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인력소
최근에 일이 많이 없어,
오랫만에 인력소를 들리기로 했다.
저번에 ABC마트 두군데 하면서 10일중 5일 정도를 쉬어버렸으니,
아무래도 주머니 사정을 생각 안할수 없다.
뭐 항상 그랬듯 5시쯔음 인력소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소장님”
“어이고, 야~”
소장님은 너무 오랫만에 들려서 그러신지,
내 옷차림을 보고 그러시는건지 살짝 놀라셨다.
타일일하다보면 어차피 작업복으로 갈아입어야하기도 하고,
굳이 내 복장을 보고 문제될게 없어,
항상 반팔티에 반바지 그리고 쪼리를 신고 다닌다.
이게 제일 편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근데 인력소에 들어와 대기하고 있는데,
들어오는 사람마다 다 긴바지에
어떤사람들은 아애 안전화를 신고 오는사람들도 있다.
‘아, 나도 그냥 긴바지.. 아니 운동화라도 신고올껄 그랬나..
쪼리는 너무했나..’
나혼자 쪼리에 동네 마실나오는 복장으로 인력소 온거 같아.
기분이 좀 그랬다.
시스템비계 해봤잖아?
“아, 근데 이름이 뭐였지?”
소장님은 내가 하도 안오기도 하고 오랫만이라서
그런지 이름도 기억 못할정도가 되신거 같다.
하긴, 거기 다니는 사람들이 꾀 있을텐데 한사람 한사람 다 외울수도 없고…
“요즘 바빳어?”
“네, 요즘 거의 못 쉬고 지방내려갔다가 올라왔다가
그러다가 최근에 좀 일이 없어 들렸습니다.”
“그래.”
간단히 근황을 여쭤보시는 소장님.
요즘에도 간간히 전화나 문자로 나올수 있냐고 여쭤보셨는데,
항상 내 답변은 「죄송합니다.」 였다.
그렇게 안부를 답하고 소파에 앉아 대기하다,
기술자로 보이시는 분이 문을열고 들어오셨다.
“어, 오셨네.
반장님들 이 친구 데리고 같이가면 되요.
저번에 시스템비계 했었지?
같이가서 해.”
“네. 해보긴했는데….”
‘아, 시스템비계 하기 싫은데, 안 간다고 할까..
모르겠다. 지금 내가 물불가릴처지가 아니지.’
일단 기술자분을 따라갔다.
“저기 혹시 오늘 높은층에서 아시바타고 해야 하나요?
너무 높으면 좀..”
“ㅎㅎ. 아니예요.
오늘 뭐 딱히 높은곳 타고 하고 할거없어요.
구축하는거니까 밑에서 파이프나 이런거 좀
받아치고 해주면 돼요.”
“네.
후~”
가슴을 쓸어내리고 한켠으로 「살았다」라는 안도감과 함께
다른 두 반장님과 기술자분의 차에 탔다.
작업 준비
오늘 도착한곳은 청라의 주택가다.
모양을 보니 여기에 빌라같은걸 짓는 모양이다.
그래서 터 잡아놓고 미장정도만 하고 이제 시스템비계를 설치한후에,
형틀목수들이 와서 작업하면 되는 모양이다.
“아직 자재가 안왔네.
기다리죠.”
인력소 도착했을때 부터 반바지에 쪼리패션이 내심 맘에 걸렸던 나는,
옆 건물에서 옷부터 갈아입었다.
기본 안전화는 물론이고, 비싼 3M 안전 장갑에 공구파우치까지,
용역 오면서 나처럼 장비풀셋으로 맞추고 하는사람없을꺼다. ㅎㅎ
두건까지 딱 감싸고 다시 현장을 나왔다.
옷차림이 바뀐 내 모습을 보고 같이 용역 나오신 반장님들이 조금 놀라셨다.
(http://konesafe.co.kr/ 홈페이지에서 상품 사진을 퍼왔습니다.
*법률상 위배될경우 삭제 하겠습니다.)
“이 안전화가 좋더라고.
형님 전에 나도 이거 신어봤는데, 편해요.
신발 끈도 묶을 필요없고.
내가 전에 신었던거는 앞에 창도 금방 떨어져서
얼마 신지도 못하고 버렸거든”
“저도 안전화 신었던거 앞창 떨어져서 엊그제 새로 샀어요.”
이렇게 잡담등이 오가다가 자재가 도착했다.
막내 오늘 힘좀 써야지?
발판에 주주에 오랫만에 보니까 이름도 다 까먹었다.
“뭐 부터할까요?”
“일단 여기 온거 주주랑 받침대부터 옮기자고.
주변 돌면서 2미터당 하나씩 놔주면 돼.”
“네.”
그렇게 해서 다들 자재부터 비계가 세워질 자리에 놓기 시작했다.
“막내, 오늘 힘좀 써야지?”
“네. ㅎㅎ”
“이따가 나랑 형님이랑 윗층 계속 조립하면서 나갈꺼니까,
짐좀 날라주고.”
“네.”
다행히 난 밑에서 파이프 주주 발판등을
용역 반장님들에게 옮겨만 주면 될거 같다.
