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잠실
어제 길고 길었던 은평뉴타운 현장을 끝내고
오늘부터는 방이동에 있는 미용실을 작업하게 되었다.
선생님께서 만나서 가자고 하셔서,
일단 잠실역에서 보기로 했다.
이쪽 지역을 올때면 항상 느끼는거지만 참 좋다.
이전 회사가 이 근처라서 자주와서 쇼핑했던것도 그렇고,
먹자골목도 좋고, 몽촌토성, 석촌호수 여러가지로 매력만점인 곳이다.
잠실 대교를 지나며 저쪽 건너편 대교를 본다.
이름이 갑자기 기억이 안나는데,
저 대교를 운전하면서 가면
여기가 정말 올림픽 관련된 지역이라는걸 느낄수 있다.
나보다 더 땀 흘린 자, 금메달 가져가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몽촌토성을 가면 올림픽의 상징 오륜을 보게 된다.
올림픽은 출전하는 선수 개개인들이
4년간 피땀흘린 노력의 댓가를 보상받는 무대이다.
하루하루 지옥같은 훈련을 거듭해서 겨우 저 올림픽에 출전하는 몇일.
그 몇일을 위해 4년간 모든 고통 참아가며,
자신을 채찍질하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나는 올림픽하면 모든 종목을 다 보려고 노력하는 타입인데,
그중에 유난히 놓치지 않고 보려고 하는것이 레슬링, 유도, 역도다.
이 세 종목은 다른 스포츠 보다 더
끈기와 악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라고 생각하기에,
더 좋은 성적이 나와,
선수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나보다 더 땀 흘린자, 금메달 가져가도 좋다.
국가대표 레슬링선수 김현우 선수의 명언이다.
이 문구는 언제 봐도 들어도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말이며,
내 자신을 다시한번 되돌이켜 보게 된다.
나보다 더 땀 흘린자, 제일 이라고 말해도 좋다.
전 세계 1등이 되려면 나 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인정받으려면 더 열심히 살아야되고,
고된 시련과 극한의 고통을 각오하고 살아야 한다.
모든 기술장인들은 올림픽의 선수만큼이나 고되고 힘든시간을 가지고,
장인이라는 호칭을 받았을것이다.
‘나도 타일을 일하면서 배우고 열심히해서 장인이 되어야지.’
라는 생각을 시작할 당시에 다짐했지만,
지금 되돌이켜보면
장인들에게 모욕이라고 할수 있을정도로 나는 태평하게 놀고 있다.
난 분명 뭔가 깨우침이 필요한 시기다.
지금 이대로 가면 안되는데… 역시 난 게으르다.
내가 일 없다고 하면 진짜 일 없는거야
오늘은 현장 첫날인데
바로 전 현장 어제 같이 일했던 메지아줌마와 같이 일하게 되었다.
“우리 메지아줌마가 일을 잘해.
나랑도 잘 맞고, 용역보다 훨씬 낳아.
메지아줌마가 메지는 기본으로 하지,
타일 날르고 압착 퍼주고,
그라인더질 다 하고, 커터기도 쓰고.”
선생님은 메지기술자 필요할때
최우선적으로 이 아줌마에게 먼저 연락을 준다.
사실 나도 이 메지 아줌마가 좋다. ㅎㅎ
같이 일하다 보면
은근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해주신다.
메지 아줌마는 만나자 마자 인사후
바로 황당하단듯이 푸념을 털어놓으신다.
“진짜 이런적 처음이야,
사장님, 요즘 진짜 일이없다니까.
여태까지 이런적이 없었어.”
“말도마.
내가 아는 기술자들 있지?
그 사람들도 다 지금 놀고 있어.
우리만 바빠 지금 ㅎㅎ.
안 그냐? 우리 지금 쉬지 않고 쭉 일하잖아.”
“정말 일들이 없으신가 보네요.
선생님아시는 기술자들분들도 그런상황이고,
메지아줌마도 이렇게 말씀하시는거 보면.”
“내가 일없다고 하면 말 다한거지 뭐.
진짜 일없어. 요새.
사장님, 어쩌면 좋아.”
“타일 공사 많냐 적냐는 메지아줌마 보면 알어.
메지아줌마가 놀면 정말 타일공사 적다는거야.”
오늘은 메지 넣을일이 없는데도 메지아줌마 나오신거 보면,
얼마나 일이없는지 설명이 된다.
원래 호주에서 일 했었어요
현장에 도착해 아침밥 먹고 난후 자재가 도착했다.
항상 그렇듯 레미탈, 압착시멘트, 본드, 타일 등
벽타일과 바닥타일 관련된 자재들을 한빠레트씩 다 실어 왔다.
