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정말 여름이다는것을 느낄수 있게 끈적지근하게 비가 엄청나게 내린다.
아마 다들 그러실거라 생각하지만,
어떨때는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하는 날이 있을때가 있다.
집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뒹굴 놀고 싶을때,
매일매일 푹푹찌는 더위에 지쳐 비라도 내려 좀 햇빛을 안쬐고 싶을때..
어제 두번 쓰러지고 더위에 지친 상태지만,
출근길에 이렇게 비가 내리는게 별로 달갑지만은 않다.
‘맞다, 어제 자재 안으로 다 들어놨었지.. 후~’
저번 대학로 ABC마트에서 작업할때
밖에 젖어서 굳은 레미탈을 보고 놀랐을때가 기억난다.
예상치 못하게 갑작스레 비가 올때
이제는 가장 먼저 작업현장의 자재들이 떠오른다.
어제 용역반장님이 오셔서 자재를 다 안쪽으로 넣어주신 덕분에,
한숨 돌렸다.
만약 밖에 그대로 내비둔 상태였다면,
비닐로 씌어놓았다 한들 아마 조금은 젖지 않았을까 싶다.
비닐로 씌어놓는다고 해도 정말 잘 덮어놓지 않으면
그안으로 빗물이 새들어가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써야한다.
‘설마 비가 오겠어’
적어도 비닐로 덮어놓을때 이런 마음가짐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
한번 뜯은 비닐이라면 반드시 타일박스나 무언가로 윗쪽에
최대한 비가 안들어가게끔 다 막아놓는등 방어책을 대비해야만
자재를 못쓰는일이 없게 된다.
미리 와서 붙여보자
오늘 역시 내가 제일먼저 왔다.
도착하자마자 가볍게 옷을 갈아입고,
본드통에 압착한통을 개고
어제 다 붙이지 못한 타일을 붙여본다.
항상 하던데로 고데질을 하며 긁어진 압착시멘트를 보며
잘 긁어졌는지 높이를 본다.
땅바닥 상태가 안좋아서 그런가 내눈이 이상한건가,
‘이쯤하면 됫겠지.’ 라고 생각하고 나서 타일을 들고 붙여볼라고 하면,
‘아닌거 같은데…’ 하며 다시 타일을 내려두고 고데잡고 이리저리 긁어본다.
‘됐어 씨발! 된거야!
딱 좋아!
괜히 망설이고 시간이나 버리고 앉았네.
이럴때 한장이라도 더 붙이자 얼른’
아직 한장도 못붙였는데,
온몸에 땀이 줄줄 나고,
고데질했다가 타일들었다가 하며 힘이 빠져서 그런지,
모든걸 체념하고 냅다 붙여본다.
‘아 내 정신머리 봐,
망치도 안 갖다 놓고 뭐했냐!’
타일을 압착위에 올려놓고, 망치가 어딨는지 헤멘다. ㅎ
「통통」
망할놈의 타일은 내 정성스러운 고데질도 몰라봐주고,
아니나 다를까 모서리가 뜬다.
‘옘병 그러면 그렇지.
내 한방에 안될줄 알았다.’
다시 붙인타일을 고데로 들어낸다.
‘아우~ 씨발!
지금 방금 붙였는데, 더럽게 안떨어지네.’
압착양이 많아서 어떻게든 망치로 두드려서 잡아보려는 생각에
미친듯이 망치질을 했더니만 아주 제대로 달라 붙었나 보다. ㅎㅎ
힘들게 타일을 들어내고,
바닥에 있는 압착을 살짝 살짝 덜어내 다시 붙여본다.
‘이정도면 맞는거 같다.’
「드디어 한장 붙였다.」 라는 안도감과 함께,
바로 그 옆장쪽에도 압착을 퍼서 바른다.
‘이번엔 한방에 가보자.’
하며 나름 감잡았다고 우쭐대며 겉멋을 잡아본후
마치 내가 선생님이라도 된거마냥
고데로 전체적으로 한번 긁고 상태는 신중하게 보지도 않은채,
타일을 들고 온다.
‘어… 윗쪽에 압착이 많은거 같은데..
아니야! 맞을거야
붙여보지도 않고 겁만 많아가지곤!
안돼면 다시 떼면 돼.’
막무가내로 타일을 올려놓고 망치질을 해본다.
‘이럴줄 알았어 썅.’
