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떨까
“잘 붙여놨냐?”
“…뭐 그냥 그럭저럭 붙인거 같아요.”
선생님은 오늘 오시자마자 제일먼저 내가 어제 밤에 붙였던
지하쪽 입구쪽 부터 향하셨다.
이곳저곳 고개를 기울이시면서 보시더니
“.. 됐다.”
“후우~”
자연스레 나오는 안도의 한숨.
현장에 도착하신 강남반장님은 선생님과 내가 안보여서 어디갔나 확인중
지하에 있는걸 보고, 같이 타일을 확인하신다.
“뭐야? 입구에 붙인거 어제 너가 붙인거야?”
“네.”
“아..”
강남반장님의 반응도 어제와는 달리 딱히 무슨말씀을 꺼내시거나 하지 않으신다.
“됐다. 가자.
밥 먹고 해야지.
편의점 가서 밥사와.
메지 아줌마는 컵라면만 먹는데.”
“네.”
오늘로 이 현장을 끝내게 된다.
마지막으로 먹는 편의점 도시락 아침밥.
후~ 살짝 물리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타일때내는 일이 없어, 입맛이 돈다.
항상 일하는날은 체력이 중요하지만,
오늘은 기분도 그렇고, 끝 마무리는 항상 중요하다고 했으니,
더 힘을 내려 내 몫으로만 도시락을 두개 챙긴다.
도시락을 들고 다시 가는데 강아지 한마리가 벤치에서 나를 쳐다본다.
그러더니 졸린지 하품을 크게 한번 한다.
‘짜슥이 아주 게으르구만,
지금쯤이면 일 한창 시작할때인데.’
적응
“한잔 더 하고 가야지?”
“안돼. 나 내일 일 나가야 돼.”
“아직 8시밖에 안됐구만.
벌써 간다고 그래?”
“지금 집으로 가도 이러쿵저러쿵 해서 10시에 도착해.
새벽 3시 반에 일어나야 되는데,
지금 일어서야돼.”
노가다를 하고 나서 부터,
나의 기상시간, 취침시간은 확실히 달라졌다.
그렇게 몇달 생활 하다보니,
쉬는날에도 새벽 5시면 자동적으로 눈이 떠지고,
새벽 6시가 되면 자연스레 배가 고파진다.
“야, 아침 9시까지 회사가는데 아우 죽어.
새벽에 일어나서 씻고 지하철타고 버스타고..
출근길이 고생이다니까.”
“지랄하고 있네 미친.
야! 우린 7시에 일시작해.
9시부터 해서 뭐 일이 돼냐?”
나도 몇년을 회사생활하면서 저 친구처럼 출근하고 퇴근하고 생활했는데,
이제는 다른환경에 적응했다고,
마치 내가 언제 그랬냐는듯 뭐라고 씩씩거린다.
나는 변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적응했다.
적응해서 그런지 모든 기준을 내 관점으로 보는경우가 종종있다.
출근시간이나 퇴근시간이나, 일하는 급여, 대우 등..
종종 사람들은 빨리 일어나고 노동일 하는게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글쎄..
환경이 사람을 만들어 준다고 하는데,
나는 그말에 동의한다.
처음에 당분간이 어렵지 몇번 하다보면 익숙해지는것처럼..
나는 거의 내게 이런저런 진로고민등을 하시는 분들에게,
내 스타일대로, 내가 생각하는대로, 오로지 내 생각대로만 말하고 답변해드렸다.
“해보고 아니면 그냥 말아요.”
“이것도 힘들다 힘들다 해서 그렇지.
막상해보면 생각만큼 힘들지도 않아요.”
“즐기면 돼죠 뭐 ㅎㅎ.”
허나 익숙해질때도 된거 같은데,
아직도 어렵거나 힘들다면,
사실 그건 포기를 해야 하는게 맞는것일수도 있다.
요즘 종종 나에게 안부나 문의글을 주시는분들의 상황을 보면,
이런생각이 들때가 있어서 문뜩 생각나 적어본다.
다른공정을 위해 신속히 처리
“야, 일단 다들 지하 내려가고,
아줌마 1층 타일 다됐으니까 여기 얼른 메지 넣어,
얼마 안있음 다른팀들 들어와서 정신없어.”
“네, 알았어요.”
“너도 메지 아줌마랑 같이 메지 해.”
“네, 선생님.”
