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더 아려오네
어제 타일 찧었던 손가락이 아침될때까지 아렸다.
망할.. 몰랐을때는 아픈지도 몰랐는데, 꼭 알면 저래.
지난 포스팅 보기:
지각할까봐 알림시간도 일찍 설정해놔서, 출근전에 밴드 붙일 여유도 있었다.
빨간약 바르고 밴드 붙였는데, 막상 장갑 끼고 일하다보니 밴드가 너덜너덜하게 떨어져서 그냥 때버렸다.
그리고 정신없이 일하다보니, 아픈지도 몰랐다. ㅎㅎ
역시 일하는데 바뻐 신경을 안쓰면, 배고픈지도 모르고, 아픈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청소는 매일 매일 해야돼
“일단 이리와서 어제 타일 붙인 방 지금 정리해야 하니까, 타일 버릴거 따로, 그리고 어제 했던대로 박스있으면 박스, 쓰레기면 쓰레기 구분 해서 마대에 담고.”
“네, 선생님.”
방 들어가 오늘도 청소를 했다.
그나마 어제 좀 빡세게 해서, 허리를 굽히고 빗자루로 쓸고, 도구들 줍고 하는데 허리가 덜아프고 견딜만 했다.
“그리고 화장실있는방 있잔아? 거기도 정리좀 하고”
“네, 선생님”
이방 까지 하니까, 허리를 한번 쭉피게 되더라. ㅎㅎㅎ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아이고”
혹여나 지금 이 포스팅을 보는 타일 혹은 미장 관계자분들은 공감하실거라 생각한다.
바닥 평면화 작업
“물 뿌리게 조루가지고 와”
“네, 선생님”
모르지만 일단 말했다.
물 뿌릴거라고 하니시까, 화분에 물줄때 쓰는 물 분무기겟구나 해서,
물분무기 가져오니, 설명해주셨다. ( 조루라고 해서 일본말인지 알았는데, 한글이다. 물조루)
* 찍어둔 사진이 없어서 링크로 대신합니다.
사진보기 : http://item2.gmarket.co.kr/Item/DetailView/Item.aspx?goodscode=150476229
“내가 시멘트 가지런히 펼쳐 놨으니까, 너가 물을 뿌려. 자 일단 여기 내가 만든곳. 요기까지”
“네, 뿌리겠습니다”
조루로 뿌리는데
“아니지, 좀더 많이 뿌려 물이 흥건하게.”
하며 조금 흥건하게, 물이 살짝 고이다 싶이 하셔서, 그대로 따라 하며, 기본적인 미장하는법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역시 어떤일이든 뭐든 기본적으로 관계된 일은 조금씩 알아야 하는거 같다.
미장도 기본적인 것은 알아야 하고, 조적도 알아야 할거 같다.
그라인더를 잡아보다
타일에 선을 그으시더니
“이 선 그은대로 그라인더로 잘라오면 돼. 엑스자 여기를 없애는거야.
음… 너가 얘 그라인더 잡는법 가르쳐주고 와라”
형님은 지시가 떨어지자, 바로 나를 데리고 그라인더 작업 하는곳으로 날데려가시며 친절하게 가르쳐주셨다.
역시 형님다우신 형님
형님은 6개월 타일조공 경력이 있어, 역시 기본적인 도구 다루는 법은 알고 계시는거 같았다.
“그라인더 써봣어요?”
“아니요. 선생님이 자르라고 하셔서, 일단 해야 할거 같은데…”
“그라인더 밑에 보면서 껏다 키는 스위치가 있고요, 잡을때 두손으로 잡는사람이 있고, 한손으로 잡고 다른한손으로 지탱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처음하시니까 두손으로 꼭 잡으시고요…”
하시면서 상세하게 설명해주셨다.
형님은 어제 일하시다가도 나를 많이 도와주시면서 말씀하셨다.
“모르는거 있으면 물어봐요, 저도 아는부분에 있어서는 다 말씀드릴게요.”
