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야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야
오늘도 이른 새벽아침.
어제 야근한 덕에 힘들어진 몸을 일으키며 선생님 차에 올라탄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 야 그 밑에 봉지 보면 계란 있거든, 먹어”
“네, 감사합니다.
정말 만드셨네요. ㅎㅎ”
“그럼, 어제 이거 만든다고 했잖아.
집에 도착하니까 10시 좀 넘었더라고,
만사 다제끼고 계란 부터 기계에 넣었지.
오늘 우리 같이 일할사람들 줄라고
계란 20개 들어가는 기계 꽉꽉 채워서 만들었다.”
“7시간 걸리는건 너무 오래 걸리는거 같긴한데,”
“그래도 맛있으니까 됐지 뭐,
와이프가 계란을 되게 좋아해요.
한번은 이거 맛있다고 찜질방가서 5천원어치 사온거야 글쎄. “
“저도 그 기분 알아요.
이게 가끔 땡길때가 있거든요.
저도 하나둘씩 까먹다보면 금방 그렇게 먹게되요.”
“야, 그래도 말이되냐.
이거를 무슨 5천원이나.
시장가서 계란한판 사오고 이거한번 돌리면 만들어지는데 계란값 비싸졌다해도 이거 20개 만드는데 얼마 안들어.
돈도 없는데 이런걸로 그렇게 돈 써대면 되냐.”
타일공들은 돈 잘번다 잘번다 하지만 사실 그만큼쓰게 되는 돈이 많아.
적자를 보는 사람들도 더럿있다고 한다.
선생님 같은경우는 오야지이기 때문에,
직접 공사비용을 책정하고 받은후 같이 일한 인부들 먼저 주고 나머지 남은 이익은 자신이 가지게 된다.
만약 일하다가 하자가 생기거나 해서,
공사비를 떼이거나 깍이는 경우가 생겨버리면
타격이 크시다.
“오야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야.”
종종 말씀하시는데,
이렇게 먹는거에서도 아낄수있는것은 아끼시는거 보면
어떤일도 돈을 쉽게 벌수 있는것은 없다.
오랫만에 보는 포천오야지
“오늘 그사람 불렀어, 포천에서 일했을때 오야지.”
“아, 포천 오야지분이요.
그럼 오늘 작업 분량 확실하게 뺄수 있겟네요.”
“그러겠지, 그 친구도 일잘해.
어제 기본적인 통로 다 만들어놓고 했으니까,
오늘은 방 위주로 해야지.
그 친구가 안쪽 방 넣고 형도 같이 방 하고,
나는 어제 했던거 계속 바닥 깔아야지.”
오랫만에 포천오야지분을 다시 보게 된다.
저번에 4:1로 해서 사실 포천오야지가 어떻게 일하는지 옆에서 보지도 못했다.
지난 포스팅보기:
오늘도 용역아저씨들 부르기 때문에,
오늘은 어떻게 작업하시는지 옆에서 지켜볼수 있을거 같아 기대가 된다.
찾았다 칼
어제 용역아저씨 빌려드린후 칼이 없어져서 짜증이 좀 났었는데,
일하다보니 시멘트 옆에 놓여져 있었다.
휴~ 엊그제 산 내 귀중한 장비 벌써 잃어버린줄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 쓰시다가 칼에 레미탈이 엄청 들어가있다.
손잡이로 칼을 내미려고 하는데 손잡이가 앞으로 나아가지가 않는다.
망할, 칼날이 안맞아
「앞으론 절대 누구 안빌려줘야지」 라고 다짐하며,
어제 작업하시다 다 잘라낸 칼날을 교체하려, 커터칼을 분해한다.
선생님이 가지고 계신 커터칼 교체날을 끼워보려고 했지만,
미세하게 맞지 않는다.
살때는 일반 커터칼 교체날도 쓸수 있다고 햇었는데, 망할.
이거 전용날을 사야되겠구나.
그러게 그 아저씨 왜 날을 저렇게 팍팍 써댄거야.
나 한번도 못써본거였는데.
가르치는 입장이 되다
“너가 저기 아저씨들한테 압착개는거랑 그라인더질 하는거 가르켜줘.
그사람들한테 시켜놓고 넌 너일 해야지.
너가 그거 하고 있으면 니일을 못하잔아”
선생님이 말씀하셔서 한분께는 믹서기로 압착시멘트 개는법을 가르쳐드렸다.
“일단 물 두개정도 넣으시고 옆에 레미탈 넣으시고,
믹서기 손잡이 부분에 버튼 있어서 누르시면 돌아가요.
누를때 꽉잡으시고,
뭉쳐져 있는곳 돌리시려고 하면,
믹서기 모터에 힘이 있어서 손목 꺽일수도 있으니까,
몰캉몰캉한곳에 대고 먼저 돌리시면서 전체적으로 돌리시면 돼요.”
“예예, 알겠어요.”
“여기 퍼놓은거 정도의 농도가 될때까지 해주세요.”
이 아저씨는 경력이 꾀있는거 같아서 그런지 잘 하신다.
“어느정도 되시면 통에다가 담아다가 일하시는 분들한테 드리면 됩니다.”
“예예, 알겠어요.”
그리고 다른 한 아저씨를 불러다 그라인더를 가르쳐드렸다.
그렇게 천천히 하시면 되요
“그라인더 작업 해보셨나요?”
“아니요. 들어만봤지 해본적은 없어요.”
“이거 밑에 전기줄 달린곳에 스위치 있고 이걸로 키고 끄심되고,
잡으실때 두손으로 꼭잡고 하시면 되고요….
다쓰고 놓으시면 가더 달린곳으로 바닥에 기대놓으세요.
