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의 중요성
어제 지긋지긋한 옷매장 타일시공을 끝내고,
오늘은 다시 미용실로 컴백했다.
어제 옷매장에서 지치게 일해서 인지,
이미 익숙해진 미용실의 모습이지만 뭔가 되게 기쁘고 반갑다.
솔직히 그냥 현장안이 어느정도 정리된 상태라 기분이 좋아진거 겠지. 허허.
어제 옷매장을 하고 나서,
어떤 곳이든 이틀이상 걸리는 시공현장일 경우는
항상 자재 정리나 폐기물 정돈을 해놔야 한다고 확실하게 느꼈다.
일단 정리좀 해, 이거 뭐 어지러워서 일하겠냐?
아우~ 빨리 좀 치워 일단
처음 현장에 도착해 조금이라도 본인 눈에 거슬리면
버릇처럼 나오는 선생님의 짜증섞인 말씀.
이제 확실하게 그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다.
일단 청소부터 하자고
“일단 청소부터 하자고.
여기 타일 함빠 쓸거 빼곤 다 버리고.”
선생님의 지시에 현장에 있는 인원들 전부 정리 작업에 분주해진다.
다들 빗자루 들고, 마대자루 들고 타일 쓰레기 정리하고 있을때,
나는 압착통을 털 준비를 한다.
깔려있는 타일바닥위로 타일 박스 한두장쯤 깔아놓고,
그위에 압착통을 엎어놓고 망치로 때려,
압착통에 남아있는 굳은 시멘트 잔여물들을 떼어낸다.
“이것도 일 끝나고 나가기전에
고데 갖다가 쓱쓱 한번씩 겉에 돌려주면서,
그때 압착 털어주면 그 다음날 간단하게 망치로 통통 치면 다 떨어져.
이거 귀찮다고 안하고 그 다음날 할라고 하면 이걸로 시간잡아먹어.
아우, 그 꼴보면 내가 아주 속이 터진다니까.”
선생님은 일하는 성향이 되게 확고하신 스타일이다.
일을 하다 본인스타일에 맞다 생각하면, 되게 마음에 들어하시고,
아니다 싶으면 상당히 싫어하시는편이다.
그래서 본인 현장에 기술자나 용역을 부를때도 그렇고,
남의 현장에 가서 일할때도 그렇고,
기본적인 밑바닥일을 어떻게 하는가 부터 보시면서
그 사람이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보신다.
아무래도 선생님은 남의 현장 날일하러 가는경우가 적고,
자신이 오야지로 현장을 맡아 책임지는 경우가 대다수라
저렇게 일하시는 스타일이 잡힌거 같다.
포천오야지분 현장에 날일하러 갈때도,
포천오야지분 일하시는게 본인마음에 걸리면 짜증내곤 하신다.
뭐.. 선생님과 포천오야지분이 친하고 그러시니까 상관없는데,
만약 처음보는 기술자나 오야지와 같이 일하다 그러시면.. 허허
뭐 아무래도 노가다판 느낌이라는게 있으니까,
다들 이해하겠지.
예의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오늘은 안으로 끝내시려고 선생님도 일하는 인원을 넉넉히 부르셨다.
선생님, 나, 선배님, 키큰 준기공분,
항상 부르시는 메지이모 이렇게 5명.
아무래도 이전까지 원장바리는 다 끝나고,
홀의 함빠부분과 2개 룸의 함빠, 샴푸실이 남아
몇명의 사람을 두고 너는 여기, 너는 저기 이렇게 딱딱 맡겨두고 일하는게
깔끔하게 끝날거 같다는 선생님의 판단이셨을거다.
“저, 죄송한데 거기있는 것좀 주세요. ”
“이거? 여기요.”
“감사합니다.”
키큰 준기공분이 메지이모에게 뭣좀 주워달라고 했다.
“저, 메지 저기서 부터 이렇게 하시는거죠?”
“네.”
키큰 준기공분이 본인이 치고나가는 부분을 정하려,
메지이모한테 어떻게 작업할지 물었다.
그렇게 작업분담, 분배를 하고 작업을 한창 하는 도중,
티타임을 갖게 되었다.
