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없다고 놀면 안돼지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일찍 선생님을 만나 현장으로 간다.
“오늘은 어떤 현장인가요?”
“저번에 왜 강남쪽 지하에 주점했었을때 불렀던 주점오야지가
일 좀 해달라고 연락와서 가는거야.
신축빌라 라는데 화장실한다고 하네.”
지난 주점오야지분과의 만남 포스트보기 :
“신축 이군요.
저 선생님이랑 일하면서 신축은 한번도 안해봐서 어떻게 일하나 궁금했는데,
잘됐네요.”
“잘됐긴 무슨..
신축이 힘들어, 다 자재 들어날라야 하지. 물량도 쳐줘야 하지.
나는 원래 신축안하지만 일이없으니 이런거라도 해야지.
하기 싫다고 놀면 돼냐.
내가 일이 있어야 너도 일을 할수있고 그러지.”
“네”
“조공도 오야지가 일이있어야 붙어있는거야.
너도 지금 봐라.
나랑 같이 일하면서 대개 한달에 20대가리씩은 하지 않았냐?”
“네, 보통 그정도는 했던거 같아요.”
“그래.
그 정도는 해야 조공도 먹고 살지.
나 전에 조공할때 한 오야지는 일은 쥐뿔도 없으면서 「기달려봐라 기달려봐라」 그랬어.
기달려보긴 개뿔!
야, 신축 아파트 현장 들어가면 오래할거 같지?
얼마 안걸려.
한동 타일붙이는데 칸띠기 해서 금방 해버려,
그래서 신축아파트가서 일한다해도 2달이면 그 아파트들 다 끝나버려.
그러면 또 일없으니까 쉬는거야.
신축만 뛰는 애들이 그래.
신축하나 들어가면 꾸준히 일있고 그러지.
근데 그거 끝나면 자연스레 일정이 비게 되.
일없는 오야지는 그 비는 시간이 길어.
그때 나 데리고 있던 그 오야지는 몇달을 쉰줄 아냐.
후~ 내가 그때 진짜 타일은 배워야 하는데 일은없고,
맘대로 다른데 가서 일도 못하고,
지금이야 기술자 되고,
오야지 노릇도 하고 그래서 밥먹고 살지.
그때 생각하면, 나 진짜 힘들었다.
우리 와이프는 무능한놈 만나 진짜 개고생했지..”
“그렇군요.”
대게 신축현장에 특히나 아파트들은 세대가 많아,
일 오래할거라 생각햇는데,
막상 선생님 말씀들어보니 그렇지만은 않은거 같다.
하긴 생각해보면 선생님 말씀이 맞다.
인터넷카페나 밴드등의 타일관련 모임쪽 얘기를 들어보면
「칸띄기 하루에 X 칸 칩니다.」
「신축만 하고요, 주방 화장실 이렇게 해서 한두 세대는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는사람들이 많다.
생각해보면 되려 리모델링이나 상가 하는쪽 보다 신축이 더 일이 없을수도 있다.
저렇게 칸띠기나 물량 치는사람들이 주로 신축간다는건데,
한동에 몇십 세대가 산다한들
저렇게 물량 치는사람이 들어가서 후다닥 하고 나오면 금방 끝날꺼다.
게다가 기술자가 한두사람만이 아니겠지.
팀, 때로는 몇팀이 들어가 많은인원이 작업할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더 빨리 끝날꺼고.
다른쪽은 몰라도 타일은 어떤쪽에서 일하던 일이 쉬지않고 길게 (한 반년이상정도쯤)
할수있지는 않은거 같다.
작은게 좋아
“그래서 내가 이렇게 조그마한 현장을 하는거야.
나 지금하는 상가들 봐봐. 길어봤자 일주일 이내야.
일반적으로는 그거보다도 짧지.
이래야 일하기도 편하고 결제 받기도 편하고 좋아.
신축현장 하는 오야지들은 한번 뜯기면 아작나.
몇천은 우수워.
