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맑은 아침
어제밤 맥주 가볍게 한잔하고 기분좋게 잠잔후,
일어나 밥을 먹으러 간다.
항상 3시반에 기상하지만,
숙소를 현장 근처에 잡아놓아서 6시에 일어나 여유있게 준비하고 출발한다.
아침식사하러 식당에 왔는데,
주차장앞에 고양이가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쳐다본다.
마치
「오늘 지각하는 녀석 없지?」
하며 근태상황을 체크하는거 같아 다소 얄미워보인다.
작업 첫날 아침부터 이런 녀석의 감시를 받다니,
이녀석에게 찍히지 않게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밥을 먹고 현장으로 간다.
아직 공사한창중
현장은 신축현장이며 상가이다.
꾀 세련되보이며 크다.
실제로 안으로 들어가면 겉에서 보는거 만큼 꾀 넓다.
바깥에는 함부로 못들어오게 망을 처녛고
공정에 한창이였다.
인도쪽 길도 아직 안깔아둔 상태라
구루마로 짐을 갖고 다니기 쉽지 않았다.
주변에는 대리석과 사모레등 한눈에 봐도 대공사라고
느껴질만큼의 자재들이 즐비해 있었다.
도착시간이 7시가 되기전이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이미 작업에 한창중이신 분들도 계셨다.
지하주차장 입구를 만드시는거 같은데,
어떻게 작업하시는지 궁금하다.
선생님께 여쭤보니,
저렇게 바둑판처럼 해놓은게 바닥열선을 까는거라고 하셨다.
저런 주차장입구에는 무조건 열선처리를 해야 된다.
겨울에 눈이 내려 바닥이 얼어버리면
차가 미끄러워 무조건 사고가 나게 된다.
그러므로 바닥열선처리를 해서
얼지 않게 항상 일정온도를 맞춰줘야 한다.
사실 알기 전에는 저런 공정이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냥 눈내리면 약품같은거 뿌려서 눈 녹이겠지 했는데,
역시 간단해보이거나 별거 아닌일에도
공사판에서는 모든걸 대비해 작업을 해놓는다.
건물 짓는데는 많은 공정이 필요
건물 하나짓는일에는 수많은 공정들이 필요하다.
작은 1층짜리 단독주택을 짓는다 하더라도
땅 구매부터 해서 허가.
그리고 공정에서는 어떤부분을 어떻게 지을지
설계, 수도, 배선, 보일러, 미장, 방수, 조적, 도배, 타일, 도장 등등
별거아닌 공사에도 신경써야 할껀 무수히 많다.
이런 전체적인 윤곽을 어느정도 알아야 기술자가 될수 있을거다.
도면을 보며 자신이 맡은 공정부분을 설계자 혹은 담당자와 상의하며,
다른공정이 잘못되서 내가 속한공정에 예외상황이 생길수 있다던지
하는 눈이 생겨야 한다.
난 일하면서 다른쪽은 어떻게 작업하는지 보면서
때론 신기해 하고, 때론 유심히 보곤 하지만 가끔은
‘저걸 내가 다 알고 있어아하나.. 빡세구만..’
하며 각각의 기술자들이 하는 공정을 볼때 혀를 둘러찰때도 있다.
선생님은 작업들어가시기전 바닥이나 벽을 보면서
「어떤부분이 잘못됐네, 이거 잘해놨네.」
하며 다른공정이 자신이 할 공정에 주는 부분을 집어내곤 하신다.
선생님은 이런 눈을 가지기 까지 고생도 많이하시고 많이 공부하셨겠지.
나도 타일에 어느정도 감을 익히면 다른일쪽도 배워봐야지.
엘레베이터 없는 7층
오늘 우리쪽 일을 도와주실 반장님이 현장을 안내해주셨다.
얘기를 들어보니 반장님은 이쪽 현장을 맡은 단종회사의 직원이셨다.
“필요하신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시고,
궁금하신거 있으시면 물어보세요.”
반장님은 성격이 되게 좋으신분 같았다.
나이도 나와 비슷한 또래라 부탁하기도 쉬웠다.
어제 현장을 둘러볼때 제일먼저 느꼈던 부분이
곰방이였다.
여기는 아직 엘레베이터가 설치되기 전이라
무조건 계단타고 짐올리고 내리고 해야했다.
어제 현장구경하러 올라가는데도 5층까지만 올라가는데도 꾀 숨이 찼다.
건물크기가 크기인만큼 보통 작은빌딩에 비해 1층의 높이가 컸다.
그래서 한층을 걸어 올라가는것도 일반 계단타는거 보다 더 힘들었다.
