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이번 현장은 평소와 달리
현장의 시공내용을 공개할수 있는 부분이 매우 제한적이라,
본 현장에서 일했던 내용 및 있었던 일들을 추려서 포스팅 하는 바입니다.
양해 바랍니다.
한번 들어가면 못 나온다
“내일 하루 쉬고 모레부터 테라조 공사하러 갈꺼야.
여태까지 너랑 테라조 했던건 벽이였는데,
이번엔 바닥만 공사하는거야.”
“테라조로 바닥도 하는군요?”
“그럼.
요즘이야 안하지만 옛날에는 도끼다시 라고 해서 바닥에 많이들 공사했어.
요즘은 한물가서 안하지만.
그 도끼다시를 타일처럼 블록형태로 만들어 나오는게 테라조야.
그리고 뭐 테라조를 바닥에 붙이는거 라고 해서 별거 없어,
타일이랑 비슷해.
대신 테라조는 사모래로 깔아야지.”
“그렇군요.
사모레 저번에 대리석 잠깐한거랑 주택에서만 조금 개봤는데,
이번엔 많이좀 개보겠네요.”
“어.
원래 테라조는 대리석하는애들이 하는거긴한데,
나도 전에 테라조로 바닥 좀 깔아보고 그랬어.
그리고 테라조 공사 다들 잘 안할려고해.
너도 알겟지만,
너 테라조 자를때 먼지 얼마나 나냐?
어우~ 그거 먼지 무쟈게 나요.
우리야 청소기네 그라인더커터기네 장비가 다 있으니 망정이지.
보통 기술자들이 그런거 같고 있냐?
장비없으면 아주 죽어.
먼지 엄청나고 해서 사람들이 잘 안할려고 해.”
이글을 보는 타일공이라면 다들 공감할꺼다.
테라조, 모노타일, 파벽돌 이것들은 그라인더 질 할때마다
흙먼지가 어마어마하게 나온다.
정말 숨쉬기 싫을정도로.
만약 내가 기술자라도 테라조 공사는 안하러 갈꺼같다.
그렇게 싫은 테라조를 내일부터 붙이러 가는거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현장이 외진곳에 있어.
백령도.
가봤냐?”
“아니요. 얘기만 몇번 들어봤어요.”
“거긴 배타고 들어가고 나오고 해야돼.
한번 들어가면 못나와.”
“그럼 거기서 시공기간을 얼마나….”
“글쎄… 적어도 보름정도 걸리지 않을까 싶은데..
빠르면 한 10일?”
“네.”
“빨리 만나야 되는데…
너 그러지말고 그냥 우리집으로 와라.
그게 빠르겠네.
몇시까지 올수 있겠냐?”
“글쎄요…
버스 첫차시간이 정해져있어서요.”
“그럼 그냥 택시타고 5시까지 우리집으로 와.”
“네, 선생님.”
백령도로 떠나기전 일단 챙겨야 할것 봐둬야할 일들
싹다 해결해야 할거 같아,
그동안 일때문에 미뤄뒀던 일들부터 처리했다.
세금도 있고, 요몇일부터 손과 몸에 올라오는 이상한 기분나쁜
두드러기같은것도 맘에 걸려 병원도 가보고.
걱정 많이하고 무서웠는데
이게 뭔가 했더니 손에 무좀난거라고 해서 안심되었다.
약바르고, 처방전 준대로 꼬박꼬박 챙겨먹으면
낫는다고 해서 한시름 놓고,
내일부터 외지생활에 언제돌아올지 장담못하니 약도 몇개 더 사놓고,
짐 다 챙겨놨다.
출항
「띠리링 리링리링」
항상 우리는 3:30의 기상 알람소리.
자리에 일어나니 선생님이 어제 반드시 붙이고 자라고
신신당부한 키미테가 떨어져있다.
‘후~ 저렇게 떨어져 있는거 보니
내가 잠을 험하게 자긴 했나보네.’
