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춥다
역시 아직 여름은 아닌가 보다.
일할때는 더워서 땀 삐질삐질 나는데, 새벽에는 쌀쌀하다.
이런 날씨가 나같이 더위 잘타는 사람 한테는 위험하다.
한참 일하면서 땀을 흘리다가,
쉴때 땀이 식어 감기 걸리기 쉽상이다.
재수 없게 감기 걸리고,
이런 새벽날씨를 맞게 되면 감기는 더 심해진다.
그래서 더워졌다고 무턱대고 반팔만 입고 다니면 위험하다.
더위 많이 타는 나를 위해
어제 쉬는날에 아울렛을 가서 작업복을 사려고 둘러봤는데,
가격이 정말 장난 아니였다.
싸구려를 사서 입어보니 땀배출이 잘 안되,
일할때 짜증이 더 많이 난다.
그래서 좋은 기능성 제품을 사려고 보니 반팔티 한장에 8만원돈 한다.
결국 유니클로에서 파는 에어리즘을 사려고 갔는데,
새로 나온 매쉬 라는 소재가 있어서 이녀석을 삿다.
이건 전에 에어리즘 보다 훨씬 더 통풍이 잘되고 땀배출도 더 잘된다고 하고,
가격도 만이천원이라 부담없어 색깔별로 한장씩 샀다.
앞으로 일할때 이거만 입고 일해야지. ㅎㅎ
그리고 땀냄새 나면 찝찝하니까,
저번에 제주도 할머니께 선물로 받은 데오드란트도 발라서
그날그날 더위 대비를 한다.
반장님이 오야지
“오늘은 형님이 오야지야.”
“반장님이 오야지니까 뭔가 되게 새로워요. 선생님”
항상 선생님 일이 있으면 도와주시던 반장님께서
오늘은 오야지로 일하게 되셨다.
물론 선생님은 그 밑에서 기술자 역할을 하는것이고.
“형님도 자기 일 갖고 일을 하시는데,
내가 일있으면 형님이 항상 오셔서 도와주시는 거지.
형님도 자기일 하느라 바뻐.
오늘은 형님이 일있다고 나 부르시더라고”
기술자는 다 그런거 같다.
포천 오야지도 그렇고.
오야지하다가 일없으면 다른 기술자 도와주러 날일 하고,
반대로 내가 일손이 부족하면 다른 오야지 불러서 같이 일하고.
이렇게 품앗이를 하면서
기술자들도 서로 신용을 쌓고,
현장에서 새로운 인맥을 늘리기도 하는거 같다.
아름다운 풍경의 집
현장에 도착해보니 기본적인 집 외관은 지어져 있었다.
아시바는 그대로 있는거 보니,
앞으로 벽쪽에 뭔가 작업을 더 해야 할거 같다.
내부를 보니 목재로 지어진 집이다.
난 여태까지 온 현장중에 목재로 지어진 집은 한번도 없었기에,
신기하기도 했지만 한켠으로는 불안했다.
‘나무로 지었는데 정말 튼튼할까?’
계단도 나무로만 되어있는데,
목수분께서 밟고 지나가는거 보고 그때서야 나도 계단을 이용했다. ㅎㅎ
‘하긴 골조현장에 꼭 오비키랑 다루키를 써서 지으니 튼튼하겠지’
라고 생각하며, 쓸데 없는 걱정은 안하기로 했다.
오늘은 방수 작업
화장실에 들어가서 사전조사중인 선생님을 보고
사장님이 다가가 인사하신다.
“형님, 오랫만이예요.
얘기 들으셨죠? 여기 화장실이랑 2층이랑 3층 베란다.
물 안세게 잘좀 부탁드려요.
내집이라 생각하시고 꼼꼼하게 부탁좀 드릴께요.”
“알았어요.
이거 나머지 작업은 다 된거죠?
방수 작업 그냥 하면 되는거지?”
“네, 방수시트 저쪽방에 다 준비해놨고,
필요한 만큼 다 사놨으니까 작업 해주시면 되요.”
