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멋진풍경도 감흥없어.
‘오늘은 그래도 비가 오지는 않네.’
살짝은 어두운 날씨.
이곳 진안현장을 도착해서 제일 먼저 주변을 보고 느낀게,
한국의 미니 아마존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풀들이 우거져있고 거기에 상당히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헤쳐져 있는
식물과 뛰어노는 동물들의 모습.
새삼스럽게
‘내가 지금 서울을 벗어나긴 했구나 ‘
라는 생각을 몇일동안 느끼면서,
이곳 현장의 풍경등을 바라보곤 했었다.
그렇게 멋진 풍경에 황홀한 느낌을 받았지만,
앞으로 당분간은 이런 멋진 풍경을 그리워하거나 떠올리지는 않을거 같다.
백령도부터 진안까지 정말 원없이 멋진 풍경을 골라본거 같다.
간혹 친구나 지인이
“일요일에 뭐하냐?
집에만 있지말고 같이 산에 가자.
가면 좋아.”
라고 묻곤 하는데,
“그럴꺼면 아애 백령도 가서 노가다 할래? 아님 진안?
가면 경치도 좋고
일하면서 자연스레 운동도 되고
게다가 돈도 받고 훨씬 좋아.”
앞으로는 이렇게 대꾸해야지 ㅎㅎ.
우려 했던 결과
“이리와봐.”
“네, 선생님”
선생님은 벽을 가르키며 나를 부르셨다.
“내가 말했지?
벽에 쿠사비 잘못 꽂다가 일생긴다고.
저거 봐라.”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쿠사비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메지 밖으로 튀어나온다.
“저거 지금 메지작업 다 하신거 같은데,
저렇게 되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뭘 어떻게해.
빼고 다시 메지 넣던가 해야지.”
“큰일이네요.”
“그래서 쿠사비 넣는게 되려 일을 만들수가 있는거야.
저거 지금 메지굳어서 칼로 빼낼라고 해도 안돼.
꽂을때도 잘 꽂아야돼.”
잘 되어있는 벽타일 저 쿠사비가 옥의 티다.
이것을 보고 앞으로 작업할때,
쿠사비 꽂을때 타일 붙이는거 만큼 항상 신경써서 넣어야 겠다 라고 다짐했다.
옆에 쪽은 어떤가 이리 저리 둘러보니
어떤부분은 이렇게 아애 쿠사비부분은 메지를 않넣은 곳도 몇군데 있었다.
아마도 이부분은 쿠사비를 빼내고 메지 넣으시려는 생각이시겠지.
시공품질을 위해 이렇게 하나하나 쿠사비를 꽂아 넣어 정성을 들였지만,
이 작업할때 신경을 쓰지 않으면,
되려 큰일을 만들수도 있다는 계기가 될수있음을 알아야 한다는것을 느꼈다.
메지 작업
사실상 이제 일거리가 많지 않아서
화장실 남은부분은 선생님이 직접하시기로 하셨다.
어제 남았던 화장실 벽타일 작업을 옆에서 도와드리고,
바닥타일이 남았는데,
화장실 바닥타일은 사실상 데모도가 거의 할일이 없다.
“너 여기는 내가 할테니까,
밑에층 주방쪽 보면 메지 빠져있거나 안넣은곳있어.
보면서 넣고,
메지 덜딱인곳 있으면 닦아내고 해.”
“네.”
결국 화장실에서 쓰던 메지시멘트 개놓은거 가지고 내려와
주방을 천천히 보며,
구석에 빠진부분이나 넣지 않은부분을 매워 넣었다.
확실히 검은 메지를 넣으면 닦는게 쉽지 않다.
전에 작업하신분이 메지넣고 닦으시다가 덜 닦인 부분이 있었다.
가뜩이나 검은색메지라 잘못하면 보기 흉해지기에,
벽에 묻거나 얼룩이 진 메지등을 다시 닦아냈다.
특히나 문틈쪽에 묻어있는 메지등은 스폰지로 닦는데도 어느정도 한계가 있어서,
헤라로 조심조심 상처가 나지 않게 긁어내며 후작업을 했다.
이 곳 작업이 끝난후 바로 옆 하얀타일쪽도 메지작업을 했는데,
내가 작업하는것을 보고,
팀장님이
“메지 몇번 안해봤나봐요?”
