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고급 이시다
어제와 같이 오늘도 일찍 도착해,
주점오야지, 깔끔반장님, 선생님 그리고 나 아침식사를 하러 간다.
이렇게 잘사는 부자동네에도 신기하게 백반집이 있다.
물론 이 동네와는 상당히 어울리지 않은 좁디 좁은 옛날느낌의 식당이지만,
그래도 나름 반찬 잘나오고 이른새벽 조찬을 먹을수 있다는게 어딘가.
항상 그렇듯 난 밥먹으면 제일먼저 먹고 나온다.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어, 내가 현장 들어가는 입구에 어제 커피산거 있어 그거 들고가.”
“네.”
선생님과 일하다보면 자연스레 선생님이 싸오신 비싼 블랙커피를 마시게 되는데,
이번현장처럼 이렇게 믹스커피를 마시다 보면 새삼스레
‘선생님이 고급이시구나 ‘
라는 생각이 절로 난다.
“이야~ 블랙 마셔? ㅎㅎ”
“네, 선생님도 블랙만 드시고, 저도 블랙 좋아해서요.”
“그래? 야 나도 한번 마셔보자.”
“네.”
“아우 써~, 야 됐다.
다음부터는 난 내꺼로 타. ”
대부분 선생님 현장에 오신 기술자분들 혹은
다른 현장에 가서 커피를 타드리면 위의 주점오야지와 같은 반응을 내시곤 한다.
“커피드세요.”
“어 땡큐.”
믹스 둘, 블랙 둘.
각자 취향에 맞게 커피를 타 돌린다.
이렇게 취향에 맞춰 커피를 타 돌리는것도 데모도가 해야할 역할이다.
“아~ 좋네.
자 이제 일좀 시작해 볼까.”
이렇게 기술자가 일 시작한다고 신호를 보내면 마시고 있던 커피를 다 마셔버리던가,
어딘가에 두던가 해서,
본격적으로 데모도 업무가 시작된다.
“네, 사장님.
타일좀 더 까놓을까요?”
“아니, 이정도면 괜찮을거 같은데?
너 일볼거 봐.”
“네, 사장님.”
깔끔반장님은 오늘도 딱히 별다른 단도리 요구등 없이
바로 본연의 업무를 시작하신다.
선생님쪽도 혹시나 해서 가봤는데,
딱히 단도리를 더 해드려야 할게 없어보인다.
“이거 좀 잘라봐봐.”
“네 선생님.”
다행히 선생님쪽으로 가니 일이 있다.
후~ 일시작서 부터 할일없으면 눈치보여서 되려 힘든데 잘됐네.
이런 개같은 새끼들
이 현장은 외관을 고벽돌로 하는지,
아침이 되서 작업자들이 우르르 몰려와
아시바 타고 다들 외관작업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간혹 파벽돌 하시는분들 작업하는거보면서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작업은 사람들이 붙어서 빨리빨리 끝내는걸 보긴했는데,
이번현장처럼 많은 인력이 한번에 와서 정신없이 일하는것은 처음봤다.
이런 개씨발 좆같은 새끼들!
단도리 하려고 타일들고 나르는 도중 깔끔반장님이 화를 내며 크게 고함을 치셨다.
혹시라도 무슨작업하다가 타일 못붙일정도로 파손이 된게 있나 해서,
하던일 멈추고 깔끔반장님쪽으로 가보았다.
어떤 개 씨발새끼야?
누군가 소변급해서 그냥 여기 에다가 오줌을 쌋나보다.
아나 씨발 확 잘라버릴까보다 개새끼 그냥!
“아~ 뭐야 이런짓을 다해. 참나.”
기가막힌건 깔끔반장님만이 아니라 나도 마찬가지기에
그 사태를 보곤 욕까지 하긴 그렇고 그냥 짜증내는 소리를 좀 했다.
냄새 씨발 진짜 아우
보는것만으로도 성질나는데 냄새까지 나니, 아주 가관이였다.
“뭐야? 왜그래?”
“어떤새기까 이 지랄을 해놨잖아!”
깔끔반장님이 화를내시는게 무슨일인가 해서 주점오야지도 오셨다.
“이런 개! 확 거시기를 잘라버려!”
주점오야지는 이런경우를 많이 당해보셔서 그런지 그냥 웃으며 욕한번 하시고 마셨다.
“우리 압착 있지?”
“네.”
“그것 좀 가져와서 덮자.”
결국 압착 한포 뜯어서 조심조심 오줌 더 안새게 묻었다.
진짜 인간적으로 저런 지랄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저렇게 소변볼수있는것도 남자일텐데,
남자라면 충분히 배관쪽으로 잘 볼수있을텐데…
조준 잘 합시다.
참기술자
이런저런 잡일도 끝나고 딱히 더 도와드리고 할것도 없어,
어제 깔끔반장님이 하신 화장실을 가서 닦고 쿠사비 뽑기등 잡일을 할까했다.
“사장님, 딱히 더 제가 뭐 해드릴게 없는거 같은데,
어제 사장님하신거 가서 뒷정리 해놓겠습니다.”
“뒷정리?”
“네. 타일에 묻은거 닦고,
쿠사비 제거 하고 그럴까 해서요.”
“아… 그래.
가서 그거 해.”
