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커피는 맛있어
오늘은 흑석동 미용실의 작업 마지막 날.
당일로 끝내는 일이 아닌 몇일 걸려 작업하는 경우, 마지막날 특히 뭔가 아쉬우면서도
‘이번에도 무사히 일을 끝내는구나’
하는 기쁜마음이 든다.
이런 마음이라 그런가 쓴맛의 아메리카노도 평소보다 더 부드러운 맛이 느껴진다.
이제부터 도착하기전에 작업복 착의
난 옷갈아 입는 시간이 꾀 길어서, 이제부터는 작업현장에 도착하기전에 미리 다 준비하고 가려고 한다.
두건(테누구이) 같은 경우 항상 쓰던 남색이 아닌, 갈색으로 첫개시 해봤다.
(어제 친구들이랑 술먹고 늦게 들어가는 바람에 빨래를 못했다.)
이게 더 잘어울리는거 같기도 하고, 앞으로는 돌아가면서 착용해야 겠다.
그리고 방진마스크가 떨어져서 일반 마스크로 일단 대체해서 사용하는데, 역시 작업할때는 무조건 방진마스크를 써야 할거 같다.
작업후 귀가해서 샤워할때 보면 코안에 먼지나 시멘트들이 잔뜩끼었다.
건강하게 일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오늘만 일하면 몇일간은 쉬니까 내일 바로 마스크 사러가야겠다.
콩나물해장국 너무 좋다
선생님이 무리하면서 일하셔서 그런지, 늦잠 주무셔서 일단 반장님과 둘이서 식사를 하러 콩나물 해장국 먹으러 갔다.
회사다닐땐 맛있는거만 먹는다고 쳐다도 안봤는데, 어제 오랫만에 술마시고 오늘아침 해장으로 먹는데 맛있게 먹었다.
가격도 싸고(3800원), 앞으로 자주 애용해야지 ㅎ.
술마신 다음날만 ㅎㅎ.
자재 가지고와
평소와 마찬가지로 압착부터 개고 일하는도중에
“압착이랑 타일 자재들 추가로 온거 있으니까, 가지고 올라와.”
“네, 선생님”
그나마 추가 자재가 많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 좁은 계단에 타일 안밟게 조심해서 올라가야 하는데, 은근 애먹는다.
그리고 난 타일을 계단 전체에 다 붙이는 줄 알았는데, 기존에 타일 깔려 있던 부분만 타일을 붙인다고 한다.
사진 보면 올라가는 계단은 기존 그대로 나무로 되어있다.
왜 이부분은 안하냐고 여쭤보니, 나무에다가는 타일을 붙일수 없다고 하신다.
그럼 만약 여기서 타일계단 으로 만들려면, 계단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건가..
바보, 멍청이, 쪼다, 병신
“오늘은 시간이 남으니까 너가 저거 잘라봐.”
하시면서 「ㄴ」자 형태의 함빠를 자르라고 하셨다.
“내가 여태까지 해온거 옆에서 봐왔으니까, 그대로 하면되, 봐봐”
하시면서 한번 더 타일조각으로 선그어 가시면서 설명해주셨다.
내머리속은 하얘졌다.
참고로 난 지도도 잘 못보는 편이다.
요즘 그나마 좋은게 스마트폰에 지도 어플이나 네비게이션 어플이 잘되어있어서, 그거 잘 보면서 찾아가는 수준이다.
그것도 지도어플켜서 지도 보는 방향이 나와 반대방향이면, 많이 해깔려 할정도로 방향치(?)다.
생각을 하고 잘라야지. 임마
‘선생님이 하실때는 되게 쉽게 재시면서 점 찍어가면서 잘 그리시던데, 막상 내가 하려니까 왜이렇게 안돼냐…’
방향감각이 없어진거 같다. 선생님처럼 똑같은 방식으로 타일 대가면서 점찍는데, 이상하게 좌표가 잡아진다.
“어떻게 잡는지 한번 보자”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이 뒤에서 내가 좌표잡는걸 보려고 오셨다.
식은땀이 나면서 더 더듬거렸다.
“야, 타일 쪼가리를 잘라져있는거로 쓰면 어떻게하냐, 삐뚤빼뚤해지잖아. 반듯한면으로 써야되는거야. 남아있는 타일 봐서 반듯한면 있는걸로 새거 잘라와”
“네, 선생님”
잘라오고 나서 다시 좌표 잡으려고 몸짓발짓 하니까
“야 생각을 하고 잘라야지 임마. 나와봐.
봐봐, 여기서 이렇게 대고 딱 찍고, 여기서는 메지 들어갈 부분이니까 고려해서 이 옆에다가 딱”
답답한 내모습에 참고계셧던 선생님이 직접 다시 그리셨다.
“이거 잘라와. “
“네, 선생님”
‘난 왜 이렇게 멍청할까’
며 내 자신을 자책하면서 그라인더로 잘라냈다.
돌이킬수 없는 실수
“잘라온거 맞는지 확인해봐.”
라는 지시에 잘라온 타일을 비어 있는 틈안에 넣었는데, 쏙 들어갔다.