키큰 준기공이 메지이모를 가르키며 선생님을 보며 물었다.
“사장님, 제가 어떻게 불러야 되는거예요?”
“뭘 뭐라고 불러, 아줌마니까 아줌마라고 하면 되지 ㅎㅎ.”
“안돼! 아줌마는!”
메지이모도 은근 성격이 있으셔서,
본인이 싫어하는건 되게 싫어하신다.
그러고 보면 호칭이라는건 참 애매하고 어렵기도 하다.
나같은 경우는 인력소에서 나오신분들을 나이를 떠나 그냥,
「반장님」이라고 호칭한다.
그리고 기술자의 경우는 나이가 어느정도 되시거나 오야지의 경우는,
「사장님」이라고 호칭하며,
그외 어리거나 나이가 나보다 조금 높거나 하는 정도면 「반장님」이라고 부른다.
“아줌마 는 아니죠 ㅎㅎㅎ.”
“이모라고 불러 그냥.”
“아, 이렇게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호칭이 좀 어렵더라고요. ㅎㅎ”
키큰준기공분도 어느정도 현장일에 익숙해있겠지만,
아직 호칭하는게 쉽지 않은가보다.
역시 우리나라는 예의를 중시해서 사람과 사람을 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호칭에 어려워 하시는 키큰 준기공께 내가 조언해주었다.
“그냥 「저기요」 라고 하세요.ㅎㅎ”
“ㅎㅎ”
다들 빵 터졌다.
“「저기요」라고 하면 내가 가만 안 내둬!”
다들 좋아하는데 메지이모만 화내는거 같네 ㅎㅎ.
여튼 호칭이 어려우면 여성의 경우,
「여사님, 이모님」
남성의 경우
「사장님, 반장님」
이 딱 좋은거 같다.
비오는날의 패셔니스타
“사장님, 수세미 없어요?”
“수세미? 그거 차에 내가 한묶음 사놨었는데,
야, 우리 수세미 다 떨어졌냐?”
“네, 선생님.
저번현장에서 다 썻어요.”
“에이 쯧.
너 나가서 수세미좀 사와.
그리고 사오는 김에 쇠자르는 날도 좀 사오고.”
“네.
마실것도 사올께요.”
“그러던가.”
창문을 보니 밖에 비가 오는거 같아,
우산도 없고 해서, 일단 비닐봉지를 하나 챙겼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어플을 켜 근처 철물점을 찾아본다.
‘오케, 여기서 길건너서 저기로 가면 되는구만.
자 가자~’
비오는날.
어차피 몸이야 항상 땀 범벅이니 비맞아도 딱히 상관없고,
머리는 안맞게 하려고 비닐을 뒤집어 쓰고 철물점 까지 걸어간다.
허허.
회사 다닐때 이렇게 길거리를 돌아다닐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는데,
노가다 복장을 입으니 두려울게 없다.
아니 어떻게 보니 되게 잘어울리는거 같기도 하다.
음… 사진 보니..
두건처럼 손잡이쪽을 말으면 나름 쌈박한거 같은데 ㅎㅎ.
그리고 600미터 정도 거리에 있는 철물점을 찾아,
물건을 산다.
그냥 차로 가
“다녀왓습니다.
음료 드시고 하세요.”
“철물점 멀냐?”
“어.. 한 600미터쯤 되는거 같더라고요.”
“그정도 거리면 그냥 차갖고가.
다리 아프게 뭐 걸어가냐”
“네.”
그러고 보니 그냥 차갖고 사가지고 올껄.
근데 주차장에서 뺐다 다시 들어오면 요금 중복될거 같은데..
여튼 앞으로는 걍 차로 이동해야지.
준기공이 되기 까지
점심시간 식당에 갔는데 테이블을 따로 써야 돼서,
나와 키큰 준기공분과 둘이서 한테이블에 앉았다.
주문을 하고 이런저런걸 물어보았다.
“반장님, 지금 준기공 될때까지 몇명의 기술자 한테 배운건가요?”
“전 한분 이요.”
“그럼 한분한테 2년 남짓 따라다니시면서 배우신거네요.”
“그쵸.
근데 또 이제 일하다가 그분일 없으면 다른기술자들 날일도 하러가고 그랬죠.”