그래도 자기전 붙였으니까 오늘 배멀미할일은 없겠지.
평소보다는 살짝 서둘러 짐을 한가득 캐리어에 담아 집을 떠난다.
택시를 타고 선생님 댁에 도착해,
선생님 댁에서 바로 인천항으로 직행.
역시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길이 뻥뚤렸다.
배타러 간다
인천항에 도착하니 우리말고도
많은사람들이 백령도가는 배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배에 차를 실어야 하니 화물차 대기장에서 차세워놓고 기다리는데,
여행가는 사람들, 직업군인들,
그리고 우리처럼 공사하러 가는사람들도 몇몇 보였다.
선착장에 일하는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차를 세우는데,
배에 차를 세워본적이 없어 몰랐는데,
트럭의 경우는 저렇게 휠 뚜껑을 빼놓고 고정시킨다.
짐이 많아서 특별히 더 신경쓰려고 그런건지는 몰라도.
저러다 뚜껑 분실하면 어떻게 하려고..
“선생님, 되게 깔끔하고 좋네요.”
“어 괜찮네.”
“매점도 있고,
커피한잔씩 마실까요?”
“어 가서 좀 사와.”
나름 낭만있게 배에서 아메리카노도 마시며
이곳저곳 촌놈처럼 신기한듯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쳐다봤다. ㅎㅎ
「지금 승객께서 탑승하신 XXX 호는 곧 출항할 예정이오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자리에 착석하여 주십시요」
“이제 출발 하려나 봐요.”
“어.. 그래..
잠깐 나 멀미약좀 먹고…
잠깐 안전벨트 어딨어..
어 여기있네. “
“선생님 배타는거 무서우세요? ㅎㅎ
왜 그렇게 긴장하세요?”
“아니.. 내가 저번에 배타고 갔다가 멀미때문에 아주 죽을뻔했거든.”
선생님은 의외로 배타는걸 무서워 하신다.
아시바는 잘 타시면서 이런걸 무서워 하시다니 ㅎㅎ.
그렇게 4시간을 넘게 배를 타고 내려 도착한 숙소앞 모습.
정말 멋지다.
이런게 자연이구나 싶었다.
역시 사모래 개는건 쉽지 않아
나와 선생님 그리고 우리를 도와주셨던 반장님이 계셨는데,
반장님과 내가 사모레를 날르다가,
개놓은 사모레가 다 떨어지면 내가 다시 개고,
반장님은 계속 모래 날라주시고.
이런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사모래를 처음 개보는건 아니다.
이전에도 몇번 개보고 하긴했지만,
이렇게 많이 개본적은 없었다.
여지껏 살아오면서 질통을 한번도 매본적이 없어서,
남들이 하는대로 나도 질통을 대야위에 올려놓고
모래를 삽으로 퍼놓으니 생각과는 다르게 모래 무게를 못버티고
질통이 엎어진다.
“처음 해보는거야?”
“네, 반장님.”
“봐봐.
그렇게 모래를 퍼담는게 아니라.
처음에는 이 앞쪽부분에 담아 넣는거야.
그렇게 어느정도 양이 차면 막 퍼담는거고.
그래서 다 담으면 끈을 어깨에 매고
옆에 줄을 잡은채로 짊어지고 가는거야.
이렇게.”
반장님은 질통매는 시범을 보여주셨다.
나도 따라해봤는데 처음에는 잘 안되더니
두세번하니 크게 어렵지 않게 할수있게 되었다.
무게도 생각한거만큼 무겁지 않았고.
다만 여긴 우리가 흔히 타는 계단이 아니라,
돌로 되어있는 계단이라 낙차가 컷다.
그래서 무릎이 더 아파오고 힘이 들었다.
그렇게 사모레 개고, 날르고,
붙인 테라조 사모레나 노리(시멘트와 물을 섞은 거)묻으면
안지워질수 있으니 스폰지로 다 닦아내고.
하루에 한번씩 붙여놨던 테라조를 다 다시 닦아낸다.
