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스승의 날 선물
어제 쉬는날이라 옷도 살겸 유니클로 들려서,
작업복과 속옷
그리고 스승의날 선생님 선물로 드릴 옷을 샀다.
비록 얼마 안되는 선물이지만,
맘에 드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작업도구도 챙겨왔다.
고데와 고무망치, 빗자루, 솔 등
이제는 내 연장통에 담아 다니고 써야지.
맨날 본드통 깨끗한걸로 연장통을 써서 잘 몰랐는데,
저 통하나에 8천원 주고 샀다.
롯데마트에서.
물론 본드통보단 이쁘긴 한데,
그래도 벽 작업하다보면 나오는 통인데
돈주고 살라니까 아까웠다.
그래도 이제부터 소중한 내 연장 담아쓸 연장통이니
비싸더라도 아깝단 생각하면 안되겠지 ㅎ.
초록색 버스는 나와 맞지 않아
오늘 현장은 월계동이다.
사실 지리로 보면 되게 가까운 곳인데,
실제로 가본적이 없어
어떻게 가야할지 잘몰라 지도 어플키고 검색해보니,
차를 한번 갈아타야 된다.
「이럴땐 오토바이가 있으면 좋은데…」
라는 아쉬움과 함께 버스를 기다리는데
이렇게 밝은 아침시간쯤인데도 아직 첫차가 오지 않는다.
역시 초록색 버스는 내게 맞지 않는다.
버스 정류장명으로 봤을때는 몰랐는데,
갈아타는곳이 집에서 크게 멀지 않다.
운동삼아 천천히 걸어오면 되는수준..
아 망할.. 그냥 걸어올껄 괜히 ..
현장 도착
현장은 아파트단지내의 한 주택이며,
붙여야 할곳은
화장실, 거실 벽, 주방벽, 베란다, 세탁기 놓을 바닥, 입구바닥 이다.
막 철거완료된 상태이며, 아직 정리가 덜되어있다.
비싼 남의집 개판 만드는거야
“뭐야? 여기 방수 왜 이렇게 해놨데?”
선생님은 바닥상태를 보시더니 방수 해놓은거부터 문제를 찝으셨다.
그리고 바로 현장 인테리어담당자께 전화를 걸었다.
“예, 여기왔는데.
이거 방수 처리를 이렇게 하면 어떻게해?
당황 스럽네..
허허, 참…
어.
예 그럼 와요.
우리 일단 다른거부터 작업하고 있을테니까 와서 얘기합시다.”
전화를 끊고 화장실 구석구석을 보시더니,
예외없이 다른부분들도 꼬집어 내셨다.
바닥높이가 문턱에 비해 터무니 없이 높다던지,
문쪽 벽에 타일 붙여야 하는데 최소한의 넓이가 안맞다던지.
“비싼 남의집 개판만드는거야.
기술자라고 하면서 와 가지고
돈 받아가면서 비싼 남의집 이렇게 개판쳐놓고 가는거라고.
참나..
이게 뭐냐. 이게”
선생님은 황당해 하시면서도 시공결과를 보고 비판하셨다.
떠발이 안하는데..
선생님은 떠발이 안해본지 몇년이 지났다고 하셨다.
여태까지 나도 선생님 쫒아 다니면서 일하는 도중
선생님께서 떠발이 하시는건 한번도 본적이 없다.
“떠발이 안하는데,
그래도 어쩔수 있냐.
주 거래처가 해달라고 하면 해야지.
오랫만에 하는거라 잘 될지나 모르겟네.”
선생님도 역시 오랫만에 하시는거고,
주로 하시는 작업이 아니라 살짝 긴장하신거 같다.
떠발이 작업
“일단 좀 쓸고 시작하자.
어우 이래서 뭐 작업할수 있겠냐.
이런 바닥 잘못 밟았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나.
