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
할머니가 나를 깨운다.
“오늘 일 안나가냐?
지금 5시가 다 되가는데?”
‘!’
5시라고 듣자마자 바로 눈이 번쩍 뜨였다.
“뭐야 왜 이제 일어났지!?”
핸드폰을 보니 알람이 다 꺼져있다.
어제 알람소리에 깨고
다시 울리는게 짜증나서 꺼놨던걸 깜빡하고
재설정 안해놓고 잔 모양이다.
오늘 집합장소가 헐리우드 극장인데 …
빨리 가도 1시간 정도 걸릴텐데…
아…
일단 어제 밤에 머리감고 샤워했으니까
잽싸게 얼굴만 세수 살짝하고
가방에 짐싸고 문을 벅차고 나왔다.
시계를 보니 5시 20분쯤..
‘아.. 버스로 가긴 글렀네.’
조조할인 버스비는 체념한 채
늦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바로 택시를 타 신나게 달려오니
겨우 6시 전에는 도착했다.
항상 내가 먼저 일찍와서 선생님 차오기를 기다리곤 하는데,
오늘은 선생님이 먼저와서 나를 기다렸다.
“안녕하세요.”
“택시 타고 왔냐?”
“네, 늦잠 자서요.”
시간 약속
지난 포스트에도 지각 관련되어 말했지만,
시간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더군다나 지금 나의 상황에서는 무슨일이 있더라도 늦어선 안된다.
아침 지각할뻔 했던 포스트 보기 :
만약 오늘 택시가 밀려서 혹은 도중에 뭔가 사고가 나서
1분 아니 1초라도 늦었더라면
난 오늘 하루를 계속 후회할것이며,
아마도 트라우마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까지나…”
라고 생각하시는분들이 계실지 모르지만,
난 일할때, 특히 밑바닥일 시작하는 단계에 있을때에는
「이건 반드시 지켜야 한다」 라고 생각하는 나만의 철칙이 있다.
시간 약속은 모든 사람과 사람들의 만남에 있어서
생기는 기본적인 행위이며 또한 룰이기도 하다.
이런 기본적인 것을 간단하게 혹은 중요치 않게 생각한다는것은
초보 혹은 배우는사람의 태도로서
근본이 안된 몰상식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일의 기초, 기본적인 것을 배우기전
배우려는 마음가짐, 태도등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은
배우려는 준비가 덜되어있다는 말이다.
즉 이런사람에게 기술을 배울수 있는 기회란 사치에 가깝다.
“죽기 살기로 매달려야 돼.”
선생님이 종종하시는 말씀 중 한마디 다.
저런 마음가짐은 기본마인드(태도)부터
충실히 다져진 사람들에게만 통하는 말이다.
어정쩌정 하면서
‘오늘 좀 늦었네…
아 씨~, 한 소리 듣겠네.
어쩔수 없지 뭐.
이따가 일 열심히 해서 만회하면 되지.’
이런 마인드라면 그 사람은 배우려는 의욕도 높지않아,
일하다가 포기할수도 있으며,
설령 배워 기술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다른기술자에 비해 만족할만한 수준이 안될것이다.
난 절대 저런 마음가짐을 안하려고
이런 기본적인 에티켓 관련된 부분에는
내 자신을 호되게 야단치는 버릇이 있다.
이렇게 해서 내 자신도 떳떳해야 남에게도 떳떳해질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현장은 압구정
“여기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기다리자.”
“아, 저와 선생님 말고도 또 오시는분 계시나요?”
“어, 저번에 아파트에서 같이 했던친구 있잖아,
포천오야지랑 같이 일하는 친구
그 친구 올꺼야.”
“아, 그 강동에서 사시는 반장님(이하 강동반장님으로 호칭) 이요?
잘됐네요.
잘하시니까 오늘 일 수월하게 진행 되겠는데요.”
그렇게 얼마 있지 않아 강동반장님이 도착하셨고,
근처 식당에서 밥먹고 현장으로 갔다.
말로 하는 30cm 와 실제 30cm
“바닥을 30cm 메우고 해야 한다고 하던데.
아 실제로 보니까 이거 말했을때랑은 확실히 다르네.
눈으로 보니까 되게 깊네.”
“우와, 장난 아니네 이거..
