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이라도 늦을까봐 아메리카노도 안마시고 바로직행
저번주 연이어 이틀 데마맞아, 오늘은 좀 더 잘보여야 겠다는맘에, 아메리카노도 안뽑고 그냥 인력소로 향했다.
도착하니 역시 나보다 먼저온사람은 몇사람 없었다.
“안녕하세요~”
로 기운차게 인사하며, 얼굴도장 찍고 의자에 앉아 대기 했다.
5시 반쯤까지 인력소 나온사람들 보니 저번에 나왔던 인원 2명이 빠져서,
‘오늘은 문제 없겠구만.’
하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있던 찰나에 아니나 다를까
“막내, 이따 같이가자.”
라며 말씀해주시는 현장 전담 아저씨.. 후..
나 때문에 데마 맞은 사람이 없어서 더 기분좋았다.
대신 식당 믹스커피로
항상 인력소 가기전에 편의점 들려 아메리카노 큰거 마시면서 가고, 식당에서 아침밥 먹고 믹스커피 마시는데, 오늘은 믹스커피만 마셨다.
딱히 나쁘지 않다.
앞으로는 커피마실돈 1500원도 줄일수 있을거 같다.
오랫만에 오니까 뭔가 달라졌다.
항상 지하의 한 방에서 옷갈아입곤했는데, 공사해야 되는지 처음보는 시멘트들이 쌓여있고, 옷갈아입는 장소에 옷들도 없다.
그리고 방하나에 따로 자재나, 필요한 장비등을 따로 정리해놓아 둘수 있는 창고가 생기고.
고작 5일 만에 많이 바뀌었다.
생각 해보니 아니다.. 건설현장은 5일이면 많이 바뀔수도 있다.
건설현장은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
첫판부터 아시바 타고 작업
다루끼와 오비키등 목재를 옥상으로 올리는게 첫 업무였다.
1층에서 2층사람한테 그사람이 또 윗층 사람한테 이런식으로 해서 옥상까지 올라가는거다.
난 나름 익숙해졌는지, 오늘은 4층높이에 아시바에서 잡고, 위로 올렸는데, 떨리거나 하지 않았다.
이젠 제법 탄다
역시 한 두번 하다보면 못하는건 없다.
아시바에 올라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봤다.
허허 사진찍은 내가 자랑스럽다.
처음엔 내가 타고 작업한후, 반대쪽 가서 작업을 하는데
이번엔 일하신 형님이 아시바를 탔다. 그런데 그 형님이 조금 겁내시는거 보고, 저 밑에서 경력 많으신 다른형님이
“막내야 그냥 너가타고, 쟤보고 오비키 올리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형님, 제가 타볼께요.”
나는 자신감을 갖고 대신 올라타 작업을 진행했다.
아직 조금은 떨리고 무섭긴 하지만, 앞으로 더 하다보면 능숙하게 아시바를 탈수있을거 같다.
저 오늘 빡세게 노동할꺼예요
“막내야, 쉬는동안 뭐하고 놀았어?”
“데마맞아서 놀기도 뭐하고… 뭐… 그랬습니다.”
현장 전담 아저씨가 여쭤보길래, 다소 농담스레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농담반 진담반식으로 말했다.
“저 오늘 빡세게 노동할꺼예요. 빡노 아시겠죠?”
그러자 나의 파트너 형님이
“야 왜 그러냐~ 내일도 일해야지 쉴땐 쉬면서 일하자”
“안돼요. 이틀연속 데마 맞으니까, 오우~ 진짜 안되겠어요 ㅋ.
저 오늘 쉬지 않고 계속 일할겁니다.ㅎ”
그 말을 듣곤 파트너형님은 웃으시면서 오랫만에 함께 파이팅 세레모니를 취했다.
“파이팅!!!”
“아~싸!”
“파이팅!!!”
“아~싸!”
난 춤추면서 “아싸아싸” 하고 형님은 파이팅 기합넣어주시고, 역시 파트너가 있으면 일이 더 재밌다.
이젠 물통 가지고 다니면서 목을 축인다
저번에 일할때 자꾸 물마시러 밑에까지 내려오냐고 반장님께 쓴소리를 들었기에, 오늘은 아애 물통을 가지고 일하러 왔다.
