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제법 날씨가 선선해 지네
오늘도 어김없이 선생님차에 올라타기 위해
새벽일찍 나와 종로 한가운데 떡하니 앉아 대기하고 있다.
매일 더운 날씨였지만,
이제는 슬슬 쌀쌀해지려 하는지,
새벽에는 제법 추운기운이든다.
부디 부탁이니 가을이 오래가길 바란다.
아니 사실 여름만 가도 난 행복하다.
진짜, 가뜩이나 땀많이나서 일할때 힘든데,
그덕에 피부병까지 일어나니 정말 일하기 너무 괴롭다.
나만의 콘서트
“후~ 선선하구먼.”
하며 쌀쌀해진 날씨를 반가워하며,
두다리 쭉 뻗고 이 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검색해 틀어본다.
중국에서 자주들은 노래는 아니지만,
때때로 이 노래가 생각나 찾아서 듣곤한다.
주걸륜의 국화대(周杰伦 – 菊花台) 라는 노래인데,
영화 황후화 OST 로 쓰였다고 한다.
곡 시작부분에 거문고? 같은 느낌의 악기소리가 들리며,
한껏 노래에 심취하게 만든다.
그리고 장이머우(张艺谋)감독의 화려한 영상미에 다시한번 취한다.
“역시 노란색은 이뻐.”
ㅎㅎ 노란색으로 물들인 성이라 그런지 웅장함 이라는 성의 이미지와는 달리
아름다움으로 느껴지기만 한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보이스에 눈을 감으며,
온신경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집중한다.
역시 최고다.
이맛에 새벽 출근하지
당신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내 출근길
나는 아침 출근하는사람들에게
나의 출근방식을 추천해주고 싶다.
이렇게 어두운 새벽 잠시 앉아있을수 있는 벤치등에 앉아,
자신이 좋아하는 분위기 있는 곡을 이런 조명 밑에서 눈을 감고 들어보면,
낭만적인 하루를 시작하게 되, 하루를 멋지게 시작할수있다.
매일매일 바쁘게 살아가느라 아침에 담배한대도 제대로 못피고,
버스, 지하철에 끼어타는 당신.
하루쯤은 여태까지와는 달리 이른 시각에 일찍일어나,
세수하며 늦장도 부려보고 출근길도 느릿느릿하게 걸어보고 해보는건 어떨까.
어두컴컴한 새벽 출근길.
당신은 모르던 무언가를 찾게될수도 있다.
압구정 어느골목 카페
“오늘은 어디에 위치해있는 곳인가요?”
“압구정에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나도 현장가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네.”
아… 강남.
그것도 압구정..
난 강남에 위치한 현장은 뭔가 꺼림직하다.
전에 강남에 있던 현장에서 작업하다, 좀 심하게 항의가 들어온적있어서,
그때 경험이 강남에 안좋은 인식을 심어준거 같다.
「강남쪽은 다들 잘살고 비싼동네라,
조금이라도 불편한점이 있으면 사람들이 참지않고
바로바로 항의하거나 신고한다.」
라는 인식.
아마도 인테리어하시는분이면 나와같은 의식을 갖는 분들이
더럿계시지 않을까 싶다.
물론 항의하시는분들이 나쁘다고 생각하는건 아니다.
나 역시 그사람들 입장이라면 충분히 그럴거라고 생각하지만,
최대한 피해를 안끼치려,
그라인더 작업할때 먼지덜나게 청소기틀고,
혹시나 현장부근 도로나 인도변에 더러워지면 청소하고 가고 하며,
이렇게 나름 성의를 보이는데,
몇번 안좋은 기억이 있어 조금 마음이 상한거 같다.
아.. 뭔가 소음을 줄이거나 하는 획기적인 솔루션이 나왔으면좋겠다.
소음까지 잡으면 진짜 누가 아무말 안할텐데 ㅎㅎ.
현장주변을 요리조리 살피다 이쁜 길고양이가 있다.
멀리서 째려보는게
「시끄럽게 작업하지마 야옹.
신고할꺼다 야옹.」
이런느낌으로 뭔가 까칠해보인다.
왠지 모르게 강남고양이는 맘에 안든다.
단도리는 명확하게 확실히
현장에 도착해 얼마 지나지 않아 자재가 도착했다.
“타일, 여기 맞죠?”
“네. ”
일단 자재부터 내린다.
도착한 자재를 보니,
벽타일과 바닥타일 그리고 압착시멘트, 레미탈, 메지시멘트, 타일본드.
