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하고 자자
“저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어제 숙소로 도착한후 뭔가 심심하기도 하고 맥주한잔 하고 싶어,
숙소 앞 호프집을 찾아 들어갔다.
시골이라
‘혹시나 주변에 아무것도 없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는데,
생각보단 다르게 마트도 나름 크게 있고, 피씨방도 있고, 호프집도 있고
근처 식당들도 많다.
여기서 대략 1주일정도 할거 같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는데,
그간 심심하지는 않을거 같다.
“일단 500 하나 주세요.”
혼자 호프집 와서 술시키긴 처음이다.
그냥 마트가서 술 사서 숙소에서 먹을까 하다
왠지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아,
그냥 남의 눈치 시선 다 무시하고 4인테이블에 나 혼자 떡하니 앉아,
이어폰 꽂고 맥주를 한잔 들이킨다.
‘후~ ‘
블로그 보시고 나에게 연락을 줘 일하게 된 첫일이다.
물론 내가 시공을 하는건 아니지만,
현장에서 일하는거기에 이런저런 잡생각이 많다.
‘막상 일하는거 보고 실망하면 어쩌지…’
나는 일할때 걱정을 상당히 많이 하는편이다.
남이 일하는모습은 비교적 관대하게 긍정적으로 보지만,
막상 내 자신이 일하는모습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다.
‘뭔가 이건 아닌거 같은데..’
‘좀 더 잘 할수있었는데… 아…’
그래서 회사생활 할때도 힘든점이 많았다.
후~ 망할.
엊그제 팀장님 만났을때 좀 물어볼껄 그랬어.
이런건 어떻게하면 좋은지.
후~ 걱정 되는구먼.
“주문하신거 나왔습니다.”
“예.”
평소 좋아하는 안주인 먹태와 치즈스틱을 시켰다.
“맛있게 드세요.”
“…”
보통 치즈스틱하면 기본적으로 소스같은거 한두개쯤 나오지 않나.
깜빡하셨나…
모르겠다, 그냥 먹어.
어차피 밥먹고 가볍게 한잔 하려고 온건데.
다 잘하는것도 아니지만, 다 못하는것도 아니다
‘먹태가 괜찮네.
집에 가기전에 또 와야지. ㅎ’
하며 노래들으며 맥주를 마시며 혼술을 즐긴다.
‘ ? ‘
그러고 보니 아까 치즈스틱은 기본적으로 나와야 할 소스도 안나와
다소 실망했는데,
먹태를 먹고 이 호프집의 호감도가 생겼다.
흐음..
그러네 ㅎ.
비록 어떤이유로 손님을 실망시키는게 있어도,
그 또한 다른 무언가로 만족시키면,
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수있는거구만.
나도 여태까지 선생님 옆에서 일하면서
“그것도 하나 제대로 못하냐?”
하며 핀잔듣고 욕먹고 그렇지만,
간간히 「잘했다」 라고 칭찬 받는 부분도 있다.
모든 사람, 모든 서비스가 다 그런거 같다.
다 잘하지도 않지만, 다 못하지도 않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일도
비록 내가 일하는 모습에 서툴거나 형편없어 실망할수 있지만,
때론 내가 잘하는 모습을 보여 만족할수 있을지도 모르는거다.
시작하기전에 너무 긴장했나. ㅎㅎ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할수도 있는건데 너무 어렵게 생각했네.
술은 이래서 좋다.
너무 심각해질때 그냥 아무생각없이 가볍게 술한잔하다보면,
우연치않게 답이 나올때도 있다.
‘오케~ 좋았어!
이 마음가짐. 이 마인드로 부담갖지 않고 해보자고.
그래야 일도 즐겁지. ㅎㅎ’
혼술하다 뜬금없이 기뻐져서 맥주 한잔 더 시켜 먹고,
숙소로 돌아가 기분좋게 하루를 마감했다.
멋진 운치의 목조 주택
숙소에서 자고 일어나 식당가서 아침 먹고 현장으로 향했다.
시공해야 할곳은 도로변에 있는 한 목조 주택이다.
주변풍경을 보니 멀지 않은위치에 강과 푸른 산이 눈을 편안하게 해준다.
매일 잠에서 깨어 아침에 이 풍경을 보며 하루를 맞이 하시겠구나.
