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는것이 중요하다
건축/ 인테리어 종사자가 느끼는 겨울은 일반인에 비해 유난히도 춥다.
일거리가 전체적으로 줄어 일하고 싶어도,
일을 못하는경우가 태반이다.
나 역시 친구네 집 타일 시공을 끝으로
한참을 놀다가 예전에 불러주셨던 사장님께서
다행히도 불러주셔서 그래도 간간히 일하러 가긴 하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이 너무 없는건 변함없었고,
어차피 일도 안해구해지고
「 뭐라도 할까… 」
라며 생각하다 일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모자이크 타일을 붙여보기로 마음먹었다.
인터넷에서 모자이크 타일을 종류별로 구매 하고,
접작체의 경우는 전에 고모집 화장실 땜방 해달라고 해서
사놨던 본드도 그대로 있고 해서,
석고보드하나사서
그 위에 본드바리 방식으로 붙이기로 했다.
뭐 어차피 연습삼아 해보는거니까.
하며 동네 가까운 건재상가서 석고보드 한판 구매하는데,
석고보드 생각한거 보다 저렴해서 약간 놀랐다.
(사이즈 900 x 1800 한장당 3000원)
혹시나 집에서 간단히 타일 붙여보거나 연습하실분들은
석고보드 한장사서 본드로 붙여보는것도 재미가 쏠쏠 할거라 생각된다.
일단 해보면 분명 얻는게 있다
이거 작업하면서,
별거 아니지만
「이런거 붙일때는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
라는 요령(?) 및 팁등이 생긴다.
붙이기전에 어떻게 무엇부터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며,
전혀 해본적도 없고 누가 했었던걸 지켜본적도 없었는데,
붙여보며 이런저런 예외상황이 발생되는것을 겪으며,
몸소 해결책을 깨닫게 된다.
연습을 하다보면 해결책만 얻는것이 아니다.
평소에
「왜 저렇게 하지? 」
하며 기술자들의 시공방식이나 시공방법등에 대해 의아해 하게 되는것들도
막상 본인이 직접 해봄으로써,
왜 그렇게들 하게 되는것 인지 직접 체감하게 된다.
‘아.. 이 사람들이 그냥 대충 붙이고 가는게 아니라
어쩔수없이 이렇게 하는거 였구나.’
하며
「선천적으로 그렇게 될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
라는것을 깨닫는 경우들도 있다.
그렇기에 사람은 뭐든지 한번 해봐야
본격적으로 그 무언가에 해결하는 능력 및 예외상황에 대한 대처능력등을 키우게 되며,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되는것 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런 값진 경험을 하였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모습등을 사진이나 글등으로 기록하곤 한다.
결코 만만치 않다
최근에 내 블로그를 통해 시공문의를 주셔서
직접 일하러 간적이 있는데,
막상 내가 직접 시공의 책임을 지는 입장이 되어 일하다보니,
조공으로 일할때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열심히 일하는것만이 아닌,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수준의 품질의 아웃풋이 나와야 하며,
또한 어느정도의 물량이 나와야 하기에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일인지 깨닫는 큰 경험도 했다.
일하는도중
‘오야지들은 정말 힘들겠구나…’
라며 문뜩 떠오르곤 했다.
이 바닥은 인맥관리가 중요해
집에서 몇일을 쭉 놀며,
신세한탄 하고 있을쯤에 강동형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네, 형님.”
“어, 잘 지내니?”
“아뇨, 일이 너무없어요 형님. ㅎㅎ”
“야, 형도 요즘 일없어 ㅎㅎ.
나 이번달에 오늘이 처음 일해. “
강동형님도 요즘 일이 없으셨는지, 일 얘기를 하니 혀를 둘러차신다.
“너 내일 일정 되니?”
“아 네.”
“어 그럼 형이 아시는분 조공 필요하다니까 너한테 연락하라고 할께.”
“아! 네 형님 감사합니다.”