야 안돼, 위험해.
‘오우 망할,
뭐야. 이거 발이 쑥쑥 들어가네 그냥.’
비가 온후라서 그런지 땅이 질퍽질퍽하다.
“조심조심!
땅 잘 보면서 옮겨.”
“예, 반장님”
주주도 어느정도 놨고,
그 수에 맞게 받침대를 놓으러 사각을 둘러보며 옮기기 시작했다.
“우웃, 씨발!”
받침대를 놓으려 모퉁이에 접근하는데,
발을 딛은순간 발이 땅속으로 깊숙히 쑤욱 들어갔다.
“야? 왜 그래?”
“아니요, 여기 장난 아닌데요. ㅎㅎ
여기 한번 밟았더니 발목위에 무릎까지 발이 들어갈라고 해요. ㅎㅎ”
“ㅋㅋ 야, 조심하라니까.
여기 공구리 쳐진곳쪽으로 들어와서 놔.”
“네”
혹시라도 또 빠질까 염려돼 까치발로 받침대 들고 다니면서
이곳저곳 놓고 다녔다.
“잠깐 여기 좀 봐봐. 이거 안되겠는데?”
기술자분이 건물주변 땅 사방을 훑어 보시더니,
이 현장 시스템비계 책임자로 보이는 기술자분과
이야기를 나누시기 시작하셨다.
그러시더니 두분 다 고개를 갸우뚱하시며, 불길한 표정을 지으셨다.
“아, 이거 안될거 같은데,
나도 한번 빠졌어.
쑥 들어가. 특히 저쪽 심하구만.”
용역반장님도 자재 옮기시다가 발이 빠지셨나보다.
“그쵸? 아.. 이거… 안되겠는데 진짜.”
책임기술자분은 하던걸 멈추시고,
주변곳곳 땅속에 파이프를 쑥 넣어보시면서
땅상태를 확인하시더니 한숨을 쉬시면서 멀그러니 땅만 처다보고 있었다.
“야, 이거 안돼.
위험해. 못한다고 그래.”
“….”
“야 이거 봐봐. 쑥 들어가네.
저기 보니까 한 80전(cm) 들어가더만,
여기에 뭔 시스템비계를 세워.
못해.”
“후…”
“이거 이상태로 세웠다가 일하면 무너져서 인명피해 나온다니까,
너 현장에서 사람 죽으면 진짜 아작나.
여기 현장소장한테 이거 알리고 못한다고 해.”
“알았어요.”
책임 기술자분은 현장소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현장으로 호출시켰다.
“소장님, 지금 여기 땅 상태를 보시면 ….”
현장소장님은 땅 상태를 보시더니 얼굴이 매우 심각해지셨다.
“이거 안돼요.
여기에 세우면 막상 일하다가 무너져요.
무너지면 사람 그냥 죽는거예요.”
현장소장님은 다른 기술자들도 불러 다른 방법이 없냐고,
대책을 세우려고 하셨지만,
다들 이대로는 구축이 불가하다고 최종판단,
결국 시스템비계를 철수하기로 했다.
오늘 시스템비계 좀 배워 볼라고 했는데
“철수 하시죠.”
책임기술자분이 현장소장님과 다른 여럿 관계자분들과
이런저런 기술적인 회의를 하고 난후,
최종적으로 시스템비계 구축불가능한 상태라고 판단하여,
결국 현장을 철수하기로 했다.
그리고 땅상태를 양호하게,
구축할수 있는 수준이 되면 다시 작업을 하시는걸로 하게 된거 같다.
“아~ 오늘 시스템비계좀 배우나 싶었는데..”
“가자. 철수라잖아”
아쉽지만 오늘 시스템비계는 뭐 맛도 못보고, 그냥 끝나버렸다.
비록 오늘 아쉽긴하지만 정말 잘됐다고 생각했다.
노가다판에 어떤 일 현장도 다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지만,
이런 비계쪽은 특히나 더 신경쓰고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오늘 비록 현장와서 안타깝게 작업을 못하고 다시 철수했지만,
그래도 나중 작업할때를 생각해보면 당연히 철수하는게 맞다.
안전사고는 돌이킬수 없다.
안전사고
사실 지금 타일을 하면서
「어차피 이거 타일옮기고 시멘트날르고 하는건데,
뭔가 찍히는게 있는것도 아니고,
떨어지는것도 아니고.. 」
라고 생각하며 별거 아닐꺼라 생각하고 일하시는분들이 있는데,
그런 방심에서 안전사고는 발생하는거라고 생각한다.
“진짜 아무것도 아닌거에서 사고가 나는거야.
시멘트 들다가 허리 나가고,
본드통 들다가 허리 나가고.
아시바타거나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되려 사고 안나.
그 사람들은 자기가 위험한일 한다는걸 알고있기때문에,
일할때 정신바싹 차리고 한다고!
근데 우리쪽도 그렇고 특히 도배.
우마에서 되게 많이 떨어져.
그래서 다리 부러지고 실려가는사람들 많다.
일할 때 항상 조심해야 돼.”
