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출근길
오늘 드디어 시흥미용실이 아닌 다른 현장이다.
오늘 현장은 목동에 있기에 출근하는 코스도 이전 약간 달라졌다.
요 몇일간은 집앞에서 멀지 않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했는데,
오늘 현장은 그 버스정류장에는 가는 버스가 없어,
걸어서 조금 멀리나와야만 했다.
아침부터 많이 걷게됬지만 너무 좋다.
뭔가 새벽일찍부터 일어나 운동하는거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시흥미용실 한 현장에 오래 있어서 이런기분이 드는거 아닐까 생각된다.
너도 먹고살라고 목숨거는구나
버스 갈아타려고 정류장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까지한마리가 위험하게 도로변에서 먹이를 쪼아먹고 있다.
“죽기 살기로 일해야 돼.”
예전에는 이런 말들 자주 들었는데,
요즘에는 잘못 듣는거 같다.
왜 일까..
“이렇게 열심히 해봤자 뭐해?
누가 알아봐주는것도 아니고, 사장 지갑만 불려주는거지.
적당히 해.”
최근에는 이런식의 말을 더 많이 들은거 같다.
빈부격차, 취업난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사람에게 있어
일하는 목적, 동기부여가 이전만큼 못하는거 같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좋은 대통령이 나와
근로자에 대한 처우가 달라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토요일 이른 새벽버스의 좌석
버스를 환승하고 뒷자석에서 본 버스 내부의 모습이다.
얼핏봐도 인력소에서 파견 나가시는 분들의 느낌이든다.
나도 그렇고 이분들도 다 그렇지만
토요일에도 돈벌러가야 하는 동기부여가 되어있다.
하루하루 열심히 일해서 그날 일한 돈을 벌어 생활.
매일 출근해서 일 없을때는 자리에 앉아 책보면서 공부하고,
「시간 안가나」 하며 딴청 피웠었던 안락한 회사생활을 그리며,
잠시 지난날들을 반성하게 된다.
현장도착
어제도 페인트 작업을 했는지 아니면
문을 닫아놓아 냄새가 안빠져서 그런지
들어가자 마자 페인트 냄새가 진동을 한다.
당장 문을 열어놓고 환기부터 시작한다.
이 냄새에도 어떻게 커피를 마실수있냐? 대단하다.
구석구석 꼼꼼하게 다 칠해진것을 보니,
작업한 부분 만족 하시면서
페인트 냄새보단 커피향을 느끼시면서 마셨을꺼야.
미용실하면 당연한거지만 몇개의 작은 방들이 있다.
여기는 아마도 머리 감기는곳이겠지?
오늘은 여기 레미탈로 바닥부터 잡겠군..
그리고 다른쪽을 보니 저렇게 구멍이 3개 뻥뚫린곳이 있었다.
「뭔가 메꾸는 부분인거 같긴 한데, 왜 저런구조로 되어있을까」
하며 쓰윽 한번 둘러 보고 만다.
“자재 왔다. 나와라”
“네, 선생님”
요즘 노가다는 옛날이랑 달라요
바닥 메우는 부분이 꾀있어서 그런지 레미탈이 꾀 왔다.
그래서 선생님도 오늘은 같이 날르셨다.
“에유, 이렇게 아침부터 날르고 힘빼면 이따 일을 못해.”
선생님은 자재들고 날르고 하시는걸 그리 좋아하시는지 않는다.
최근에 몸이 조금 안좋으셔서 그런것도 있고,
힘빼고 나면 아무래도 피곤해지기 때문에 더 그러시는거 같기도 하다.
“사장님, 조심해서 날라요.
나 요 앞전에 자재 배달하러 가는데,
거기에 잡부가 시간이 되도 안 나타나는거에요.
아니, 나 빨리 배달하고 또 단곳 가야하는데!
아 미치겠더라고.
그래서 별수 있나 성질 나서 ‘그냥 내가할께’ 하면서 날랐죠.