역시 우리나라는 인맥이 중요하다.
특히 이 노가다판은 더욱더 그렇다.
아무리 일 잘해도 인맥없으면 먹고 살기 쉽지 않다.
사실 전화를 끊고 나서 강동형님께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이 전날에도 전화를 주셨는데,
이런저런 인사안부 얘기가 주된 통화내용이였는데,
사실 형님이 전화를 거시기전에
내가 먼저 전화 드려야 하는게 당연한거고 그래야 하는데..
바쁠때는 형님께 전화 걸 생각조차도 못했던 나다…
어떻게 보면 차라리 나는 회사다닐때가 더 인맥관리를 잘했던거 같다.
그때는 퇴사했던 전 팀장님, 과장님, 형 등 다 연락하고
술 한잔 마시면 기분좋아 져 그사람 생각나서 연락하고,
연락 왜 안하냐고 이래저래 따지고 그랬던 나였는데…
하하… 참…
내가 이제 그 처지가 되었구만.
베테랑 기술자 3인
그렇게 강동형님이 소개해주셔서 현장에 도착해보니,
50대 초반정도? 로 보이는 2분의 기술자와,
누가 봐도 제일 고참이신 60대초반? 정도의 기술자분
그리고 나보다 어려보이는 사람이 있는데,
내육감으로는 조공의 느낌은 안나고 준기공이나 기공으로 보이는 분이 한분 계셨다.
그 어린분이 내게 오더니 말했다.
“자재는 다 곰방되어있고,
여기 삼촌 두분(50대초반으로 보이시는 기술자 두분) 옆에서 일 도와드리시면서
짬나시면 현장 정리 조금씩 해주시고 그러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삼촌 두분을 뒤이어 쫒아 따라갔다.
나는 일정이 잡히면,
딱히 어떤 일을 하나 이런거를 묻지 않는 타입이라 몰랐는데,
신축현장이였다.
15층쯤 되는 빌딩이였는데,
그중에서도 하는 일은 계단작업 이였다.
보통 타일에서도 카테고리를 나누면 크게 3개로 나누는데,
신축하는 사람.
인테리어 하는사람.
계단하는 사람.
이렇게들 부르곤 한다.
그래서 아애 계단하시는 분들은 계단만 한다.
난 사실 지금도 약간 애매하긴 한데,
계단 하는사람들은 계단옆의 벽만 한다는건지,
아님벽과계단층
다 하는건지 궁금하다.
아마도 벽이랑 계단 다 하는거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전에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계단타일 한다고 하면 계단벽을 붙인다고 하는거 라고 한다.
자신감있게 대답할것
지시사항대로 두삼촌 옆에서 데모도를 시작했다.
벽을 떠발이로 붙이는 현장이였는데,
한분은 계단벽 가나방을 붙이시고,
한분은 그 가나방 기준으로 나머지 타일을 붙이고 계셨다.
사실 계단작업해본적이 없어서 어떻게 붙여나가는지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타일 옮기고 몰탈 믹싱하면서 삼촌분들이 어떻게 하는지 잘 지켜보고 있었다.
“타일 얼마나 했어?”
두 삼촌 중에 어려보이시는 분이 내게 물었다.
“예, 이제 2년 되었습니다.”
“그래?
그럼 뭐 본드바리 같은거 하겠네?”
“네, 본드바리 하고,
압착으로 바닥 붙이고,
에폭시로 벽붙여보고 ..”
“어 그래.
그럼 본드바리 시키면 할수있겠네?”
“네. 전 오야지가 바닥만하시는 분이라
많이는 안해봤지만 그래도 합니다.”
처음 보시는 기술자분이라
그런지 왠지 모르게 자신없는 목소리로 대답해 버리고 말았다.
그냥.
「네, 합니다.」
라고 힘있게 간단명료하게 할껄..
