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과는 청소부터
오늘도 어김없이 선생님, 나, 강남반장님 이렇게 있고,
마지막 작업날이니 메지아줌마를 불렀다.
오늘오신 메지아줌마는 처음 보는 중국사람 이며,
한국말을 못한다.
현장 도착해서 첫 할일은 당연히 청소다.
“정리좀 하고 시작하자고.”
선생님의 한마디에 다들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메지 아줌마는 우리들이 뭐하는지 눈치를 보며
빗자루들고 바닥 쓸고 있다.
“자, 이제 다들 정리 된거 같으니까,
넌 압착개고,
강남반장 넌 어제 창고쪽 못한부분 처리하고.”
“아줌마,
으.. 아줌마는 딱히 지금 할게 없는데…
이쪽 마무리 짓고 메지 넣어야 되고…
일단 저쪽 구석쪽 부터 메지골 파면서 나와.”
하시며 선생님이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신다.
메지아줌마는 얼추 알아들었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메지 작업전 청소를 시작하셨다.
노래를 들어보자
나는 바닥에 압착을 푸면,
선생님께서 압착을 고데질 하고 타일을 붙이신다.
평수가 크지 않아 메지아줌마는 금방 청소하고,
할일이 없어 우리옆에서 멀뚱멀뚱하니 지켜보고만 있었다.
“야, 아줌마한테 노래 하라고 해봐.”
“네?”
“노래 불러보라고 하라고”
“노래요? ㅎㅎ 여기서 어떻게 노래하라고 시켜요”
“왜? ㅎㅎ
가만히 일 안하고 그냥 노래부르면 자기도 편하고 좋지.
지금 할것도 없고,
노래 한번 해보라고 해봐.”
그래서 메지아줌마한테
「노래부를수 있냐」고 물어보니 웃으시면서 거절했다.
“뭐래?”
“안하시겠데요.
난 여기 돈벌로 온거라고 하시는데요 ㅎㅎ.”
선생님은 웃으시면서 메지 아줌마한테 섭섭해 하셧다.
메지아줌마도 장난이라는걸 아니,
가볍게 웃으며 나 일할거라는 식으로 툴툴 거렸다. ㅎ
현장은 이래서 좋아
사실 노가다판에서는 일하면 욕설과 거친말들이 난무하지만,
반면 이렇게 장난도 잘 받아 쳐주고,
히히덕거리면서 웃어넘기는 분위기가 참 좋다.
사무실 안에서는 일할때는 조용히,
윗사람들 업무하는데 방해 안되게 일에 집중하며,
메신저로 사람들 흉을 본다거나 잡담을 한다거나…
모르겠다.
난 이런 스타일보다 현장에서 일할때 쿵쾅쿵쾅거리고,
떠들때 확실하게 소리내가면서 다들 한바탕 떠들썩하게 웃고,
음료한잔 마시면서 잡담하고,
‘이러면 안되네 저리니까 문제네’
탁 터놓고 말하는 이 분위기가 좋다.
내가 자른 함빠들
“이제 됐고,
너 저기 카운터 자리가서 함빠 잘라다 놔.”
윗사진의 가운데 원장 2장 제외한 나머지부분 다 내가 자른거다.
물론 여기말고도 이 현장의 함빠부분 반정도는 내가 잘랐다.
이제 「ㄷ,ㄱ」 자 등은 익숙해져서 자르는데 크게 문제가 없는데,
구석부분(화살표)은
옆에 타일을 대놓고 자를수가 없어서 시간이 꾀 걸린다.
이런부분은 줄자로 치수 재가면서 잘르는데,
좀 더 많이 하다보면 시간도 단축되고 오차도 줄거라 생각한다.
“반장님, 이쪽부분 함빠 다 잘라놨습니다.”
“어, 알았어.
여기 내꺼 압착 다 떨어졌거든?
한통 개주고.”
“네, 반장님”
뭐해? 잘랐으면 붙여.
반장님의 압착을 개드리고,
구석탱이에서 함빠재느라 계속 접혀있던 허리를 한번 쭈욱피고,
「이제 어떤일을 할까..」 하며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데,
선생님께서 내가 잘라놓은 함빠 보시더니
“뭐해? 잘랐으면 붙여.
이거 이거, 이거 붙여.”
손가락으로 화살표 함빠부분을 가르키시면서 붙이라고 하셨다.
“네, 선생님”
압착을 바닥에 퍼놓고,
넓이가 좁으니 고데를 세운후 날로 긁어 고데질을 해준후,
붙여본다.
혹시나 망치로 두드리다 깨질까,
조심조심 통통 치면서
모서리 4개부분을
손가락으로 옆타일과 편차를 비교해보며 문질러본다.
고작 저 쪼가리 한장에 나름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이번엔 다시 뜯어내지 않고,
한번에 붙여서 만족스럽다.
그런데 지금 사진으로 보니까,
좀 불만족스럽기도 하고..
다음번엔 더 신경써야겠다.