이쪽부터 쭉 정리좀 해”
톱밥에 도배지 뜯어낸거에 여러가지로 뒤죽 박죽 되어있는 상태였다.
선생님도 그러시고, 나도 항상 느끼지만
작업 하기전에는 물론 작업할때도 짬이 있으면 수시로 작업장소를 정리해주는것이 좋다.
귀찮다고 안하거나 하면 말씀하신대로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면 자칫 위험해질수 있기에,
현장에서 정리정돈은 필수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현장은 항상 위험이 도사리기에,
자주 정리 하는 습관을 들이셨으면 좋겠다.
벽 타일 시공 준비
“벽에 타일 붙여야 하니까,
내가 위에다가 싸인펜으로 표시 아니,
이정도 기준으로 칼들고 다 때네 저거들(화살표)”
저거를 뭐라고 부르는지 까먹었는데,
일단 타일을 붙여야 하니까 칼들고
저 스치로폼 비스무리한것들을 다 때어냈다.
“어, 됐어 됐어.
그정도 하면 되겠다.”
선생님의 사인이 떨어진후,
바닥에 떨어진 잔재들을 정리하였다.
사모래 작업
“정리 다했으면,
작은방 가면 사모레 자루로 담겨 있을꺼야,
옆에 시멘트 한포대 있을꺼고, 그거 섞어서 사모레 개는건데..
아니다, 이리와봐 보여줄게.”
선생님께서 사모래 개는법을 가르쳐주셧다.
다들 떠발이 하면 힘들다는거 중에 하나가 사모래 개는부분인데,
사실 여태까지 한번도 안해봐서
어떻게 하는거 일지 되게 궁금하고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오늘 드디어 해보게 되었다.
포대로 담겨져 있는 모래를 어느정도 많이 바닥에 쌓아놓고,
시멘트를 한포대 섞는다.
“삽을 가져왔어야 하는데,
내가 오늘 차정리 하느라고 삽을 깜빡했다.
에이..
그냥 되는데로
쓰레받이 가지고와서 그걸로 개야겠다.”
선생님은 오늘 신차온다고 하셔서
차에 있던 짐들을 싹다 정리해 집 창고에 두셨다고 한다.
차 계약 한지 꾀 됐고,
몇일전 부터 “오늘은 온다, 오늘은 온다” 하셨는데,
오늘은 정말 올지 모르겠다.
“내가 한거 봤지?
내가 한거처럼 개면 되는거야.
시멘트 골고루 섞이도록 잘해”
하시며 화장실에 들어가셔서 본격적으로 떠발이 준비를 하셨다.
난 선생님이 하신대로 쓰레받이로 시멘트를 퍼서
옆에 모서리쪽부터 모래랑 섞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분 하다 선생님이 오셔서 보시더니,
“야, 그렇게 하면 섞이냐?!
에유, 이 봐봐.
여기서 가운데 푹퍼서 그대로 시멘트를 쏟아,
(빙수 먹는거처럼) 비벼대지 말고 자연스럽게 섞이게.
이렇게 봐.
딱 퍼서 모래위쪽에다가 스르르”
난 그냥 퍼서 모래쪽에다 덮는식으로 섞었는데,
그렇게 개면 안되는가 보다.
오랫만에 하는 떠발이
이렇게 난 방에서 개고
선생님은 화장실에서 실 띄우시고 바로 떠발이 작업 시작하셨다.
“안되겠다. 모래양이 너무 적다.
포대에 있는 모래 좀 더 섞어서 개.”
“네, 선생님”
“그리고 여기 그릇에다가 시멘트좀 따로 퍼오고.”
선생님은 타일에 개 놓은
사모래를 고데로 퍼 두덩어리 정도 일정하게 떠놓으시고,
벽에 붙이셨다.
“오랫만에 하니까 오우 빡세네.”
“제가 옆에서 잡아 드릴까요?”
“아니야,아니야.
됐고, 거기 사모래좀 더 개서 가지고 와.
