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출근길
새벽출근길.
이젠 이런 풍경이 익숙하다.
짙은 어두운 밤 달이 떠있는 시간에 새벽버스를 타고 현장으로 가는 길.
길거리에 사람도 하나없고, 지하철은 아직 다니지도 않고.
오로지 이른 출근을 서둘리 가야하는사람들을 위해서인지,
길거리엔 차도 거의없다.
이렇게 일반사람들이 자고 있을때 부지런히 출근하는 내 모습.
내 미래도 저 새벽달처럼 이쁘겠지.
오늘도 집합시간보다 일찍왔으니 편의점 아메리카노를 뽑고 테이블에 앉아 커피향을 맡으며 여유를 가져본다.
다른 메지 아줌마 올꺼야
“메지아줌마 전화했는데 이번주는 일이 있어서 못올거 같다고 하네.
그래서 내일은 다른 메지아줌마 올꺼야.”
어제 선생님이 집에 데려다 주시면서 다른 메지아줌마가 올거라 말씀하셨다.
그 덕분에 내가 앉았던 보조석자리에 메지아줌마가 타고,
난 뒷자리로 앉았다.
처음 뒷자리에 타보는데 보다시피 차 정리가 안돼서 엉망진창이다.
대충 반대쪽 자리에다 짐 밀어놓고 몸을 구긴채로 겨우 올라탔다.
30분정도 타고가는데,
내 자세는 마치 생닭같이 다리를 오므리고 있어, 너무 불편했다.
중국 아줌마
메지아줌마중에 중국사람들이 많다는것은 익히 알고있었다.
메지아줌마만이 아니라 페인트나 도배 이쪽도 아마 많을거라 생각된다.
난 그런 중국아줌마들이 다 동포(조선족)분들이라고 생각햇었는데,
이 분은 정말 한족(汉族) 아줌마 다.
우리나라말을 아애 못한다.
“저기, 여기”
이런 아주 기초적인것만 알아듣고,
바디랭귀지로 하면서 얘기를 해야 그나마 절반은 이해하는거 같은 느낌이다.
같이 밥을 먹는데도 음식을 모르니
“뭐 드시겠어요?”
라고 물어보니 손가락으로 나를 가르킨다.
나랑 똑같은거 먹겠다는 표시다.
오늘 작업 괜찮을라나…
합동작업
“오늘 추가로 들어갈 자재 왔으니까 이거부터 정리하고 올라와.”
아침 밥먹고 짐챙겨 올라가려고 하는데
마침 자재배달차량이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지게 실는 차도 있고 이 차에데가 실으면 되겠네요. 사장님”
“아니예요, 이건 오늘 간판하시는데 쓸 차예요.
우린 날라야돼요.
이따가 용역아저씨들 올거니까 요 근처에다 정리만 해놔”
“네, 선생님”
오늘도 용역아저씨들 부르기에 일단 입구 앞에다
정리만 하고 올라가기로 한다.
오늘부터는 진짜 인테리어 현장에 들어온거 처럼 우리만이 아니라 간판팀, 전기팀도 같이 일하게 되었다.
“내일 가구 들어올꺼야.
그러니까 방에 못한작업들 다 끝내놓고,
가구 들여 놓을곳은 작업 싹 다 해놔야 돼.”
이래서 어제 포천오야지를 부르신거 같다.
그리고 오늘 메지아줌마 왔으니 가구들어가는곳에는 메지까지 싹다 해놔야겠지.
저거 잘 봐둬라. 우리도 해야돼
일 시작 한지 얼마 안돼서, 마루 하시는분이 들어오셔서 작업을 시작했다.
그라인더도 목수들이 쓸만한 큰 그라인더에
마치 타일처럼 생긴 마루자재를 들고 오셔서 작업을 하고 계셧다.
그라인더로 마루 자재 잘라내시고,
바닥에는 본드를 붙여 고데로 쭉쭉 펴가시면서 마루붙이고 고무망치로 통통 두드리면서 평평하게 바닥을 잡아가신다.
마치 타일과 똑같다.
“저거 잘 봐둬라. 우리도 해야돼.
타일도 저렇게 생긴거 있어”
“네, 저도 저거 타일로 된거 본적있어요. 다른분 블로그에서.
마루하시는분 완전 타일이랑 똑같네요.
고데로 피고 마루 붙이고 우리처럼 무릎이나 허리 엄청안좋으실거 같아요.
저쪽분들도”
“… 뭐 그러겠지”
마루 기공분들도 숱한경험으로 다져저
저렇게 이쁜 모양의 마루를 깔끔하게 잘 붙이게 되신거겠지.
역시 노력과 경험없이는 어느하나 얻을수 없는게 이 바닥인거 같다.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일해야 돼
참 시간이 되면,
이건 인테리어 기술자들의 현장 인지 이야기꾼들의 현장인지 모를정도로 되게 재밌다.
현장에서 사고난 이야기, 웃지못할 경험, 작업중 벌어졌던 상황등 이런저런 할말들이 어울어져 잡담판이 벌어진다.
“아니,
저번에 간판을 달러 가는데 다른쪽 양반들이 해줘야 우리가 뭐 작업을 할수 있는거야.
근데 아니 씨발 시간이 점심이 넘었는데 그냥 막걸리 파티 하고 앉은겨.
그래서 내가 인테리어 과장한테 전화해서
「과장님, 여기 우리 작업해야 되는데, 여기 일하는 양반들 막걸리파티 하고있네?」
라고 말하니까 과장 아주 난리치더만”
“허허 참, 말도마세요.
나는 저번에 땜빵하러 갔는데,
어떤곳은 아니 무슨 20평 정도하는걸 메지아줌마 둘을 붙여요.