저렇게 뒤집어 놓으시지 마시고요. (윗 사진의 모습)
이렇게 기본적으로 알아두심 되고, 자를때 이 엑스자를 없애야 되니까 천천히 대시면서 선을 따라서…”
이분은 처음이라 그런지 살짝 겁먹은 얼굴로 설명을 듣고보고 있다.
“뒤에 ㄱ 자 자르는거는 간단한거니까 한번 해보실래요?”
난 옆에서 아저씨 하시는거 보면서 혹시나 아저씨가 뭔가 실수해서 다칠까봐 주의깊게 본다.
“네, 맞아요.
그렇게 천천히 하시면되요.
그리고 이 ㄱ 자 모서리 부분에 깔끔하게 안잘려져 있으니까 이렇게 그라인더를 세워서…”
하면서 기본적인 그라인더 사용법을 가르쳐 드렸다.
나도 제대로 못하는데
“이거 하나 잘라라”
저 멀리서 선생님의 호출이다.
그라인더로 자르다가 그만 긴 부분이 부러지고 말았다.
저런 비율이 특수한 경우의 ㄷ 자는 가는쪽이 힘이 없어서 부러지기 십상인데, 방심하고 그라인더 질 하다가 부러뜨려 먹었다.
‘나도 제대로 못하는데..’
하며 내가 누구를 가르킬 능력이 되나 하는 자책감과 함께
쪼개진 타일들을 들고 선생님께 가져다 드리니,
다시 잘라오라고 하신다.
익숙해졌다고 긴장을 풀어버리니 이런사태가 일어나는거다.
앞으로는 좀더 신경써야지
가서 까까 사와
“가서 까까 사와”
카드를 건내시면서 참사오라고 하신다.
어제 용역아저씨 덕분에 오늘도 참을 먹을수 있게 된거같아,
용역아저씨에게 감사하다.ㅎ
오늘도 이마트가서 과자세트 할인하는거 한 세트 사오고
음료와 물을 사와 사람들과 같이 먹는다.
짦은시간이지만 사람들은 이시간을 통해 그간 못했던 이야기,
안부나 경험담을 털어놓으면서 조금더 친해질 계기를 갖게 된다.
“저번에 그 현장 갔는데, 거긴 그렇게 되있더만”
“아, 거기요.”
“그래서 별수 있나, 다시 잡고 …”
포천오야지와 선생님은 이시간이 되니 자연스레 작업했던 현장얘기를 하신다.
오야지들은 기술만이 아니라 업체와 거래했던 경험등 서로 공유하며 더 돈독해지면서 서로에게 공부가 되는거 같다.
난 물론 알아들을수 있는건 일부분 이지만 언젠간 나도 저렇게 되겠지.
비가오네
비가 온다.
모르겠다.
어떤날은 작업할때 비가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래도 비오는데도 일을할수 있다는 환경이 좋아서 그런지 그냥 마음이 침착해지면서 안정된다.
더군다가 이렇게 쉬는시간에 빗소리가 들리면 한결 더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음도 편안해졌으니, 잠깐에 틈을 이용해 시멘트를 베게 삼아 누워본다.
“으으, 으쌰. 아이고 편하다.”
누우는데 이렇게 앓는소리하는건 왠만한 할아버지, 할머니들 보다 더한다. ㅎ
그래도 이렇게 다리쭉 펴고 누울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너무 좋다.
배도 부르고 사람들 하는 얘기도 재미있고, 이 얼마나 축복받은 환경인가.
작업 종료
“가자”
선생님이 작업종료를 알리신다.
“네, 옷갈아 입겠습니다.”
너덜너덜 해진 옷과 신발들을 벗으며
오늘도 작업을 무사히 마쳤음에 감사하며,
긴장이 풀려 급작스레 찾아오는 근육통을 이겨내며 옷을 갈아입는다.
그래도 이때는 아파고 시리고 뻐근해도 미소가 절로 나온다.
역시 이런 행복감은 있어야 힘들어도 살아갈수 있는거지.
포천 오야지의 센스
‘이제 방은 다 된건가’
나가기전 방들을 둘러보니 다 되어 있엇다.
물론 방 몇군데는 아직 함빠부분을 남겨두거나 했지만,
그래도 작업진행이 빠른거 같아 앞으로 남은 몇 일간 급하게 재촉하면서 할일은 없을거 같아 다행이다.
선생님, 반장님이 계셔서 이런결과를 냈지만, 오늘은 포천오야지까지 합세해서 더 만족스러운 작업속도가 나온거 아닌가 싶다.
이거는 생각도 못했는데
“옷갈아입었으면 나가자. 뭐하냐?”
“나가기전에 물건 잃어버린거 없나 찾으면서 보고 있는데,
여기 이렇게 되어있네요.”
“이거 포천오야지가 한거네.
야~ 이걸 이렇게 해놨네.
여기 높아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햇는데’ 이런식으로 하는건 생각도 못했는데.
잘하네”
역시 오야지 답다.
저렇게 처리하는 일머리도 대단하지만,
남의 일 날일해주시는건데 내가 맡은일 마냥 책임감 있게 맡은 부분 꼼꼼하게 다 처리해주시고 가셨다.
나도 나중에 기공되면 포천오야지처럼 「어떤 상황이든 최선을 다해야지」 하며 선생님을 따라 나간다.
김혜자의 맘
집에가는 길에 배고파서 편의점에서 급하게 김밥 두줄 사서 버스기다리면서 먹었다.
사람들이 혜자혜자 거리는데 뭔가 했더니 이거다.
먹을만 하네 ㅎㅎ
내일 또 야간해야 할지 모르므로 이렇게라도 늦은시각 맛있는 밥먹고,
집에가서 잽싸게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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