여기 조금 되네, 물 좀 넣고 돌려야 겠어~
밑에 층에서 들려오는 기술자분의 목소리.
“네.”
이렇게 호출시에 답변할때는 깔끔하게 명쾌하게 잘 답변하면서…
역시 이런 밑일은 자신이 있으니까 답변이 시원하게 나오고,
시공은 아직 미숙하니 자연스레 답변이 미덥지않지…
언젠간 시공에 대해 답할때도
시원하게 자신만만 하게 답변 할수있는 그날이 오겠지.
그렇게 간단하게 나에 대해서 물으시곤,
계속 작업을 진행하셨다.
그렇게 밑일을 도와드리며,
옆에서 하시는걸 틈틈히 지켜보았다.
“지금 딱히 뭐 할거 없어?”
“네, 사장님.”
“너 이씨!
야, 삼촌이라고 불러!
내가 왜 사장이냐?
사장은 일 안하는거야.
삼촌이라고 불러! 알았어?”
나는 전에도 말했지만 일할때 어느정도 나이가 있으신
기술자분들 혹은 오야지에게는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쓰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기술자분께서 호칭을 지정하면 그에 맞게 대처하자.
(이하 이 기술자분을 막내삼촌으로 칭하며,
같이 일하는 또 한명의 기술자분을 중간삼촌이라 칭함)
“네.”
“너 삼촌 가나방 붙이는데,
여기 돌위에 사모래 붙어있는거 있지?
이거 싹다 긁어내.
자르고 개고 이런거 삼촌들 알아서 다 할테니까,
여기 삼촌 지금 한곳에서 윗층부터 쭉다 긁어내.”
“네.”
베테랑들
막내 삼촌이 시키신대로 계단벽 가나방붙일자리에 잔여물등이 있는것을
긁어 내기 시작했다.
바닥 타일할때도 자주 느끼는거지만,
타일 붙이기전 환경이 중요하다.
타일 붙임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시멘트 잔여물, 튀어나온 하지면 등)은 반드시 제거해야만,
만족스러운 결과물 및 시공기간에 차질이 없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이 작업은 매우 단순한 밑일이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사실 이런부분을 꼼꼼하게 보고,
잘 처리 해야 하는 중요한 업무라는걸 고급일하면서 크게 느꼈다.
커피 한잔하고 하자
막내삼촌이 일하시다 슬슬 담배도 태우고 커피도 드시고 싶으셨는지,
커피요청이 들어와 커피를 타 일하시는 모든분들께 돌려 드렸다.
“커피 드시고 하십쇼 ”
“어, 땡큐”
중간삼촌께서 일에집중하시다 내가 커피를 들고 오니,
그제서야 고데를 놓고 담배 한까치를 입에 물고 휴식시간을 갖게 되셨다.
“커피 마시고 하자고.”
“네 형님.”
중간삼촌께서 커피를 들고 올라가,
막내삼촌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고, 나 일전에 아파트 현장하나 들어갔거든,
근데 사람이 없어서
뭐 일단 기술자를 불렀는데 어리더라고.”
“형님,
애들은 쓰면 안돼.”
“으아, 근데 일을 하는데 ….
후~”
중간삼촌께서는 이 현장 들어오시기 전에
본인이 맡은 현장에 어린기술자와 같이 일했던 모양인데,
그 기술자 일한게 별로 였던 모양이다.
“형님, 내가 누차 말했잖아요!
어린애들 괜히 잘못썻다가 큰일난다니까.”
“그래도 뭐 어떻게 해.
일단 한거, 후~ ”
“참, 형님도.”
“근데 또 일이 생겨서
그냥 그 친구 다시 불렀거든.”
“그렇게 한번 데어놓고 또 ?!
참나”
“ㅎㅎ.
그래도”
듣는걸로도 기가찬 막내삼촌은 이내 중간삼촌의 이야기를 끊으려 하신다.
아니, 됐어요!
말하지마요 더이상!이건 형님 잘못이야!
