
좋은점도 있긴한데,
뭔가 좀 힘든게 있었다.
출근길 편하게 버스 좌석에 앉아 자거나 음악감상을 하고 있고,
퇴근할때도 역시 버스 맨뒷자리 좌석에 앉아 음악들으며
집근처 까지 편하게 온다.
“일을 배우려면 자차 있어야돼.
형도 중고차로 싸게 주고 산거야.
일끝나고 그래도 한두장씩 붙여보려면 자차사서 몰고다녀야 가능하지.”
저번에 강동형님이 조언해주셨다.
조공 구인글들 보면
「자차 필수」
라고들 많이 조건이 붙어있는데,
나도 언젠가 선생님을 떠나게 되면 그땐 차를 몰고 다녀야하겠지 아마도..
그때까지라도 왠만해선 그냥 대중교통 이용해야지.
가뜩이나 저축도 잘 못하는데 이런거라도 아껴야지 ㅎㅎ.
강남이 왜 이러십니까
방배역에서 하차해 출구로 나가려고 보는순간.
어마어마한 계단이 날 기다리고 있다.
‘아 진짜 아침부터 짜증나게 만드네.’
내 가방에는 작업복과 약간의 연장및 도구등이 있어,
어느정도 무게가 나간다.
“하나 둘, 셋… 아 돌겠네.”
적어도 50단 정도는 되보이는거 같은데,
이거 곰방이네 ㅎㅎ.
주위를 둘러보니 바로 옆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아, 뭐야 있었네.
바로 옆에 있었구만. 이걸 못보고 저기서 욕하고 있었구만ㅋㅋ.
나도 참 멍청하네.’
나무만 쳐다보지 말고 숲을 봐라
나는 30대 중반.
난 지금도 또 느끼지만,
넓게 보지 못하는거 같다.
“개발을 할때, 넓게 봐야돼.
너가 지금 만들려고 하는 관리자 기능 구현한다고 해서
아이디, 패스워드 이거 입력받고 인증키 값 넘겨주고 저장하면 끝?
아니야.
더 봐야지.
관리자에도 SA(super admin)계정이 있고, 일반 관리자 계정이 있고,
이런 권한이 있지 않겠어?
그거까지 다 보면서 설계를 해야지.
지금 막상 눈앞에 닥친거만 보고,
급하게 그것만 생각하고 설계, 개발했다가
추가로 들어가야할 문제들 인증, 암호화 등 이슈 나오면
그때는 했던거 다 다시하거나 그거 집어 넣을라고 설계 엎어야 될때도 있어.
나무만 보지 말고 숲 전체를 봐야지. “
전 회사에서 종종 들었던 지적이다.
「넓게 봐라」
나는 원래 성격이 그런거 같다.
일이 있으면 빨리빨리 해치워 버리자 하는 마인드가 있어서,
손에 잡힌일이 있으면 최대한 빨리 끝내버리려고 하는 습관이 있다.
그게 버릇이 되어서 그런가.
오늘 방금과 같은 출근길에도 계단바로 옆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다는걸 눈치 못채고, 한숨쉬며 푸념만 늘어놓고 있었다.
여유롭게 생각하며 그 옆등 전체를 둘러봤으면
기분좋게 씨익 웃고 지나갈것을…
나는 멍청하다.
노가다를 시작하면서 부터,
여유롭게 즐겨보자 하는 마인드로
새로운 사회인이 되어보자 하는 마음가짐을 다지고 시작했는데.
실상 쉽지 않다.
“야, 다친다.
뛰어다니지마.”
“너가 급하게 할라고 하니까 이가 나가잖아.
그라인더 잡을때 그냥 빨리 해보겠다고
힘주고 밀어대면 타일이 남아나겠냐?”
용역 나갈때, 선생님과 같이 일할때 종종 듣는 핀잔이다.
여유롭게 하자고 마음을 먹고 다짐해도,
처음 사회생활에서 버릇을 잘못 들여서 그런지 실천하는것은 어렵다고 느껴지는 요즘이다.
“씨발, 너 그거 아직도 못했냐?”
예전에 처음 들어간 개발회사에 사수한테 자주들었던 말이다.
진짜 많이 깨졌는데 ㅎㅎ.
그분한테 항상 쪼이고 욕먹고 그러다 보니 트라우마가 되어
일할때는 무조건 빨리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는거 같다.
이래서 첫 회사가 중요한거다. ㅎㅎ
그렇다고 지금 그분이 잘못했다는건 아니고.
함빠 붙이기
항상 그렇듯 오면 압착통부터 털어낸다.
굳어진 돌덩어리가 압착에 섞여있으면 안되니까,
털어내면서 굳은게 있나 이곳저곳 살펴본다.
“어제 홀에 몇군데 함빠 못붙인거 재다가 붙여.”
어제 거의 다 붙였는데,
구석 몇개 남은거를 잘라다가 붙여봤다.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저기에 가구가 들어올거라고 하셔서 상관없다고 하셨다.