정말 큰 힘이 된다. 역시 형님다우신 형님 이시다.
이런 형님과 같이 일할수 있다는게 영광이다.
설명듣다가 얼마안되서 점심시간. 막상 못잘라보고 점심 먹으러 갔다.
선생님께 다시 한번 듣다.
점심 먹고 잠시 쉰후
“아까 잘르라고 시킬라고 한거, 이거 잘라야 하거든. 아.. 아니다. 따라와봐 가르쳐줄께”
이번엔 선생님이 직접 그라인더 사용법을 가르쳐주셨다.
“어, 너도 이리와봐”
하시며 형님도 불러 둘이서 같이 듣게 되었다.
“두손으로 꽉 잡고 발로 타일을 밟아. 평평한곳에서 해야지 안그러면 위험해, 그라인더 땅에 닿아서 놓치면 다치는거야.
이거 잘못 쓰다가 병원가서 수술한사람 많다.
두손 꼭 잡고 천천히 해. 알았지?”
“네…”
순간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문뜩 머리속에 깁스한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르고, 식은땀이 났다.
그리고 선생님이
“선 그은데 잘 보고 먼저 이렇게 쭈욱하고, 다시 돌려서 이렇게 쓰윽”
이잉 하는 큰 소음과 함께 타일에 칼날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듣기 싫은 특유의 고음
“끼이잉~”
진짜 기술을 배우는구나 싶었다.
두손 꼭 잡고 놓치지 않았다.
큰 호흡 쉬고 잘라내기위해 그라인더를 타일에 위에 올려 놓는순간,
“이이잉” 에서 “끼이잉” 으로 바뀌는데 두손 꼭 잡고 놓치지 않았다.
놓치는 순간 정말…
첫번째 직사각형
천천히 겨우 다 하고 나니, 조그마한 찌꺼기가 눈에 걸렸다.
각진 부분을 깔끔하게 못파내 저런식으로 찌꺼기가 남아,
형님께 물어보니 한손으로 타일 잡고, 한손으로 그라인더 잡고 날로 저부분을 조심스레 파야 한다고 하신다.
‘아 미치겠네.’
하면서 나름 다듬는다고 햇는데, 선생님이 오케이 해주셔서, 처음으로 내 작품이 완성됐다.
두번째 작은 사각형
오우 이건 중간에 있는거라, 중간을 날에 대면서 뚫어야 한다고 한다.
‘오늘 손모가지 날라가겠다.’
싶었다.
불꽃튀기면서 “이이잉” 에서 “끄그그윽응” 인데, 칼날에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이거 하나 하는데 2분 조금 걸린거 같다.
그리고
…
아싸~ 시멘트 개러 가자
“어, 내려놓고 지금 시멘트 부족하니까 한통 개와.
저기 작은통 보이지? 저거로 하면 돼.”
“네, 어제 말씀하신 작은통 배합 기준으로 하겠습니다.”
“어.”
왠지 모르겠지만 신나는 마음으로 물, 약, 백시멘트, 파워시멘트 통에 붓고 믹서기 놓고 돌렸다.
(아마도 시멘트를 갤수 있다 라는 것에 신났던거 같다.)
이것도 몇번 해보니까, 요령이 있다는걸 알았다.
처음에 믹서기를 바닥쪽(시멘트분말이 별로 없는곳)에 다가 두고, 돌려 대면 슬슬 분말이 믹서기쪽으로 붙으면서, 말리기 시작한다.
이걸 기준으로 천천히 옆으로 돌리면서 비교적 힘 덜들고 쉽다.
(적어도 내 기준엔)
뭐 더 하다보면 점점 더 요령이 생기겠지…
커피는 막내의 몫
점심먹고 3시쯤 되니, 선생님께서 커피심부름을 시키셨다.
“나랑 형님 꺼는 블랙 하나를 두컵으로 나누고, 너네들은 마시고 싶은거 타서 먹으면 되고”
지금 기공 2명, 조공 2명 이서 일하는데, 내가 막내다.