뻔히 한번 당해놓고 또 불러?난 진짜 형님 이해가 안간다니까?!
왜불러요?! 대체?
중간 삼촌은
「답답한 내 속사정좀 들어줘」
라고 하는것 처럼
막내삼촌이 듣기 싫어하는데도 계속 그 당시 현장 이야기를 했다.
난 여지껏 일하면서 어린 기술자들도 만나봤는데,
저렇게 이야기거리가 될정도의 사람은 못봤다.
다들 어느정도 자기 몫은 하는사람들이였는데.
중간삼촌이 만났던 사람은 실력이 부족했던건지,
아니면 삼촌들의 기대하는 기준이 높아서인지 여튼 기술자 섭외하는게 쉽지 않다는걸 느꼈다.
막내삼촌은 어린 기술자라고만 들었음에도 반응하시는거 보니까,
기술자에 대한 기준이 높은거 아닐까 싶다.
여튼 이렇게 어느정도 경력이 있는 기술자들에게 기술자로서 인정받으려면,
분명한 실력이 있어야 한다.
최고참 기술자, 느낌자체가 다르다.
점심먹고 나서도 중간삼촌, 막내삼촌 두삼촌 데모도를 한참 하다,
아침에 잠시 뵈었던 가장 나이 많으셨던 사장님께서 올려오셨다.
“잘 되가나~?”
딱 봐도 보통느낌의 기술자가 아니다.
경상도 사투리에 인자하신 얼굴,
여유로운 움직임,
새햐안 사복차림의 작업복장.
(이하 신사장님 으로 칭함)
신사장님께서 오시니 삼촌두분들이 바로 하던작업을 멈추시고,
맞이하신다.
형님, 오셨어요?
“그래, 커피 한잔 묵고 하자.
아 ~ 힘들다 하하.”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바로 커피 타 한분씩 돌렸다.
잠시 세분이서 담소를 나누시더니,
다시 작업이 재개 되었다.
중간삼촌, 막내삼촌 작업하시는건 봤고,
신사장님은 어떻게 붙이시나 궁금해서,
하던일은 잠시 설렁설렁 하면서,
신사장님 주변에 왔다갔다 하면서 어깨너머로 보는데,
딱히 그분만의 테크닉 같은것은 보이지 않는거 같았다.
“형님, 지금 뭐 하실거 없으시면,
아랫층에 남는 타일들 위로 좀 옮겨주세요.”
“아, 예.”
신사장님과 같이 안보였던 어렸던분께서,
작업지시를 내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는 신사장님이 오야지고, 이 어린사람은 준기공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 어린사람이 오야지였다.
(이하 청년오야지로 칭함)
어쩐지 처음에 봤을때부터 뭔가
조공은 절대 아닌거 같고,
기공이라고 하기엔 너무 밑일을 하시더니,
오야지였구나..
그렇게 청년오야지는 새로들어온 자재 파악 및 양중하거나,
나는 작업끝난 타일들을 윗층으로 올리거나 하는 작업을 하다보니,
작업시간이 끝났다.
같이 일해보자
“시간 됐으니까, 정리해.”
“네, 삼촌.”
막내삼촌이 작업시간 다 됐다고,
정리하라는 지시를 내리셔서,
정리할겸
작업한곳에 연장 찾으러 자연스레 주변을 돌아보는데,
조금 놀랐다.
‘..여기 현장 천고도 어느정도 있고 하는데,
기술자 셋에….
데모도도 사실 나는 압착이나 개주고 타일 옮겨주고 수준까지만 했는데…
다들 직접 함빠 재고 자르고 그러셨고…
보통 계단하는 사람들은 이정도 붙이는건가..’
생각한거보다 많이 붙인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골똘히 생각했다.
그렇게 이곳저곳 둘러보고 연장정리를 하고 인사를 드렸다.
“수고 하셨습니다.”