“짐 들고 올라들 가자고.”
내가 먼저 짐을 들고 올라가고 그후,
선생님도 예외없이 1층에서 7층까지 짐을 들고 올리셨다.
선생님의 고통
“으! 오!”
하시며 힘들어하시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 동영상으로 찍어보았다. ㅎㅎ
그리고 녹화를 종료하고 5층가서 선생님 짐을 받으러 갔다.
“선생님, 제가 들께요.”
“으에!”
하며 선생님은 말도 못하시고 나에게 짐을 겨우 건냈다.
선생님은 간간히
“요즘 노가다는 많이 편하거야,
내가 한참 젊었을때 비하면 말이야..”
라며 경험담을 들려주시는데,
역시 선생님도 나이를 드셨는지
그 경험담속의 패기와 힘은 오늘 찾아볼수 없었다. ㅎㅎ
다행히도 현장 반장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각자 왕복 두번씩만 다녀올수 있었다.
역시 7층이나 되니까
한번 왔다갔다하는데도 힘이 꾀나 든다. ㅎㅎ
쉽지 않은 상황
7층에 도착해 짐을 다 내려놓고,
반장님께서 가져다 놓은 음료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일단 좀 쉬었다 하자. 헥헥”
선생님은 오랫만에 계단을 타셔서 그런지 매우 힘들어하셨다.
젊은 나도 힘든데, 선생님은 오죽하실까.
그렇게 잠시 휴식을 취한후 선생님께서 본격적으로 바닥상태 부터 보셨다.
“아, 이거 다 까야겠는데.. 상태가 너무 안좋아..”
선생님은 바닥 상태를 보시더니
너무 안좋다고 고개를 갸우뚱하시며 씁쓸해 하셨다.
현장반장님은 쉽지 않으실거라고 선생님에게 말씀해주셧다.
“실은 여기 몇일전에 한팀이 와서 공사하다가
어려워서 못하겠다고 포기하고 갔었어요.”
“그랬어?
아, 그래서 6층에 타일 깔려있는거 있고 까져있는게 있더만.
그사람들이 해놨나 보네?”
“네.”
“보니까 이게 쉬운게 아니야.
바닥 상태보니까 그럴만도 하네.”
그렇게 이곳저곳 바닥 상태를 보시고 수평을 보시더니
어떻게 시작할지 생각해 하시다가 작업진행을 시작하셨다.
반장님께는 타일을 까서 날르라고 지시하시고,
나는 평소대로 압착개서 옆에서 퍼놓고 바르게 하셨다.
입구부터 시작해 쭉 붙이기 시작하셨다.
붙이는 도중에 바닥이 튀어나온곳이 있어 애먹으면서 붙였다.
나는 압착을 바닥에 퍼놓으면서도
간혹 바닥이 너무 튀어나와서 퍼놓은걸 다시 긁는것도 허다 했다.
고데질은 어려워
“바닥 높이좀 봐라.
위에꺼랑 같냐?
여긴 높잖아!
좀 보고 퍼라! 보고!”
“예.”
망할놈의 바닥때문에 압착 퍼놓는데 욕먹네 ㅎㅎ.
“야, 이쪽 들어가 있잖아.
고데 줘봐.
고데질을 잘 해야 다시 떼내는 일이 없어.“
“네.”
오늘도 역시 고데질 하다 한소리듣는다.
난 맞는거 같긴한데, 선생님이 보시기에는 영 아니신가보다.
언제쯤이면 욕 안먹고 고데질 할수 있을까.
이쯤되니 내가 다 궁금할 지경이다. ㅎㅎ
왜 난 이렇게 고데질 하는게 어려운건지 참..
역시 까야된다
선생님과 나는 한창 타일을 붙이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중에 현장반장님이 준비해두었던 타일을 다 까놓으셨다.
“사장님, 뭐 또 해드릴거 없나요?”
“아, 저기 저쪽 바닥이 높아서 아무래도 좀 까야될거 같애.
함마드릴 써봤어?”
“아니요.”
“간단해. 이리와봐 하는거 보여줄께.”
그러면서 선생님께서는 반장님을 옆에두고
함마드릴로 바닥까는것을 가르쳐주셨다.
“다다다~~”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을까셨다.
“자 봤지?
내가 여기 타일쪽 옆에다가 표시 해둔곳 있지?
그 옆에까지 함마드릴로 까면 돼. 알겠지?”
“네, 사장님.”
“깔때 조심해야돼.
까다가 옆에 타일 건드리면 깨져.
그럼 다시 붙여야 하니까 조심하고.”
“네, 사장님.”
