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 두명에 메지아줌마 한명 그리고 용역한명
“이거 함빠도 많이들어가고 그래서 기술자 불렀어.
2명 불렀는데, 모르겠다.
아~ 와서 잘들해줘야 할텐데. 어떻게 될래나..”
어제 늦게까지 야근하고 퇴근하시기 전에 하신 말씀이다.
오늘이 이틀째인데 오늘안으로 타일공정이 끝나야 돼서,
선생님은 도저히 안되겠다고 판단,
그냥 인터넷으로 사람을 부르신모양이다.
어김없이 이른새벽 7시가 되기 살짝전 쯤 현장에 도착해 가볍게 정리를 한다.
“됐다.
일단 밥도 먹어야 되고,
밑에서 올사람들 기달렸다가 같이 밥먹으러 가자.”
간단하게 현장 어지러운것들만 정리하고 내려가서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린다.
“이앞 지하철역 8번출구쪽이라고 말했으니까 근방으로 오겠지.
출구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그사람들 올지 모르니까.”
“네”
근처에 신축현장이 있어 그런가
딱 봐도 작업자들로 느껴지는 복장의 많은사람들이
출근길을 서두르는 모양이였다.
출구앞에서 기다리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인게 눈에 띄어 사진을찍었다.
8 이라는 숫자를 좋아하고,
색은 노란색, 검은색 을 좋아한다.
완전 내스타일이잖아.
노란색도 저렇게 겨자색인게 좋은데,
밝으면 뭔가 좀 싼티난다고 해야하나?
게다가 테두리에 갖혀있는 8.
난 사실 원래 숫자는 2를 좋아했었다.
근데 중국에서 생활하고나서 8을 좋아하게 되었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번호판에서 8888 번호가 가장 비싸다고한다.
그래서 간혹 중국 길거리나 번화가 보면
삐까뻔적한 곳에앞에 비싼 벤츠나 람보르기니, 페라리 이런 초고급 외제차가 8888번호판 달려있는것을 보곤한다.
참고로 중국어로 发财 (fa cai) 라고 해서 재산이 생긴다 라는뜻인데,
중국어로 8의 발음은 fa로 发와 같다.
발음이 같아서 저런 미신같은게 생긴거겠지.
뭐 우리나라도 1004 이런거 처럼 ㅎㅎ.
근데 쓰다보니 1004 진짜 오랫만에 써본다.
만약 요즘 어린애들은 이런거 들으면 유치하다고 비웃음거리가 되겠지.
우리땐 이렇게 순수하고 유치하게 놀았다 이것들아 ㅎㅎ.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가 기술자 한분이 오셔서,
차를 타고 현장 주차장까지 안내했다.
어린 기공들
생각보다 어린 기술자라 놀랐다.
여태까지 일하면서 내가 본 기술자중 제일 어려보였다.
“어떤 현장 인가요?”
“이 건물 2층에 미용실이 있는데,
오늘 바닥타일 까시게 될거예요.”
“아, 그랬구나.
오늘이 첫날인가요?”
“아니요,
어제부터 했고요.
오늘안으로 끝나야할거 같아서
선생님께서 부르신거 같아요.”
“많이 남았나요?”
“아뇨, 어제 그래도 홀바닥 원장은 거의 다 쳤고,
조금한 방 샴푸실같은것들이 있고 카운터쪽
그리고 창고비스무리 한곳 이렇게 남아있어요.
아, 홀은 함빠부분만 남았어요.”
“그렇군요.
원장 붙이는거 보다 자르는부분이 시간이 많이걸려서.”
“네. 그렇군요.
아직 나이가 많지 않으신거 같은데 기술자가 되셨네요.”
“아, 글쎄요. 아직 준기공 이예요.
현장에 따라 기공 수준까지 되는경우도 있고.”
“그래도 대단하시네요.
되게 일찍 시작하셨나봐요.”
“아, 저도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어요.
한 2년정도.”
사실 보통 2년정도 하면 준기공쯤 되거나 하는거 같은데,
기공수준까지 보일정도면 재능이 있는사람같다.
몸매도 마른편에 키가 있는편이라 타일하기도 좋은 체형이고,
이 사람은 타일하길 잘한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하 키큰준기공 으로 칭함)
그리고 얼마 안있어 또 다른 기술자분이 왔는데,
이 분도 나이가 많이 안되보였다.