“종종 하는데,
이게 하얀타일에 검은색 메지라
여러번 닦아야해서 손이 여러번 가게 되더라고요.”
어설픈 내 모습에 눈썰미 좋으신 팀장님이 바로 알아채셨다.
가뜩이나 메지작업하는게 어설픈데,
이렇게 난이도 있는 메지작업은 오죽할까.
정곡이 찔려 마음이 살짝 아려왔지만,
그래도 꿋꿋히 마무리 지었다.
팀장님은 대리석도 가능하다
화장실의 바닥 타일까지 끝내고,
‘이제 진짜 끝이구나.’
라고 한시름 놓고 있었는데,
“압착 들고 내려와 밑에 현관 붙여야 하니까.”
라며 아직 남은곳이 있었다.
허허…
이 현장은 정말 끝이없구나.ㅎㅎ
“어? 뭐야 옆에 대리석 붙여놨네?”
대리석 자재가 없어서 못붙여놔서 선생님께 부탁드렸던 부분이
이미 붙여져있었다.
팀장님이 오시더니
“이거 어제 늦게 자재 와서,
그냥 제가 붙였어요.
어때요? 잘붙였나요?”
“잘 되어있는데.ㅎㅎ
어떻게 붙인거야?”
“아니,
어제 쓰시다 남은거 있길래 그거로 발라서 붙였죠.”
“어이고, 돌도 잘붙이네. ㅎㅎ”
선생님은 팀장님의 능력에 다시한번 감탄하시고,
팀장님은 별거 아니라는듯 가볍게 미소 지으셨다.
이거 뭘로 했어?
“여기 이렇게 잘라오고.”
“네.”
「통통」
“어이, 이거 흔들리네.
아직 덜 굳었나..”
“선생님, 여기요.”
“어.”
평탄클립을 꽂고 이어서 붙일 타일쪽에 시멘트를 붓고 고데질을 하신다.
“!”
“왜 그러세요?”
“잠깐, 너 가서 팀장 불러와봐.”
나는 다급히 일하시던 팀장님을 모셔왔다.
“왜요? 사장님?”
“이거 뭘로 붙였어?”
“어제 쓰시던거 저기 남아있길래 저걸로 붙였죠?
왜요? 뭐 잘못됐어요?”
“어이구, 이씨!
저건 본드잖아!”
“예?”
“저거 벽에다 바르는걸 여기다 쓰면 어떻게해?
어쩐지 왜 아직도 움직이나 했더니만.
일을 만들었네 만들어!”
“아이 그런거였어요? ㅋㅋ
죄송해요. 사장님 ㅎㅎ.”
“너 일단 이거 때서 발라져있는 본드 싹다 닦아와.”
“네, 선생님.”
아무리 능력있고 천재라고 생각되는 팀장님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하는법이다.
팀장님은 넉살좋게 한번 웃으며 다시 볼일 보러 돌아가셨다.
조심히 붙여져있는 대리석을 때어네 평평하게 바닥에 세운후 헤라로 긁어냈다.
“오우, 이거 봐라.
어쩐지 되게 잘 흔들린다 했지. ㅎㅎ”
“ㅎㅎ.
팀장님도 실수를 하시네요. ”
“그거 깨끗히 닦아내야돼.
일단 긁어내고 물묻혀서 스폰지로 깔끔하게 다 걷어내.”
“네”
이 현장에서 아무리 능력있는자가 했더라고 하더라도,
꼭 다시한번 짚어보고 넘어가야 한다는걸 느꼈다.
결국 깔끔하게 본드를 제거한후,
선생님께서 다시 붙였다.
선생님과 팀장님의 잡담
이 현장에서 먹는 마지막 참.
오늘도 역시 맛있다.
나는 작업된 부분 이곳저곳을 보면서 혹시나 뭐 잘못된건 없나 하며 살펴보고,
선생님과 팀장님은 오야지들의 얘기를 나누신다.
일할때 고충들이나 오야지및 사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일하는 방식등,
서로 이런저런 경험담등을 털어놓으시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일할때 되려 일당으로 받고 일하는게 좋을때도 있어.”
“그러세요?”
