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는 나와 관계없어
오늘은 어제에 이어 건대입구 미용실을 작업하러 갔다.
오늘은 5월 1일.
석가 탄신일, 어린이날,
게다가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9일도 휴일이 되버렸다.
거의 일주일을 통째로 쉴수 있는 황금연휴인데,
나는 이런 공휴일이 따로 없다.
일이 있으면 휴일없이 현장에 나가서 일하고,
일이 없으면 다른사람 일할때 집에서 쉬고.
일 없을때는 일이없어 큰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런 황금연휴때,
남들 놀때 일하러 나오니까, 나도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이런 한가한 생각할 처지가 아닌데. ㅎㅎ
오늘은 이른 새벽부터 간판팀이 먼저 와 있어 작업중 이셨다.
하긴 이 골목에 주차도 어려운데,
저런 사다리차(?)같은것을 오래 주차시킬수없으니,
최대한 빨리 시작해서 빨리 끝내셔야겠지.
화장실은 물빠짐이 중요해
화장실은 물빠짐이 정말 중요하다.
타일일을 하게 되면서 점점 더 느끼지만,
타일공은 타일을 잘 붙이기만 해서 되는게 아니다.
화장실 바닥의 경우 물이 하수구로 잘 빠져나갈수 있게
바닥에 약간의 각을 줘서 물이 자연스럽게 유까로 빠질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을 위해서는 바닥의 상태 수평상태를 알고,
미장을 해야 할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속으로 계산이 되어야하며,
최대한 평평하게 바닥타일을 깔되,
물이 어느 한곳에 고이지 않고 잘 빠져나가야 한다.
선생님도 그렇고 반장님도 그렇고 경력이 오래되셨지만,
화장실 작업하실때는 항상 수평대를 자주 대보시면서 주의하신다.
트렌치라고 하는거야
“반장님 이게 뭔가요?”
“트렌치 라고 하는거야.
유까 대신 이걸로 물빼내는 거지. “
유까 보다 더 길고 크니까 확실히 물이 더 잘빠질거 같다.
물이 유입되기도 더 쉽겠지..
원래 항상 유까만 사용햇었는데,
인테리어 과장님이 트렌치로 시공해달라는 요청이 따로 있었나보다.
그만큼 화장실에 물 고이는 문제는 정말 큰 문제다.
그라인더 잡기가 무섭다
“자 이거 잘라와”
화장실 바닥까지 다 붙이고
마지막 구석의 함빠부분만 남아있던 자리를 반장님은 타일에 표시를 하고 나에게 잘라오라고 하셨다.
자르기 시작하는데 제일 얇게 잘라내야 하는부분(화살표)을 제대로 자를수가 없었다.
“이이잉~~”
소리를 내며 조심조심 천천히 넓은곳 부터 좁은곳으로 자르는도중에 끝부분이 깨지고 말았다.
“반장님, 죄송합니다.
다른건 다 했는데 제일 위쪽거가 그냥 부러져서..
다시한번 그어주십쇼.”
반장님은 다시 타일에 선을그어 나에게 건내주셨다.
「이번엔 신중하게 해야지 」 하며 다시 자르는데 또 끝부분이 깨지고 말았다.
“반장님, 잘라봤는데, 무조건 약한곳은 깨져서,
이렇게 라도 가져왔습니다.”
하며 반장님께 건내고, 반장님은 한번 넣어보셨다.
(사진의 모양)
들어가기 싫다
“그냥 내가 잘라야겠다.”
결국 반장님께서 직접 잘라서 붙이셨다.
이전에는
‘차라리 그라인더질만 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겁을 먹게 될줄 몰랐다.
내가 그나마 자신있게 하는 일이
그라인더와 커터기로 재단하는 일인데,
자신있어야 하던일을 자꾸 실수하고 깔끔하게 처리를 못하게 되니 되려 더 힘이 들게 된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도 이랬었던거 같다
“네, 알겟습니다.
그럼요. 걱정안하셔도 되요.
항상 하던거라 이런거 뭐 ..”
이렇게 자신있게 안심시켜 놓고,
생각치도 못한곳에서 예외가 발생해
그때가서는 당황하고 허둥지둥하며 괴로워하지.
“저번에 그거 말씀인데,
죄송합니다만, 이게 이렇게 되서….”
이러면서 상대방을 실망시키거나 폐를 끼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렇게 말해놓고 야근하면서 업무 다시 분석하고, 일 다시 처리하고..
타일 일이라고 해서 다른건 없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지금 내가 한심하다.
다만 한심해보이는 이유가 다르다.
일처리를 못해서가 아니라,
「왜 이걸로 이렇게까지 겁을 먹는지.」
이 나이 먹고도 이렇게까지 겁을 먹는지 말이다.
“이거 잘라와”
이 지시를 받으면 자연스레 아까 부러뜨렸던 기억이 스물스물 올라오면서,
온갖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일 할때 이런 소심한 성격때문에 정말 힘들다.
‘어떻게 하면 이런 내 성격을 고칠수 있을까.’
3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사회생활만이 아니라 일상생활하다가도 자주 느끼고 고민하지만, 해답이 없다.
이 부분만 고쳐지만 어떤일이든 배우거나 처리할때 훨씬 좋을텐데.
그러고 보면 어떤일이든 나는 선천적으로 분리한거 같다.
이렇게 겁이 많고 소심하니 뭘 시작하는것도 두려워하고,
하다가 보면 뜬금없는 곳에서 막히거나 힘들어하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감정은 왕왕 들겠지…
이런것을 이겨내는게 앞으로 내 삶의 목표다.
다리를 펴보자
오늘도 이것저것 하면서 결코 쉽지 않은 하루가 지나갔다.
선생님과 반장님께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를 드리고,
마저 덜닦은 연장들을 닦은후 다리를 쭉 펴본다.
그리고 골똘히 오늘 일한것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오늘.. 나 정말 최선을 다한건가.’
이런 저런 잡생각에 멍때리다가 일어나 옷을 갈아입는다.
밖을 보니 황금 연휴라 그런지 항상 붐비던 건대 저녁 거리도 휑하다.
오늘 실수를 많이 해서 그런지,
우울함에 나도 다른사람들 처럼 여행을 가고 싶다.
오늘같은 날이 있어
타일 기술자로서 더 발전할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못내 아쉬운 맘이 크게 드는 부분이 있다.
그래도 재밌게 즐겨봐야지.
노력해서 이런상황을 버틴다면 오래 갈수 없어.
즐겨야 이런 상황이 와도 지혜롭게 즐길수 있으니까.
오늘의 경험을 이렇게 포스팅 해두고
훗날 이렇게 좌절을 느끼면 이 포스트을 보고
‘저때도 이랬었는데, 뭐 ㅎㅎ’
하며 내 자신을 위로 하고 격려 하도록.
프라이드위크
•5년 이전
당신을 응원합니다. 저도 매일매일 저의 무능함을 느끼게되고 자신감이라는게 거의 바닥입니다.
그렇지만 노력하려합니다. 오늘보다 좀 더 나아진 저를 만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