꾀 스타일리쉬한 느낌이 드는 분이였다..
(이하 스타일기공 으로 칭함)
‘오늘은 젊은 분위기로 일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뭔가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식사 하러 가시죠.”
오늘 오는 메지 아줌마는 처음부르는 사람인데
중국사람이라 길을 찾기 쉽지 않아서 인지
좀 늦어서 먼저 모인사람끼리 밥먹고 일을 시작했다.
작업 분배
“일단 너는 저기 배전함 있는쪽 치고나와.”
“네”
스타일 기공님은 일단 홀에서 배전함이 있는 창고쪽을 붙이기로 하셨다.
“그리고 넌 어제 여기 홀바닥 원장 다 쳤어.
여기 이쪽 보면 가생이 함빠 들어가는부분 부터 잘라놔.
나 샴푸실쪽 먼저 붙이고 그거 붙일테니까.”
“네”
키큰 준기공님에게는 일단 함빠재단을 시키셨다.
홀쪽 함빠가 사선으로 되어있어,
일자나 ㄴ, ㄱ, ㄷ 형태가 아닌 삼각형 구조라서
재단하는게 쉽지않고 잘 재야 하는데,
이 분은 어떻게 재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넌 일단 압착부터 개.
개서 나 한통 주고 스타일기공 한통 주고.”
“네.”
일단 압착부터 두통부터 신나게 개서
선생님께 한통 스타일기공님께 한통 갖다드렸다.
그 사이에 키큰준기공님의 삼각형 함빠 재는것을 틈틈히 곁눈질로 보았다.
항상 그렇지만 함빠 재는것은
신중하게, 삐둘어지지 않게 정확히 해야 하는것이 중요한거 같다.
이렇게 글로 표현하려고 하니 참 어려운데,
어떤방식으로 타일에 자를부분을 마킹해서 재단을 하느냐
이걸 보면 뭔가 그사람의 일하는 스타일? 을 조금이나마 느낄수 있다고 생각한다.
키큰 준기공님은 마킹하면서 펜을 귀에 꽂으며
이것저곳 살펴보며 꼼꼼히 하시는거 같다.
어떤 현장에서는 기공급이라고 하셨는데,
함빠재단을 보면서 뭔가 그럴 느낌이 들었다.
잘하시는거 같다.
“제가 뭐 도와드릴거 없을까요? 반장님”
“괜찮아요.”
도와드릴려고 간겸 스타일기공님은 어떤스타일로 일하시나 봤는데,
압착을 바닥에 푸고 고데로 쓱쓱 문데시면서 고데질을 하시는데,
뭐랄까…
큰힘 안들고 일을 한다고나 할까?
그냥 가볍게 압착을 고데질하는 느낌?
어느정도 고데질 하면 타일 올려놓으시고
조금한 고무망치로 가볍게 치면서 붙여나가신다.
우리 선생님은 특대 고무망치로 치시는데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되게 더워서 그런지,
스타일기공님도 두세장 정도 붙이고나니 얼굴에 땀이 범벅이 되어있다.
스타일기공님도 나랑 같은과인가 보다. 다한증 ㅎㅎ.
다한증으로 고통받는자의 맘은 내가 또 잘알지.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바람도 안온다고 틀었다가 욕먹은
망할놈의 서큘레이터를 스타일기공님쪽에다가 틀어드렸다.
“바람 가시나요?”
“예예”
뭔가 더위에 지쳐버린듯한 목소리가 많이 안타까웠다.
“너 거기서 쳐다보고 있지말고,
그 문쪽앞에 함빠 부분부터 넣어가면서 카운터쪽 함빠 있는부분도 잘라놔.
걔 거기 창고끝나면 그쪽 붙여야 하니까.”
“네, 선생님.”
그렇게 스타일기공님이 창고안에 들어가서 붙이시는 동안,
창고 문앞쪽에 함빠를 재단해놓았다.
젊은 분위기에 I say~
“여기 있는거들 잘라놓은거죠? 붙이면 돼죠? 이걸로”
“네.”
오늘 할일은 나도 함빠를 재단하는거다.
선생님 옆에는 어제 오셔서 일하셧던 용역반장님 한분이
데모도를 하고 계셔서,
오늘은 스타일기공님이 붙일 함빠를 재고 있었다.