“어, 그래 수고했다.”
인사를 받으신 신사장님께서 내게 물으셨다.
“니, 우리랑 일하자.
어디 팀에 있나? 지금?”
“아 예,
원래 같이 일하시는분들이 계시는데 지금 일이없어서
이렇게 나와서 일하고 있습니다.”
“아? 그래?
알겠다.”
“예, 죄송합니다.
사장님.”
“아니다, 아니다.”
신사장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청년오야지에게 인사드리러 갔다.
“수고 하셨습니다. 사장님.”
“네 형님,
수고 하셨어요.
내일도 오늘처럼 저쪽 주차장에 세워두시고 오시면 되요.”
“아, 내일도 나오나요?”
“아, 예.
내일 다른 일정있으세요?”
“아니요. 없습니다.
저는 강동형님이 「오늘 시간되냐」고 여쭤보셔서,
오늘만 하는줄 알았거든요.”
“아니예요 형님,
이 현장에서 계속 일해야 돼서,
앞으로도 나와주시면 좋겠는데..”
감사하게도 당분간 일걱정 없이 꾸준히 일할수 있게 되었다.
연장의 중요성
그렇게 다음날도 역시 삼촌들과 같이 일을 하는데,
나는 거의 막내삼촌 옆에서 1:1로 일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막내삼촌이 가나방만 붙이시기에,
이동이 잦으므로,
연장들고 왔다갔다 해야하기도 하고,
함빠부분 역시 다른 부분에 비해 신경을 더 써야 하기에,
청년오야지도 아애 막내삼촌 옆에서 붙어 있으라고 지시 했다.
“저기 밑에 층 가면 코너비드 있을거야,
그것좀 몇개 가져와봐.”
“네. 삼촌”
코너비드 가져와 삼촌에게 넘겨드리니,
삼촌은 바로 코너비드가 들어갈 자리를 측정해 자를 부분을 마킹하셨다.
“삼촌이 여기 마킹한데 있지?
여기 요부분 쓸거니까 잘라와.”
“네.”
나는 내가 가져온 미니그라인더로 삼촌 앞에서 바로 잘랐다.
“야, 뭐냐 그거?
그걸로 잘리네?”
“아..네,
스뎅정도는 이걸로 충분히 되서요.”
“오…”
막내삼촌도 3인치 그라인더는 처음보시는지 신기하게 쳐다보셨다.
그렇게 코너비드를 붙여넣고,
함빠 자를것을 그려주시고는,
“이거 잘라와.”
“네.”
나는 내가 가져온 무선그라인더로 가까운 옆방에 들어가 바로 잘라왔다.
“여기 있습니다.”
“어.”
정확히 타일이 맞게 잘렸는지 확인후 바로 붙이신다.
일하면서 항상 느끼는거지만,
현장상황에 맞게 연장을 준비해 작업한다면,
작업능률은 크게 향상된다.
만약 유선 그라인더로 코너비드, 타일 두개 다 자를라고 했으면,
선 연결하고, 날 바꾸고, 뭐하고 시간 다가버린다.
가뜩이나 지금은 가나방만 붙이고 가는 작업인데,
전기 어디서나오는지 찾아야 하고,
짧으면 리드선 끌어다 써야하고,
이런건 정말 작업능률을 해치는 요인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조공을 하더라도,
항상 그 상황에 맞는 연장들은 갖고다니는 편이다.
그래야 일도 빠르고 잘나오니, 여러모로 이득이다.
눈빛으로 통해요
가뜩이나 현장은 공기도 안좋은데,
요즘 미세먼지수준이 심각단계라 마스크를 꼭 써야 겠다고 다짐한 나다.
그래서 이 현장에 일하는 첫날부터,
이번에 새로 구매한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하고 있다.
조금은 답답하긴 하지만,
그래도 막내삼촌 옆에서 데모도 하는거는 크게 땀흘려 일하는작업은 없기에,
마스크 쓰면서도 무리없이 일할수있다.