“어떻게 다른기술자분 날일 가게 되셨어요?
그때는 그냥 데모도 셨을꺼 잖아요?”
“네, 근데 인터넷이나 밴드중에 간혹 데모도 필요하다고 부르시는분들
있거든요.
그럴때나, 아니면 내가 일정비엇다고 날일 구한다고 올리면 연락 오더라고요.”
“아.. 또 그렇게 일을 할수있군요.”
“네, 또 거기서 그렇게 일하다 기술자가 마음에 들어하면
다음현장에서도 불러서 같이 일하자고 하고, 그렇게 되더라고요.
계속 이 사장님하고만 일하신건가요?”
“네, 아무래도 선생님 조수니까 선생님이 급하게 일정잡힐수도 있고,
그래서 다른 기술자 날일 구하러 가고 하는게 쉽지 않더라고요.”
“아. 근데 또 다른기술자들이랑 일해봐야 돼요.
같이 일하다보면「아, 이렇게 할수도 있는거구나 」하면서 배우는게 있으니까요.”
“네 다들 그렇게들 말씀하시더라고요.
한사람한테만 배우려고 하지말고 여러 기술자들 하는걸 보라고.”
오래된 기술자의 기술
“그럼 전에 배우신 따라다니신 기술자분은 어떤분이셨어요?
저희는 주로 상가쪽 하잖아요.”
“전에 가르쳐주시던 스승님은 주택쪽만 다니셨어요.
타일가게에서 일감 받아서 하셨거든요.”
“주택쪽에서 일해야 일 배우기가 쉽다고들 하시던데.”
“예. 뭐 다 마찬가지죠.
그리고 그 스승님이 연세가 많으셔서,
예전 스타일로 일하세요.
그래서 요즘 연장들 다 좋은데,
굳이 안쓰시고 예전 자신이 일할때 하던 방식으로 작업하시곤 하세요.
그래서 어쩔때 보면 저건 뭐하는데 쓰는거지 하다가도,
아, 저런 용도로 저렇게 쓸수있구나 하고 놀랄때도 있고 그러죠.”
“역시 예전분들이 일을 잘하시는거 같더라고요.”
“네. 스승님도 잘하시는분이셨어요.
많이 배웟죠.
간혹 현장에서 일하면서 기술자들이랑 얘기 하다보면
「일을 경력 많은 사람한테 배워야 한다」
고들 하시더라고요.
고전적으로 일하셨던분들한테 배워야 제대로 라고.
막상 배우다보니까 맞는 말씀같더라고요.”
그렇게 까지 어렵지는 않은 떠발이
“보통 기술자들은 자신이 잘한다고 생각하는쪽이 있잖아요.
바닥을 잘한다거나,
벽을 잘한다거나,
떠발이를 잘한다거나.
반장님은 어느쪽을 잘한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바닥이요.”
“그럼 600각 바닥 기준으로 하루에 얼마나 붙이실수 있나요?”
“근데 그게 애매한게 현장 상태라는게 있잖아요.
바닥상태가 안좋을수도 있고, 좋을수도 있고.”
“그럼 바닥상태가 좋다 라고 가정하면요?”
“저번에 10평좀 넘게 붙인거 같아요.”
“네. 10평이라. ㅎㅎ
저는 꿈도 못꾸네요.”
“근데 전체적으로 다 잘해야 기술자니까요.”
키큰 준기공분은 아직 준기공이지만 10평을 붙인다고 했다.
타일 두박스에 1평,
600각 8장에 한평이니까, 80장 붙여야 하는구나.
난 10장이나 제대로 붙일수있을라나..
준기공되는것도 한참멀었다는 한숨이 푹 나왔다.
“그럼 떠발이도 하시나요?”
“네, 하죠.”
“떠발이가 그렇게 어렵다고들 하시던데.
간혹 기술자들 보면
「떠발이 빼고 다 합니다.」
이라고 하시는분들도 계시잖아요.”
“아~ 근데 떠발이도 사실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아요.
그 감(感)이 있어요.
밥 주고 붙이는 그 감.
그 감만 잡으면 글쎄요.
그렇게 까지 어렵지는 않던데.”