「ye~♫ oh ~♪ 」
저쪽 구석쪽에 키큰 준기공님이 노래 틀어 놓으시면서 작업하고 계셨다.
함빠를 다 재놓으시고, 타일을 붙이고 계셧다.
클럽에서나 나오는 힙합음악 틀으며 작업을 하시는데,
여태까지 노동하면서 이렇게 노래틀어놓고
일 해본적이 없어서 되게 생소했다.
몇곡은 내가 아는 노래라서 나도 흐르는 리듬에
몸 흔들면 함빠 삐둘게 재니까 안되고,
얼굴만 소심하게 흔들며 프리스타일로 몸을 움직였지 ㅎㅎ.
「어! 예! 호우 ~♪」
이러면서 ㅎㅎ.
그렇게 함빠 재단하는데,
내가 했던 잘라놓은거 다 붙이시고,
스타일기공님께서 뒤에서 내가 함빠 재는것을 보고 계시며 기다리고 계셧다.
“함빠 자를때 그렇게 하시는건 좋은데,
지금 보면 한장에 두개의 함빠를 쓸수 있는거 잖아요?
그러면 한장에 다 끝내세요.
그래야 빨리 재단도 되고 쉬워요.”
“네.”
“여기 자르는거 잔아요?
자, 봐요.
이거 함빠 잴라면 여기랑 이 구석 알아야 하니까 먼저
여기에 찍고 여기”
“네”
“그리고 이 다음 함빠는 나머지 부분쪽에 다가 잘라야 하니까
그걸 고려해서 여기서 마크를 시작해서 이렇게.
이렇게 하면 한번가서 커터기에 대놓고 이렇게 한번,
또 돌려서 이렇게 한번,
두번 왓다갔다 안하고 끝나니까 좋죠.”
스타일 반장님께서 보여준 방식은 선생님께서도 하시는데,
나는 아직 익숙치가 않아서 인가 머리가 나빠서인가,
저렇게 하다 은근 해깔려서 일단 하나씩만 잘르게 된다.
그래도 한번 저렇게 설명을 해주시니,
한번 더 이해가 되고, 다음번에는 나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라 왔습니다.”
“네, 계속 잘라주세요.”
“반장님은 이 일 하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저는 이제 한 8년쯤 됐어요.”
“오우, 되게 오래되셨네요.
일찍 시작하셨나봐요.”
“네.”
나보다 좀 어려보이는거 같은데 8년이나 됐다는거 듣고 되게 놀랬다.
대략 한 20대 초반부터 시작한거 같은데,
그때부터 했다면 고생되게 심하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장비도 지금만큼 좋지는 않았을테고..
사실 나도 20살쯤 이였나.
그때 친구따라 한번 도장 현장일을 나가본적이 있었는데,
점심먹고 도망나오고 싶었던거 친구때문에 못나왔다.
물론 그렇게 일했으니 당연히 일도 잘 안할라고 하고 뺀질뺀질,
뭐 들고와라 해도 끙끙대고..
생각해보니 참 부끄럽다.
그 친구랑 지금은 연락을 안하지만
그 친구는 그때 그일을 배우는거 같았는데,
이 스타일기공님과 같은길을 걸은거겠지.
걘 지금쯤 훌륭한 기술자가 됫겠네.
나도 지금과 같은 정신력으로 그때 그 친구처럼 일했다면 어땠을까…
지금 난 기술자가 되어있을까?
뭐 그래도 지금 내가 걸어온길에 후회는 없으니
그런 유치한 생각은 하지 않아야지.
난 부러운것도 없고 부끄러운것도 없소이다. ㅎㅎ
집에 좀 다녀와라
“너 타일 한번 세봐, 얼마나 필요한가.
이거 재수없으면 모자르겠는데?”
타일을 세보니 밝은회색 타일은 충분한데,
샴푸실과 창고에 들어가는 어두운색 타일은 모잘랐다.
“선생님 이거 모자를거 같은데요.
한 5장정도.”
“아 미치겠네.
지금 시간도 늦어서 주문해도 한참뒤에나 올텐데…”
예상치못한 자재부족으로 인해
분위기가 암울해졌다.
“안되겠다.
너 지금 우리집 가면 뒤에 창고쪽에 이거 타일 두박스 있을꺼야.
그거 갖고와.”
“네.”
결국 차끌고 선생님댁 창고 가서
타일 두박스에 몇장 더 있는거를 다 싣고 다시 현장으로 왔다.