후… 이게 진짜 노가다다.
했던거 또하고. 다음날 또하고.
이것도 기술자가 되려면 해야 하는 하나의 과정이겠지 하며,
내 자신을 달래보며 스폰지로 테라조를 닦는다.
일이 끝나면 관광
다행히도 야간없이 무리없게 일을 했다.
5시 되려고 하면 연장 정리하고 현장 나오고.
평소였으면 일끝날때까지는 왠만해서는 잘 안나오는데.
이건 좋네. ㅎ
그리고 일이 끝나면 항상 선생님께서
“밥먹고 오늘은 어디갈까?”
하시며 무료함을 달래셨다.
한 1주일 정도 일하니까 백령도에 유명한 관광 코스는 다 돌게 되었다.
보통 백령도 관광은 1박 2일로 끝낸다고 하는데,
우리는 일하면서 퇴근하고 나서 그 관광코스를 하루에 한두개씩 돌아 다녔다.
그중에 기억에 남았던 곳은 콩돌 해수욕장이였다.
돌맹이들이 파도에 부딪히고 깨지고 해서 자연스럽게
이렇게 이쁜 모양으로 나왔다고 한다.
사진에서는 크게 이뻐보이지 않는데,
실제로 보면 정말 엄청 이쁘다.
알록달록한 색상의 콩돌들이 바닷가 근처에 싹~
유럽 예술작품 보는듯한 느낌이 들정도 ㅎㅎ.
그리고 이곳이 섬이라 해수욕장이 많은데,
안타깝게도 북한과 거리가 가까워 군인들이 보초서면서
수영이나 멀리 못가게 막아둔다.
어차피 놀지도 못하는거
어린애처럼 바다모래바닥에 낙서를 해본다.
bong8nim Tile
기념으로 씨익한번 웃어보기도 하고.
我想成一个磁砖工。
(나는 타일공이 되고싶다.-아마 틀렸을거다.)
タイル屋になりたい。
(나는 타일공이 되고싶다. – 이것도 더 나은 표현이 있는데, 깜빡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이시간부터 해수욕장에는 입장 하실수 없습니다.”
낙서라도 하고 놀려하니까 군인친구들이 나가달라고 사정한다.
아쉽지만 이친구들도 고생하는데 말 잘들어야지.
“네, 나갈께요.”
후~ 숙소가서 핸드폰으로 인터넷이나 해야지.
가기전에 마트 들려 안주랑 맥주좀 몇캔 사고
숙소서 이 녀석들과 잠시 어울린후 하루를 마무리 하곤 했다.
이제는 지켜야지
‘후~ 또 닦아야 하네.’
선생님이 어제 붙여놓은 테라조가 혹시나 마르면서
뭔가 묻어나 지워지지 않을까 다시 한번 물가득찬 물통과 스폰지로 닦아낸다.
“에이 씨, 귀찮게 뭐야 이건 또.”
스폰지로 하염없이 아무생각없이 닦아내고 있는데,
겁없는 벌레 한마리가 꼼지락 꼼지락 하면서 내쪽으로 기어온다.
평소처럼 검지손가락을 뻗어 힘을줘 눌러죽이려고 했는데,
‘!’
멈칫했다.
가만히 있는 내게 이녀석이 아무렇지 않게 내 옆쪽으로 쓰윽 지나간다.
‘이러면 안되는거구나.’
뉘우치다
나는 보기와는 다르게 눈물도 많고 힘이 세지도 않다.
어렷을적 ..
청소년 시절,
다들 그렇겟지만 서로 부끄러운 기억들을 갖고있을거라 생각한다.
나보다 약하거나 못하다고 싶은 친구를
놀리거나 괴롭히거나 무시하거나,
바보같이 그런걸 서슴없이 해대며 재밌다고 비웃고 껄껄대고.
나중에 나이가 먹고나서 사과 하긴했지만,
그걸 당한친구는 어땠을까..
물론 나도 당한적 있지만,
그 기분, 속상한 마음.