현장하나 맡으면 거기 기술자 인건비가 얼마 되는줄 아냐?
그냥 간단하게 하루에 기술자 3명만 붙였다고만 해도
벌써봐라.
밥값이네 뭐네 하면서 100만원돈 가까이 깨져.
그렇다고 걔내들이 다 자기일처럼 열심히 해줄거같냐? 택도 없는소리야.
그래서 오야지를 할려면 자기가 물량을 쳐나갈줄 알아야 안까지는거야.”
“그렇겟네요.”
“그래서 나는 그냥 이렇게 작은상가, 매장같은거 하는게 제일좋아.
까여도 심해봤자 몇백에서 끝나잖아?
그거야 뭐 단곳가서 좀 벌어서 매우면 그만이고,
그리고 까일 일이 뭐 있냐.
내가 정신 바싹 차리고 일하면 그럴것도 없어.
난 우리 속옷가게 제일좋아.
그냥 너랑 나랑 둘이서 일하기 딱좋은 그런거만 있었음 좋겠다.”
“속옷가게는 결제도 잘해주시고 그러니까.
다른오야지들도 다 하고 싶어 할거 같은데요? ㅎㅎ”
오야지들은 다 그렇겠지만,
제일먼저 보는게 결제가 원활하냐 인거 같다.
결제를 해준다 하더라도 늦게 준다거나 하면,
다른기술자들의 임금을 먼저 줘야하기에 그런부분에서 고통을 상당부분 떠안게 되게 된다.
일감이 어떠냐,
일하는데 환경이 어떠냐를 떠나서
일단 임금문제를 가장 우선시 볼수밖에 없는게 오야지들의 숙명인거 같다.
신축을 접하다
현장오는길에 차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금새 현장에 도착했다.
되게 값비싼 동네에 생기는 신축 빌라 건물.
여기 세입자들도 엄청비싼집에 사는구만.
일단 현장이 어떤지 안으로 들어가서 환경을 보았다.
입구에는 에폭시가 가득한걸 보니 에폭시로 벽을 붙이려는 모양이다.
안을 들어가보려 하니 불이 없어 컴컴하다.
“여기 전기 스위치가 어딨냐…
어 여기 있구만.”
선생님은 전기스위치를 키고 바로 현장안으로 들어가보신다.
나도 궁금하니 따라서 들어가고.
방에 들어가려니 조명용전등이 문입구를 쨍하게 빛춘다.
‘눈아프게 시리 왜 이 각도로 비추는거야.. 쯧.’
“그거 여기 화장실로 비춰봐.”
“네 선생님.”
등에 비친 화장실의 모습.
이곳저곳 보시더니 선생님은 맘에 안들어하셨다.
“이거 상태가 참…
일하기 지랄같겠구만 참..”
「띠리리~」
“예,
예 알았어요.
야, 주점오야지 왔댄다.”
“네.”
밖으로 나가니 주점오야지께서 차를 막 세우셨다.
“잠깐만 차 여기차도에다가 대면 안돼.
차를 우리 현장 들어가는 입구쪽에 대.
여기 세우면 딱지 때.”
“에이, 귀찮네 참.”
여긴 강남이라는걸 잠시 잊었던 선생님이셨던거 같다.
그렇게 차를 다시 세워놓은 찰나에
전번 주점에서 같이 일하셨던 깔끔하게 일하시던 반장님 (이하 깔끔반장님으로 칭함)도 막 도착하셨다.
“밥 먹으러 가야지?”
“어, 가자고들.”
다행히 근처 백반집이 있길래 거기서 아침을 먹고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기술자 마다 생각이 다르다
밥을 먹고나서 본격적으로 일을 어떻게 할건지
주점오야지와 선생님은 이런저런 논의를 하셨다.
그와중에 깔끔반장님은 자신의 커터기와 연장가방을 들어 옮기고
작업준비를 시작하셨다.
“그럼 이렇게 하고 여기서 부터 이렇게 치는거고?”
“어 그래야지.”