오야지 세번 바뀌면 기술자 된다
“네, 금방 빼드릴께요.
지금 밑에 차 세워놓은거 빼달랜다.
너 가서 차 좀 빼.”
“어, 그럼 내차도 빼야겠네.”
선생님께 차 빼달라고 전화가 와서
그 옆에 차세워 두셧던 강남반장님도 같이 차를 빼러 가셨다.
현장이 신축건물이고,
주변에 건물들이 즐비한다거나 사람들이 많지 않아
주차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을꺼라 생각했는데,
꾀 엄격해 당황스러웠다.
결국 차를 다른 곳 건설현장 근처 공터에다 세워놓고
오는길에 강남반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오늘은 금방 끝나겠네요.”
“어, 뭐 다 끝낫잖아?
메지아줌마도 있어서 아침에 어제 붙였던거 다 넣었고,
머리감기는 방도 이미 완료된 상태고.”
“아까 선생님 말씀들어보니
이거 끝나고 땜빵하러 가야 할거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일산 백화점”
“거기? 왜 무슨문제 있대?”
“아뇨, 문제가 아니라.
그때 타일 부족해서 옷 갈아입는곳 입구에
두장 다른색으로 붙여놓은거 다시 같은색으로 붙여달래요.
타일 사왔다고.”
“아, 난 또”
지난 일산백화점 현장 포스트 보기:
이러쿵 저러쿵 일 얘기를 하다가 강남반장님께서 말씀하셨다.
“형님 하시는거 잘 보고 배워.
형님 정말 잘하시는거야.
특히 바닥.”
“네.”
“이렇게 바쁘게 형님 따라다니면서 배우다가,
언젠가는 너도 형님한테 다 배웠다고 느낄때가 있을꺼야.”
“그런날이 올까요? ㅎㅎ
한참 더 걸릴거 같은데.”
“그렇게 느끼고,
다른 오야지한테 들어가서 같이 일하다보면
새로운 세계가 보일거다.
‘와~ 이런게 있구나.’ 하고“
“…”
“오야지 세번 바뀌면 너 기술자 된다.”
강남반장님은 조공생활할때 정말 많이 고생하셨다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셨다.
그리고 선생님 바닥타일하시는 부분을 칭찬하시면서,
꼭 배워두고 자신의 것이 될수있게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재차 당부하셨다.
나도 선생님, 강남반장님 처럼 기술자가 될수 있을까…
땜빵하러 가자
파주 미용실 현장을 마무리 짓고,
다소 이른시간에 땜방하러 일산 백화점 현장으로 향한다.
다행히도 일산역 근처에 있는 현장이라,
메지아줌마는 여기서 바로 퇴근하기로 했다.
“선생님, 장비 어떻게 할까요?”
“아니아니,
많이 내릴거 없어.
몇장 붙이는거니까,
일단 함마드릴하고,
커터기,
본드통에 바로 갤꺼니까 본드통이랑,
믹서기 작은거,
전기줄
이정도만 내려”
“네, 선생님”
최소한의 장비만 내리고 현장을 향했다.
얼른 하고 가자
현장에 도착하니 다른 모든 매장들 다 공사가 완료된 상태였고,
청소하시는 분들이 청소하는데 분주하게 움직이셨다.
“얼른 하고 가자.
여기 옷갈아입는곳에
메지아줌마가 작업해놓고 남겨놓은 물 있을꺼야.
그걸로 본드통에다 압착 개놔.”
난 전기선 꼽고 압착을 개고,
선생님께서는 함마드릴로 기존에 붙여놓은 타일을 까놓으셨다.
“압착 다 갰으면 줘.”
“네, 선생님”
타일 4장을 까 다시 붙였다.
“자 다 붙였으니까, 가자.
연장 챙기고.
혹시 모르니까 저번에 연장 잊고 간거 없는지
구석구석 살펴보고.”
“네, 확인하고 내려가겟습니다.”
작업 종료
저번에 왔을때 혹시나 놓고간게 없는지 구석구석 다 살펴보고,
현장을 떠낫다.
역시 4장,
타일 한박스만 붙이고 나오는거니 금방 끝났다.
선생님께서는 연신내 근처에서 나를 내려주시고,
댁으로 가셨다.
살짝 배가 고파 근처 우동집 가서 우동 한그릇
그리고 덮밥을 세트로 시켜 맛있게 먹었다.
역시 퇴근길에 사먹는 저녁밥은 참 맛있다.
기술자가 된다
저녁까지 맛있게 먹고 집으로 향하는 길.
하루에 두 현장을 마무리 짓고 나오니,
현장하나 마무리 짓고 퇴근하는거 보다 더 뿌듯하다.
집으로 가는길에 강남반장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오야지 세번 바뀌면 기술자 된다.
기술자의 길은 쉽지않겠지..
하지만 지금처럼 행복을 느끼면서 계속 일하다보면
「언젠가 나도 모르게 기술자가 되있지 않을까? 」
하는 막연함과 함께 버스에 올라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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