레미탈 어마어마하게 들어가겠는데요…”
실제로 30cm 가 비어있는 바닥을 눈으로 보니
듣고 말하는 30cm 와는 확연히 느낌이 달랐다.
“어? 레미탈이 왜 이거밖에 없냐?
내가 400포 시키라고 말해놨는데.”
“400포… 허허”
하아… 400포..
이글 보시는분 중에 혹시 레미탈 400포…
여튼 이 레미탈 보자마자 할말을 잃었다.
보이는것만으로도 상당히 많은거 같은데 아직도 더 와야 한다니…
(사진으로 잘렸지만 왼쪽 부분으로 쭉 더 있음)
현장이 지하1층인데,
그래도 미리 어느정도 많이 곰방해놔서 다행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엘레베이터는 없다.)
「나는 쉽지 않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선생님 표정을 보니 뭔가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표정이셨다.
사전회의
일단 현장에서 빠져나와 간단하게 음료수를 마시면서 얘기를 했다.
“아~ 이거 아무래도 만만치 않겠는데.
전화로 30cm라고 했을때는 사실 잘 못느꼈는데,
막상보니까.
아…”
“원래 방통을 치던가 미장하는 사람들 불러다 시키고
타일하는사람들 불러다 붙이게끔 만들어야 되는건데…”
선생님과 강동반장님은 서로 현장을 본후
기술적인 얘기를 하시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계셨다.
“아니, 이게 지금 주방타일까는건데,
자기도 아까 봤잖아?
저거 바닥 잡을라면 오늘하루 가는거야 그냥.
바닥 잡는데만.”
“네, 사장님.
저거 쉽지 않을꺼예요.”
“게다가 저게 레미탈 다 온게 아니라고,
더 와야돼.
400포 주문하라고 햇는데…
만약 저거 작업하라고 하면
곰방하는 사람 따로 불러서 날르게 하고,
우리는 오늘 하루죙일 저거 바닥에 퍼부어야 돼.”
선생님은 작업이 쉽지 않을꺼라는걸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저걸 빨리 끝내줘야 하는데,
오늘 하루 바닥 잡고 내일 바닥붙이고 벽붙이고 …
아 이거 만만치 않은데…
그렇다고 기술자를 더 쓰면 위에서
인건비 많이나왔다고 빠꾸먹고..
참…”
결국 이러쿵 저러쿵 하다 현장 담당자 에게 전화를 걸어
작업분량과 일정, 인력에 대한 것을 확인시켜주고
일을 하게 되었다.
“자~ 하자!
일단 연장들 챙겨 꺼내고,
곰방인력 2명 불렀데,
그 사람들보고 곰방시키고,
우린 퍼 부으고 바닥잡고 하면 돼.”
레미탈 도착
연장을 챙겨 현장에 놓고 작업장에 등달고,
작업준비를 마칠때쯤 되서, 나머지 레미탈이 도착했다.
사진으로 보시면 알겠지만 대충 몇 파레트인지 감이 오실꺼다.
참고로 1파레트에 레미탈 50포가 담겨진다.
그리고 매번 그렇지만 이렇게 파레트에 담겨진 물건이 오면
지게차가 당연히 딸려온다.
“예~. 그쪽 문앞쪽에 놔주세요.”
지게차가 자재를 다 내리고 나서 작업이 시작되었다.
각오해라. 400포 들어간다
“예, 아저씨 여기여기.
우리 레미탈 가져온거 바로 부어서 잡을꺼니까,
저쪽에다 쌓아 놓을 필요없고 바로 이쪽으로 주시면 돼요.”
“예, 알겠습니다.”
곰방반장님 두분은 선생님이 바닥 잡는 순서대로
레미탈을 그 위치에다가 놔주셨다.
바닥 두께가 30cm 라 그런지 한평정도 채우는데도
엄청난 양의 레미탈이 들어갔다.
나는 강동반장님을 따라
강동반장님이 바닥메우시는곳에
미리 곰방해둔 레미탈을 옮겨 드리면서 바닥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웃차, 읐샤. 후~”
역시 날씨도 더운데 지하라 더 덥다.
게다가 레미탈작업하면 레미탈때문에
더 뜨거워지는느낌이 들어 정말 갑갑하다.
“여기 위에 환풍기들 있는거 같은데,
잠깐.”
강동반장님이 배전함을 보시더니
환풍기 스위치를 찾아서 켜주셨다.