‘그래.
이런걸로 여유있게 할라고 하면 욕먹지.’
빨리 해야할껀 빨리하고 꼼꼼히 봐야할건 봐야하는거다.
“선생님 다 했습니다.”
“어. 그럼, 너 이제 연장 챙겨서 밖에다 내놔.
그거 빼놓고 청소한다음에 메지 넣어야지.
어이구, 여기 연장들때문에 정신없다.
얼른빼”
“네.”
이곳저곳에 놓여져있던 연장을 주섬주섬 챙기고,
구루마위에 싣는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우린 정말 연장이 많다. ㅎㅎ
이거 치우는데만 시간이..
샴푸실
선생님은 내가 함빠재고 붙이고 뒷일 하는동안,
선생님께서는 샴푸실의 타일을 붙이고 계셨다.
“야, 잠깐 이거 잘라오고 해라.”
“네.”
“여기 네모 잘라져 있는거 있고,
여기에 네모 있고 그옆에 길다랗게 남은건 버리지말고 가지고와 붙일거니까.
알았지?”
“네.
여기 이쪽 부분들 말씀이시죠?”
“어, 그래그래 거기.”
뭐 이렇게 조잡한 그림이 나왔을까해서 봤더니,
알고보니 수도 배관 부분이였다.
“어 됐다.”
이런건 재는것도 성가시는데 잘못 자르면 ㅎㅎ.
이런거 잘못 자르면 욕먹기 좋으니 자를때 주의해야 한다. ㅎㅎ
이것저것 또 주섬주섬 싣다 보니,
다 짐을 정리 했다.
그리고 빗자루와 쓰레받이 그리고 헤라를 들고,
메지 넣기전 작업인 청소를 시작한다.
메지골을 긁어내며 메지가 들어갈수 있는 여분과
흙먼지등이 껴있지 않게,
헤라로 쓱 긁고 빗자루로 쓱쓱 파대며
이곳저곳 요리저리 살피며 작업한다.
“이거 잘라와라.”
“네”
그러다 그라인더질 하러 가고.
“압착 다 떨어졌다.”
“네”
또 압착 떨어지면 본드통에 압착 한가득 담아 넣어드리고.
“야이씨, 이렇게 가득채우면 들기 힘들잖아.
적당히좀 넣어라. 아우!”
“ㅋㅋ 네”
내가 처음에 선생님이랑 일하면서 본드통에 압착 담아드릴때,
3분의 2가량 채워서 드렸다가
“야, 젊은애가 왜 이렇게 힘이없냐?
너 힘 다 어디다 쓰고 오냐?
너 결혼도 안했잖아?
힘쓸때도 없는게!
팍팍 좀 넣어!”
이렇게 한소리 듣곤 했는데,
지금은 내가 힘이 세진건지 선생님이 그새 나이가 드신건지 ㅎㅎ.
메지 넣기
선생님은 샴푸실 두개를 마치시고
“청소 다했지?”
“거의 다 끝나갑니다.”
“됐어 그럼 나머진 내가 청소할테니까,
너 차에가서 테이프 가지고와서 여기 벽, 우리 메지넣을부분에다가 안묻게 한바퀴 쭉 돌려붙여.”
“네.”
“이거 벽 마감된거야.
메지 한다고 시멘트 묻히고 그러면 여기 일한사람들이 욕해.
잘 붙여놔. 안묻게”
“네”
항상 그렇지만 마감된 곳은 주의해야 한다.
내가 했던 남이 했던 잘못되면 작업물이 망가져 다시 일하러 와야하기에,
서로 일하면서 최대한 조심해야지.
잘못했다간 성질내고 욕하고 ㅎㅎ.
종이 테이프가 없어서, 그냥 일반 투명테이프를 가져왔다.
다들 종이테이프로 붙이곤하는데,
투명테이프도 그렇게 나쁜거 같지는 않다.
물론 종이테이프에 비해 접착력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충분한편이라 생각 됨.
조심조심 벽주면을 붙여대며 헤라로 쓰윽 눌러주며 붙여댄다.
선생님은 테이프 붙여진곳 부터 메지를 넣으신다.
그렇게 시작해서 나는 닦고.
전체적으로 메지작업이 다 끝나고 나서,
벽에 시멘트 튀거나 묻은거 다시 한번씩 다 닦으러 가고,
선생님께서는 내가 메지작업한거 전체적으로 쭉 훑어보셨다.
작업 종료
작업량이 얼마 안돼서 점심 먹고나서 얼마 안있다가 작업이 종료되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PT 아시바로 못들어가게 문 닫아놓고,
날도 더우니 선생님마실거와 난 팥빙수를 사서 먹었다.
요즘 편의점에서 나온 자체브랜드 상품은 꾀 괜찮다.
이렇게 디자인에도 신경을 쓰고 말이지 ㅎㅎ.
