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날 위로해준다
오늘로 벌써 6일째 이 현장에 작업하러 온다.
사실 나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고
한 현장에 오래 있는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일이 끝나질 않았으니 어쩔수없이 이곳에 머무를수 밖에없다.
보고싶은 가족, 그리고 자유로운 내방.
그리워 죽겠다.
“후~”
뭔가 내가 갇혀있다는 답답함에 한숨을 푹쉬고 힘없는 눈을 창밖에 대고 떠보니,
저 건너편 안개가 자욱한 산의 모습.
그밑에 푸른 강.
그리고 풀과 나무들이 이뤄져 한편의 그림같은 모습을 바라보니,
조금은 그리움이 사라진다.
사람은 초록색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얘기가 있던데,
이번 현장과 바로 전 현장 백령도에서 체험하는거 같다.
일이 아니라 여행으로 이곳을 왔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제초 작업
커피를 돌리면서 밖을 보니 넓은 풀밭에 제초작업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동네주민분이라 생각되는데,
뒤에는 제초기 가방 들고 한손에는 제거하는 기구를 들고 풀깍는데 집중하신다.
저것도 평수로 치면 100평 될라나?
꾀 넓은데 저거 다 제초할라면 시간 엄청 걸리겠지..
근데 저거 깍인 잔디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하다.
저것도 마대자루 같은걸로 싹다 담아 차로 따로 버리나..?
저런풀은 소나 양 염소 같은 동물들의 먹이로도 가능할거 같기도 하고,
아님 비료에 섞여 쓰인다던지.
여튼 이일 하면서 시공후 폐기물이 얼마나 나오는지,
그거 처리하는것도 보통일이 아니라는걸 알기에
작업후 나오는 쓰레기들 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요즘 친환경, 친환경 하면서 최대한 자연에 피해를 주지 말자고
정부에서부터 캠페인을 벌이는만큼,
되도록이면 아껴쓰고, 쓰다 남은것은 재활용해서 쓰고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타일 시공에서도 그렇지만,
양쪽 다 잘라낸 타일이라고 막 버리지 말고,
사람들의 시선이나 동선이 아닌곳에 쓰일수있도록
어딘가에 놔뒀다가 붙일수있게끔 잘 관리해두자.
이러면 현장담당자는 자재비 아낄수있어 좋고,
시공담당자는 청소나 타일다시 꺼낼일이 줄어 좋고,
1석 2조다.
오늘부터 벽타일
오늘은 주방 벽타일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일단 밑에 층에서 벽타일 붙일수 있게 본드를 위층에 올려놓고,
항상 하던대로 브릭패턴(타일원장과 반장을 줄의 순서대로 붙이고 이어나가는 패턴)으로 시공한다.
제일먼저 타일을 붙여나갈 기준이 되는면 쪽의 길이를 알아낸후,
타일이 몇장 들어가는지 체크.
“반장….
일단 열두장쯤 잘라봐.”
“네”
이때 딱 맞게 타일을 자르면 좋지만,
적게 자르거나 1,2장 많이 잘라도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어차피 붙이다보면 함빠로 또 쓰일때가 있기에 그때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잘라두면 함빠로 쓰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눈짐작으로 면의 길이를 알아낸다 하더라도
어느정도 딱맞거나 모자르게 잘라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고,
체크해야 한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시공후 남는 쓰레기처리는 여러모로 피해가 크다.
쿠사비는 반드시 꽂아야 한다
항상 하던데로 벽면에 본드를 바르고 고데질한후 타일을 쓱쓱 붙여간다.
메지간격을 보며 위에꺼 옆에꺼 틀어지지 않았나 주의깊게 살피며 한장두장 붙이는데,
팀장님이 이 모습을 보시더니,
“쿠사비 있으니까 그거 꽂아가면서 하세요.”
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선생님은 그거 꽂아봤다 속도만 느리시다고 역정을 내시지만,
팀장님은 절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이 부분은 사람들눈에 보이는 부분이예요.
밑에 내가 쿠사비 갖다 드릴테니 무조건 꽂으면서 하세요.”
선생님은 짜증을 내시지만,
인테리어 책임자인 팀장님이 그렇게 하라고 했으니,
쿠사비를 꽂으며 시공을 재개한다.
“이렇게하면 더뎌.
너 봐라 한장 붙일때마다 이거 쿠사비 꽂아가면서.
이렇게하면 한참 붙여.”
“네.
그런데 확실히 쿠사비꽂고하면 그만큼 메지틈은 일정하게 나온다고 보장되는거니까,
팀장님 시키는대로 해야죠.”