안좋은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는다.
결국 다시 들어내고 붙였다 하며 시간을 다 잡아 먹었다.
이렇게 4장정도 붙이고 나니 밖이 환해지고 출근시간이 다 됐다.
‘후, 오늘도 4장 붙였네.
…그래도 붙여본게 어디냐’
내 자신을 달래보며 업무시작 준비를 한다.
600각 타일로 화장실 바닥
어제 기술자 두분께서 화장실 벽타일을 거의 다 붙이시고 나서,
오늘은 바닥타일을 붙이셨다.
이전 몇몇현장에서도 화장실에
600각 타일을 바닥으로 쓴적이 몇번 있었지만,
그때는 화장실 크기가 어느정도 되었는데,
이현장에는 작은 크기인데도 600짜리를 붙이게 되었다.
600각 타일이 두박스가 겨우 될까 말까한 수준이니까 한평 일텐데,
보통 이정면 300각이나 200각 바닥타일을 쓸텐데 600각을 쓰네.
뭐 600각 쓰는게 작업하시기 더 편할테니 차라리 좋을수도 ㅎ.
그리고 화장실 작업이 끝나면 바로 옆방에도 타일을 붙여야 하니,
그라인더 셋팅을 창고 바로 앞방에다가 다시 옮겨두고 작업을 하셨다.
“후~ 오늘은 좀 낫네.
어제는 진짜 죽을뻔햇어.”
어제 나와같이 창고뒤에서 구토하며 쉬셨던 기술자분께서,
오늘은 본드냄새가 덜나서 다행이라고 좋아하셨다.
덥디 더운 창문도 없는 좁은 화장실에서
본드바리하는데 얼마나 힘드셨을까…
정말 고생이 많으시다.
내 작품위에 타일을
어제 내가 힘들게 잡아놓은 샴푸실 바닥.
이곳에 선생님이 들어가셔서 작업을 진행하셧다.
어제 선생님이 내가 하신 바닥을 보시고 만족하셨나 보다.
일거리로 잘했다고 이렇게 문자까지 보내신적은 처음인데,
사실 난 카톡을 받고나서도 기분이 좀 시원치 않았다.
이왕 오래걸려서 한거
어디하나 티안나게 맨들맨들한 바닥을 만들고 싶었는데,
선생님은 만족하셨을지 모르지만 나는 영 시원치 않았다.
다음번에 또 기회가 오면 그때는 더 깔끔하게 잘해야지.
“타일 좀 이 앞에다가 더 놔.”
“네”
함빠 재고 있던 도중 선생님의 호출에 하던걸 멈추고
타일박스를 까 선생님이 작업하시기 편하게 그 앞쪽에 둔다.
“본드통에다 압착 퍼가지고 와.”
“네”
그리고 선생님께 본드통에 압착을 가득 넣어 드린다.
“여기요. 무겁습니다.”
“어 넘겨 넘겨.
아우~
야, 이렇게 너무 많이 넣으면 힘들잖아.”
선생님도 확실히 나이가 드셨나보다.
압착이 가득한 본드통의 무게는 물론 상당하지만
그래도 이정도 가지고 뭐라고하실정도의 연세는 아닌데..
선생님도 노동일쪽으로 계속 하시다보니,
어깨나 팔에 무리가 많이 가셨나보다.
내가 마치 손을 못 쥐는거 처럼.
나도 언젠가 지금 선생님처럼
저렇게 몸에 무리가 많이가서 힘들어지는날이 오겠지…
후~ 생각하지 말자 일단 어떤거든 열심히 해야지,
나르는거든 붙이는거든 딱는거든
기쁘다
일단 큰 샴푸실을 하고계실때,
미리 작은 샴푸실쪽도 타일을 어느정도 갖다놓아놨다.
선생님께서는 큰 샴푸실을 다 붙이시고 나서,
곧바로 작은 샴푸실을 들어가시려고 했다.
“여기 호스좀 치워봐라.”
망할놈의 호스,
쓸때는 편하고 좋은데 치우거나 정리할때는 정말 빡세다.
길이가 적어도 한 30미터는 넘는데,
이거 호스자체가 가벼운게 아니라 무게가 있어서
정리할때 감을라면 손에 힘이 들어갈정도다.
팔에 휭휭 감고,
적당히 한쪽에 치워놓고 선생님께 말씀드린다.