물 가득 채워놓고 일하면서 갈증날때 마시는데,
요즘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냉장고에 둔거처럼 아주 시원한게, 식도에 있는 먼지가 싹다 내려가는 느낌이다.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갈증을 쉽게 느끼는데, 여름에는 큰 물통을 가지고 다녀야 할거 같다. 보냉되는걸로다가 ㅎㅎ
깔끔한 형님과 청소
점심을 먹고 반장님이 나와 아까 아시바 교대해드렸던 형님, 이렇게 둘이서 청소를 하라고 시키셨다.
오늘 처음 같이 일해본 형님이라 몰랐는데, 나와 한살차이 났었다.
“형님,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제가 불편해서 그래요.”
“에이, 아니예요.
“일한지 얼마나 됐어요?”
“네, 저 지금 2주가 덜 됐어요. 여기서 이 일 처음해봅니다.”
“아 그렇구나. 난 1달 반 됐어요.”
로 시작해서 서로 대화를 하면서 즐겁게 일했다.
알고보니 이 형님이 아시바를 무서워하는 이유가 있었다.
전에 목수 데모도를 하다가 3층 높이 되는곳에서 아시바 타다 떨어졌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히도 잘 착지해서 크게 다친곳은 없지만, 그후부터 3층 보다 높은 곳의 아시바는 타는게 두렵다고 하신다.
역시 현장일에서는 항상 조심하며 주의해야 한다.
오늘 야리끼리 해
청소를 다마치고 정리 다 할때즘 되니 반장님이 우리 일하는곳에 일 진행이 잘 되가고 있는지 오셨다.
‘빨리 정리 했네’ 하는 다소 만족하신 얼굴로
“니네들 오늘 야리끼리 해.
저 건물 5층 양쪽 싹다 정리해. 아까 아침에 했던거 처럼 위로 올릴꺼니까, 사포도든 오비키든 자재들 싹다 올릴곳앞에다가 세워두고 핀줍고 청소하면 돼.”
* 야리끼리 : 주어진 일만 마치면 바로퇴근
나는 신나서 삽가지러 가는 형님께 활기차게 웃으며
“아싸! 형님 야리끼리 니까 걷지 말고 뛰셔야죠! 빨리 해버리죠 와우~”
“진짜? 와하하 알았어!”
하자마자 반장님 얼굴이 살짝 홍조빛으로 변하면서
“5시까지해”
…좋다 말았다.
막상 5층 올라가는데, 현장 관리하시는 분께서
“아 여기 다 끝내면 저 건너편 가서 정리 하고 가야돼. 아주 어지럽더라고~”
“… 네”
그후에도 형님과 나는 쉬지 않고 계속 일했는데, 일하는 도중에도 목수반장님이 요청하셔서 자재 나르고…
괜히 야리끼리로 기대했다가 완전 망했다.
정말 정리를 잘하시는군요
“이거 어떻게 치울까?”
“글쎄요.. 형님, 일단 합판 부터 옆에 세워놓고 오비키 그쪽에 놓고 할까요?”
“으음.. 이렇게 합시다.”
하시며 형님이 청소할일도 생각하여, 배치를 짜주시고 난 형님이 하자는 대로 그대로 작업했다.
“아.. 조금 맘에 안드는데… 이걸 이렇게 놓을까요?”
형님은 깔끔하게 배치하시는걸 좋아하시는거 같았다.
“네, 형님. 저는 상관없습니다.”
다시 배치하자는 대로 했는데도, 형님은 갸우뚱하시며, 맘에 들지 않아하시는거 같았다.
“형님, 뭐 어차피 내일 되면 위로 올리는거니까 구분만 되고, 어느정도 깔끔만 하면 될거 같아요 ㅎ”
“아 미안해요. 내가 청소에 되게 민감해 해. 쏘리쏘리 ㅋㅋ”
그렇게 해서 윗 사진의 결과물이 나왔다.
가와를 저렇게 쌓아본적은 처음이다. ㅎㅎ
그냥 한곳에 대충 쌓아놓거나 벽에 기대놧었는데.
여하튼 이 형님과도 즐겁게 일하다 보니, 오늘 하루가 다갔다.
비록 야리끼리는 못했지만, 오늘 또 좋은사람을 만나 재밌게 일하고, 값진 경험을 했다.
그리고 시간도 엄청 빨리가고.
매일 오늘 같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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