사실 선생님은 쿠사비꽂아가며 하는것에 불만이셨지만,
나는 되려 좋았다.
확실히 쿠사비를 꽂으니까 메지틈의 간격이 달라지거나 하는거 없이
일정하게 나와주니까 보기 좋다.
처음에는 팀장님이 주신 쿠사비를 꽂으며하다가 부족해서
평탄클립의 클립 쓰고 남은 부분을 쿠사비로 대체해 꽂았다.
쓰던 쿠사비와 사이즈가 같아서 문제없이 쓰였고,
혹시나 문제되지 않을까 팀장님께도 이렇게 하겠다고 보고하니,
그러라고 하셔서 클립쪼가리로 쿠사비를 대체 하였다.
벽타일 쿠사비의 문제
“벽타일 할때 쿠사비 쓰면 나중에 메지 넣을때 고생해.
너 1층 전에 타일했던사람들이 벽타일 해놓은거 봤냐?
그거 안빠져.”
이런 브릭패턴의 타일시공할때는
흔히쓰는「+」자 모양의 쿠사비가 아닌
「T」자 모양의 쿠사비를 사용하게 된다.
옆의 타일과 틀을 맞추려 자연스레 메지틈 사이에 쿠사비들을 집어 넣게 되는데,
나중에 메지 넣을때 벽타일에 발라놓았던 본드두깨가 매우 얇거나
쿠사비를 집어넣었을때 살짝만 집어넣고 그대로 굳혔을경우,
메지 넣을때 쿠사비가 그대로 보이게 된다.
이건 꾀 큰 문제며,
재수없으면 타일 뜯고 다시붙여야 하는경우도 있다.
그러기에 쿠사비를 메지틈새 안에 넣을때도
메지시멘트가 충분히 들어갈만큼 2mm 정도의 틈새가 나올정도로
쿠사비를 집어 넣어줘야 한다.
나도 여태까지 쿠사비를 메지 틈새안으로 집어넣다가 선생님께 몇번 깨진적이 있다.
“제대로 집어넣어.
그거 그대로 굳으면 너 못빼 나중에.”
잊지 말자.
쿠사비는 편리하고 아주유용한 도구지만,
조금만 부주의하면 그 조그마한것 때문에 타일을 뜯어내는 경우가 생길수있다.
전체를 붙일필요는 없다
「타일 아님」
이라고 밑에 부분에 써있다.
인터넷이나 다른 시공자들 타일 시공한 포토폴리오들을 보면
주방타일시공의 경우 흔히 보이는 경우다.
타일을 중간부분에만 길게 붙인다거나 밑에쪽을 어느정도 남겨두고
위와 중간부분만 붙인다거나 하는경우다.
당연한거지만,
주방에는 싱크대나 위에 환풍기나 가구등을 설치하기에
그런부분은 애써 타일을 붙이지 않는다.
인테리어에 대한 개념이 아애 없었던 시기에는
‘아니, 저렇게 해서 타일을 아낀다는건 좋은데,
주방 위치를 변경한다고 하면 어쩔라고 …
저 부분에 싱크대나 다른가구를 다른곳으로 배치시키면
타일 안붙인 맨벽이 보이잖아..
보기 싫게..’
라는 생각도 햇었는데,
생각해보면 그렇게 될리는 거의없다.
주방에서 가장중요한 물.
이건 물이나오는 배관이 필요한거다.
싱크대 설치시 배관의 유무나 위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배관이 나온위치에 싱크대를 붙이지 없는쪽에 싱크대를 붙일수는 없다.
그러므로 주방타일시공할때는 배관나온부분을 잘 살펴보고
환풍기달리는 기구는 크기가 얼마쯤인지,
알아두고 시공에 임하는게 기본적인 타일시공자의 자세다.
나는 기술자가 아닌 단순 데모도 이지만,
이런건 기술자가 되기위해 기본적으로 알아야할 기초지식이며,
이런 면적을 참고해 타일자재를 옮길때도 물량을 파악해 두는 습관을 들이자.
고급스러운 참
“참 드시고 하세요”
집주인 분께서 오늘도 참을 주셨는데,
머루포도와 커피를 주셨다.
오늘 먹는 머루포도도 어제만큼 맛있다.
진안에서 나오는 머루포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되게 새콤달콤하게 내가 아주 좋아하는 맛이다.