“네, 사장님”
사장님이 어제 하신 1층 화장실을 보고 놀랬다.
어제 퇴근하는길에 살짝보긴 했는데,
그때는 전기 스위치를 내려놔서 어두컴컴해 어떻게 되었는지 잘안보였는데,
환하게 보니 뒷일 할게 없다.
접작체가 묻어있거나,
쿠사비가 제대로 안박혀있어 따로 빼야 한다거나,
이런 잡일할게 없다.
여기서 해야 할것 메지 간격을 위해 꽂아놓은 쿠사비를 떼어 놓을뿐.
아… 그래. 가서 그거 해.
사장님이 아까 이 대답하셨을때의 얼굴은
‘뒷 정리?
그런거를 해야하나?’
마치 뒷정리 같은걸 왜 하느냐는 표정의 약간 어리둥절하신 얼굴이셨다.
맞다. 이렇게 하는거다.
타일시공은 이렇게 하는거다.
타일을 붙였다고 타일시공을 했다고 해서는 안되는거다.
타일을 붙이되 뒷일이 없게,
타일기술자, 메지기술자가 작업을 한다면
타일기술자는 타일붙이는작업만 해야 한다.
즉, 타일기술자는 타일을 붙이기만 하는것이지,
여기저기 타일을 어질러 놓고, 더럽혀놓고 하는건 타일기술자가 하는일이 아니다.
선생님도 비교적 깨끗하게 타일을 붙이시는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깔끔반장님의 작업모습을 보니 이거야 말로 진짜 타일시공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 이게 참기술자 구나.’
라는 생각이 뇌리에 꽂혔다.
내가 생각하는 참기술자
타일시공 관련소식을 접할수있는 인터넷의 카페나 밴드등의 게시물들을 보다보면
간혹 이런 반응등을 접하곤 한다.
“저기에 저렇게 붙여놨으니 당연히 떨어지지! 기술자들 욕 다먹이네”
“저것도 기술자라고. 붙여놓은거 봐라 아주 타일에 시멘트다 묻혀놓고,
그렇다고 그거 딱지도 않고 ”
“가짜들 판쳐요. 여기 처리놓은거 …
후~ 해놓고 간거보면 진짜 욕나온다니까요.”
타일시공에 대한 숙련도가 아직 높지 않은기술자.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않은상태에서
단순히 기술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에 무작정 기술자로 일하는사람들.
물론 위 상황이 숙련된 기술자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의 사정에의해 어쩔수없이
저렇게 할수밖에 없을수도 있었겠지만,
글쎄…
나는 저러고 싶지 않다.
“네, 맞아요. 그렇기때문에 이렇게 하는겁니다.”
“그런 방법도 있지만, 이렇게 해야 합니다.
저는 지난번에 ?? 에 사례가 있어서
그 경험을 통해 이런상황에서는 절대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확신을 하기때문입니다.”
내 경험에 의해 혹은 내가 직접 보고 확인한 모습으로 확신을 갖는 지식을 통해
작업을 하고 싶다.
그리고 그에 반하는 작업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런 마인드로 작업에 임하며,
스스로가 만족하는 품질, 속도를 갖추는 작업자.
이게 내가 생각하는 기술자다.
게다가 작업하면서 자신의 복장및 연장등을 더럽히지 않으며,
작업 그자체에 깔끔하게,
후처리 작업이 필요없이,
즉 데모도가 필요없이 나 혼자서도 모든일(양중 곰방 등의 자재운반 제외)이 가능한 숙련자.
이게 참기술자다.
항상 시멘트, 본드등 티끌하나 없이 깔끔한 작업복,
작업도중에도 이리저리 타일박스, 시멘트 잔여물등 없이
자신의 작업주변도 깔끔하게 하시는 작업마인드.
깔끔반장님은 내가 참기술자로 생각하는 요건을 다 갖추신분 같다.
깔끔반장님 참 멋진분같다.
오해 할까봐 말해두지만,
깔끔반장님은 멋지고 선생님은 별로다 이런게 아니라.
각자 추구하는 스타일과 우선시보는 기준이 있으니 오해 없길 바란다.
바닥타일을 한다고 하면 아마도 선생님만큼 못하시겠지.
작업종료
그렇게 모든 작업이 끝나고, 짐을 싸 퇴근을 한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깨끗하게 작업할수 있을까..’
깔끔반장님의 작업물 본후부터는
머릿속에 계속 저 문구만 맴돌고 있다.
깔끔반장님도 데모도시절 이런저런 경험등을 다 해보고,
어떻게 하면 일처리를 빨리할수있을지, 깔끔하게 할수있을지 하며,
지금의 나처럼 이런저런 고민하며 저렇게 능숙하게 되셨겠지.
노하우가 필요해
확실히 작업환경이 깨끗하면 능률도 오르고,
마음가짐도 달라진다는걸 느꼈다.
깨끗하고 깔끔하면 좋다는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걸 어떻게 그렇게 능숙하게 하지 못하니까 알면서도 잘 못하는거겠지.
내일부터는 나만의 데모도 노하우를 쌓아야겠다.
타일 박스를 깔때는 어떻게,
본드통을 깔때는 어떻게.
고데를 쓰고 나면 어떻게.
헤라를 쓰고 나면 어떻게.
하나둘씩 몸에 익혀두고 새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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