“오늘 밤에 야간하는거 알지?”
“네.”
“그거 땜빵이라 금방끝나.
지금시간이 이르니까,
집에가서 쉬었다가 이따가 9시쯤? 그때 월곡쪽에서 보자고.”
“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늘 주간작업은 종료되었다.
야간 시작
하루에 출근을 두번하니까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그래도 집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나오니까 좋다.
4시간 정도 자고 나오니 정말 다음날 출근하는 느낌까지 들정도 ㅎㅎ.
현장 도착
백화점은 항상 그렇지만, 출입증부터 끊어야 한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네, XX 디자인 X층 타일 작업하러 왔어요.”
“현장 담당자분 오셨나요?”
“네 오셨는데, 잠시만요.”
“네, 담당자분이랑 같이오셔야 출입증 발급해드립니다.”
이거 때문에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규칙정도는 군말없이 지켜줘야 일을 할수 있지 ㅎㅎ.
출입증을 받고 현장을 둘러보니 바닥 부터해서 보양이 다 되어있다.
보양된 길을 따라가니 비닐로 감싸진 매장이 보인다.
전기작업 때문에
“사장님, 이 매장 전기 작업때문에 타일 다시 땟다가 붙여야 하거든요.”
“네. 배선 어떻게 들어오는거야?
저기 구멍서 부터 이렇게 쭉 타는거야?”
“타일마다 동그라미 그려진곳 있잖아요.
거기가 나올곳이고. 거기서 부터..”
전기 기술자분과 인테리어담당자분 그리고 선생님이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으시고 작업을 시작했다.
“너 저기 타일 까야되는곳 까.
근데 타일 부시지 말고, 또 써야할지 모르니까, 깔끔하게 때내야돼.”
“네, 선생님.”
노미와 망치를 들고 최대한 힘을 덜주며
조심스레 몇장 때어내 한곳에 쌓아둔다.
이쁘게 잘라야돼
“너 가서 이거들 잘라와”
“네모 낳게요?”
“아니, 너 백화점 처음해보냐.
동그랗게 따야지.”
선생님은 먼저 전기배선이 나올곳부터 함빠를 재시고,
나에게 재단을 맡기셨다.
동그랗게 따야하는건데, 이쁘게 깔끔하게 따는게 포인트다.
“이쁘게 잘 따와야 돼.”
선생님이 그려주신 동그라미대로 조심조심히 따는데 아무래도 쉽지가 않다.
몇분을 걸려 조심스레 따와서 선생님께 드리니,
“야! 이거 따는데 뭐 그리 오래걸리냐?
됐다. 내가 할테니까 너 저기 까대기하면서 나온 쓰레기
싹다 쓸어담아.”
역시 그라인더질은 연습을 많이 해봐야 돼.
특히 동그라미는 더욱 더.
참 드세요
“여기 참드시고 하세요.”
센스있는 인테리어 담당자분께서 참을 사주셨는데,
정말 센스 넘치게 구슬아이스크림을 ㅎㅎ.
이거 진짜 몇십년만에 먹어본다.
내가 초등학교때인가 이거 처음나와서 되게 신기해했는데
“아빠, 나 저거 저거 사줘.”
하며 졸랐던기억이 나는구먼 ㅎㅎ.
작업 종료
열장 가량 되는 땜빵을 다 붙이고,
다시 짐을 챙겨 현장을 떠난다.
오늘은 정말 빨리 끝나서 행복하다. ㅎㅎ
막상 땜빵하러 갔는데,
일이 꼬여서 추가로 더 붙여달라거나, 철거를 한다거나 하면
힘빠지는데 요청했던 대로의 일만큼만 하게 되니 일도 편하고 마음도 편하고.
일도 깔끔하게 끝냈는데,
혹여나 싣고나온 구루마가 쓰러지지 않을까 조심조심 해서 굴리며 나온다.
고속도로 타면 당연히 우동
“선생님 우동드시고 가시죠.”
“그래.”
고속도로 타면 당연히 우동을 먹고 가야한다.
항상 그렇지만 맛있다.
오늘 이 우동을 먹고 집에가서 푹자고 낮 2시나 3시쯤에 일어나겠지?
그럼 산책한바퀴돌고 블로그도 하나 올리고.
요즘 바빠서 블로그 올리는게 쉽지 않다.
그리고 하나 올리는데도 시간이 꾀걸려서
저녁에 포스팅 한번하고 나면 밤 11시 되는게 기본.
흐음…
무슨 대책이 필요한대…
모르겠다. 일단 그냥 쓰는데로 써봐야지
김홍순
•7년 ago
분량을 조금 줄여보시는 것은 어떠세요?
하루 중 가장 기억 남는일 한가지만 추려서 쓰는 방식으로요ㅎㅎ
짧은 아우의 의견이었습니다~
blog-admin
•7년 ago
심각하게 고려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