“일하다보면 자기네들 원하는데로 다 해달라고 해서,
힘들게 다 해주면 결제할때 딴말하는 놈들있어.”
“그런 사람들 있더라고요.”
“그렇게 고생다시켜놓고 끝내주면
고맙다는 말은 커녕 되려 좀 깍아달라고 그런다니까?!
참나.
이런거 저런거 따지다보면 그냥 일당이 편하기도 하고.
어떤 놈들은 위에서 돈 못받았다고 안줄라고 하는놈들도 있어.”
“그럴땐 어떻게 하세요?”
“노동부에 신고하지 뭐.ㅎㅎ
평당으로 일하는건 노동부에 신고해도 받기 힘들어.
근데 일당처리하는건 노동부에 신고하면 받아.”
임금부분이야기 하시면서
팀장님도 밑바닥부터 시작하셔서
지금 맡아서 하는 사업자가 되기까지 이런저런 경험을 해보셧기에,
참고하시거나 공감하시는부분이 많으신거 같았다.
타일은 만만치 않아
“이제 뭐 다했네?
가구 좀 들어오면 되겠고,
벽은 어떻게 하는거야?”
“벽은 그냥 도배 할라고요.
사람 불렀어요. 이따 올거예요.”
“그렇구만.”
“솔직히 도배도 내가 더 잘할수 있어요.
나보고 하라고 하면 꼼꼼하게 더 잘 나오지.
근데 시간이 좀더 걸려서 그렇지 ㅎㅎ.”
“허허~ 참, 대체 못하는게 뭐야? ㅎㅎ”
“근데 이건 그냥 도배팀 불러서 했어요.
사장님.
저는 자신이 있어요.
누가 「이거 해주세요」 라고 하면 잘할 자신이 있어요. 저는.
밖에 페인트한거,
그것도 저랑 반장형이랑 둘이 다한거예요.”
“허허. 참”
팀장님은 정말 만능이시다.
비록 이런 팀장님이시지만 타일은 포기하셨다.
“타일도 제가 하려고 했는데,
타일은 못하겠더라고요.”
“에이 사람아,
타일은 하루이틀 봐가지고 어깨너머 할수있는게 아니야.
다른건 옆에서 보면서 저렇게 하는구나 하면서 따라 할수있어.
근데 타일은 안돼.”
이 현장 처음온날 말씀하셨던 부분이다.
다른건 나 혼자서 알아서 다 하겠는데,
타일만큼은 못하겠다고 하셨었다.
그래서 우리가 와서 타일시공을 하는거겠지.
역시 타일은 만만하지 않다.
프로 기술자 도배팀
화장실타일작업도 다 끝나고,
어제 밤에 팀장님이 2층 바닥 타일 메지작업하시면서,
본인이 생각하기에 이상하다 싶은부분을 발견해,
타일 다시 붙여달라고 하시는 부분이 있어 타일 때네고 작업하는 도중,
도배 팀이 들어왔다.
오야지로 보이는 남자분 한분과 기술자들로 보이는 여성분들 4명쯤이 오셔서,
연장과 도배지, 풀등을 들고 작업을 준비에 분주하셨다.
우리 작은어머니도 도배를 시작하셨지만,
확실히 도배는 타일이나 목수등에 비해 다루는 연장이나 자재들이 가벼워 그런지,
여자 기술자들이 많은거 같다.
여지껏 노가다 하면서 여자 기술자가 저렇게 많이 있는 팀은 처음봤다.
근데 이분들보면서 참 멋지다는게,
다들 허리에 공구벨트 메시고,
칼, 도배용 헤라, 줄자 등.
프로다운 느낌으로 작업에 임하시고 집중하셨다.
나는 일하면서 한켠으로 이분들은 어떻게 작업하나 흘깃흘깃 훔쳐보았다.
도배지를 재단하고 풀칠한후 모양에 맞게 붙이는작업을 하면,
되는줄 알았는데.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도배지를 붙이기전에 일단 선행되는 작업이 꾀 있었다.
역시 어떤시공이든 결과적으로는 단순히 보여도,
실제 작업되는 내용은 단순하지 않다.
우마는 되려 큰게 위험해
잠시 쉬는시간.