그렇게 신나게 날르고 그날 집에가니까 허리 아파 죽겠는거예요.
그래서 나 그날이후로 3일동안은 집에서 앓아 누웠어요 ㅎㅎ”
“그래도 요즘 노가다는 예전이랑 달라요. 그렇잔아요?
요즘은 많이 편해졌지. 예전처럼 일하라고 하면 에휴.
전에 나 일할때 이거 레미탈 40키로 짜리 여자가 듭디다.ㅎㅎ”
자재배달 사장님과 선생님과의 잡담을 들으면서 자재 정리 했다.
나는 아직 젊어서 그런지 별로 힘들지 않다.ㅎㅎ
사장님, 70세 넘어도 가만히 내비 두지 않을껄요?
자재정리 다하고 날때쯤, 인터리어 회사 팀장님이 방문하셨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여기 작업할꺼 들으셨죠? 잘부탁드려요.”
그렇게 작업시작전 몇가지 작업체크상황을 이야기 하시곤,
그 후 날 가르키시더니
“이분 조수신가봐요? “
그렇게 간단한 인사치례등을 하신후
“좋을때니까 열심히 배워봐요.
한 2,3년 정도 배우고 기공되면 좋죠.
진짜 요즘 이쪽에 기술자가 없어서 큰일이예요.
사람을 못써요.”
“그래도 아직 좀 있지 않아?”
“아니예요.
전기, 배관 도 그렇고 사람이 전체적으로 부족해요.
예전에는 60세만 넘으면 다 현장 못들어가고 그랬잖아요?
이젠 모셔갈라고 해요.
사장님도, 70세 넘어도 가만히 내비 두지 않을껄요?
여기저기서 일해달라 아우성 칠꺼예요.
사장님 저 진짜 큰일이라니까요.
저 사장님같은 기술자분들 없으면 어떻게 먹고 살아요.”
“진짜 예전이랑 달라.
예전엔 혈압 높아도 일 못했어.”
확실히 기술자들이 없긴 없는 모양이다.
저번에 자재정리 하러 갈때도 그렇고 사람없다는 말들을 많이들 하신다.
그래서 중국사람들이 우리나라 와서 기술자 되어가는 경우가 많은거 같다.
바로 일전의 시흥미용실 현장도 메지아줌마가 중국인이고..
이전 포스트 보기 :
나도 여태까지 일하면서 기술배우는사람중에
내 나이또래는 그렇게 많이 보지를 못한거 같다.
나보다 어린사람도 마찬가지고
정말 살이 빠졌나?
최근에 블로그보시는 분들도 그렇고
친구들 만나면 살빠졌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전에 살이 너무 쪄서 그런가..
열심히 일해서 살이빠진거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계속 조금씩 조금씩 건강하게 살이 빠졌으면 좋겠다. ㅎㅎ
예전에는 계속 밥을 두공기 이상씩 먹었는데,
요즘은 한 공기정도만 먹는다.
입맛이 없는건 아닌데,
왠지 모르게 그렇게 밥이 땡기지는 않는다.
이건 자동 식단조절 인건가. ㅎㅎ
바닥부터 잡고 시작하자
“이리와봐, 바닥잡는거 가르쳐줄테니까”
그러시면서 바닥잡는법을 설명해주셨다.
레미탈을 골고루 퍼부은후, 전체적으로 고르게 핀다.
그리고 물을 부어 굳히며,
수평을 확인하며 굳어진 레미탈을 걷어낸다.
“이렇게 쭉쭉 피면 되는거야.”
이렇게 간단하게 시범을 보여주셔도 내가 하면 한번에 안될거다.
그러기에 이 모든것 하나하나가 다 기술이고,
여러번의 반복과 연습하에 가능케 된거겠지.
이거도 제대로 하려면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거 같다.
빨리 하려고 하기보다,
어떻게 하시는지 뒤에서 더 잘보고 따라해야겠다.
응원해주신 모든분들 감사합니다
“일단 함빠부분 빼고 다 붙였으니까, 함빠부분 너가 재서 잘라봐.”
