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커피는 아메리카노
오늘도 역시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제일먼저 하는일은 주전자에 물 끓이기다.
“어이고, 으차”
고작 블랙커피 한잔 마시겠다고 아픈 무릎 구부려 가며
주전자에 물을 담아 끓여 컵에 커피를 타, 현장에 계시는 모든분들께 다 돌린다.
“아, 저는 괜찮아요.”
나름 아픈 무릎으로 힘들게 끓인 커피인데 거절하시는 반장님이 얄밉기 보다,
되려 반장님 입맛에 맞는 음료를 갖다드리지 않은게 죄송하다.
바쁘신 와중에도 자재 부족하면 날라주시고,
전기떨어지거나 다른 무언가가 필요할때는 언제나 반장님이나 팀장님을 찾게 된다.
그럴때마다,
“뭐 필요한거 있으세요?”
“말씀만 하세요.”
하시며 미소지으며 내게 되려 물어오시는 반장님.
지금 5일째 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한순간도 나와 선생님께 불평한마디 없이 힘들다는 내색없이 묵묵히 도와주신다.
만약 나였으면 어땠을까?
최근에 나는 뭔가 말할수 없는 이상한 감정을 느낄때가 있다.
한 현장에 있다보면 다른 공정과 겹치는일이 부지기수인데,
남들이 나한테 뭐라고 한것도 아니고,
피해를 준것도 아닌데,
마음속으로 확 울컥할때가 종종있다.
왜지…
회사생활할때 느끼던 감정…
“혹시 지금 괜찮으시면 회의 할수있을까요?”
“위에서 갑자기 기획 바꾸라고 해서,
이렇게 하게 됐네요.
미안해요. 이렇게 할라면 일정얼마나 더 들까요?
위에서 빨리 하라고 지시한 사항이라서요.”
모니터를 보며 한숨을 푹쉬며
“예, 알겠어요.”
라고 맘에 있지도 않은글을 채팅창에 적는다.
다들 많이 그렇겠지만 나는 회사 생활할때 나는
「내가 백날 이렇게 해도….」
라는 감정을 항상 느끼고 다녔었다.
뭔가 나혼자 일한다는 느낌…
TF 라고해두고 짜놓은 구성원들과 있다보면,
“죄송한데, 저쪽일이 급해서요.
이거 꼭 해야 하는건가요?”
“지금 제품쪽 회의가 잡혀있어서요.
회의끝나면 제가 그 회의 참석하겠습니다. ”
.
.
.
.
.
‘씨발, 그냥 나혼자 일시켜라.
좆같아서 같이 일 못하겠네 씨발’
그렇게 책상앞에서 스트레스 한참 받고,
집에 오면 「내가 왜 그랬지.. 」하며 죄책감과 미안함에 내 자신이 못나보이고..
갑자기 이전 생각하니 불필요 하게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그러고보니 회사 다닐때도 제일먼저 했던게 머그컵 닦고
커피 마시러 가는거였는데.
이건 노가다나 회사생활이나 똑같구만 ㅎㅎ.
오늘은 방 함빠 부터
어제 붙이다 만 방쪽 타일을 붙여야 하는데,
바닥에 흙먼지 등이 투성이라 일단 깔끔하게 방부터 쓸기 시작했다.
“그거 하기전에 나 압착부터 개줘야지.”
“아, 맞다.
잠시만요.”
쓰잘대기 없는 옛 회사생각하다 아침부터 어리버리 까게 되는구만 ㅎㅎ.
이래서 회상은 일끝나고 집에 혼자있을때 해야 하는거야.
일터 나오면 정신차리고 집중해야 하는건데,
역시 난 아직 멀었구만 흠…
“선생님 여기 개 드렸습니다.”
“어, 나 이제 저쪽 함빠 붙일테니까
너 여기 청소 마저 하고,
여기 홀도 싹다 정리좀 해.
여기 바닥 깔아야 하는데,
이것저것 난장판이네.
타일 쪼가리도 못쓰는거 따로 담아 버리든가 하고.
하여튼 정리해.”
“네.”
그렇게 방과 홀을 싹다 청소하고 정리를 했다.
그리고 나니 선생님은 안쪽방을 붙이고 계시는중이셨는데,
역시 평탄클립 쓰시니,
확실히 평소보다 붙이시는 속도가 느리시다.
평탄클립을 익숙하게 쓰면서 시공한다 해도,
안쓰는 거보단 느리겠지…
“근데, 이거 확실히 효과과 있어.
쓰니까 결과물이 확실히 더 좋아.
단차도 없고..
다만 이 타일이 싸구려라서 에이..
다 좋은데 타일이 망쳤네.
타일이 휘어서 에이씨”
나는 맨처음에 타일이 휘었다는 말이 이해가 안되었다.
타일이 휠수가 있나?