그래서 당연히 내가 탄다.
이 시멘트 날리는 현장에서 커피포트로 고급커피인 카누를 타서 마시다니.
역시 선생님은 고급인력이라, 커피취향도 고급이시다. ㅎㅎ
한입 드시고 바로 뱉으셨다.
다른 한 선생님께 커피 드렸는데, 한입 마시시더니 바로 뱉으시면서
“시멘트 들어갔네, 에이퉤!”
그러시곤 나머지 커피를 다 드셨다.
난 내가 탄 물의 양이 너무 작았나 싶어서 인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작업 현장에서 계속 같이 일하실거 같은데, 이런걸로 밑보이면 은근 힘들어진다.
오늘은 배운게 많다.
오늘은 시멘트 날르고, 허리굽혀 청소 하고 이런식의 고단한 하루가 아닌, 일을 배우는 하루였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에는 땀으로 젖던 내 머리도, 비교적 건조하고, 얼굴도 덜 지저분한거 같다.
배운게 많은 하루, 그래서 더욱 더 보람차다.
퇴근하는데 하늘을 보니 달이 이뻐 사진을 찍어봤는데, 정말 이쁘다.
내 미래도 이렇게 이뻤으면 좋겠다.
요즘 왜 이렇게 글이 길지…
사진이 많아서 그런가.
항상 글을 올린후 잘 썼는지 확인을 하는데, 스크롤을 꾀 내리게 된다.
흐음… 글이 긴게 좋은건 아닌데..
여튼 좀 줄이던가 해야겠다.
내일도 파이팅!
송진한
•8년 이전
안녕하세요. 12월이 전역인 22살 군인입니다! 군생활하면서 전역하고 뭐할지 고민을 계속했습니다. 대학교 1학년 수료하고 작년 3월에 입대를 하고나서 올해 전역후 복학을 할지, 다른 일을 배울 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 중에 용접학원에서 용접일을 배울 고민도 하고, 내장목수 일도 고민해보고 다시 원점으로 복학을 해서 대학 졸업 후 엘리베이터 회사에 들어가는 것도 고민해보고 올해 1월 들어서부턴 매일 밤마다 자기전에 많은 고민을 하던 찰나에 타일공에 대해 알아보다가 형님의 블로그를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찾아보던 글 중에 댓글을 올해 처음으로 남깁니다! ! 올해 2월부터 노가다 일기 쓰셨는 데 그 일 자체로도 힘든 데 사진도 다 찍어가며 글도 쓰면서 하루하루 배워나가시는 그 과정을 보는 내내 멋지다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대부분 대학졸업을 원하는 요즘 세상이지만 친했던 동아리 형들의 졸업후 다시 대학원에 입학하거나 계속되는 취업준비로 시간을 쓰는 형들, 공무원 준비하는 여자 동기애들 소식을 듣다가 요즘에는 정말 노가다 쪽이 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젊었을 때 제대로 배워놓으면 나중에 인생살때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이쪽일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 맘 같아선 전역하고 바로 뛰어들고 싶네요. . 최신글을 보니 5월 13일 글이던데 지금까지도 열심히 기술 익히는 형님의 열정에 감탄을 하고 경계근무 준비를 하러갑니다!..편안한 밤 되십시오!!
blog-admin
•8년 이전
매일 나라를 지켜주시는 송진한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전역하시면 뭐할지 고민이 많으실거 같습니다.
그러기에 고민하고 알아보다 제 블로그까지 오시게 된거라고 생각하고요.
저 역시 송진한님과 같은 고민을 할때가 있었습니다.
도서관 다니면 그놈의 공무원 준비서적 등 공무원 준비하는 사람들로 가득 했고.
이쪽일 하시는것도 좋지만 만약 다른 취미나 좋아하시는 일, 흥미있는 일이 있으면 그거부터 해보시는게 어떨가요?
아직 한참 어리신 나이인데 즐기실거 다 즐겨보시고
미래를 위해 기술을 배워보시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