그 사람은 나에게 뭔가 나쁜얘기를 한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안했는데,
아무 죄없는사람을 마냥 못살게 굴고..
지금 나는 또 그런짓을 한다.
이 벌레는 비록말이나 생각을 할수있는 녀석은 아니지만,
나에게 해를 준게 없다.
난 그냥 이녀석이 별로 보기 싫어서 죽이려고 방금전 까지 마음을 먹었다.
“올해는 나도 좋은사람이 되어야지.”
하며 매년 1월 1일마다 다짐하는 나인데…
이제는 지켜야지.
넌 너 갈길 가라.
난 내 할일 할란다.
앞으로는 너한테 아무짓거리 안할테니 각자 잘 살아보자.
잠시 이녀석 때문에 옛생각,
내가 잘못했던 삐둘어졌던 때의 모습이 기억 나,
서글퍼지며 용서를 바랬다.
내가 뉘우치고 있다는걸
혹여나 나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이 있다면 알아 주었으면 하고 있다.
맛집도 있다
숙소가 있고,
점심이나 식사는 일반 가정집에서 차려주는 식으로끼니를 해결했는데,
사정이 생기셔서 몇일간 밥을 못해주시게 되어,
어쩔수 없이 외식을 하게 되었다.
“오늘 점심 나가서 먹으니까 일찍 나갑시다.”
같이 일하시던 반장님이 오늘 점심은 외식한다고 일찍 나가자고 알려주셨다.
현장을 나와 차로 20분정도 달려와 도착한 이곳.
장촌 칼국수 라고 하는 국수집인데.
되게 괜찮다.
여기 동네사람들은 다 아는 맛집인거 같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도 바글바글하고.
혹시라도 백령도 관광오시는 분이라면 한번쯤 들려보시길 바란다.
롯데리아가 최고다
그리고 유일하게 있던 패스트푸드 롯데리아.
이곳을 자주 찾았다.
AZ버거 셋트와 팥빙수 먹으며 와이파이 무료로 되니까 시간도 때우고,
사람도 별로 없어 눈치도 보일거 없어 너무 좋았다.
근데 여기서 포스트를 써보려고 했는데,
집중이 안되서 쓰지는 못했다.
롯데리아에서 보고싶었던 영상들 받아서
숙소와서 이렇게 맥주한잔 까놓고 보고 ㅎㅎ.
모기와의 혈투
한 여름이라 그런지 모기가 엄청 많다.
게다가 시골바다라, 짠내에 공기도 좋아서 모기 서식하긴 최고의 환경.
하루는 일끝나고 너무 심한거 같아,
차끌고 마트가서 모기약사와서 뿌리니까 저렇게나 많이 나왔다.
이것도 죽인거에 일부분이지 전부가 아니다.
아까 벌레녀석이랑은 잘 지내기로 했지만,
얘는 아니지.
내 피 돌려놔! 썅노무시키들.
가려워 죽겠네
그리고 첫날 일끝나고 좋다고
바닷가앞 정자에 두다리 뻗고 맥주마시면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그때 살짝 취기 올라서 그런지 어쨋는지 발쪽 전체가 다 가렵다.
모기에 물린건지,
아니면 내가 바다 짠내 때문에 피부가 뭔가 트러블이 있는건지
정말 고생많이 했다.
계속 다리긁느라 밤에 잠을 재대로 못잘정도.
최고의 환경이 곧 최악의 환경
공기도 좋고 배경도 좋고,
흔한 시골의 풍경이지만 그게 때론 곤란할때도 있다.
하루는 비가 오는데 우박급으로 비가 내린다.
“악! 갑자기 비오고 지랄이야 씨발.”
억수로 쏟아져 내리는 비에 재빨리 몸을 실내로 옮겼다.
“후~
..
아 맞다! 청소기!”
청소기 비맞으면 고장나니까 다시 나가서 들고오는데,
들고 오니 온몸이 완전 다 젖어있다.