떠발이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서,
그 감이라는걸 전혀 모르겠다.
언젠가 떠발이 해볼 기회가 와야 하는데..
여튼 키큰 준기공분은 지금 2년 정도되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는데,
‘난 저렇게 될수있을까..’ 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 졌다.
선배님의 교육
밥을 먹고 다시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선배님이 날 찾으신다.
“압착, 고데들고 빨리와.
붙여봐야지.”
“네 선배님.”
점심 먹고 쉬는시간없이 이짬을 이용해 붙이는 연습을 해본다.
“저기 구석에 있는 함빠들 재놓은거야?”
“네, 옆에 잘라놨습니다.”
“어, 붙여봐.”
“네.”
3장 있는거 중심꺼 부터 붙이기로 한다.
압착을 퍼서 바르려고 하는데,
“밥(압착)이 너무 많은거 같은데?”
“아 그런가요?”
선배님의 말씀에 발라놓은 압착을 조금 걷어놓아보고,
“이정도면 된거 같은데요.”
“어, 붙여봐.”
조심스레 잘라진 함빠를 들고 잘린면을 보고 살포시 압착 위로 올려놓는다.
그리고 고무망치를 들고 통통 처본다.
‘아 이쪽 모서리가 뜬거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땟다 다시 붙인다.
그렇게 되니 자연스레 손에 압착이 범벅 되,
그손으로 운반되는 타일은 전체가 더러워 진다.
“이렇게 지저분하게 붙이면 어떻게 해.
깔끔하게 해야지.”
개판으로 만들어놓은 타일을 보고, 한 말씀 하셨다.
“네, 일단 좀 닦아야..”
바로 장갑에 깨끗한 면으로 일단 쓱쓱 문댄다.
그리고 요기조기 보며 단차가 있는지 확인하며 망치로 통통 친다.
“이정도면 된거 같아요.”
“그럼 옆에꺼도 붙여야지.”
“네.”
그리고 양사이드 쪽도 붙이는데,
되려 원장 붙이는거보다 더 어렵다,
압착 주는양도 애매하고,
떼내려고 하면 다른타일들 건드려야만 해서 보통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런거 함빠할때는 밥주는걸 특히 신경써야 돼.”
“네 선배님.”
“그리고 지금 이런 함빠는 사람들 눈도 안가고,
발걸음도 안가잖아.
그러니까 굳이 밥을 꽉꽉 다 채워야 할려고 할필요는 없어.
최대한 단차가 안생기고 모양이 이쁘게 나오는게 중요한거야.”
“네.”
그러면서 이런 모퉁이 함빠 압착주는것과 붙이는법을 설명해주셨다.
역시 선배님은 잘 하신다.
“이쪽 다 됐으니까,
저 반대쪽은 직접 해봐.”
“네 선배님.”
반대쪽을 해보는데 역시 한 두번 해본다고 되는게 아니다.
밥이 여기저기서 삐져나오고,
때네고 붙이고…
역시 한참 멀었다.
작업 종료
그렇게 다시 작업이 진행되고,
선배님과 선생님은 홀과 창고 쪽,
키큰준기공분은 샴푸실과 홀 함빠등
각자 자신이 맡은쪽에 일하며 오늘 작업이 종료 되었다.
“오우 빡세네.”
“ㅎㅎ, 이모 고생하셨어요.”
“네, 사장님 데모도 하다보면 진짜 힘들어. ㅎㅎ”
메지이모는 아침에는 선생님 데모도를 해주시다가 점심때쯤 되서,
메지 작업을 하셨다.
‘내가 붙인곳은 잘 되었나’ 하며 확인해볼겸 가보니,
문제없이 메지까지 다 넣어져있다.
이로서 현장확인 끝.
선배님 또 부탁드립니다.
“연장 걷고 싣어”
“네.”
연장을 차근차근 걷는데,
선배님이 고장내신 LED를 바라보며
‘선배님 감사합니다.
자주 깨주시길 바랍니다.’
라며 마음속으로 바램을 외쳐본다. ㅎㅎ
우린 연장이 너무 많아.
그리고 막히는 성산대교위에서
선생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으며 오늘도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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