나는 도배 기술자분에게 말을걸었다.
“죄송한데 궁금한게 있어서, 혹시 여쭤봐도 되나요?”
“네, 말씀하세요.”
“지금 도배 작업하시는 분들 다 기공 이신가요?”
“네, 저희 다 기술자예요.”
“저희 작은어머니도 최근에 도배일 배우시겠다고 하셔서 일 나가시거든요.
지금 일하시는분들이 다 여성분이셔서 참고될거 같아서 그러는데,
도배 같은경우는 데모도 시작해서부터 평균 어느정도 기간이 되면 기술자 되나요?”
“글쎄요? 적어도 한 2~3년 해야 될거예요.”
역시 간단히 배우는 기술이란 없다.
“간혹 현장에 가보면 공정이 겹쳐서 도배 하시는분들 보곤하는데,
꼭 저 작은 우마타시면서 작업하시더라고요.
저거 위험하지 않나요?
들어보니 도배하시는분들 중에 다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
특히 저 우마 타다가 떨어지신다고 하더라고요.”
“익숙해지면 안그래요.
그리고 저흰 되려 큰 우마는 못써요.
그게 더 위험해요.
그리고 그거 타고 작업하다 도배지 다 찢어져요.”
큰우마가 되려 더 위험하다…
도배 작업을 안해봐서 모르겠다.
우마 타시는거 보니 우리처럼 우마하나 펴고 그위에서 작업하는게 아니라,
몇개의 우마를 펴놓고 우마사이로 지나가고 하며 작업하시는거 보니,
큰우마는 되려 몇개 펴놓을수 없어서 그런건가..
여튼 작은어머니도
‘저런 작은우마위에서 작업하실까..’
하는 생각에 살짝 걱정되었다.
작업종료
결국 오늘로서 이현장에 들어갈 모든 타일을 다 붙이고 끝이났다.
가려고 하니까 하늘에서 비가 뚝뚝 떨어져 내린다.
가뜩이나 갈길이 먼데 ㅎㅎ.
그래도 이제 집에 돌아갈수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쁘다.
떠나기전 팀장님께 먼저 인사드렸다.
“팀장님, 수고하셨고, 먼저 올라가겠습니다.”
“예 수고 많았어요.
나중에 기술자 되서 같이 일해요 ㅎㅎ.”
“기술자 되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ㅎㅎ.”
그리고 반장님께서 오셔서 마지막 가는길을 배웅해주셨다.
“제가 불러놓고 이것저것 더 챙겨주고 했어야 하는데,
미안해요.
혹시 뭐 놓고간건 없어요?
도착해서 잊어버린거 있으면 연락해요.
택배로 붙여드릴게요.”
“아닙니다.
반장님덕분에 편하게 일하고,
여러모로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반장님.”
마지막까지 배려를 해주시는 반장님.
정말 감사하고
‘내가 좀 더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
라는 죄책감이 들었다.
“어? 도착했다고?
그럼 택시타고 터미널로 와.”
이 현장 오실때,
일끝나면 사모님이랑 같이 이근처에서 여행 좀 하시겠다고 하셨었는데,
정말 사모님이 일끝나는날에 맞춰 내려오신 모양이다.
“마누라 왔다니까.
일단 빨리 챙기고 가자. 기다리겠네.”
“네.”
먼저 KTX 타고 갑니다
아무래도 사모님이랑 둘이서 보내야 하는 여행을 나까지 껴서 하는것도 이상하고,
나 역시 불편하기에
먼저 KTX 타고 올라간다고 말씀드리니,
선생님은 한사코 안된다고 하셨는데,
사모님이 말리셔서 다행히 먼저 집으로 갈수있었다. ㅎㅎ
진안에서 바로 서울가는차가 없어서,
전주에 들렸다가 거기서 KTX 를 타고 가야한다.
혹시나 시간이 늦어 전주가는 차가 없지는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도 차가 있어,
밥먹고 나와 버스표를 끊고 귀가길에 올랐다.
진안 -> 전주
라고 프린팅되어있는 게
나는 자꾸
진안 -> 천국
으로 보인다 ㅎㅎ.
드디어 집에갈수있다는 마음에 너무 행복하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설레는 마음으로 가방을 들고 차에 올라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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