이렇게 본드 묻은 손으로 포도 먹어도 맛있는거 보니
머루포도는 시멘트에 묻혀먹어도 맛있는거다. ㅎㅎ
그러니 여러분도 기회되면 머루포도 먹을때 압착시멘트 묻은손으로 그냥 먹어…
ㅎㅎ 농담이고, 귀하고 비싼음식 감사한 마음으로 먹자.
화장실 벽 부터
“이제 주방 다 됐으니까 화장실로 가자.
타일이랑 본드, 그리고 우마도 이리 가져오고.”
“네”
내가 자재와 장비를 옮길때 선생님은 레벨기를 띄워 전체적인 수평을 보고 계셨다.
벽면의 사방을 보시고 펜으로 체크를 하시면서 기준면을 잡고,
바로 시공에 들어가셨다.
“아, 이거 오래 걸리겠네.”
“왜 그러세요?
벽 상태가 안좋은건 가요?”
“아니 뭐 벽상태야 그렇다고 치는데,
팀장이 벽에 고데질 해서 붙이지 말고,
벽에도 고데질하고 타일에다가도 고데질해서 붙이라고 하네.
뭐 이렇게 하는게 가장 좋은방법이긴 한데, 손도 많이 가고.
더디지 되게.”
이런 시공방법을 일본에서는 개량압착붙임(改良圧着張り)이라고 표현하는거 같다.
일본시공영상등이나 포토폴리오등을 보면
외장벽타일 할때 대부분 이렇게들 하는거 같은데,
팀장님도 이 개량압착붙임을 원하셨다.
역시 팀장님은 뭐든지 해도 확실하게 하는 스타일이시다.
그렇게 해서 우선 벽에 본드발르고 고데질 하고,
어느정도 벽에 본드를 다 발르면 내가 타일에 다시 본드로놓고 고데질해서 선생님께 드리면
선생님은 붙이는 식으로 타일을 붙였다.
“이 쪽 메지 살짝 좁은거 같아요.”
“메지나 뭔가 이상한거 보이면 그냥 너가 다시 조정해서 붙여.”
그래서 선생님이 하시다가 놓치신 부분이 있으면
내가 알아서 다시 조정하고 붙이곤 해서 화장실 타일을 붙여나갔다.
작업종료
오늘은 이리저리 디테일하게 작업하라는 팀장님의 지시사항 덕에
평소같으면 오래 걸리지 않을 벽타일작업을 상당시간 할애해 작업했다.
선생님은 너무 더뎌서 실증내셨지만 나는 너무 좋았다.
메지 선이 일정간격으로 다 맞춰나온걸 보니 뭔가 작품을 만들어놓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비록 데모도라고 해도
나도 분명 몇장붙이고 자르고 했으니 시공자다. ㅎㅎ
오늘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서 기쁘다.
아덱스 천국
현장을 나오는길에 유명브랜드 자재들을 보고 사진 몇장 찍어봤다.
아덱스 메지시멘트를 들고 한장.
음~ 검은색이 아닌 그거보다 약간 갈색빛이 도는 색인데,
되게 고급스럽다.
아덱스 시멘트
이게 바닥에 쓰였나. 벽에 쓰였나.
오래되니 기억이 잘안나는데 하여튼 이녀석을 품에 안고 한장.
15KG ….
이러는데도 드라이픽스보다도 더 비쌈..
크으… 독일기술이 또..
그리고 보너스로 디월트 톱
여기 팀장님도 브랜드를 좋아하시는거 같다.
이것만이 아니라 그라인더나 다른것들도 다 디월트로 쓰시는거 같던데,
역시 일 잘하는사람은 연장도 확실하지 ㅎㅎ.
「팀장님 멋쟁이 십니다.」하며 따봉 하고 한컷.
그런데 저는 밀워키가 더 좋습니다. ㅎㅎㅎ
그림같은 퇴근길
그렇게 사진을 다 찍고 집으로 가는길.
오늘 일시작전 바깥 풍경을 보듯,
일끝나고 바깥풍경을 보러 저 멀리 산쪽을 우러러 본다.
도시 같았으면 반짝반짝 빛나는 조명,
네온간판 달린 큰 건물들의 불빛들로 밤을 맞이 하겠지만,
시골은 이렇게 하늘색과 짙은 푸른색이 빛을 막으려고 하는 멋진 풍경으로
밤을 맞이하게 된다.
이렇게 포스팅하면서 다시 사진을 자세히 보니 기가막히구만.
오늘도 시골에서의 멋진 하루는 끝났고,
이제 화장실 남은것만 끝나면 집에 갈수있다는생각에 외로움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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