오늘은 타일이 아니라 방수작업을 하러 왔다.
타일이 들어갈곳은
1층의 바닥 전체, 2층 화장실과 베란다, 3층 베란다
이렇게 인데 오늘 선생님은 2층 화장실과 베란다 그리고 3층 베란다의 방수작업을 하실거고,
이 작업이 완료 되면 타일을 붙이실꺼다.
선생님은 이전에 방수쪽 일을 해보셨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 현장에 타일 하기전에 해야할
방수시공도 맡아서 해주시기로 하셨다.
내가 아는 방수작업은 우레탄방수? 정도 밖에 몰랐는데,
선생님은 방수시트라는 것으로 작업을 하시려는 모양이다.
위 사진에 구겨져 있는게 방수시트인데,
저 검은색면이 바닥으로 가게 붙이면 방수가 된다.
재단 하고 프라이머를 바른다.
“6미터 30으로 두개 잘라와.”
“네. 선생님”
줄자를 이용해서 치수를 잰후 방수시트를 재단한다.
그리고 난후 재단한 시트를 바닥에 꼼꼼하게 구석까지 잘 붙인후,
혹여나 틈새가 있을까 꼼꼼하게 프라이머로 덧칠을 해준다.
이렇게 하면 방수 작업 완료다.
일정시간 지나면 방수가 되는지 안되는지 물을 채워 확인해본다.
간단해 보이지만 섬세하게 잘 해야하며,
만약에 물이 샐 경우에는
어떤 곳에 문제가 있는지 다시 한번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반장님은 헥사곤 타일 시공
“자네 할거 없으면 이거 좀 짤라와”
“네, 반장님”
선생님 방수 작업 하시는데 보조하다가
할일이 없어서 1층에 내려오니 반장님은 벽타일 작업에 한창이셨다.
벌집모양의 헥사곤타일은 다른시공자 블로그에서 사진으로만 봤지
실제로는 처음봐서 약간 신기했다.
평소 선생님하시던 방법과는 약간 다르게 먹줄을 치지 않고,
레이저를 띄어놓으신후 그 상태에서 작업을 하셨었다.
자재물량 확인은 매우 중요해
흰색, 회색, 검정색 3가지 헥사곤 타일이 준비되어 있었다.
“여기 옆에다가 타일 좀 더 놔봐.”
“네, 반장님. 흰색 타일이 이제 얼마 없는데 괜찮으신가요?”
“얼마나 남았는데? 장수 세봐”
“둘네여섯… 스물두장 정도요”
“있어보자…
괜찮아. 여기 주방만 붙일거니까 그 정도면 돼.”
선생님도 반장님도 항상 강조하시는 부분이지만
타일이나 시멘트 남은 자재가 충분히 있는지 유의해야 한다.
수량이 남으면 상관없지만, 모자르면 큰일이다.
만약 휴일같은 경우는 당장 마감을 해야하는데,
타일이 모자르다면 타일을 시킬방법이 없다.
게다가 수도권이면 모르는데,
지방의 경우는 주문하기가 여러모로 곤란하다고 한다.
저기 저거는 회색으로
반장님이 헥사곤 타일을 다 붙이시고,
다른 작업에 열중하실때쯤 사장님이 벽타일을 보시더니,
“이거 너무 단조로운데..”
하시며 선생님께 말씀하셔서,
선생님이 붙어있는 타일을 때네서 다른 타일로 붙여주셨다.
“네, 그 위에꺼 검은색으로 해주시고.
그리고 그거에 왼쪽밑에는 회색…”
“이거?”
위치를 재차확인하면서 붙이셨다.
확실히 흰색 하나로만 붙일때보다 더 이뻐 보이는게 내맘에도 쏙 들었다.
먹고 합시다
다들 일에 집중해서 인가
사장님도 배달을 늦게 시켜 1시가 넘어서야 밥이 왔다.
배달양이 좀 많아서 그런지
중국집 배달인데 오토바이가 아니라 소형차로 배달이 왔다.
“앞으로 자주오셔야 할거 같은데, 차로 괜찮으세요?”