아, 그리고 시멘트도 좀더 가지고 오고.”
그렇게 작업을 계속 하시고 벽 떠발이 작업 다 끝나고,
이어서 바닥 작업까지 마치셨다.
역시 선생님은 경력이 있으셔서 인지,
오랫만에 해보시는 떠발이작업도 무난하게 다 끝내셨다.
“아우, 더워.
이 떠발이 하는사람들이 대단한거야.
안그러냐? 얼마나 빡세?
우리는 바닥에 까니까 들어서 붙이기만 하는거지.
떠발이 하는사람들은 타일에 사모래 갠거 얹히고 하면
벌써 무게가 장난 아니다고.
나도 지금 오랫만에 햇더니 벌써 어깨가 아우…”
그래도 전 선생님이 더 대단하십니다.
자재 왔대
“자재 왔대, 갖고와라.”
“네, 선생님.”
개인 가정집 작업하는거라 이미 다 자재가 도착한 상태인줄 알았는데,
부족해보여서 추가로 더 주문한건지 아님,
맘에 드는 타일 고르다 늦어서 지금에서 또 주문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추가 자재가 와서 가지러 왔다.
다행히도 양도 많지 않지만,
엘레베이터가 있어서 구루마로 끌고가면 되니,
별 힘없이 수월하게 가지고 올라갈수 있었다.
작업하는곳이 아파트 꼭대기라 엘레베이터 없었으면 허허…
노미 또 어디갔냐?
“이거 안되겠네,
이거 노미로 좀 까야겠다.
노미 좀 찾아봐.”
“네.”
하지만 이곳저곳 공구통 다 뒤져봐도 안나온다.
“선생님, 노미 안보이는데,
혹시 어디다 두셧는지 기억안나세요?”
“아니…
아 또 잃어버렸나.
노미 어디갔냐 또..
가서 사와, 그냥.”
결국 나가서 철물점 찾아 사오는데,
드라이버로 생긴게 없어서 일반 쇠 로된 노미를 사왔다.
“선생님 사왔습니다.”
“이거 드라이버로 된건 없디?”
“네. 그거 달라고 했는데, 거기서 못찾겠다고 해서.
일단은 있는데로 이거 사왔습니다.”
“그래.
앞으로는 철물점 멀면, 그냥 차로 다녀와.”
“네”
지도 상으로 봤을때는 철물점이 그렇게 안멀어서 걸어갔는데,
막상 다녀오니까 꾀 걸린다.
차로 다녀올라고 해도,
재수없으면 딱지 떼니까 그러기도 쉽지 않고.
흐음..
앞으로는 잃어버리는 일 없도록 공구 잘 챙겨야겠다.
베란다 작업
“요 베란다 앞에 있는것들 좀 치워라.
여기 작업하게.”
본드, 철거하다 남은 잔재들을 싹다 정리 해놓고,
선생님이 작업하실수있게 준비하였다.
그후 선생님이 본격적으로 타일을 붙이시고,
난 옆에서 타일 드리거나 재단을 하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아 다 됐으니까,
조금 있다가 봐서 굳으면
저 끝쪽부터 스폰지로 닦으면서 나와.
메지 골 파면서”
“네, 선생님”
베란다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베란다 타일청소를 한후
허리 좀 필겸 잠시 바깥 풍경을 보았다.
정말 멋지다.
나도 이런 경치 바라보면서 살고 싶다. ㅎㅎ
드디어 새차
작업이 끝날때즈음 선생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네, 지금 출발한다고요?
알았어요.
이쪽도 작업 다 끝났으니까.
여기가 아파트 단지거든?
여기 주차장에 잠시 세워놓고 옮기면 되겠네.”
작업이 오늘로 끝나는게 아니라서,
장비는 현장에 그대로 놓은상태로 퇴근하기로 햇다.
“오늘 수고했고, 가봐.”