이게 6초? 사이에 이렇게 된거다.
뽀송뽀송 물기하나 없던 내가 6초간 밖에 있다 오니 이 지경..
안개는 뿌옇고… ㅎㅎ.
이날 찝찝해 죽는줄 알았다. ㅎㅎ
비도 줄기차게 계속 내리고,
찝찝한 상태에서 땀나고 그러니… 에유..
손 무좀 더 심해지겟구나…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짊어지다
시공이 거의 다 끝나고 떠나기 바로 전날.
오늘도 사모래를 개기위해 시멘트를 등에 엎고 밑에 층까지 들고간다.
같이 일하시던 반장님께서 날 보더시더니 묻는다.
“너네 내일 가냐? 모레 가냐?”
“내일 이면 끝날거 같다고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그래? 야 가기전에 메지 이런건 너희가 넣고가.
우리도 좀 쉬자.
나 지금 한달동안 집에 못갔어.”
“네. 그것까지 하고 갈수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래. 진짜 좀 부탁한다.”
“네”
“내일 간다니까 좋냐?”
나는 기쁜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그래도 절로 나오는 미소를 최대한 가리며.
“네, 드디어 가네요 후.”
“그래…
..
할머니 보고 싶냐?”
“…”
“네”
「네」 라고 말하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물이 터져나왔다.
나는 재빨리 차뒤에 숨어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리려 있는힘을 다 썻지만,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되려 떠오르는 할머니 얼굴이 생각 나 너무나도 목이 매여와 아프고,
몸을 추스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얼마나 울었을까.
15분정도 눈물콧물 다 딱아내고 겨우겨우 마음을 가라앉힌후,
혹여나 반장님이 볼까봐.
재 빨리 시멘트를 등에 매고 계단을 한칸 두칸 내려온다.
내려오면서도 짊어진 시멘트가
마치 내가 할머니에게 그간 불효한 죄값을 치르는 벌같이 느껴져,
평소와 다를것 없던 40kg 짜리 시멘트가
400kg 마냥 천근만근 무거웠다.
미안해 할머니
‘지난 주 할머니 생신이였는데…
미안해 할머니..
내가 왜 그걸 못챙겼을까…’
한걸음 한칸 씩 내려올때마다
그간 할머니에게 못되게 굴었던 내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너무나도 아팠다.
나는 친구들이 고등학교 다니면서 공부할때,
방안에서 담배피며 게임하고, 나가서는 방탕하게 놀며 살았다.
“방안에서 담배좀 피지 마라.
응?”
“아! 몰라! 창문 열면 냄새 빠지니까 됐어.
나가! 나 게임해야 돼.”
“밥은?”
“나가라니까! 아! 진짜!”
“할미 일하러 나가.
밥통에 밥 해놨고 반찬 해놨으니까 먹고.”
“안먹어, 라면 끓여 먹을꺼야.”
난 정말 형편없는 놈이였다.
할머니는 철부지같은 내모습을 받아주시다가도
간혹 너무나도 속이 상해 주먹쥐고 가슴을 내치며 버럭 화를 내시기도 했다.
“내가 죽어야 돼.
내가!
내가 왜 살아서 이지경 이꼴로 니들 뒷바라지를 해야돼.
어서 죽어야 돼! 내가!”
그때 눈이 빨개지며 자기자신을 마구 때리시던 할머니.
내가 왜 그랬을까..
그리고 왜 이렇게 내가 모질었던 모습들만 자꾸 떠오를까…
짐을 짊어지고 계단을 내려오면서도
할머니한테 잘해줬던,
함께 해서 즐거웠던 모습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고생시키는 사람,
가슴을 멍들게 하는사람.
그게 나다.
마치 후회하며 벌을 받는것 같은 내모습…
벌벌 떨며 울면서 짐을 짊어지고 내려가는 내모습이
어렷을적 만화에서 흔히 나오는 못된놈이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채찍질 당하며 노예로 살아가는 죄인같이 느껴졌다.