오늘도 막내삼촌은 담배를 입에 무시면서 함빠를 재고,
붙이시고 하신다.
“여깄다.”
“네.”
이렇게 그려진 재단마킹이 되있는 타일을 받아
잘라오면 다시 삼촌이 받아 확인하고 붙인다.
“여기요.”
“어.”
잘라진 타일은 대보신 삼촌은 갑자기 나를 슬며시 쳐다 보신다.
“….”
“… 왜 그러세요?”
“… 너 혹시 삼촌이 담배 펴서 마스크 끼냐?”
나는 삼촌의 뜬금없는 질문에 빵터졌다.
푸하하하하하핳(네, 맞아요.)
같이 몇일 일해봐서 그러신지
막내삼촌도 내눈빛을 보고 알아채시고 같이 빵 터졌다.
(너 이새ㅋ키)으하하핳하하하핳ㅎ하하핳
그렇게 한바탕 웃음이 오가고,
다소 무거웠던 작업분위기는 스르르 녹아 점점 즐거워지며 한층 파이팅하게 된다.
이건 조공들을 위한 팁인데,
이렇게 한번 기술자와 즐거운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슬슬 일을 내꺼로 만들어가기 쉽다.
이후 막내삼촌이 타일붙일때,
내가 알아서 함빠를 재기시작했다.
“아니, 그렇게 재지 말고 이렇게,
타일을 이렇게 들고.
봐봐.”
막내삼촌은 직접 계단함빠 재는 방법을 가르쳐주셧다.
“봤지?
이렇게 재면 되, 저기 하나 남은거도 이렇게 재서 갖다 놓고.”
“네.”
“야야,
그전에 요거 사모래 물좀 조금만 더 넣고 돌려야겠다.
좀 되졌다 이거.”
“예.”
이렇게 해서 기술자에게 기술도 배우고,
일도 편해지고,
이것도 하나의 일머리라 생각한다.
All Round
“삼촌, 3시인데 커피 타올까요?”
“어 그래 한잔 하고하자.”
신사장님부터 해서 청년오야지, 중간삼촌등 일하는 전원에게 커피 한잔씩 돌렸다.
“삼촌 여기 커피요.”
“어 땡큐.”
“삼촌,
지금 오야지랑 신사장님, 중간삼촌 이렇게 팀으로 일하시는건가요?”
“어 이렇게 일하지.”
“아..
벽만 하시는건가요?”
“아니,
우린 이것저것 다해.
바닥 할땐 또 바닥하고~”
떠발이 혹은 계단만 전문적으로 하시는분이 아닌데도,
이정도면 상당하시다.
역시 여기 세분들 보통 기술자가 아니다.
상위 1% 중간삼촌
「띠리링~」
“네 형님.”
“어, 그래 잘 하고 있니?”
“네, 그럭저럭 하고 있습니다 형님.
감사합니다.”
강동형님께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전화주셨다.
“어때 거기 형님들이랑 일해보니까?”
“네, 다들 잘하시는거 같더라고요.
옆에서 보면서 배우는게 많아요.”
“그래.
너 거기 일하시는 형님중에 너네 동네 근처사시는 형님 한분 계시지?”
“아, 네 중간삼촌.”
“어, 너 그 형님 보통사람이 아니야.
그 형님 떠발이 상위 1%야.
내가 여태껏 본사람중에 최고야.
옆에 있으면서 잘해.
그 형님 진짜 수준이 다른사람이야.”
“네. 형님.”
강동형님은 중간삼촌은 상위1%라고 강조하셨다.
몇일동안 사모래좀 떨어졌다고 개달라고 하시는거 외에는
따로 뭐 해드린게 없어서,
어떻게 작업하시는지 잘은 못봤지만,
분명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뭐야!? 이거!
형님 벌써 여기까지 왔어?