이렇게 있다.
매장평수는 10평이될까 말까하는데,
오늘 시공은 오래걸리지 않을거 같다.
“선생님, 이거 바닥타일이 다른데요?”
“아, 바닥타일 색이 두가지야.
따로 분리해서 쌓아놔.”
항상 그렇듯 자재파악부터 해놓은후,
어떻게 작업할지 여쭤본후 단도리를 시작한다.
“선생님, 여기 벽타일은 어떻게 할까요?”
“어 그거는 주방에 붙인다니까,
이쪽 벽 배관되있는곳에 하겠지.”
“네.”
그렇게 바닥타일을 분리하고,
벽타일은 배관쪽에 쌓아두고 타일본드도 벽타일 옆에 둔다.
커뮤니케이션 미스
“안녕하세요. 사장님.”
“예, 안녕하세요.”
단도리를 거의 다 마칠때쯤 인테리어 담당자분께서 도착하셨다.
선생님은 항상 그렇듯 인사한후 바로 작업에 대해 물어본다.
“이거 벽타일 이쪽에 붙이는거죠?”
“네.
그거 여기 주방 가구가 들어와요.
그래서 여기보시면… 내가 벽에 써놨는데…
아. 700 에서 2000 사이 이렇게 쫙 붙여주시면 되요.”
“네.”
그렇게 인테리어담당자분께서 기준을 잡아주시니 선생님은 바로 수평을 보고,
기준선을 잡으셨다.
“본드까서 발라.”
“네. 선생님”
그리고 바로 본드를 까서 벽에 바르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선생님과 나는 벽타일 작업에 한참이였다.
“아, 바닥은 어떻게 붙이는거예요?”
“바닥 타일 두가지 왔잖아요.
이렇게 대각선 기준으로 한쪽은 검은색, 하나는 하얀색
붙여주시면 되요.”
“네?!”
선생님은 놀라며 황당해 하셨다.
오더를 받을때 전화상으로 작업할 부분을 얘기하는데 커뮤니케이션 미스가 된것이다.
만약 저렇게 붙여달라고 하면 시간이 오래걸리고 정밀함이 필요하다.
대각선으로 갈라지는 경계선으로 타일을 다 삼각형 구조로 잘라야 하는데,
선생님은 항상 말씀하시지만
타일은 붙이는거보다, 자르는시간이 더걸린다.
결국 이러쿵 저러쿵 하다,
매장 가운데 기준으로 반으로 갈라 타일을 붙이기로 했다.
바닥 타일 시작
벽은 얼마 되지 않은 분량이라 금방 끝이났고,
바로 바닥타일 작업에 들어갔다.
“타일 까서 구루마에 실어놔라.”
항상 하던대로 구루마에 타일 몇박스를 까놔,
타일을 이동하면서 붙일수있게 해놓고,
선생님은 바로 레벨기를 켜놓고 매장전체의 수평을 보신다.
“그정도 까놨으면 됐고,
일단 압착부터 개.”
압착통에 한통 개놓은후 바로 선생님을 갖다 드린후,
타일박스 정리등 바닥 청소가 덜된곳을 청소한다.
“너, 그거보다 본드통에 레미탈좀 개.
여기 턱 만들어야 하니까.”
“네.”
그렇게 본드통에 레미탈을 개고,
선생님은 턱만들기위해 간단한 미장을 했다.
그리고 다시 바닥 타일 진행.
가로로 붙이면서 함빠 나오는곳이 있으면 바로 내가 뒤에서 재단해드리고,
선생님은 바로바로 붙이고.
하시면서 쭉쭉 타일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어갔다.
강남의 또 하나의 괴로움, 주차
“여기 차, 공사하시는 사장님네 꺼죠?”
“아, 네.”
“이 차를 여기 주차장에 지금 차나올거니까,
빠지면 바로 이 뒤에다 바싹 붙여서 좀 넣어주셔야 할거 같은데.”
“아, 네네.
야, 너 가서 주차좀 하고 와라.”
“네.”
한참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주차관리하시는 경비아저씨께서 주차 다시 해달라고 와주셨다.
항상 그렇지만 신축현장 아닌이상 주차는 정말 큰 골칫거리다.
게다가 현장에 강남인 만큼,
주차는 더욱더 빡세지는데,
다행히 주차비용은 우리 하는 매장의 건물주가 이 주차장 소유자라서,
일일주차 2만원으로 해결하게 되었다.