“네, 선생님”
시흥미용실에서 반장님이 옆에서 도와주셔서 함빠 겨우 잘랐는데,
이번엔 내 힘으로 자르게 되었다.
선생님은 방쪽 타일 붙이고 계시고,
정말 누가 봐주는거 없이 나 혼자 함빠를 재서 잘라야 되는거다.
혼자서도 할수 있다
제일 첫번째인 맨 구석쪽 맨윗장 부터 재본다.
배웠던대로 메지부분을 고려해서 타일에 선을 긋고,
이 부분은 ㄱ 자처럼 꺽인부분이 없어서 위쪽의 길이와 아래쪽의 길이만 재면 된다.
그리고 커터기로 쓱 긋고 맞는지 바닥에 대보니,
메지 넣는 부분까지 딱 맞다. ㅎㅎ
‘앗싸!’
너무 기뻣다.
어떻게 내가 했는데도 이렇게까지 딱 맞는지.
선생님이 보시나 안보시나 확인후,
잽싸게 타일에 기념으로 싸인을 해놓는다.
그리고 사진 찰칵!
찰칵 소리에 선생님이 쳐다볼까 얼른 싸인을 지운다.
이거 보시더니 선생님 폭소하시네요
이번엔 이쪽 라인에서 가장 어려운 ㄷ 자 부분이다.
각 꺽여진 부분 마다 길이를 재고,
메지부분 고려하는부분도 혹시나 좀더 벌어진거 아닐까 생각해면서 타일에 마크.
그리고 한쪽이 얇아서 그라인더로 자를때 부러질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조심조심 부러지지 않게 잘라냈다.
“아싸 우하하하하”
신나서 벙벙 뛰고,
선생님이 보시든말든 바로 싸인펜 들고 타일에 적었다.
「응원 해주신 모든분들 감사합니다.」
옆에서 선생님이 방방뛰며 타일에 낙서하는 내모습을 보시더니
“ㅎㅎㅎㅎㅎ 아놔ㅎㅎ. 진짜 너때문에 미치겠다. ㅎㅎㅎ”
선생님 보시는거 개의치 않고 밑에 적었다.
「이거 보시더니 선생님 폭소하시네요. ㅎㅎ」
너무 기뻣다.
순간 여태까지 일했던것을 무언가 보상받는 느낌이 들어 짜릿했다.
포스트 적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사진을 보니 뿌듯하다.
“기술은 조금씩 느는게 아니야, 계속 안되다가도 어느날 갑자기 팍! 되.”
선생님이 종종 말씀해주시는 말이셨는데.
그게 현실로 다가오니 「아. 이런거구나!」 싶었다.
앞으로도 이런경우가 또 오겠지.
그때도 이렇게 메시지 적어야지.
응원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참먹고 하자
“참 먹고 하자”
오늘 아침부터 기운이 빠지셔서 그런지
누가 먼저 먹자고 하시기 전까지 참 얘기를 안하시는 선생님께서
옆 빵집 가셔서 직접 참거리를 사오셨다.
마실게 없길래 선생님 드실 음료하나와 우유 1리터짜리 하나를 사왔다.
“야, 무슨 우유를 그렇게 큰거 사오냐? 너 그거 혼자 다 마실수있어?”
“네, 이 집 빵이 맛있어서 그런지 우유가 땡기더라고요. 다 마실겁니다. ㅎㅎ”
난 로또 1등 되면
참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선생님께서
“난 로또 1등되면,
도심에다가 원룸빌딩하나 세워놓고 세받아가면서,
산에가서 등산도 하고 바다가서 낙지잡고 그렇게 살거다.”
“저는 로또 1등되면 일단 몽촌토성 옆에 집을 살거예요.
예전에 회사다닐때 할머니 모시고 거기 갔는데,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이 동네 사는 사람들은 좋겠네”
하면서 되게 부러워하셨는데,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려요.