선생님은 현장반장님께 함마드릴을 건내고
다시 타일붙이기 시작하셨다.
“발러”
“네, 선생님.”
이렇게 작업은 재개 되었다.
한참 작업을 하다
“으아!”
“왜 그래?”
“죄송합니다. 사장님.
까다가 옆에꺼 타일 깨버렸어요.”
“어허, 조심 했어야지.
알았어. 그거 표시해둬 이따 붙이게.”
“네, 죄송합니다. 사장님”
현장 반장님이 함마드릴로 작업하시다가 옆에 타일을 깨셨나보다.
그래도 한장만 깨서 다행이다.
난 함마드릴 처음잡을때 익숙치 않아서 힘들었는데,
꿋꿋히 잘하신다.
보기만 해도 끔찍한 사모레 곰방
심부름이 있어 내려가는데,
계단 창문으로 바깥을 보니 어떤사람이 사모레 곰방하고 있었다.
이렇게 그냥 맨몸으로 왔다갔다가 하는것만으로도 빡센데,
사모레까지 들고 날를라 하면 얼마나 빡쎌까.. 으…
내려가 보니 대학생정도로 보이는 남자 셋이서 사모레 곰방하고 있었다.
“야, 빨리빨리 하고 집에가야지. ㅎㅎ”
저렇게 쌓은 사모레 앞에서 저런 말이 나오다니.. ㅎㅎㅎ
멋진 마인드다.
보통은 저런 긍정적인 사람이랑
일해야 일하는 맛도 나고 그러는데,
저 사모레를 보고 저런 긍정적은 부정만도 못하다.
‘허허, 집?
집에 갈수있나 한번 보자.’
하며 난 속으로 웃었다.
사람이 지나치게 긍정적이면 되려 독이 될수 있다. ㅎㅎ
작업종료
오늘은 7층 복도를 원장을 한창 깔고 작업이 종료되었다.
현장 반장님께서 이것저것 데모도를 해주신덕분에
딱히 무리없이 작업을 진행할수 있었다.
하지만 바닥상태때문에 바닥을 파내거나 몇몇 잔일거리가 생겨
평소했던 만큼 수월하게 일이 진행되지는 못했던거 같다.
특히나 7층 왔다갔다 하는건 참 힘들다. ㅎㅎ
그래도 퇴근길이니까 웃으면서 밝은 미소로 내려와본다.
곰방 화이팅
‘곰방 얼마나 했나?’
하며 창문을 건너보니 꾀 많은 양이 쌓여있었다.
멀리서 쳐다보니 별로 없어보이는데,
실제로 가보면 엄청 많은양의 사모레가 쌓여있을거다.
실제로 가볼까하다
계단 타기 힘들어서 그냥 여기서 잠시 구경만 했다.
앞으로도 당분간 계단 많이 탈테니 소중한 내 무릎을 위해 굳이 사서 고생하지 말자. ㅎㅎ
오늘 진행정도를 보니
앞으로도 최소 3,4일정도는 여기서 더 일할거 같다.
숙소도 여기서 가깝고,
밥먹고 숙소에서 편히 쉬어야지.
앞으로 고생할 내 무릎이 편해지도록.
malco0930
•7년 이전
안녕하세요
블로그 잘 보고갑니다. 사무직 종사자인데 타일 기술에 관심이 있어서 검색하다가
이렇게 들어오게 되었네요. 보다보면 허리랑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가실거같은데
괜찮으신지요? 하시다보면 그런것도 요령이 생기시나요?
항상 안전하게 작업하셨으면 좋겠습니다.^^
blog-admin
•7년 이전
요령은 따로 없는거 같고,
최대한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그나마 무리가 덜가고 편해서요.
항상 쭈그리는거야 어쩔수없는거라 할수 없는거 같습니다.
마른체형분들은 저처럼 아파하지는 않은거 같은데,
일단 살을좀 빼야겠습니다 ㅎㅎ
malco0930
•7년 이전
아하 그렇군요 무릎보호대, 팔꿈치 보호대 잘 착용하십시오.
오늘도 글 몇개를 읽었는데 바닥타일만 하시는건가요?
검색을 해보니 바닥만 하시는분, 벽만 하시는분 이렇게 많이들 하신다고
하는데 양쪽 다 하는 분도 계시다고하는데 많이는 없다고 하더라구요.
혹시 주인장님도 그러하신지 궁금하네요^^
언제나 안전작업 하십시오~
blog-admin
•7년 이전
둘다 하는데 바닥을 많이 하는편입니다.
선생님께서도 바닥잡는게 편하시다고 하시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