물론 이 주차비용은 인테리어담당자분께 청구될거다.
‘당연히 주차비용은 청구하면 되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시는분이 계실수도 있지만,
만약 차가 한대가 아니라 몇대가 왔다면, 그건 큰일이다.
두대만 와도 4만원이다.
얼마나 큰현장에서 시공을 할지는 모르지만,
시공 견적에서 주차비를 4만원 올린다는것은 정말 만만치 않다.
그러기에 선생님도 내가 차를 사서 일을 다니는걸 탐탁치 않게 여기시는거다.
“기술자들 온다고 하면 다 차갖고오잖아.
너 생각해봐라. 기술자 한사람당 차 하나일텐데,
너 그거 주차비 생각해봐.
견적올릴때 기술자들 주차비 달라고 하는거 못해.
올렸는데 안주면 다 오야지일당에서 까는거야.”
선생님이 오야지로서 고충을 말할때 종종 말씀하시는 고충중 하나다.
되도록이면 대중교통 이용하자.
연장은 오야지꺼 빌려쓰고. ㅎㅎ
근데 오야지가 연장안갖고 다니는 타입이면 집에 가고 싶어질거다. ㅎㅎ
작업종료
그렇게 바닥 붙이고 메지까지 한후 작업이 끝났다.
평수는 넓지 않는데,
타일자체가 무늬가 있는거라 무늬가 꼬이지 않게 신경써야 하고,
게다가 타일색이 분리되는 경계선도 은근해깔려서
이런 짜잘한거에 데모도 역시 두번손이 갈때가 있다.
게다가 이 타일은 메지 잘 닦아야 한다고 하셔서,
메지 닦는시간이 평소보다 더 걸렸던거 같다.
그래도 결과물이 잘나온거 같아 만족한다.
그리고 확실히 이런 디자인이 있는 타일은 하고나면 정말 이쁘다.
턱도 이쁘게 잡힌거 같고,
나도 언젠가 이런 무늬있는 타일 이쁘게 잘 붙일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슨 행렬
선생님은 업자분에게 결제도 올릴겸 하셔서 나는 먼저 퇴근을 하기로 햇다.
“역시 압구정이라 멋쟁이들이 많구만.”
하지만 그 멋쟁이들 속에서 작업복 차림으로 퇴근하는 나는
전혀 기죽지 않고 고개 바싹들고 한껏 더 자신감 풍만한 느낌으로
자연스레 압구정 한복판을 누볐다. ㅎㅎ
길을 가는데 무슨 행렬이 서있길래 행렬을 쭉 보니
마치 아이폰 출시대기 행렬마냥 간이의자에 앉아있는사람들도 있고,
테블릿PC 로 따분함을 없애는사람도 있다.
“저기, 이 행렬 무슨 행렬인가요?”
“아, 이 앞에 매장이 있는데, 신발이 오늘 출시될예정이거든요.”
“아~. 뭐 한정판 이런건가요?”
“네.”
간혹 연예인들중에 신발매니아들 있던데,
그사람들도 이렇게 막 대기해서 구입하거나,
이렇게 대기해서 구입한사람의 물건을 경매로 사거나 하겠지.
나도 한때 저렇게 한정판 좋아하고 했을때가 있었지 ㅎㅎ.
전 회사 차장님을 만나다
그리고 가는데,
전회사에 같이 일했던 차장님이 연락을 주셔서 만나뵈러 갔다.
건강상태도 안좋고 해서 잠시 쉬고 계시는데,
오랫만에 뵙는데, 그래도 회사 다닐때보다는 많이 나아진거 같아서 다행이다.
같이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IT 관두고 타일하니까 어때요?
할만해요?”
“네. 저는 이게 적성에 맞는거 같아요.”
“많이 배웠어요?”
“많이 가르쳐주실라고 하시는거 같은데,
제가 못따라가서요 ㅎㅎ.”
웃으며 이런저런 얘기, 근황, 전에 회사있었을때 이야기등.
한번 만나면 할말이 많다.
그만큼 반갑기도 하고,
서로를 생각하니 그렇겠지.
이렇게 회사관두고도 연락하고 지내고 만나고 하는거 보니,
지난 5년의 회사생활이 헛되지는 않았구나.
언젠가 회사에 써먹었던 기술들을 다시 쓸때가 있을까…
물론 지금 내 블로그도 전에 회사에서 하던 업무덕에
이렇게 만들어놓고 쓰고 있지만…
뭔가 좀더 큰거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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