아놔 이러다 잡히겠네ㅎㅎㅎ
막내삼촌도 가나방 붙이시면서,
중간삼촌이 빨리 빨리 치고 올라오니까,
쉬지않고 계속 붙이셨었다.
중간삼촌도, 신사장님처럼 인자하신 모습으로 일하시더니,
역시 ..
삼촌들을 뛰어넘는 신사장님
점심을 먹고,
청년오야지와 잠시 편의점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형님, 떠발이 배우실생각 없으세요?”
“아, 네. 뭐…
언젠가는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지금 같이 일하신다는 팀은 어떤일 하시는거예요?”
“주로 고급 인테리어 하시는 분들입니다.”
“아, 그렇구나.”
“사장님은 이 현장같은 신축에서만 일하시나요?”
“네, 주로 신축에서만 일해요.”
“떠발이만 하시는건가요?”
“떠발이만 하는건 아니고요, 이것저것 다 하죠.
그런데 아무래도 저희는 신축이 위주니까 떠발이가 많죠.”
“사장님은 기술자라고 하면,
왜 기준이 있잖아요, 얼마나 붙여야 한다는.
기술자가 떠발이 한다 하면 얼마나 붙여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기술자면 화장실 3칸은 붙여줘야죠”
“2칸 아닌가요?
저는 여태껏 떠발이 기술자 하루 뽑아내는 물량 기준이
2칸이라고 들었거든요.”
“아니예요. 형님 ㅎㅎ.
형님, 기술자가 하루에 두칸 치고가면 오야지 남는거 없어요.”
“아..”
“생각해보세요 형님.
일단 처음에 곰방비 들어가잖아요?
그리고 사모래 개주고 타일 날라주고 이것저것 밑일 하는 데모도 하나 붙고,
그렇게 하고 또 기술자 인건비 빼고,
그러면 하루에 두칸치면 딱 기술자 일당까지 밖에 안되요.
오야지 아무것도 없어요.
3칸은 쳐줘야 오야지한테 오는게 있죠.”
“아… 3칸…
빡세네요.”
전에 선생님이 항상 강조하셨지만,
벽 떠발이 2칸치면 기술자라고 하셨었는데,
막상 신축만 하는 오야지한테 물으니 또 기준이 달랐다.
“형님, 신사장님 계시잖아요?
신사장님이 하루 5칸 치세요.”
“허허 5칸이요?”
역시 신사장님 딱 보기에도 느낌자체가 다르시다 했더니,
듣기만 했던 하루 5칸치는 떠발이 고수셨다.
“저도 신사장님한테 배운거거든요.”
“역시…
신사장님 처음에 뵈었을때도,
작업복장이 새하얀 티에 신발에 깔끔하시다 했더니 역시 대단하신 분이셨네요.”
“저도 맨처음에 인테리어에서 조공으로 죽살나게 2년동안 뒷일만 했다가
신사장님한테 들어가서 떠발이 배웠거든요.
저 신사장님 뵙고 화장실 두칸치는데
두… 두달쯤 걸렸나?”
“우와, 신사장님이 잘 가르쳐 주시나보네요.”
“네, 신사장님은 뒷일 시키는 스타일이 아니시고,
직접 본인이 다하세요.
그래서 제가 단도리같은거 미리 싹 다 해놓가면,
신사장님이 아침에 오시면 바로 작업 들어가시거든요.
작업 들어가시기 전에 저보고 하라고
화장실 벽 가나방 달아주시고,
그럼 저는 계속 붙이고.
그렇게 해서 늘었죠.”
“좋으신 분이네요.
그런 분 만나기가 쉽지 않으신데,
실력도 뛰어나시고,
밑사람도 잘 가르쳐주시고.”
“네, 정말 여러모로 대단하신분이세요.
형님, 신사장님은 바닥 잡을때,
기고대하나만 들고 잡아요.”
“수평대나 자나무 이런거 안쓰세요?”
“네.