자재를 싣은 트럭이 도착한후,
지게 차로 빠레트를 내리고,
그후 자재를 들어서 옮긴다.
오늘은 스카이차를 불러 2층 현장으로 자재를 옮기게 되었다.
스카이차 사장님은 되게 젊어보이셨다.
나와 나이차가 별로 안나는 외모고,
그 옆에 조수로 보이시는 분이 계셨다.
2층 현장에서 선생님, 용역반장님이 물건을 받고,
1층 스카이차에서는 나와 스카이차 사장님, 스카이차 조수분 이렇게 셋이 짐을 옮겼다.
“이거 짐 올라갈때 짐받이 밑에 부분을 잘봐봐.
저기에 바퀴를 보면…”
“네, 그래서 그렇게 되는거군요.”
사장님은 조수분께 스카이차 운반에 대한부분에 대해 설명 하시면서
짐을 옮기셨다.
조수분이 타일, 시멘트등을 옮기는거 보니
일 한지 얼마 안된 모양이다.
“이제부터가 지옥이네.”
다른 짐을 다 옮기고,
마지막으로 레미탈만 남았다.
“레미탈을 등에 업어야 편한데,
안그러면 빡세요.”
“글쎄요, 저는 업지 않고 항상 어깨에 짊어매기만 해서,
그렇게 하는게 편한건지 모르겠더라고요.”
“등에 업는게 편해요.”
“다들 그렇게들 하시는데,
저는 이게 습관이 되서 그런지 계속 어깨에 매게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원래 저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일했었어요.”
“그럼 호주에서 자리를 잡아보시지 왜 한국에서..”
“에이~ 쉽지 않아요. 호주에서 자리잡는다는게.
저는 호주에서 미장했었어요.”
“아 그러셨구나.
호주에서는 이쪽 노동일 대우를 잘해준다고 하던데.”
“네, 맞아요.
그래서 우리나라사람들 많이 가서해요.
지금 반장님 하시는 타일데모도도 많이들 하고,
일본사람들도 되게 많아요.”
“아, 일본사람들도 호주까지 가서 타일을 하나요?
일본 자국내에서 해도 괜찮을거 같은데.”
“일본보다 호주가 이쪽으로 더 잘되어 있으니까,
많이들 오는거 같더라고요.
일도 열심히들 하고.”
“스카이차는 어떠세요?
이거 차값은 그렇고 유지비가 장난 아닐거 같은데..”
“유지비는 얼마 안해요.
하루에 만원꼴이라고 보시면 되요.
차값은 신차 6천만원이고.”
“되게 괜찮네요.”
“근데 이것도 경쟁도 그렇고,
또 꾸준히 해야 일이 되는거라서.”
“스카이차도 또 그런게 있는거군요.”
“네, 결국 이건 영업 잘해야 돼요.
요~ 입, 말을 잘하는사람들이 일 잘따가고 그래요. ㅎㅎ”
“ㅎㅎ 역시 영업 잘하는사람들이 최고예요.”
“스카이차 하는사람들이 제일가기 싫어하는게 타일쪽이예요.”
“그러세요?”
“네.
보시다시피, 타일 무겁기도 하고, 또 잘 깨지 잖아요.
그리고 타일만 들어가는게 아니라,
타일할라면 시멘트 필요하니까 시멘트도 항상 같이 하게 되고.
에휴, 타일 운반 한번하면 힘 빠져서…”
“그러고 보니까 조수분은 아까부터 안보이시던데”
“아, 걘 좀 쉬라고 했어요.
힘들어 하더라고요.”
“이거 물량 되게 적은편이라 생각하는데,
이걸로 힘들면 ㅎㅎ.”
“저차도 스카이차 할라고 지금 따라다니면서 배우는 거거든요.
내일쯤이면 신차 계약한거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스카이차는 배우는 과정이 그리 오래걸리는거 같지는 않다.
차 유지비도 그렇게 많이 들지도 않고,
정말 괜찮은거 같다.
성격만 외형적이고, 친근감있는 스타일이라면.
빗자루로 도로를 깔끔히
짐을 다 옮기다 보니,
도로 바닥에 시멘트 잔재가 여기저기 많이 묻어있었다.
“선생님, 저 여기 청소하고 올라가겠습니다.”
“어 그래.
거기 청소기 빨아 대면서 쓸어야돼.
잘 안쓸려.”
“네.”
참 감사하게도 이 동네 주민분들은 이런것 다 이해해주셔서,
아무 클레임 없이신경안쓰고 편하게 자재 올린거 같다.
강남 이였으면…
빗자루로 쓱쓱 바닥을 긁듯이 쓸고,
한바탕 다 쓸어내고, 청소기로 쓱 빨아준다.
