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러 건대입구로
오늘 부터 들어갈 현장은 건대입구에 있는 미용실이다.
건대입구는 친구와 만날때 모이는 장소로
이 부근의 지리는 대략 다 안다.
어쩌다 보니 건대입구를 자주가게 되는데,
딱히 건대입구에서 봐야할 이유는없다.
그냥 친구집들과 우리집 중간위치가 건대입구다.
그런이유에서 자주 가다보니 맛집도 많고,
대학생들도 많아 뭔가 활기차 보이고,
정말 즐기기 딱좋은 장소인거 같다.
놀러가기로만 한 건대에서 일할생각을 하니 뭔가 기분이 묘하다.
대기시간 44분
대기시간이 44분이라…
믿었던 내 102번이…
결국 지도어플을 키고 검색해보니,
중계역 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타는수밖에 없다.
급한거 없다 천천히 가자.
이렇게 여유를 즐기려고 새벽일찍 일어나는거기도 하니까. ㅎㅎㅎ
‘여유있게 가는길이니까,
아이스아메리카노 보단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더 어울리고 낭만적이지.’
새벽 밤길
차도 거의없고 사람도 없는 이 조용한 거리에
불빛들이 거리를 밝히고,
나는 그 멋진 거리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출근을 한다.
뚜벅뚜벅 걷다가
고개 하나를 넘고,
혹시나 대기시간이 얼마나 남았나 확인해본다.
33분..
그냥 뒤돌아 보지말고 중계역까지 걸어가자.ㅎㅎ
가다가 이런 멋진 풍경이!
크아~ 멋지구먼, 새벽 풍경이 이렇게 아름답게 보이다니.
걸어 오길 잘했어.
버스정류장까지 가다 해떳음
결국 버스 정류장까지 오는동안 해가 떳다. ㅎㅎ
그래도 오면서 따뜻한 커피에 음악을 하며 멋진 거리를 걸어올수 있었고,
그 도중에는 멋진 새벽 개천가 모습도 볼수 있어서,
정말 낭만적이였다.
요즘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했는데,
날씨도 시원하고 말이지.
아, 정말 이런건 새벽출근 하는사람들만의 특권이야.
아침에 출근하는사람들은 이런 낭만적인 출근길 꿈도 못꿀껄? ㅎㅎ
현장도착
이 골목에서 앞으로 한 블록 더 가면 내가 좋아하는 마라탕집이 있다.
사실 이 골목은 오는 일이 없어서,
마라탕집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게 없다.
지난 마라탕 관련 포스트 보기:
자, 일단 현장답사를 먼저 해봐야지.
3층 까지 올라가는데 돈가스 광고가 눈에 띈다.
치즈 모듬정식이 8900원이면 대박인데!
게다가 무제한이잖아.
오우! 외모도 믿음직 하시고,
오늘 퇴근후 무조건 돈가스 먹으러 가야지. ㅎㅎ
영업종료
오늘 현장 김추일 수제돈가스를 미용실로 리모델링.
아… 그런거였구나.
문을 열어보니,
돈가스는 어디가고 타일이랑 시멘트들만 한가득..
셰프님! 가게 다시 오픈하시면 꼭 먹어보고 싶습니다.
에휴.. 나 돈가스 되게 좋아하는데…
“어, 왔있었냐?”
아쉬워하는 도중,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짐 올리려고 1층으로 다시 내려갔다.
공짜운동? 죽고싶냐?
No waiting! Go Walking!
공짜운동 이라…
그래 이것도 공짜운동이라 생각하는지 사진한번 봐봐라
몰탈 40키로인데,
이거들고 3층까지 왔다갔다 20번.. 아니 한 5번만 해봐라.
이게 공짜운동으로 느껴지는지.
공짜운동 좀 했더니 온몸에서 땀이 주루룩 난리다.
오늘은 화장실 벽부터
“일단 오늘은 화장실 벽부터 할꺼야.
그전에 바닥부터 잡아야하니까,
화장실마다 레미탈 좀 갖다놔 일단.”