하며 의아해 했는데,
다른 게시물이나 말들을 들어보면 흔히 「바가지 졌다」 라고들 표현하는데,
타일이 배가부른거처럼 가운데 쪽이 올라와있는 경우들이 있다.
이런걸 보고 타일이 휘었다고들 표현한다.
“근데 이것도 다 잡아 내야돼.
안된다고 생각하면 평생을 가도 안돼는거야.
분명 이것도 다 잡는 방법이 있을거야.”
선생님은 어떨때 보면 불도저 같이 무조건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으시다.
“선생님,
이거 이러쿵 저러쿵 해서 하면 안될거 같은데…”
“아이, 씨발 그냥 해!
까짓것 안되면 마는거야.
일단 해.”
다소 무리한 경우일때도 본인이 해야한다는 확신이 들면
어김없이 밀어붙이신다.
사실 나도 저렇게 밀어붙이는 성격이긴 하지만,
나는 이것저것 고려 한후 밀어붙이는데
선생님은 한발짝도 틈새를 주지않고 바로 확확 밀어붙이신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타일 붙일때 옆에서 보시다가도
조금이나마 본인맘에 안들면 바로 역정을 내시며 화를 내시기 일쑤시다.
이런 선생님이 싫거나 잘못됐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만,
글쎄, 난 이런부분은 배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때가 종종 있다.
나는 기술자 되면 저런 스타일보단 뭔가 유유하게 일을 하고 싶다.
그리고 거실 바닥
방안에 함빠까지 다 붙이고 나와서,
이어서 남은 거실바닥 작업을 시작했다.
어제까지 작업한 부분이 있어 다행히 압착통을 구루마에 올려놓고 다니며,
편하게 압착을 퍼쓸수 있었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압착통없이 압착시멘트를 본드통에 담아 날라주는 경우 많이 힘들다.
아무리 짧은거리라고 하더라도,
매번 통에 퍼다 담고 그 무거운걸 들고 왔다갔다 해야 하고,
이래서 장비가 있다는것이 중요하고 편리하다는거겠지.
“… 유리드는거(압축기) 가지고와서 저쪽 모서리꺼 다시 들어봐.
옆에쪽이 조금 떳네.”
“네”
압축기쓸때마다 느끼지만 정말 힘들다.
타일위에 먼지나 흙등을 깔끔히 없애고 압축기댄 다음에
압착시키고 손잡이를 당기는건데 진짜 잘못하면 허리나간다.
그러기에 한번에 들어올리려 생각치 말고,
여러차례 힘을줬다 뺐다 하면서 들어올리는게 중요하다.
“후~ 어우씨 되게 안되네.”
“왜 안돼?
기달려.
자 하나둘셋. 으차차차”
그렇게 두명이서 압축기를 쓰며 붙였던 타일을 다시 때 붙였다.
이거 한번하니 땀이 온몸에서 줄줄 난다.
정말 차라리 이거 할바엔 그냥 망치로 타일깨고
새타일로 다시 붙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타일은 헛되게 쓰면 안되기에 최대한 아껴서 써야 한다.
물론 그전에 이렇게 다시 붙일 상황을 맞지 하지 않는게 더 좋은거지 ㅎㅎ.
발이 불편해
“붙인거 밟지 말고 넘어가.”
“네.
하나둘~웃차!”
타일두장 을 뛰어넘어 착지 하는데 무릎이 아린건 물론이고
발바닥의 감각이 안좋다.
“아이고… 아우..”
글쎄, 최근에 발가락에 감각이 이상하다.
뭔가 항상 저린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신발이 발에 딱 맞으면 매우 불편하다.
그래서 지금 신는 안전화도 한치수 정도 큰거로 신고 있다.
낮에 한참일하고,
퇴근할때 되면 뭔가 발이 퉁퉁 불은거 같이 발이 매우 불편하다.
때론 그냥 맨발에 슬리퍼 신고 일했으면 좋겠다.
만약에 그렇게 신고 일했으면 위험한건 당연한거고,
압착시멘트나 레미탈등 튀어서 발에 묻으면 시멘트독 올르고 해서,
이것저것 여러가지로 힘들겠지..
근데 모르겠다.
아무래도 병원을 한번 가봐야겠다.
시골에서 먹는 과일은 느낌이 다르다
“참 드시고 하세요.”
집 주인분께서 참드시고 하시라고 포도를 주셨는데,
진짜 맛있었다.
선생님은 한알 한알 따써 드시는게 아니라,
그냥 꼭지 잡고 한입 두입 베어드시는 자연인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ㅎㅎ
“아~ 이 포도 진짜 맛있네요.”
“어, 이거 머루포도야.”
“맞아요. 저도 머루포도인줄 알았어요.
근데 머루는 어디에 있나요?”
“머루 가 지역이 아니라,
포도종 이름이야.
머루포도.”
“아, 전 머루포도 머루포도 하길래,
왜 나주배 이런식으로 앞에 지역명 따서 상품화 시킨건줄 알았어요.”