“네, 딱 맞습니다. 선생님”
하고 들어간 타일을 빼려는데
“딱”
하는 소리와 함께 가는 부분쪽이 부러졌다.
‘바보, 멍청이, 쪼다, 병신’
머리속에는 온통 이런생각 밖에 안들었다.
“왜 깨냐… 에휴, 새걸로 다시 그려.”
오늘 처럼 내자신이 이렇게 멍청하게 느껴진적은 없다. 게다가 기껏해 선생님이 해주신걸 다시 해야 하다니, 정말 지옥에 있는거 같았다.
도망치듯 나오다
새 타일로 대고 다시 그리려고 해도 역시 쉽지 않았다.
‘대체 왜 이게 어려운걸까.. 어떻게 해야되지’
벙찌면서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선생님께 화장실 다녀온다고 하면서 일단 도망치듯 나왔다.
화장실 대변기에 앉아 주머니에 있는 싸인펜과 칼을 들고 화장실 바닥에 깔려있는 타일을 재보면서 그려보기 시작했다.
‘아.. 이게 이렇게 해야 하니까 이부분에 이렇게 대고 해야겠구나.’
‘그래 이렇게 하면 타일 에 넓은면을 잡을수 있는거야’
확실히 아무도 없는 나 혼자 있는 공간에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생각을 좀더 편하게 할수 있어서 어떻게 좌표를 잡아야 할지 감각을 찾은거 같다.
이렇게 연습하고 다시 돌아가니까
“압축 부터 개라, 그리고 타일 자르는거 연습을 좀 해.”
“네, 선생님”
결국선생님이 다시 자르셔서 붙이셨다.
이렇게 함빠 자르는 일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타일박스 잘 모아놔, 아무래도 타일로 연습하는건 어려운 부분이 있으니까, 타일박스 잘라다가 해봐.”
“네, 선생님”
드디어 작업 종료
드디어 작업이 끝났다.
끝날때쯤 미용실 사장님과 직원분이 와서 보시더니
“와~ 되게 멋있어졌다.”
하면서 감탄해하는 모습 보니 뿌듯해졌다.
그러면서 수고하셨다고 토스트 드시라고 주는데 이맛 역시 끝내줬다.
안지워져
선생님과 반장님 메지아주머니 다 퇴근하시고 난 함빠자르는 연습하려고 손씻고 나오는데 싸인펜으로 연습했던 흔적이 지워지지 않는다.
허허… 어렷을때 생각난다. 일단 급하니까 펜으로 선생님 하시는 말씀 급하게 손에다가 적는거.
그러다 집에오면 손에다가 쓰지 말고 공책에다가 필기하라고 한소리씩 듣곤 했었는데.
‘사람은 급해지면 물불 안가리게 되는구나’
싶었다.
연습 하기전 당을 보충해야지
오늘이 마지막날이라 오늘은 특별히 맛있어보이는 초코쿠키 들어간 와플로 해서 두개 샀다.
초코칩에 초코시럽 왕창 들어가 엄청 달다.
달달해서 그런지 내 피곤함도 풀리는거 같다.ㅎ
먹고 나서 잠시 바깥을 내다 봤다.
별볼것 없는 풍경이지만 작업공간 창에서 보는 바깥풍경이 멋있다.
슬슬 밤이 되기전의 모습…
이렇게 현장 마쳐놓고, 혼자 시멘트포대에 머리대고 누으면서, 저 멀리 오피스텔 보는것도 낭만적이다.
종이 박스로 연습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에 잘 정리 해둘껄.’
자리 비좁다고 박스 반으로 접고 마대자루에 담아 넣고 해서 다 구겨지고, 물에 젖어서 제정상인 박스가 없다.
그래도 타일로 할수는 없으니 종이박스로 연습 하기로 했다.
칼로 타일 크기에 맞춰 접힌부분 다 잘라내고, 타일 쪼가리들은 쓰레기에 다 파뭍혀서 옆에 있는 나무 조가리로 대신했다.
울퉁 불퉁 하고 박스 크기도 타일과 일정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환경에서 감각이라도 잡는게 중요하니.
감각은 잡은거 같다.
잘라보고 실제 위치에 대보니까 역시 틈이 벌어지기도 하고 벗어나기도 했다.
아무래도 박스도 그렇고 나무 쪼가리도 좀 문제 있었고. ㅎ
여튼 이렇게 잡표를 잡아가면서 그리면 되는구나 하고 감각을 잡은거 같다.
그래서 다른곳도 몇군대도 연습해봤다.
이곳저곳 하니까 금방 껌껌해졌다.
아직 전기 공사가 안되서, 불을 킬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후로 몇번 더 연습하다가 짐을 싸고 현장을 떠났다.
마치고서
비좁은 현장에서 짐옮기기 부터해서 이렇고 저렇고 애먹은 부분이 많았지만, 함빠자르기 연습도 해보고, 나 자신에게도 많이 부족한 부분도 알았고, 수확이 많았던거 같다.
게다가 클라이언트가 기뻐하는 모습과 토스트도 얻어먹고, 역시 작업현장을 끝낼때의 보람은 정말 최고다.
오늘도 어김없이 허리와 무릎에 통증이 오지만, 다음현장 까지 몇일 쉬니까 기쁘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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