「참 부럽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젊은 팀장님께서 우리를 맞이 해주셨다.
그리고 시공해야 할 부분등을 설명해주시며
이곳저곳 건물 내부를 둘러보았다.
건물 내부 바닥과 화장실,
그리고 주방은 다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붙여져있는 상태였다.
“어이구..
이거 다 닦아놨어야지.
다 굳었네.
이거 다시 붙여야돼.”
“여기서 남은거만 붙이면 안되는거예요? 사장님.”
“안돼, 이거.
이거 이렇게 다 붙어놔가지고.
이거 까지지도 않고,
그거 하는게 더 일이겠네.”
역시 타일에 시멘트나 잔재등이 묻어있을때는
굳기전에 깔끔히 다 닦아놔야 한다.
안해놓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이곳저곳 구경하는 참에 밖에서 일하시던 또 다른젊은 분이 들어오셔서
인사하셨다.
“블로그에서만 봤었는데.”
“연락주신 분이시죠?”
“네.”
나와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않은 정도의 반장님이셨다.
외모를 보면 대기업에 다니는 호감형 대리님? 이런 외모셧었다.
‘저분도 원래 회사 다니시다 이쪽으로 오시게된건가…’
뭔가 모르게 동질감이 생겨 기뻣다.
오늘은 파벽돌
“일단 오늘은 여기부터 해야겠네.
너 차에 가서 연장 가지고 와.”
“네.”
일단 오늘은 1층 외관에 붙여야 할 파벽돌을 먼저하기로 했다.
항상 그렇듯 그라인더 커터기와 청소기를 꺼내고
본드바리를 할수있는 고데들과 몇가지 기본연장을 꺼내 작업을 시작한다.
“오! 뭐야?
이런게 다 있어요?”
“네, 저희는 파벽돌 하면 다 이걸로 작업합니다.”
다른 인테리어 담당자분들도 간혹 그라인더 커터기 보고 놀라곤하시던데,
여기 팀장님도 마찬가지셨다.
확실히 이런걸로 작업하는거 보면 뭔가 있어보이긴 한거 같다.
“먹줄 좀 치자”
“네, 선생님”
항상 그렇듯 파벽돌 시공순서는
1. 자재 옮김
2. 먹줄이나 레이저로 기준선 잡기
3. 본드로 고데질
4. 파벽돌 붙임
5. 메지 작업
이렇게 한다.
“마킹 해놨잖아, 저기.”
“네. 잠시만요.
.
됐습니다, 하세요.”
「툭」
이렇게 서로 한줄에 한번씩 호흡을 맞추며 먹줄을 튕긴다.
그 동안 메지반장님은 메지시멘트를 개거나
파벽돌 타일 박스를 까시면서,
붙이전 데모도 역할을 해주시곤 한다.
그리고 어느정도 먹줄을 치면 본드를 바르고 붙이기 시작한다.
확실히 비싼집이라 그런지,
고급 자재를 쓴다.
아덱스
오늘 세라픽스가 아닌 이녀석을 본드로 사용한다.
근데 메지 시멘트가 참….
꼼꼼하신 팀장님
“붙이실때 옆에 깨지거나 부서진거는 붙이지 마시고,
온전한 것들만 써서 붙여주세요.”
“네.”
함빠들어갈곳 커팅하다가 팀장님이 요청하셔서,
기존에 까놨던 파벽돌 박스 다시 확인했다.
파벽돌들을 다시 보면서,
옆에 깨지거나 부서진거는 따로 박스에 담아 두었다.
사실 나는 파벽돌의 멋은
온전치 않음에 있다고 생각한다.
파벽돌 나오는거 자체가 집부셔서 나오는거라던데,
그래서 크기도 다 다르고, 다소 지저분하고
형태도 정연하게 나오는게 아니라 울퉁불퉁.
그런 멋으로 파벽돌 붙이는거라 생각했는데,
여기 팀장님은 그렇게 생각치 않으신가보다.
“여기 와서 너도 붙여.
내가 여기 가나방(어떠한 라인에 기준이 되는 것) 붙였으니까 메지선 잘 보고.”
“네.
그런데 선생님.”
“왜?”
“여기 팀장님 되게 꼼꼼한 성격이신가봐요.