잊을만 하면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주의사항이시다.
나는 선생님이 그런말씀하기전에 알아서 챙긴다고 하는스타일이라
블로그에서도 항상 안전안전 할정도다. ㅎ
실내 인테리어 작업중 사다리에서 떨어졌던 포스트 보기:
다들 현장에 일하시는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타일, 특히 내부 인테리어 환경에서 일하시는분들중에
안전화 신은사람은 거의 못봤다.
하지만 난 안전화 신는다.
“야, 불편하게 뭔 안전화냐.
어차피 실내에서 일하는데.”
이렇게 「지나치게 신경쓰는거 아니냐」는 식의 뉘앙스로
말씀 하시는분도 계시지만 절대 아니다.
몇일전 일하는도중 많이 걷고 무게싣고 움직여서 그런가
발바닥에 아주미세한 통증이 오곤했다.
‘깔창에 뭐 삐쭉한거라도 끼었나.
나무 잔챙이가 들어갔나.’
확인해보고 털어봐도 아무것도 안나온다.
‘아, 니미 또 병원가봐야 하나..’
그러고 몇일후 선생님과 등산하면서 신발 밑창을 보니,
못이 박혀있었다.
“우와! 선생님 이거 ”
“야! 너 위험할뻔했다.
너 그거 작은거라서 다행이지.
큰거 재수없으면 녹슨거 였으면
쑥 들어가서 파상풍 왔으면 너 진짜..”
몇일 전 안전화를 빨게되서
어쩔수없이 몇 일간 일반 운동화로 일한적있었는데,
그때 박힌거 같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안전 유의 하자.
특히 그라인더 가더 안끼우시는분들 많은데,
선배나 오야지가 안끼우고 한다고 자기도 안끼우고
그러지 말고 자신이라도 꼭 끼자.
그라인더 얼마 안한다.
5만원쯤 하는걸로 알고 있는데,
자신의 신체부위 심지어는 생명이 될수도 있다.
손가락, 눈 이런곳 다친다고 생각해보면
5만원은 너무나도 가벼운 금액이다.
자신의 몸은 재산이다.
제발 부탁이다. 꼭 끼자.
선생님 그라인더 작업하시다가 사고날뻔했던 포스트 보기:
작업 종료
어정쩌정한 상태로 다시 주주나 받침대 발판등을 정리해서
지게차로 현장에 자재 정리하는곳으로 편하게 실어냈다.
그리고 옷을 다시 갈아입고 차타고 현장을 떠났다.
“죄송해요.
일하러 오셨는데 아무것도 못하시고 그냥 돌아가시게 됐네요.”
“우리 일당은 어떻게 되는거예요.”
“원래 한품 받으시는게 맞는데,
아무것도 해보지도 못하고 바로 철수해서…
제가 팀장님한테 물어보고 인력소 소장님께 연락드릴께요.”
“예.”
애매하게 점심먹고 나서도 조금 일하고 그랫으면
떳떳하게 한대가리 받을수 있기라도 하는데,
이건 뭐 아무것도 해보지도 못하고 그래서 참 애매하게 됐다.
그냥 「이럴때도 있구나」 라는 생각에 좌석에서 등을 기대에
창밖을 쳐다보며 그냥 쉬자 하며 편하게 있었다.
힘들지 않아서 그런가 커피가 땡기네
항상 일끝나면 힘들어서 그런가 달달한게 땡겨서
쥬시가서 수박쥬스나 멜론쥬스 마시곤 했는데,
오늘은 커피를 마셨다.
뭐 일한게 없으니… ㅎㅎ
집에 도착하고 컴퓨터를 키니 때마침 인력소 소장님께 전화가 왔다.
“어, 얘기 들었어.
일 못하고 철수 했다며?”
“네.”
“어, 그래서 오늘한거는 한품은 못받고 반품 준다고 하네.”
“네, 알겠습니다.”
“그래”
역시 반대가리 구만.
그냥 놀러갔다 왔다고 쳐야지 뭐 ㅎㅎ.
다음번엔 제대로 시스템비계 배우는 날이 오길 바래보며,
포스트를 마친다.
malco0930
•7년 이전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다시 들렸네요^^
안전작업하고 계시죠?
오늘은 시스템 비계 글을 읽어봤는데 타일만 하시는게 아니셨네요??
기술공쪽을 잘 몰라서 하는 질문인데 하나로 비중을 두는게 좋은거 아닌건가요?
시스템비계는 위험해보이네요
blog-admin
•7년 이전
하나로 비중을 두는게 좋은데,
쉬는날에 맞춰 다른타일일을 딱 구할수가 없어서 일없는 날에는 인력소를 들립니다.
이제는 일없는날에도 되도록이면 타일일을 구하려고요. ^^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
초보노가더
•4년 이전
안녕하세요. 글 재밌게 잘봤습니다.
오늘 시스템 처음 가는데 인력소에서 14부르시더라구요.
위험한거 같아서 걱정입니다ㅜㅜ
blog-admin
•4년 이전
처음이면 아마 아시바 안타게 시낄겁니다.
화이팅 하시고 안전 작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