나는 이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짊어진거 같았다.
맛있는거 먹으러가자
“할미”
“어, 그래 내새끼.
어떻게? 일은 끝낫어?”
“어.
할미.”
“어?”
“할미 보고 싶네.”
“할미도 많이 보고 싶어.
언제 끝나?”
“오늘 다 끝났고 내일가.”
“그래, 얼른와. 내일 조심히 오고. 응?
알았지?”
“올라가면 나 몇일 쉴거같으니까,
어디 가서 맛있는거 먹으러갑시다. 여행갈까? 오랫만에 둘이서?”
“에이, 됏어. 안가.”
“망할놈의 할망구. ㅋㅋ”
“ㅎㅎㅎ 안가~ ㅎㅎ”
이렇게 화상통화라도 얼굴을 보고 한바탕 웃고 하니,
할머니가 바로 내옆에 있는거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현장 종료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나머지 작업하시는 소장님과 반장님께 인사드리고 나왔다.
하루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지만,
백령도에서 인천항으로가는 배는 하루에 한번밖에 없어,
하루를 자고 그 다음날 점심이 다되서야 배를 탈수있었다.
선배님이 백령도 가면 꼭 사곶냉면을 먹고 오라고 하셔서,
찾아가서 먹어보기로 했다.
수육을 시켰는데,
되게 담백한게 아주 맛이 좋아, 1접시 다 먹고 한접시 또시켜 먹었다.
그리고 사곶냉면을 먹어봤는데,
글쎄….
이건 그닥. ㅎㅎ
여튼 맛있는 수육을 먹을수있게 해주신 선배님 감사합니다.
역시 집이 최고다
그리고 집에 돌아 오니 할머니가 밥 상을 차려줬다.
언제나 그렇듯 밥 한가득에 몇가지 및반찬.
깨뿌려져있는 간장새우는 내가 백령도 가기전에
코스트코 가서 사온거인데 유통기간도 지났을꺼다.
그냥 먹어도 될거 같으니까 껍질까놓고 나름 이쁘게 깨뿌렷놧네
못된할망 ㅎㅎ.
간단하게 한상 해치우고,
그간 먹고 싶었던 피자를 시켜 할머니랑 같이 먹었다.
“나는 인텔리 할망이여.”
나름 차가운 센스있는 도시할망이라고 자신이 주장하는 거처럼.
입도 고급이다.
피자도 잘먹고 ㅎㅎ.
이것저것 잘먹어서 좋구만.
앞으로 그런거 맛있는거 많이드시고 오래오래 같이 삽시다.
앞으로는 속 안썩이도록 내 노력할께.
대학원생
•7년 이전
어쩌다가 들어오게 되어 노가다 첫 포스팅부터 읽게되었습니다. 그저 인생 어떻게 되겠지 하면서 방학을 빈둥대며 보내는 대학원생인데, 올리신 글들을 보고 울컥하기도 하고 반성도 되네요. 저도 방학이 끝나기 전에 노가다를 해볼까 합니다. 학기중 주말에도 할수 있다면 하구요. 글을 잘 안남기는데 너무 인상깊어서 글쓰고 갑니다. 항상 몸 챙기시고 , 할머니도 건강하셨으면 하네요. 화이팅!
blog-admin
•7년 이전
대학원까지 가시는걸 보니 공부를 많이하시나 봅니다.
저는 공부했을때 노가다는 쳐다도 안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한번 해보는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더군요.
공부도 많이 힘드실텐데,
여유를 가지시면서 열공하시길 바랍니다.
좋은 말씀감사합니다.
PIRONI
•6년 이전
글 몇개 읽다가 읽다가 시간가는줄 모르고
여기까지 왔네요 하하…
blog-admin
•6년 이전
종종 PIRONI 님처럼 한두개 읽다가 정주행하시는분들 계시더라고요.
제글이 조금이나마 재미를 주었으면 기쁩니다.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종종 들려서 안부전해주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