“우웅~”
소리와 함께 눈앞에 짙은 안개마냥 뿌옇던 흙먼지는
점점 사라지고 온도도 시원해졌다.
‘역시 강동반장님!’
물 많이 많이
“여기 물좀 뿌려라.”
“네, 선생님”
조루에 물을 한가득 떠와 뿌린다.
“스으으윽”
샤워기 마냥 나오는 물에 레미탈은
즉각 회색에서 갈색으로 변하며 기포를 뿜어낸다.
“물 많이 줘 많이.
깊으니까 많이줘야돼.”
“네”
후~ 초등학교 꽃키우기 때 이후
이렇게 조루써서 물을 골고루 많이주는건 처음인거 같다.
어차피 바닥도 깊으니까 물이 흥건하다 못해
물이 고일때까지 줘버렸다.
어차피 이렇게 생겨도 곧 있으면 금방 마를테니..
좀 굳었겠다 싶어서 밟아보니
굳긴 했는데 굳건한 상태는 아니다.
뭐 비교적 짧은시간에
바닥을 잡을라고 하다보면 자연스레 저렇게 바닥에 신발자국이 남긴한데,
역시 보기에 좋지 않다.
어차피 한번 더 울퉁불퉁한곳을 보면서 작업을 해야겠지만,
이왕하는거 한번에 딱 신발자국도 안남고 완벽하게 굳으면 좀 좋을까..
좋은 레미탈쓰면 저런거 안날래나 ㅎㅎ
살짝 안되는구나
바닥을 얼추 다 잡고
선생님께서 다시한번 바닥 상태 보시면서 바닥잡고 계실때
정말 30cm인지 줄자로 재봤다.
다른방과 이어지는쪽 문턱을 재봤는데 285mm 정도 되는거 같다.
뭐, 여기문턱과 입구쪽 문턱이 다를수도 있으니
저긴 30cm 일지도 모르지.
그나저나 오늘 엄청나게 레미탈 부어댔다.
간만에 허리가 땡길정도로 ㅎㅎ
강동반장님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고
아마 이정도 깊이를 레미탈로 채워보는건 처음 경험 해보신거 일꺼다.
앞으로 일하다시다가 바닥 잡으실때
간간히 경험담으로 얘기꺼리가 되겠지.
내겐 자랑거리가 되고 ㅎㅎ.
작업종료
바닥 다 잡고 난후 나머지 레미탈이다.
395포가 들어간 모양이다.
이건 내일 작업하다가 또 모자르거나 할때 여분으로 이렇게 남겨두고 써야지.
오늘 곰방했던 두반장님들 정말 고생많았다.
나도 도중에 급하게 빨리 채워야 돼서 몇번 날랐는데,
곰방하면 1층에서 윗층으로 가다가
오늘은 1층에서 지하로 가니까 되려 더 힘든거 같았다.
등산할때도 등산보다 하산이 어렵고
힘들다고들 하는데 그런느낌이다.
타일도 본드도 다 날랐고,
이제 내일 이 압착 시멘트와 본드로 벽, 그리고 바닥을 붙이겠지..
내일은 오랫만에 강남반장님도 같이 합류해서 일을 하게 되었다.
강동반장님도 계시고 강남반장님도 오시고
바쁘겠지만 여러가지로 배울게 많은 내일이 될거 같다.
내일은 오늘보다도 더 많이 배울수 있게,
일찍 들어가서 씻고 잔 후 최상의 컨디션으로 내일을 맞이 해야겠다.
colortree
•6년 ago
다른 분야에 있지만 현장에서 일하기를 꿈꾸는 삼십대초반 사람입니다. 첫 글부터 정말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마음가짐이 정말 멋있으세요. 새삼 반성하게 됩니다. 댓글로나마 응원합니다. 항상 건강하게 안전 작업하시길 빌게요.
blog-admin
•6년 ago
현장일 하시는분들은 대부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실겁니다.
요즘 저와 같이 젊은분들은 다들 욕심이 많아서 더 배우려고 달려들고 한다고 하시더군요 ^^
같이 일하는사람으로서 그런 멋쟁이들이 속한 세계에서 일하는거라 더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colortree 님도 진로에대한 고민이 있는거 같습니다.
잘 생각해보시고 좋은 판단 하시길 바랍니다.
요즘 더우니 더위 조심 잊지 마시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