이렇게 힘들게 청소를 다 하고 나니,
하늘에서 소나기가 시원하게 내리친다.
이런 씨발.
하루에 깔아봤자 30장 정도죠
“사장님, 안녕하세요.
오늘 용역 오신분 일 잘하죠?
제가 사장님 힘들까봐
특별히 타일 데모도 잘하시는분으로 모셔왔죠.
잘 부탁드려요.”
인테리어 회사 팀장님은
오늘도 역시 호탕한 웃음과 넉살좋게 선생님께 인사드리며
작업관련 부분을 말씀해주시고
볼일 있으셔서 다른 현장으로 넘어가셨다.
선생님은 항상 그렇듯이 레벨기를 띄어 전체적인 수평을 보고,
실을 띄우신후 타일 붙일 준비를 하신다.
“커피 한잔씩 하고 시작하자고.”
커피를 마시며 용역반장님이 말씀하셨다.
“대부분 현장가면 하루에 타일 30장 정도 붙이더라고요.”
이 말을 듣고 메지아줌마는 가소롭다는듯 웃으면서
“아저씨, 우리 사장님은 하루에 30평 붙여요. ㅎㅎ”
“…”
600각 타일 기준으로 두박스(한박스에 4장)를 1평 으로 잡는다고 했으니까.
30장이면…
모르겠다.
이 용역반장님이 600각 기준으로 30장을 말한건지 다른 사이즈인지.
이 말을 들은 용역반장님은 다소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조용히 있었다.
선생님은 그냥 아무말없이 가만히 계시다가 업무재개를 알리셨다.
“아저씨, 이제 이쪽줄 실띄운쪽으로 타일 붙일꺼니까,
이쪽 쓰레기 있는거랑 자재들 다 정리해요.
아줌마는 화장실있는쪽 입구부분 부터 청소좀 하고,
그리고 넌 압착퍼서 발라.”
그렇게 진짜 본연의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쭉 일하다가
“아이씨, 이거 안되겠네.
야, 이거 노미로좀 까야겠다.
구석에 달라붙은거좀 까고 청소해.”
“네, 선생님.”
“아저씨, 그쪽 다 옮겼으면 여기 압착통에 있는거 바닥에 퍼놔요.”
“예”
그렇게 나는 돌아 다니면서
구석에 있는 타일 잔재 쪼가리들을 노미로 깨서 청소하게 되고,
용역 반장님은 선생님에게 압착을 퍼드리기 시작했다.
작업종료
“첫날에는 무조건 물량을 죽여놔야돼.
그래야 다음날이 편해지는것도 있고,
사람을 부른다고 해도 첫날 불러서 시키는게 좋지,
둘째날부터 사람 부를라고 하면 못부를때도 있고..”
오늘 야간까지 뛴후 종료하였다.
정리하고 나니 홀바닥 원장은 다 붙였고,
화장실로 이어지는 복도도 원장 다 붙였다.
이 미용실에 원장 들어갈곳은 보일러실 빼고는 다 붙인거 같다.
(사진을 찍어놀껄 아쉽다.)
용역반장님도 직접 선생님옆에서 타일 붙이는거 거들으시면서 보시고는
아무말씀 없이 묵묵히 일하셨다.
아마도
‘이렇게 붙이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약간은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
롯데리아 맛있어 졌네
선생님은 항상 저녁밥은 햄버거를 드시려고 하신다.
“너 나가서 햄버거좀 사와.”
오늘은 근처에 롯데리아가 있어 갔는데,
새로나온 아재버거가 되게 맛있어서 저녁밥으로 먹은 아재버거를
일 끝나고 또 먹으러 갔다.
원래 롯데리아는 맛대가리 없는 패스트푸드 였는데,
언젠가 모짜렐라치즈버거 같은게 나오고,
되게 맛있어졌다.
역시 사람도 그렇고 장사도 그렇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발전하면 나에게 섭섭한 감정을 갖던 사람도
언젠가는 돌아오기 마련이다.
주변에 잘하는사람들만 처다보지 않고,
나 역시 끊임없이 노력하고 발전할수 있도록
이번 현장에서부터는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
zxvd
•7년 이전
안녕하세요 글 잘 보고 있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어서 그런데 요즘 타일 일이 별로 없는 편인가요?? 제가 알기론 일하는 사람이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요즘 상황은 또 다른가요?
blog-admin
•7년 이전
글쎄요.
아무래도 날씨가 추워지면 더울때보단 일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일하는사람이 부족한건 아닌거 같습니다.
제 주변에 상황을 봤을때는요 ^^
그리고 요즘 기술 배우려고 하시는분들 많은거 같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