선생님과 주점오야지가 논의가 다끝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간다.
“차에가서 연장 내려라.”
“네 선생님.”
“나는 2층부터 작업하니까 연장 2층으로 올려.”
“네.”
1층은 깔끔반장님이 2층은 선생님이 하시는거 같다.
“이야~ 하하, 뭔 연장이 이리 많어?”
“연장이 있어야 일이 되지.”
주점오야지분은 선생님의 차를 보고 되게 놀라셨다.
반면 주점오야지분의 차량은 승용차였으며, 뒷자석에도 연장이 없었다.
연장없이 일하시는 스타일인가 보다.
커터기, 그라인더등등 기본적인 도구들을 들고 계단으로 옮기는데,
깔끔반장님은 이미 실을 달며 가나방 붙이실 준비를 하고 계셨다.
‘역시 연장이 많은게 좋은게 아니구나..’
깔끔반장님은 연장가방도 몇개 가지고 나르고 하는스타일이 아니신거 같다.
아까 깔끔반장님이 연장 짊어지실대 봤는데,
그분 역시 여행용 캐리어를 연장가방 삼아 가지고 다니신다.
왼손에는 커터기,
오른손에는 연장가방.
딱 이 두개들고 작업을 하신다.
우리는 항상 구루마 몇대는 꺼내 다니는데 뭔가 되게 멋져보였다.
깔끔반장님 외모도 잘생기신편이지만,
뭐랄까, 포스가 있다.
몇번을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왔다 연장을 옮기고,
“일단 먼저 붙이게 타일 한박스만, 아니다 내가 할테니까 본드랑 에폭시 줘봐.
그리고 우리 실 이랑 공구리 못 가져와봐.”
“네.”
선생님께서도 본격적으로 타일붙이실 작업을 시작하려 하셨다.
그리고 나는 바로 타일박스를 까 선생님이 일하시는 화장실 문앞에 바짝 세워둔다.
그렇게 몇박스를 까 날르고 선생님쪽 일만 할수는 없으니 깔끔반장님쪽으로 갔다.
깔끔반장님은 가나방(맨 밑단 타일)을 다 달아가고 계셨다.
“어? 왜?”
“아니요. 선생님 쪽 단도리는 어느정도 해드려서,
사장님쪽 단도리 해드리려고요.”
“아, 뭐 그냥 타일만 좀 까서 옆에다 놔줘.”
“네, 사장님.”
타일박스 까드리면서 가나방 붙이시는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보곤 했는데,
상당히 신중하시다.
실을 유심히 보시면서,
타일간의 단차, 그리고 수평대의 확인등 쭈구려서 가나방 작업을 디테일하게 보셨었다.
타일을 다 까드리고 밖에 있는 에폭시를 각 층마다 배치해 두었다.
‘에폭시 작업하면 일이 오래걸릴텐데,
이 현장에서 몇일은 하겠네.’
에폭시를 옮기면서 타일도 살펴봤는데,
흔히 화장실에서 쓰는 도기질 타일도 있고
멋스러운 자기질 타일도 있고 바닥용 헥사곤 타일도 있었다.
쉬지 않고 일할수있다는것에 기쁜것도 있엇지만,
더 기쁜건 깔끔반장님이 어떻게 일하는지 볼수있는 기회가 있을거 같아 더 기뻤다.
연장없이 일하는사람은 어떻게 일할까…
하며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이번에 잘 봐봐야지.
작업종료
이것저것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사진찍을 시간도 없었다.
항상 그렇듯 종로에서 선생님차에 내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가는 길에
타일로 멋지게 꾸며진 건물이 있어서 자연스레 사진을 찍어보았다.
‘오호… 타일을 이렇게 붙이는것도 멋지네.’
무광 검정색에 V자 로 타일을 붙였다.
돈 많이 들었겠구만.
이런건 어떻게 기준을 잡고 붙이는지 궁금하다.
나도 언젠가는 이렇게 멋지게 타일을 붙일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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