매장 내부를 보니 화장실이 큰게 하나 있고,
4개의 방이있는데,
거기 방마다 화장실이 하나씩 다 달려있다.
일단 선생님 말씀하신대로 각 방마다 레미탈을 5포대정도 씩은 옮겨놓는다.
“여기 방 불이 너무 어둡다.
우리 다마 갖고와서 꽂아.”
LED 가 좋아
선생님은 장비에 대한 투자를 아낌없이 하신다.
“야, 저번에 포천오야지꺼 믹서기 가볍고 잘 돌아가더라.
아, 나도 바꾸고 싶은데…
고장이 나야되는데..”
나도 선생님에게 배워서 인지,
장비나 보호구를 살때 되도록이면 비싸도 좋은놈을 사려고 한다.
그리고 조금쓰다가도 더 좋은거 있으면, 눈이가서 지르고 싶어지고.
이것 역시 선생님께 배운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ㅎㅎ
사진에 보이는 등불은 일반 전구가 아닌 LED 전구다.
일반 전구는 켜도 불빛이 약한 반면 LED 전구는 되게 밝다.
그리고 뜨겁지도 않아 안전하다.
게다가 「LED 라서 전기세도 더 적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거 되게 비싼거야.
7만 얼마 줬었나 그때.
이거 구하는거도 쉽지 않아.”
확실히 좋은장비를 쓰면,
그만큼 효과가 있으니 일의 능률도 더 오르고 좋은거 같다.
괜히 장비 싸구려사면
이 험한 노가다바닥에 얼마 쓰지도 못하고,
일회용품처럼 쓰다 버리게되는게 다반사다.
내비둬라, 그냥 내가 해야지
본드로 벽타일을 붙이는거라,
여느때와 같이 본드를 벽에 뭉탱이로 몇군데 붙이고,
고데로 쭉쭉 골고루 발라준다.
선생님이 고데로 펴시다가
“내가 한거 봤지? 이쪽 옆에 면은 너가 펴봐.”
“네, 선생님”
고데를 들고 벽에 붙어있는 본드 뭉탱이들을
고데로 쭉쭉 피려고 하는데 역시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내비둬라, 그냥 내가 해아지.”
신통치 않은 내 모습에 선생님이 답답해 하시면서,
본인이 다시 고데를 잡고 바르기 시작하셨다.
내가 할때는 힘들고 잘 펴지지도 않더만,
선생님이 하면 얇고 날에맞게 딱 발라진다.
바닥도 그렇고 벽도 그렇고,
아직 고데로 펴는건 내게 무리인거 같다.
조급해 하지말자
“이쪽은 됐고, 매장 카운터쪽 부터 해서 쭉 청소 해.”
턱에 걸쳐놨던 마스크를 다시 제대로 쓰고,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시작한다.
먼지가 피어 올라오면서,
식고 있었던 내몸에 땀이 다시 나기 시작한다.
최근에는 선생님께서 내게 직접 시멘트나 본드를 발라보게
기회를 주시면서 교정해주신다.
“야, 생각좀 하고 발러”
“그걸 그렇게 퍼놓으면 어떻게 하냐”
등 따끔한 잔소리와 질책을 받기만 하는게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는 조금씩 바르는거에 익숙해져가는거 같다.
물론 아직도 내가 고데질한 시멘트위에
타일을 붙일수는 없을 정도 이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걸 보면서 나름 기쁘다.
“뭐해? 발러!”
“네, 선생님 ”
오늘도 난 선생님 옆에서 선생님의 지시와 질책을 받으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조급해 하지말자.
서둘러봤자 실망만 크고, 나만 힘들어 질뿐이다.
이렇게 성장해가는 나를 보며 내 자신이 전과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는지,
어떤부분이 성장했고,
어떤부분이 퇴보 햇는지,
무언가 잊고 살아가고 있는것은 아닌지.
너무 앞만 보며 살아가지 말고, 느리더라도 이대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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