“가져왔습니다.”
“어.
타일 충분히 있지?”
“네, 두박스하고 몇장 더 있는거
일단 다 가지고 왔습니다.”
“어. 이래서 내가 타일을 혹시 몰라서 남으면 집에 다 두는거야.
재수없이 오늘같이 타일 모자르는데 없어봐.
이거 내일 또 나와야돼.”
“그러니까요.”
시간을 보니 5시가 살짝 안되는 시간 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스타일기공님, 키큰준기공님, 용역반장님은 퇴근하고 안보이셨다.
“아줌마, 오늘 야간할수 있어?”
“네”
메지 아줌마는 대충 뜻을 알아 들었는지 “네” 라고 대답했다.
“일단 밥부터 먹자.
밥 시켜봐.”
“햄버거 괜찮으세요?”
“어, 아무거나 시켜”
맥도날드 딜리버리에 전화하니까
「죄송합니다. 해당지역은 서비스가 불가능합니다.」
에휴.. 그냥 분식집에 포장 해와야지.
“나가는거지?
그럼 포장해오면서 내 카드로 돈좀 찾아와.
아줌마 일당줘야지.”
“네”
이거 괜찮나
밖에나와서 분식집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맞으면서
음식포장을 기다려 받은후
근처 은행을 찾아가 돈을 찾으러 갔다.
‘어! 이거 저번에 강동형님이 작업한 아트월 이네.
이거 인기 많네, 많이 보이던데.’
아트월 자를때 고생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보면 뭔가 반갑기도 하고 그렇다.ㅎㅎ
“어!”
메지사이를 보는데, 쿠사비가 꽂혀있는 그대로다.
‘이렇게 하면 업자한테 돈 받을수 있나?
이거 다 데나오시 아니야?’
메지 간격잡은건 이뻐서 좋은데,
쿠사비가 너무 눈에 띄게 튀어 나와있다.
“이거 메지 넣을라고 하면 죽는다.
진짜 안닦여.”
저번 강동형님이 이거 작업하실때 하셨던 말이다.
지난 강동형님이 붙였던 아트월 작업관련 포스트 보기 :
그래서 그런지 여기도 무메지인건 좋은데, 쿠사비가…
안타깝다.
되게 힘들게 작업하셨을텐데.
다들 힘들어
그렇게 분식집에서 포장해온 밥먹고 다시 일을 재개.
되게 웃긴게 메지아줌마도 젊다.
오늘온 스타일기공, 키큰준기공님들 보단 나이 많은거 같은데,
나보단 어린거 같은느낌? 아니면 동갑
근데 결혼은 한 모양이다.
일이 한가해져서 그런지 남편이랑 통화를 하는데 목소리가 크다.
“나 엊그제도 일하고,
어제는 야간하고,
오늘도 야간,
내일은 나 혼자가서 일해야 하고..
힘들어~”
중국어로 힘들다고 투정하는데 남편은 그거 보채주는데 급급한 모양.
“아~ 뭐래는거야! 시끄러!”
선생님은 메지 아줌마 통화하는거 시끄럽다고 힘들어하신다 ㅎㅎ.
난 더워서 힘들어하고. ㅎㅎ
작업종료
오늘도 밤늦게나 되서야 일이 끝났다.
선생님도 계속되는 야근에 지치셧는지 기운이 없어 보이셨다.
“아~ 이제 진짜 나도 늙었나봐.
야간 못하겠네.
아우~ 진짜 힘들어.
기운이 없다 야.”
“네, 저도 힘든데 선생님은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후~ 그래도 끝나서 다행이야.
이런 현장주고 공기 안주면서 빨리 끝내야 한다고 해요.
그렇다고 못한다고 하면 또 짤리고.
그러니까 사람불러다 쓰고,
내가 뭐 남는게 없어, 내 인건비 겨우챙겨.”
저번현장에 메지오야지분과 말씀하시면서도
오야지로서 힘든부분을 말씀 하실때 마다 정말 쉽지 않다는걸 느낀다.
일은 일대로 힘들고,
큰돈은 못만지고..
정말 타일공들이 돈 많이 번다고들 하는거.
「다들 그런건가.. 」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기술자가 되면 돈보다 중요한 뭔가를 얻지 않을까?
하는 알수없는 기대감에 오늘 하루를 마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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