그런거 안 쓰시고,
그냥 기고대 하나만 딱 잡으시고 하세요.”
“허허.
기고대 하나만 으로…
대단하시네요 정말.”
나중에 여쭤봐서 알게 되었지만,
신사장님은 타일하신지 40년쯤 되셨다고 한다.
40년 이다.
40년동안 갈고닦고하며 여러 고생을 하신 기술자.
그럼에도 신사장님의 얼굴에는 항상 인자함이 가득이시다.
“하하~ 그러나?”
“그래, 그리 해라~”
“그카믄 안되지~. 봐라.”
절대 흥분하시지 않으시고,
항상 릴렉스 하시고,
어떤상황에서도 미소로 시작하여 미소로 마무리하시는 신사장님.
신사장님과 같이 일하는 두 삼촌들 역시,
적어도 20년 이상 아니 30년쯤 경력은 있으신거 같은데,
신사장님께서 주변에 오시면 항상 깍뜻하게 하시고,
신사장님의 의견에 절대적으로 따른다.
「이런분이 진짜 경험 풍부한 대선배 기술자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Come Back
「띠리리~」
“네, 형님.”
일하는 도중 큰형님의 전화다.
“어, 지금 바쁘니?”
“아닙니다.”
“다음주 화요일쯤 부터 현장 들어가는데 너 되니?”
“예, 됩니다.”
“어 그래, 내 주소를 문자로 보내줄께,
그때 보자.
이 현장에서 꾀 있을거 같으니까, 알아두고.”
“네, 형님.
화요일날 뵙겠습니다.”
오랫만에 왕사장님팀과 다시 일할수있게 되어 기쁘면서도,
한켠으로는 이 현장에서 빠져야 한다는것에 죄송한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처음에 일할때도 청년오야지께 미리 다 말해두었고,
청년오야지분도 나처럼 조공때
본(本)팀 스케쥴때문에 도중에 빠지는 이런경험을 해보았을것이니 이해해주시겠지.
결국 일이끝나고,
정리할때쯤 청년오야지께 말씀을 드렸다.
“사장님, 죄송한데, 제가 다음주부터는 원래같이 일하는 팀에서 일이생겨서,
어려울거 같습니다.”
“그러세요?
그럼 그 현장은 언제 끝나요?”
“잘 모르겠어요.
아직 언제까지 마감한다라는 기준은 없으신거 같아서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이번주, 내일까지는 괜찮으신거죠?”
“네.”
옆에서 듣고계셧던 막내삼촌이 장난스레 발끈하셨다.
야! 이씨! 니가 가면 함빠는 누가 하고?!
“하하. 죄송해요 삼촌.”
이렇게 장난스레 하시면서도 다 사정 알아주시니 감사하다.
그렇게 죄송하지만,
청년오야지분 현장에서 빠지게 되었다.
비록 짧지만 막내삼촌에게 배운 여러가지 팁등으로,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현장에 큰 도움이 될거라 확신하며 남은 날까지 열심히 했다.
dwddwwd
•6년 ago
철없이 철학과 들어갔다가 자퇴하고 다시 수능보고있는 사람입니다.
나이로는 삼수하고있는 격이여서 불안감이 이만저만 아니였는데
우연찮게 찾은 이 블로그 글들보고 힘 많이 얻고갑니다.
이번에 원하는 대학 못하면 저도 그냥 노가다 기술 배워볼려고합니다.
공부머린안돼도 예전부터 산 같은건 기가 막히게 탔거든요 ㅎㅎ;;
혹시 노가다쪽 기술배우는데 고졸이 무시받거나 하나요??
여튼 여러 게시물 덕에 힘 많이 얻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히키코모리31
•2년 ago
인자하신분 삼촌분들. 글로만 봐도 뭉클하네요.
blog-admin
•2년 ago
실제로 현장에 이런 멋지고 훌륭한 기술을 가지신분들이 많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