“여기 됐고 압착 통에 담아 드리겠습니다.”
“어”
그렇게 다시 작업재개.
“이것 좀 잘라와라”
큰 샴푸실과는 다르게
함빠재야하는 부분이 조금있어서 그라인더질을 좀 했다.
이렇게 함빠 잘라다 드리고,
압착 더 퍼다 드리고 하면서 작은 샴푸실까지 끝났다.
얼마 되지 않은 작은 평수의 두곳이지만,
내가 이 두군데의 바닥을 잡았다는게 자랑스럽고 기뻤다.
물론 바닥 기준까지는 내가 재지 않았지만,
그래도 레미탈 다 채워가며 깔끔하게 바닥을 채웠다는것에
뭔가 타일공으로서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어 기쁘다.
다음번에는 더 빠르고 맨들맨들하게 잘 해봐야지.
이젠 아이스크림
오늘은 어제처럼 빡세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그렇게까지 목마르거나 힘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참시간이 되니 자연스레 배속에 있는 시계가
「참 먹고 하자」 라고 신호를 보내는거 같아 편의점 가서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사왔다.
아이스크림은 뭘살까 하다 콘이나 바 가 아닌
설레임을 사서 다같이 먹었다.
이 일 안할때는 무조건 콘 아니, 그냥 빙수를 시켜먹곤 했는데,
일하다보니 설레임 같은 아이스크림이 제일 좋은거 같다.
떠먹지 않아도 되고, 쭉쭉 빨아먹으면 시원하게 샤베트처럼 나오고.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금방금방 녹아버린다. ㅎㅎ
타일이 위에 좀 놓고 있다가 먹을라고 만져보니,
물컹물컹해진게 ㅎㅎ.
만약 콘이였으면 다 녹아서 흘리고 여기저기 묻고
그래서 먹기도 사나웠을텐데,
역시 먹는것에도 이런것을 대비해 생각을 하면서 사와야돼.
난 먹을것은 좀 아는 남자니까 이런걸 대비해서 설레임으로 사왔지 ㅎㅎ.
당분간 앞으론 음료말고 이걸로만 사와야지.
창고 앞쪽도 미리 셋팅
“선생님, 창고 앞쪽에는 어떻게 하시나요?”
“어떻게 하긴? 깔아야지.
너 창고쪽에도 대충 타일장수세어다가 미리 갖다놔.
그건 봐서 내일 깔던가 하게.”
“네.
벽에는 타일 이미 붙여져있던데.”
“우린 바닥만 깔면 돼.”
“네.”
선생님 말씀대로 어림잡아 들어갈 타일의 장수를 세놓고
옆에다가 기대 두었다.
벽타일은 전에 여기 영업할때 쓰던거 같은데,
상태가깨끗해서 그런지 그냥 쓰시는거 같다.
벽돌은 하수구같이 보이는
저쪽 배관쪽 타일깔때 쓰슬라고 미리 저렇게 준비해둔거 같고.
이 앞에 깔려져있는 길쭉한 바닥타일로
이쪽 창고앞부분 다 붙일라면 진짜 하루는 걸릴거 같다.
다행히 600각이라 그래도 금방 끝나겠지.
작업 종료
“야, 이거 안되겠다.
아직 함빠 남은거에다가 창고 에다가…
그냥 내일 메지아줌마 불러야 되겠어.”
기술자 두분은 오늘까지 일해주시기로 하고
내일은 나랑 선생님 메지 아줌마 이렇게만 일하기로 했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메지 아줌마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내가 메지를 잘 못해서 시간이 많이 걸리기에
메지 한번 넣기 시작하면 품이 많이들어간다.
내 일당과 선생님 일당을 생각하면
메지 아줌마 한명 불러서 시키는게 훨씬 싸게 먹힌다.
“그냥 사장님이 메지 해주시면 안돼요?”
라고 업자분들이 종종 묻고는 하시는데,
되려 그쪽이 더 인건비가 들어간다.
사실 나랑 선생님이 메지를 넣는다고 하면,
난 자신이 없어서 그런지 뭔가 하기가 싫어진다.
힘든건 마찬가지인데,
해도 내마음대로 잘안되고 의욕도 떨어진다.
타일기술자가 되려면 잘해야 하는 것중에 하나인데…
내일 메지 아줌마오면 옆에서 하시는거 잘 봐둬야겠다.
그렇게 볼정도로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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