타일 일 하면서 돈 모은후,
월세라도 그 근처 들어갈까 생각중이예요.
할머니랑 같이살고,
할머니가 매일 이 몽촌토성에서 산책하면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하곤 해요.”
“그리고 집 사고난후에 할머니랑 유럽여행을 가고 싶어요.
저번에 일본여행은 다녀왔는데,
아무래도 유럽은 가줘야 진짜 외국나온거 같다는 생각이 드실거 같아요.
근데 연세때문에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꼭 가보고 싶어요.”
「로또 1등 당첨 되면..」이라곤 했지만 사실 내가 능력만 좋고,
돈만 잘 모았어도 어느정도 할수있었던거 아닌가 라는 생각들기에 말해놓고도 씁쓸했다.
‘앞으로는 잘해봐야지’
하고 다짐하지만 그것도 얼마 안가 또 어리석게 살아가는 내 모습이 한심하다.
때우자
“이 안을 다 때워야 돼”
저 구멍안을 다때워야 돼서,
믹서기 돌리고 해서 일일이 고데로 다 퍼서 구멍을 때웠다.
저기에 미용실 장비를 두어야 하는자리라
드릴로 뚫어서 무언가로 고정시킨다고 하셨는데,
합판으로는 불가능해서 저렇게 구멍 내고 때워서 고정시킬 모양이다.
“이건 원래 우리가 하는일이 아닌데,
이거때문에 미장하는사람 또 부를순 없고 해달라고 하니
그냥 해주는거지 뭐”
그러고 보면 선생님은 정말 이것저것 다 할줄 아신다.
배관도 아시고 전기도 좀 아시는거 같고,
역시 타일만 해서는 먹고 살수 없다.
이제 메지 넣자
구멍도 때웠으니 이제 메지 작업만 남았다.
처음에는 메지작업이 힘들기도 하고 제대로 되지도 않았는데,
몇번 하다 보니 재밌다.
마치 자재정리할때 핀줍는거 마냥
메지 넣으면서 다른생각도 하고 이런저런 내 시간을 보낸다.
메지 넣으며 노래도 흥얼거리고,
일끝나면 뭘할지 생각도 해보고,
이러다보면 은근 시간도 잘가고 금방 메지작업이 끝난다.
메지작업이 다 끝나면 직선으로 이어진 메지를 보며
정말 이쁘고, 「이제 마무리 되었구나」 라는 생각에 뿌듯함이 든다.
작업종료
작업이 끝나고 나니 9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아무래도 구멍때우는 작업이 은근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이것만 아니면 이렇게까지 늦게 끝나지는 않는데.
끝나고 빵사가려고 했는데,
빵집은 진작 문이 닫힌 상태였다.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참사올때도
이미 빵이 거의 다 팔려나간상태라고 하셨다.
진작 사놓을껄.. 동생이 꼭 사오라고 했는데..
남은 자재 배달
이번에도 자재가 남아 다음에 작업할 현장에 미리 자재를 옮겨놨다.
시흥에서 남은걸 여기에서 썻는데도,
그래도 자재가 남았다.
자재 주문할때는 잘 검토해보고 시켜야 한다.
이거 자재 배달할라고 여기까지 차끌고 온 기름값도 그렇고,
옮기는데 드는 시간비용도 그렇고.
비록 늦은시간까지 배달하며 일했지만,
일이 끊임없이 있어서 좋다.
여기 작업은 언제부터 시작할지는 모르지만,
머지 않아 곧 들어갈테니
여기서 작업하기 전까지 좀 더 많이 기술을 연마해서
더 의미있는 작업경험을 쌓을수 있도록 앞으로도 힘내야지.
에폭시 ㅠ
•8년 이전
저도 타일공 시작한 지 얼마 안되는 20대입니다
힘내시고 저도 힘내고 돈 많이 벌어요 ㅎㅎ
다치지 마시구요
blog-admin
•8년 이전
네, 항상 안전에 기하며
오늘도 파이팅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