그리고 기술자가 몇명이 들어갔더라…
아무리 일당받고 한다고 해도 그렇지 그러면 누가 돈 주겠어요.
100% 안줘. 나 같아도 안준다.
일은 날일을 하러 가든 땜빵을 하든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일해야 돼요.
그래야 내 자신한테도 떳떳하고 그사람도 날 한번 더쓰지.
일당으로 일한다고 일당 채우겠다고 시간때우고 그러면 안돼.”
간판 오야지와 선생님과의 잡담을 들으면서 다른 기술이지만 서로 공감하는 부분은 똑같다.
이 부분은 골조현장이든 인테리어 내부현장이든 서로 다른거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만 아니 우리팀끼리만 「같이 일하고 손발이 맞으면 된다.」 라는 생각은 노가다판에서 하면 안된다고 생각된다.
페인트, 간판, 타일, 마루, 대리석, 전기 등
한 매장에 들어가는 기술이 다같이 서로 양보해줄수있는것은 양보해주고
빨리 처리해줘야 할것은 빨리 해주고
이렇게 이타관계를 두고 일하는게 인테리어 현장에 미덕이라 생각된다.
한번 재봐
“여기 있는거를 이렇게 재면 되는거야. 알겠지?”
“네, 반장님”
“자 일단 나한테 타일 원장 한장 주고”
오늘은 반장님 옆에서 거들어 드렸는데,
반장님은 오늘 함빠부분부터 작업을 하셨다.
“내가 아까 한거 봣지? 이 부분 재봐봐”
“네, 반장님”
반듯하게 잘라진 쪼가리를 하나 주워서
싸인펜들고 반장님이 하신대로 흉내내서 타일에 그었다.
“아니지, 메지부분 생각해서, 이 부분 좀 더 띄어야지. “
“네.”
그렇게 반장님의 코칭아래 처음으로 현장에 들어가는 함빠를 재봤다.
함빠성공
다 긋고 혹시라도 타일이 깨지기라도 할까 조심조심하며 그라인더로 잘라와 타일을 붙여보니 딱 들어갔다.
“이거 잘라라”
함빠성공의 기쁨에 취하려고 하는순간 선생님의 호출이 다른방에서 들린다.
“네, 선생님”
오늘 드디어 함빠자르기에 성공했다.
비록 반장님이 옆에서 코칭 해주시긴 했지만,
메지부분 간격만 제외하곤 내가 한거라 기쁘다.
포스트를 쓰다보니 전에 흑석동 미용실에서 함빠못잘라서 화장실로 도망갔던 기억이 난다.
화장실에 쳐박혀서 손에다 긋고 어리버리 까고 ㅎㅎㅎ
지난 포스트 보기:
작업 종료
오늘은 야근하지 않고 5시쯤에 딱 끝났다.
방도 함빠 재는부분 까지 다끝났고 홀도 거진 반이상 붙였다.
메지아줌마도 말을 잘 못알아들으셔서
혹시라도 작업할때 지장있는거 아닌가 했는데,
전혀 문제될거 없이 잘 알아들으시고,
묵묵히 작업해주셔서 메지도 많이 진행된거 같다.
옷을 갈아입으려고 신발을 벗을라고 보니,
앞부분이 떨어져있다.
이대로 몇달 아니 재수없으면 한달안에 앞부분은 다 떨어질거 같은데,
흐음.. 안전화를 또 사야돼나.
그러고보니 안전화 사고 아직 빨지를 않았네.
어떻게 빨아야 돼는지도 모르겠고.
세탁전문점에 맡겨야지.
내일을 준비
내일만 하면 이 현장 끝이다.
마무리도 잘하자는 마음에 깔끔히 작업복 세탁하려고,
최근에 동네에 새로생긴 코인세탁소가 있어서 여기서 빨래해보기로 했다.
뭐야 이거
만원짜리 투입하면 5백원짜리로 나오는데,
9천2백원이 나왔다.
분명 기계에 결함이나 뭔가 잘못돼서 5백원짜리를 백원짜리로 준거겠지.
“여기 코인세탁소에서 만원짜리를 바꾸는데,
9천2백원이 나왔거든요?”
“아, 그러셧어요? 죄송합니다.
왜 그렇게 된거지. 제가 지금 나갈수있는 상황이 아니여서요.
죄송한데 내일이나 다른날 전화를 주시면 제가 바로 가서 8백원 드릴게요.”
에휴…
8백원받자고 또 전화해서 기다리고..
전화비네 내 시간이네 이 품값이 더 비쌀거 같은데.
여튼 8백원도 소중하게 써야 하기에 받으러 와야지.
종종 이용할 거기에 앞으로는 이런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택배 도착!
내방에 들어가보니 택배가 도착해 있었다.
역시 택배상자는 언제봐도 두근거리고 설레인다.
공구 파우치를 구매햇다.
따로 작업복을 사서 입은게 아니라 주머니가 두개밖에 없어서
핸드폰, 지갑 이것만 넣어도 주머니에 더넣기 부담되서 하나 구매해봤다.
난 노랑색, 검정색, 빨간색을 좋아해서
DeWALT 제품을 샀다.
여기다 칼,펜,화이트,헤라 이렇게 꽂고 다녀야지. ㅎㅎ
선생님에 부름에도 앞으로는 찾을일 없이 드릴수 있겠지 ㅎㅎ.
“야, 펜있냐?”
“네, 여기요”
이러면서 파우치에서 펜을 딱!
좋았어. 새로운 장비도 마음에 들고 오늘 자고,
내일 마무리 하러 가자.
내일이면 끝이다 끝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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