“네, 상관없습니다. 시켜만 주세요.”
역시 우리나라는 배달의 민족이야. ㅎㅎ
이런 환경에서 짜장면을 먹는데 너무 맛있고 좋았다.
여긴 가평에 호수 근처에 위치해 있는데,
정말 공기도 좋고 사람들도 많이 없어서 조용한게
마치 도시에서 탈출한 느낌이 든다.
밥먹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멋진 푸른산과 그위에 이쁘게 구름이 끼어있는 하늘.
정말 그림같았다.
이 집이 완성되면 사장님은 매일 여기서 이런 멋진 풍경을 보시면서 생활하시겠지.
우리 할머니도 이런곳에 살면 좋아하실까..
우리 할망은 도시할망이라
시골에서 살기 싫어해서 이런곳은 좋아하지 않을거 같다. ㅎㅎ
식사후 일하다 참시간이 와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당이 좀 높은편이라
아이스크림, 콜라등은 안먹으려고 자재하는데,
오늘은 덥기도 하고 메로나가 유난히 땡겨서 나도 모르게 먹었는데
역시 오랫만에 먹어보는 메로나는
어렷을때 그맛 그대로 달달한게 아주 맛있다.
작업종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퇴근해.”
반장님의 작업종료 지시가 났다.
선생님은 3층 베란다에 방수가 제대로 되는지
오늘 베란다에 물을 한가득 받아놓고
내일 아침에 와서 새는지 확인한다고 하셨다.
‘물 새는일 없이 방수가 되어있기를…’
“저녁 밥 준비 하고 있으니까 갑시다.”
사장님께서 식당에 저녁밥을 예약해놧나 보다.
선생님 차는 현장에 그대로 놓고,
반장님 차로 밥먹으러 갔다.
“아마 1박 해야 할꺼야.”
어제 통화로 넌지시 알려주셔서
가방에 속옷이랑 옷은 한벌 정도 더 챙겨왔지만,
오늘 작업과 나머지 분량보니 적어도 이틀은 더 걸릴거 같은데…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산앞에 있는 멋진 캠핑장
난 1박 숙박해야 한다고 하셔서,
모텔이나 민박에서 잘줄 알았는데, 캠핑장에 왔다.
아.. 세면도구는 안챙겨왔는데..
“일단 씻어요.
저기 샤워장있으니까 저기서 씻으면 되.
세면도구도 안에 다 있으니까 씻고 와요.
그리고 먹자고.”
다행히 세면도구가 준비되어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반장님께서 수건을 빌려주셔서 그걸로 샤워는 한숨 돌렸다.
역시 캠핑장에는 고기를 구워먹어야지
“오늘 수고들 하셨고,
앞으로도 더 수고해주셔야 할텐데 잘 좀 부탁드릴게요.
고기 많이 사왔으니까 많이들 드세요.”
역시 캠핑장에는 고기를 구워먹어야지.
사장님이 근처 맛좋은 고기집에서 직접 사오셨다고 한다.
십만원 돈 넘게 사오셨는데,
확실히 양도 많고 색을 보니 되게 맛있을거 같다.
무엇보다 이런 산속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분위기가 또
한층 맛깔스럽게 보이게 한다.
멋진풍경이지만 내 마음 한구석은 허전해
황금연휴라 그런지 자리가 꽉찼다.
어린이날도 끼게 되서 그런지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대부분이였다.
나도 어렸을때
우리집 식구 그리고 친척들까지 싹 다 캠핑장가서
이렇게 텐트치고 물놀이하고 수박먹고 하면서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어렴풋 떠오른다.
보통 내 나이라면
내가 가정을 꾸려 아이와 아내 함께 3,4명 되는 식구가 와서
삼겹살도 굽고 아이들과 공놀이도 해주고 놀아줘야 할건데..
이런 멋진 풍경을 보며 감탄하는 한켠,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그래도 지금 이렇게 열심히 기술 배워두면
곧 좋은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릴수 있을거라는 마음으로
나를 달래며 좋은 공기 마시며 내일을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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