선생님은 다른팀이 와서 작업을 하는데 방해가 되는게 맘에 걸리시는지,
빨리 메지 끝내고 다른팀이 작업을 수월하게 할수있도록 하려고 애를 쓰시는 모양이셨다.
아 진짜! 일을 할수가 없네 아주 그냥!
선생님께서 종종 일을하시다가 다른 공정과 겹치면,
짜증내시면서 말씀하시는 멘트다.
우리같은 경우는 더군다나 바닥이 위주기에,
시공할때 다른팀이 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것에 상당히 민감하다.
이런 우리도 다른팀의 공정사정을 알기에,
최대한 공정이 안겹치려, 일을 조금이나마 서둘리끝내는 편이다.
이모와 함께 메지
“내가 여기 부터 넣고 갈테니까,
닦으면서 내려와요.”
“네, 이모.”
저번에 메지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이모가 그래도 나에게 조금은 일을 맡기시는거 같다.
나는 냉큼 고무장갑 끼고,
스폰지에 물을 적셔 짠후,
이모에게 배웠던대로 쓱쓱 닦아내면서 메지 후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스폰지를 짤때 너무 이렇게 비틀어서 짜면
잘 짜지지도 않고 힘도 들고 그래요.
그러니까 스폰지를 짤때 이렇게 접고 바로 꾹 눌러 짜고.
그리고 한번 훑어닦고,
다시 또 스폰지를..”
이모는 메지 하면서도 내가 어떻게 닦는지 흘깃 보시면서,
교정을 해주셨다.
“네 이모, 다시할게요.
이렇게 접어서 흐읍!”
“그렇지 그렇지.
그거예요.”
이모가 시킨대로 짜고 닦았는데,
글쎄. 이모처럼 깔끔하게 닦이지는 않는거 같다.
뭐 첫술에 배부를순 없지.
이것도 몇번 하다보면 곧 감이 올거라 생각하고,
닦아내면서도 ‘혹시나 덜 닦였나’ 보면서 계속 작업을 진행했다.
타일이 아니라서
그렇게 메지이모와 같이 메지작업을 하다 3분의 2가량 작업이 될때쯤
“이제 나머지는 내가 할테니까 밑에가서 일봐요.”
“네, 이모.”
간단히 연장도구를 챙기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데, 벽에 붙인 타일이 꾀나 눈에 거슬린다.
‘뭐야, 이거.
패턴에 맞춰 단차가 있는건가…
아닌거 같은데…’
궁금해서 벽을 슬쩍 만져보니 타일이 아니라,
무슨 종이 느낌의 자재였다.
그래서 그런지 물에 젖어 곰팡이 쓸은것도 있고,
보기 영 좋지 않았다.
오로지 디자인만 생각하다가
이게 문제다.
셀프인테리어 하시는분들도 그렇고,
자재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 막상 집을 꾸민다 라고 하면,
이곳저곳 인터넷이나 잡지등을 통해 이쁜 타일, 벽지 등 자재를 단순히 디자인만 보고
홀딱 반해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결정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쁘고 깔끔하지만,
막상 조금 지나다보면 관리의 어려움, 자재의 재고가 없어 다시 구할수가 없거나 하는등의
생각치 못한 딜레마에 부딪히게 된다.
지금 이곳을 공사했을때도,
추후에 이렇게 단차게 크게 일어나고 곰팡이가 쓸거라고는 생각치 못햇겠지.
항상 그렇지만 자신이 셀프인테리어를 하든, 인테리어업자가 맞춰서 하든,
최소한의 지식은 정도는 알아두는게 본인에게도 좋고, 나중 추후 관리를 위해서라도 좋다.
근데 이거 관리할때 문제같은거 없어요?
때가 잘 낀다거나 시간지나면 뭔가 일어난다거나,
깨지기 쉽거나 부서지기 쉽거나 이런 문제요.
인테리어 업자나 자재업자에게 구매나 요청을 할때,
이런식으로 꼼꼼하게 사전에 알아둬야할 주의사항등을 미리 알아내는것도
공사 혹은 자재 구매전 익혀야할 기본자세라고 생각한다.
3명이서 하니 금방이다
내려가니 이미 많은 부분들이 진행된 상태였다.
선생님은 큰 방,
강남반장님은 작은방,
선배님은 들어가는 입구
이렇게 각각 맡을곳 하나씩 정해 서로 정신없이 일에 몰두해있다.
“여기 타일 한박스만 들고 와라.”
“네, 선생님.”
“나 압착 떨어졌어.”
“네, 반장님.”