난 과일들은 다 지역명+ 과일종 이렇게 되어있는줄 알았는데,
머루포도처럼 그렇지 않은것도 있었다.
30년을 넘게 살아오며 인스턴트나 잔뜩 먹어대니 몰랐던거 겠지 ㅎㅎ.
앞으로는 이런 부분도 좀더 알아가면서 살아야겠다.
그래야 무식하단 소리 안듣지.
작업 종료
결국 오늘부로 2층 거실과 방바닥 모든 타일작업을 다 끝냈다.
결과물이 생각만큼 나와준거 같아 기분이 좋다.
선생님 역시 만족스러운 결과에 겉으론 표현 안하시지만
즐거워하시는거 같았다.
우리가 퇴근하던길에 팀장님은 문을 달으시는거 같았다.
내일 아침에 오면 문까지 달려 있겠지.
후~ 이제 진짜 끝이 보이는거 같다.
집이 그립다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녹초가 된 몸을 바닥에 눕혀 본다.
“으으아~”
몸을 바닥에 눕히는순간 온몸에 신경의 긴장이 풀렸는지,
아려오는 고통과 뻐근한 고통이 한번에 몰아쳐 온다.
“아이고 아이고.
후~”
편안함에 자연스레 기분이 좋아지고 눈이 감겨온다.
‘집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운마음 살짝.
생각난 김에 집에 영상통화 걸어 가족의 안부를 묻고 힘들었던 몸에 휴식을 준다.
오늘 하루도 타지에서 아무 사고없이 일하고 편하게 하루의 끝을 맺는 모습.
몸이 힘들면 어때, 마음이 편한데.
비록 가족을 못보는건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계속 못보는건 아니니까. 라고 스스로 위로 하며 잠을 청한다.
노가다 일기 연재가 늦어진 이유
2017년을 넘기고 2018년이 왔습니다.
2018년은 좀더 부지런히 살고, 일기도 자주 올리자고 스스로 다짐했건만
거의 보름만에 쓰게 됩니다. ㅎㅎ
최근에 운이 좋아 선생님 일이 아닌,
다른 기술자 현장에 가서 날일도 하게 되고,
이런저런 많은것들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바쁘게 나날을 보낸 덕분에 일기도 못썻다는 것 이유1.
그리고 최근에 컴퓨터가 맛이 가서 일기쓸 환경이 안되었다는 이유2.
이 두가지가 연재를 미루게된 이유입니다. ㅎㅎ
물론 핸드폰으로도 일기를 쓸수 있겠지만,
저는 이 노가다 일기를 쓰는것만큼은 최대한 일기를 잘쓸수있는 환경에서
글로 이런저런 표현하며 기록하려 하는 제 고집이있기에,
핸드폰으로는 일기를 절대 쓰지 않습니다.
대신에 핸드폰으로 SNS을 통한 (인스타그램) 개제는 종종 올렸습니다.
지금 이 일기를 쓰는 2018년 1월 14일 컴퓨터를 포맷하여
다시 일기를 쓸수있는 환경을 만들었기에 부지런히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자주쓰고, 덧글에도 답글 더 빨리 올릴수있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응원, 충고, 격려의 말씀 감사드리며,
새겨듣도록 하겠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ㅁㅁ
•7년 ago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스타도 팔로잉했답니다 ㅎㅎ
전 또 인천에서 울진으로 돈벌러 가네요
다치지 말고 화이팅
blog-admin
•7년 ago
새해부터 고생이 많으십니다.
하지만 울진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나중에 ㅁㅁ님의 큰 자산이 될거라 믿습니다.
수고 하시고,
항상 감기 유의 하시고요 ^^
유지석
•7년 ago
전 내일부터 목조주택학원을 인천으로 다닙니다 ㅎㅎ 집이 용인인데 인천으로 9시까지 4주간 다녀야하는데 좀 겁이 나네요 ㅋㅋㅋ
추운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 인스타도 팔로우하게 되었네요 ㅋㅋ
이번주도 화이팅하세요!
blog-admin
•7년 ago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목조주택을 배우시기로 하셧군요.
여러가지 많은것들을 배울거라 생각하는데,
수료후 저도 좀 가르쳐주세요.
그리고 여건이 되시면 작업일지 혹은 일기 쓰시면 다른분들도 그렇고 저도 많이 보러 갈거 같습니다.
^^
2018년 새로운 도전 응원드리며,
올해도 안부 자주 전해주세요
노린이
•2년 ago
5년전 글이시지만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올해 여름 처음으로 건설업에 몸 담아봤는데요 내용들이 참 공감도 많이가고 쓰신 분이 어떤 분인지 상상이가서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blog-admin
•2년 ago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 시작하시는것에 몹시 걱정이 앞섭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쉬운일 없고 편한일은 없으니,
지금 작업하시는 모든 순간이 다 좋은 경험이될거라 확신합니다.
안전 작업하시고,
종종 안부 전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