“선생님, 새차 오시는거 아니예요?
뒤에 짐칸에 있는거 다 옮겨야죠?
저도 같이 옮길께요.”
“그럼, 그러든가”
차에서 2,30분쯤 기다리다 보니 새차를 가지고 딜러상이 왔다.
“어! 저거네요 저거.”
선생님은 드디어 왔다는 듯이 기뻐하시면서 씁쓸해 하셨다.
“아. 꼭 비올때 이렇게 오냐.
진작에 왔으면 비 안맞고 화창한 날씨에 짐 옮기면 좋잔아.
에이씨.”
딜러상이 차에서 내리면서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죄송합니다. 사장님.
오래 기다리셨어요?
빨리 드리려고 썬팅 작업한거 끝나자 바로 끌고 왔습니다.
혹시나 이거 창문 내리시면 안되요.
썬팅한거 다 헛수고 되는거예요. 사장님”
“아니, 진작 줬으면 좋았잖아.
오늘 가뜩이나 비오는데 참.”
“죄송하게 됐습니다. 헤헤
그래서 제가 죄송해서 기름 가뜩 채워왔습니다.
죄송해요.”
그러시고 차를 옆에 세워두고
공구함부터 해서 뒷자리에 있는 짐등을 다 옮겼다.
다 옮기는데 한 20분 정도 소요된거 같다.
“선생님, 다 됐습니다.”
정리가 다 된후,
차 계약서등을 딜러상한테 받은후,
딜러상은 기존차를 끌고 가지고 갔다.
떠나가는 전 차를 보니,
너무 아쉽고, 그냥 내가 사서 쓰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집까지 바래다 줄게 타.”
“네.. 선생님”
떠나 보내기
선생님은 운전대를 잡으시면서 만족하시는 얼굴로
즐거워하셨다.
“오우, 그래.
이래야 새차지.
야 이거 봐라, 엔진소리 안들리고,
이거 완전 승용차 수준인데!
하하하.
기다린 보람이 있구만.”
“….
전 아까 딜러상이 전에 타던차 끌고 가는거 보고
마음이 좀 그랬어요.
얼마 되진 않았지만,
이 일하면서 처음 타본 트럭차인데,
뭔가 내차 갖고 그러네요.
떠나 보내면 안될거 같고…
그냥 선생님한테 제가 살껄 그랬어요.”
선생님은 아쉬워하지 말라며 말씀하셨다.
“그랬어?
다 그런거야.
저 차도 십오만 뛰고, 이제 슬슬 고장나기 시작하더라고,
엔진은 짱짱한데,
그래도 차가 고장나기 시작하면 바꿔야지.
그래야 돈도 덜들고 좋아.”
비록 수리를 받아야 할 차긴 하지만,
정이 들었는지 아직은 신차보다 이전 차가 더 좋다.
사람도 그렇듯,
차 역시 한번 정이 들면 떠나 보낼때 쉽지 않구나.
마치 회사 다녔을때 처럼.
구직 개발자
•7년 이전
안녕하세요.
블로그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당시 상황이 선명할 정도로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전 개발 관련 포스트도 봤는데요. 개발 관련 포스트는 이직을 위해서 작성한 흔적들이 보이나 타일 일기는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저 또한 Mobile App 개발자 4년 7개월 근무했고 현재 구직 중입니다.
그리고 2~3년뒤에 또 이런 구직 고통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아무튼 앞으로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blog-admin
•7년 이전
이제 개발자로서 한참 우대받을때 아니신가 생각됩니다.
저는 개발자로서 계속 생활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접었습니다만,
구직 개발자 님께서는 저와 다르게 꾸준히 노력하고 계속 개발하시려고 노력하시는거 같아 보기 좋습니다.
저는 타일공으로서 열심히, 구직개발자님은 개발자로서 열심히.
우리 서로 열심히 살도록 해요 ^^
나중에 후회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