“잠깐 이것 좀 치워줄래.”
“네, 선배님”
각각 기술자마다 요구사항들이 달라 요구사항에 맞춰 데모도를 했다.
그렇게 바삐 데모도를 하다가,
메지이모가 1층을 마무리 하시고 지하로 내려오셨다.
“어떻게 많이들 붙였어요?”
“네, 기술자들이 각각 맡아서 하시니까 슬슬 끝이 보이는거 같아요.
어제 선생님이 여기 들어가는 입구부터 해서 작은방 가나방달고,
큰방 좀 붙이셨으니까,
큰방부터 들어가셔서 하시면 될거예요.”
“네 알겠어요.”
작은방과 입구쪽 상태를 보시더니 메지이모는 큰방으로 향했다.
“아줌마, 잠깐만 그 옆에 있는거 좀 갖고와봐.”
“이거요? ”
다들 서로 빨리 일 끝내려고 정신없이 바삐 움직인다.
“넌 이제 가서 쓰레기 정리 하고,
압착통 하나랑 믹서기 빼놓고 연장챙겨.”
“네, 선생님.”
난 위로 올라가 우리가 썻던 레미탈, 청소하면서 나온 쓰레기등을 정리하며,
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샴푸실 구멍 메우기
정리를 하고 이것저것 연장을 차에 실을때 되니
선생님과 강남반장님, 선배님이 지하작업을 마치고 올라오셨다.
“믹서기랑 압착통 어딧냐?”
“네 저기에 따로 놨어요.”
“어, 저기다가 레미탈 개.
구멍 매워야 하니까.”
레미탈을 개서 구멍에 묻기 시작했다.
“저기 거울붙는쪽에 팀장이 위치 써놨을꺼야.
이거 CD(전기 배선관)가 그 위치에 나오게끔 해야돼.”
“네, 팀장님이 아까 그렇게 해달라고 말씀하셔서 지금 CD 위치를 맞춰놓으면서 매꾸고 있어요.”
“어 그래.”
선생님과 내가 작은구멍을 맡고,
강남반장님이 큰 구멍을 메우셨다.
확실히 구멍이 커서 그런지 레미탈도 엄청 들어간다.
“반듯하게 이쁘게 나와야돼.
기껏 매꿔주고 울퉁불퉁 튀어나오고 그러면 해주고도 욕먹어.”
이것도 미장인데,
미장의 마감은 반듯한게 기본이다.
선생님은 반듯한것, 수평.
이 두가지를 항상 고집하신다.
작업종료
결국 바닥 메우기까지 완료 해서 모든 작업이 완료되었다.
정리하고 바닥 메꾸고 하는동안 이모가 지하실에 메지까지 다 넣고,
다들 시간에 딱 맞춰 일을 끝냈다.
“너 덕분에 오늘 일을 편하게 했어.
너가 지하실 입구 어제 밤에 안 붙여놨으면 오늘 일 더디게 했을거야.”
“네.”
오늘 내 덕에 일이 쉬워졌다는 말씀에 기분이 좋아졌다.
항상 일끝나면 기분이 좋지만,
오늘은 내가 한 일이 크게 빛을 바래서 더욱더 기분이 좋다.
‘이번 현장 내가 한일이 크구만 ㅎㅎ.’
하며 선생님과 집으로 향한다.
다시 컴백
“아~ 왜 이렇게 막히냐.”
집에가는길.
도로 한복판에 갖혀있어 도무지가 앞으로 갈생각을 안한다.
「띠리리~」
“예 팀장님.
예.
예?
그런적 없는데..
.
.
예. 알겠어요.”
“왜 그러세요?”
“에이씨, 거기서 일하다가 타일 한장 깨먹었나봐. 갈으러 다시 가야겠다.”
결국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다시 현장을 찾았다.
깨진 타일을 다시 갈고 메지쓱쓱 넣고 다시 연장 챙기고 차에 올라탔다.
“야 커피한잔 마시면서 가자.”
“네.”
근처 카페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는데,
앤트맨 피규어가 있다.
재밌게 봤는데 피규어 보니까 사고 싶네 ㅎㅎ.
“주문 하시겠어요?”
“네, 아이스 아메리카노랑 아이스 초코 주세요.”
어찌됐던 늦게까지 일한거니 비싼거 마셨다.
그리고 이제 진짜 현장을 떠나려 문단속까지 싹다 하고 현장을 떠난다.
후~ 앞으로는 이런걸로 현장을 다시 찾는일이 없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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