아까 저 함빠 자르고 있는데,
옆에 조금이라도 깨지거나 부서진거있으면 붙이지말고
따로 빼놓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랬어?
그럼 그렇게 붙이면 돼지 뭐.”
“네.
근데 저는 사실 파벽돌 그렇게 부서지고
좀 깨진 멋으로 붙이는거라 생각했는데.
여기 옆에꺼 조금 온전치가 않은데 이것도 뺄까요? ”
“야, 그정도도 빼면 파벽돌 다 불량이야.”
“네”
파벽돌은 지나치게 따지면 붙일수있는건 한박스에 5장 정도 될라나. ㅎㅎ
여튼 지나친 디테일은 무리다.
팀장님은 일하시다가도 간간히 오셔서
우리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파벽돌이 잘 붙여져 가는지도 뒤에서 살펴보곤 하셨다.
다급한 메지 반장님
“어디 하면 돼?
뭐?
박스 까줄까?”
“네. 저기 두시면 됩니다.”
반장님은 서두르며 여기저기 빈곳을 찾아 파벽돌 박스를 날라주셨다.
“반장님 뭐 급한일 있으세요?”
“나 급해,
여기서 서울가려면 4시까지는 떠나야돼.
안그럼 오늘 못 올라가.”
“아 그러신거였구나 ㅎㅎ.”
“그렇게 서둘리 올라가도
차로 서울 올라가는 거리가 몇시간이고,
또 거기에서 집까지 가는시간생각하면 집에 도착해도 12시 될껄..
내일 일할라면 오늘 무조건 올라가야돼.”
생각해보니 저렇게 서두르시는게 맞다.
만약 시간 놓쳐 버스 못타면 내일 일을 못한다.
그렇다고 하루치 일당을 더 받는것도 아니고..
지방 출장이 고된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반장님은 메지 넣다가도
본인이 붙일수 있는 수준의 위치는 직접 붙이셨다.
고데메지를 오래 하셔서 간단한 파벽돌 붙이는건
문제없이 척척 하시는거 같았다.
화장실 작업
파벽돌 작업이 다 끝나고,
메지반장님은 바로 퇴근하시고
나와 선생님은 안으로 들어와 상황을 다시한번 살핀다.
“넌 일단 여기 홀 들어가는 입구쪽
두장 다시 붙여야 하니까 함마드릴 갖고와서 까놔.”
“네.”
“함마드릴 가지고 오면서 전등도 가지고 와.
이쪽 화장실부터 붙여야겠다.”
“네”
그리하여 선생님은 화장실을 붙이기 시작하고,
난 타일을 까냈다.
일단 함마드릴로 타일을 까낸후,
달라붙어있는 시멘트들을 긁어내듯 파낸다.
그리고 헤라로 최대한 깔끔하게 다 긁어낸다.
“됏어, 그정도만 파.
그거 그만하고 압착한통 개서 줘.”
“예”
바로 압착 한통 개드리고,
타일 들어날라 까서 드리고 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항상 그렇지만 화장실작업은 데모도가 크게 할게 없다.
좁은 공간에서 기술자 들어가서 아기자기하게 붙여야 돼,
데모도가 화장실에 들어갈수있는것도 아니고,
밖에서 지시를 기다리다 일이 생기면 재깍재깍 할뿐이다.
화장실 앞에서 선생님이 작업하시는거 보다
딱히 내가 도울것도 없어서,
밖에 파벽돌 붙인곳 정리를 하러갔다.
작업 종료
오늘은 일단 파벽돌을 다 붙였고,
그후에는 화장실을 붙이다 작업이 종료되었다.
1층 화장실이 두칸인데,
오늘 붙인 화장실은
바닥에 미장만 된상태에서 시작한거라 수월하게 시작하다 끝난거 같다.
비가와 시멘트나 타일이 젖을까 무서워
덮개로 덮어놓고 퇴근을 했다.
앞으로도 몇일간 쭉 여기서 일할텐데,
첫날인 오늘 딱히 내가 큰 잘못이나 실수를 한게 없는거 같아.
뭔가 되게 뿌듯했다.
역시 일을 하면서 뭔가 겁먹고 자신감 없으면 되는것도 망치는 법이다.
남은 날들도 오늘처럼 이렇게 부담갖지 않고, 주눅들지 않고,
평소대로 하던대로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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