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땜빵부터
“저번에 가로수길에 미용실 있잖아?
아, 정말. 거기 너 바닥잡은곳 옆에 가구 하나 있었지?
그거 안에 타일을 깔아놧어야 하더라고.
난 가구인지도 몰랐네.
손잡이도 없길래, 아무것도 아닌줄 알고 그냥 넘어갔지
근데 그안에 물건을 넣고 쓸라나 보더라고.
에휴, 일단 내일 충주가기전에 거기 땜방부터 하고 가야겠다.”
지난 가로수길 미용실 현장 포스트 보기 :
난 바닥잡고 나서 옆에 뭔가 해서 살짝 열어본적있긴한데,
여기에 바닥타일이 들어갈줄은 몰랐다.
그래서 선생님께 아무 귀뜸없이 그냥 넘어갔다.
흐음..
앞으로는 뭔가 의심스러운게 있으면 말씀드려야지.
선생님 말씀대로 6시까지 미용실에 도착하면 된다.
오랫만에 또 대낮에 출근을 하는구먼.
역시 강남의 이 시간대는 유동인구가 많다.
출근길에 이쁜여자들도 보고 눈호강하는구먼
강남에 사는애들이라 그런가 뭔가 그림을 되게 잘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애들은 미술학원 다니는거겠지
나도 한때 미술배우고 싶었는데 ㅎㅎ.
신축짓는 현장같은데 벌써 성형외가가 입점 확정이다.
역시 이쪽은 성형외과가 50 아니 10미터 에 하나씩 있는 수준이지.
근데 이렇게나 많은데 장사가 잘 될라나…
현장을 도착하니 전기팀과 가구팀이 이미 다 설치를 해서
내부 조명등이 이쁘게 달려있는 상태였다.
역시 인테리어가 들어가면 느낌이 달라져.
도착하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선생님께서 도착하였다.
압착을 본드통에다가 한포 개놓고,
함빠자를수 있게 그라인더와 커터기를,
그리고 메지할수있게 고데 또 스폰지.
고작 이 조그마한 구석
타일로 치면 원장 한장도 안될수준을 위해
저렇게 장비들을 꺼내야 한다.
이래서 현장에서 일할때 한번에 다 끝내는게 좋다. ㅎㅎ
용역 불러놔
간단하게 땜빵을끝내고 현장에서 이동을 한다.
“아. 현장이 충주인데,
거기 사람이 없어서 큰일낫네.
메지 아줌마 부를라니 출장비네 뭐네 하면 그돈이 더 크고,
용역도 마땅히 부를수가 없어..”
“그렇군요.”
“너 인터넷 이런거 가서 거기 용역부를수 있나 찾아봐.”
“네”
검색해보니 다행히 근처에 인력소가 있어서 사람을 불렀다.
“불렀습니다.”
“그래, 후~
지방일이 이래서 힘들어.
사람부르기도 어렵고.
새벽에 일찍 출발해서 현장도착할라면 힘들어서 일이 안되고.”
그래서 오늘 저녁에 만나 출발해
내일 아침부터 일찍 일을 시작하기위해,
전날 미리 가놓는거다.
예전엔 미쳐몰랐다
달리다보니 그윽한 안개로 너머 보이는 산,
그리고 푸른 논.
자연의 멋진모습을 쳐다보며 고속도로를 탔다.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들고 「찰칵찰칵」 소리내며 사진찍기 바쁘다.
“사진 찍을게 있냐?”
“네. 바깥 보니 너무 멋지네요.
초록색 풍경에 저멀리 보이는 산기슭.
전에 회사 다닐때는 이런걸 몰랐거든요.
그땐 맨날 집에 박혀서 새로운 기술 뭐나왔나 확인하고,
집에서 해보고,
회사가면 회의들어가고 사람들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일로 압박받고.
매일 그렇게 살았었는데.
노동일 하고 나서 부터 자연을 알게 됐네요 ㅎㅎ.”
“그렇지.
그렇게 회사생활하면 사람이 스트레스받고 뭐고 해서 힘들어.
여유가 없는거야.”
요즘은 간혹 차 운전하면서 바깥에 보이는 산이나 나무등
보면 자연스레 감탄하며 사진을 찍게 된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인지,
이제는 자연의 멋을 알게된거 같다.
확실히 마음에 여유가 있으면,
사람은 달라지는거 같다.
보이지 않던것이 보이게 되고,
새로운것들을 계속 경험하게 되며,
생활의 지혜, 살아가는데에 있어 필요한 마음가짐이라던지.
나는 확실히 회사를 그만둔걸 잘했다고 생각한다.
주변사람들은 노가다 한다고 걱정하고 만류하곤 했지만,
지금의 내 모습을 보고 되려 걱정에서 부러움으로 바뀌었다.
간혹 내 블로그 보는 분들중에,
용기를 얻고 회사를 관뒀다는분들도 계시는데,
혹여나 내 모습이 퇴사 권유하는 무언가가 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나는 회사생활이 싫어서 노가다를 하는게 아니라,
일을 즐기기 위해 노가다를 하게 된거다.
회사생활을 하기 싫어서 도망치듯 나오는것은 NG 다.
이 말은 꼭 새겨들어주시길 바란다.
충주 아디다스 매장 20평
밤에 현장을 도착해 인테리어 담당자분과 작업 관련되서 얘기를 하고
근처 모텔에서 자고,
아침에 현장으로 다시 도착했다.
오늘 시공하게 될곳은 충주 번화가에 있는 아디다스 매장 20평 짜리다.
안타깝지만 어제 끝내야 할 도장작업이 못 끝나,
도장공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되어 작업하기 다소 성가시게 됐다.
“사장님, 여기 페인트 작업 금방끝나니까,
이쪽 입구부분쪽 이분들 작업하시게 좀만 치워주세요.”
“알았어요.
연장들을 좀 뒷쪽으로 치워놓고 해야겠다.”
“네, 선생님”
앞쪽 입구쪽에 페인트 칠을 할수있도록 연장을 뒤로 좀 빼고,
작업을 시작했다.
어린 친구들
오늘 일하러 온 용역 두명이 왔는데,
꾀 어린 친구들이였다.
나이를 들어보니 한명은 20대 중반이였고,
한명은 20살도 안된 친구였다.
확실히 일하면서 느끼는게 지나치게 어린친구들은 노가다 하기 쉽지 않다.
일에 동기부여가 되서 하지 않는이상,
아직 어리기에 노동일을 하는데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나도 어렸을때 한번 이렇게 일하러 나온적 있었는데,
일하기 싫어 혼났다.
오늘 온 어린친구가 딱 그런느낌 이였다.
압착개는걸 시켜보려고 했는데,
자신없어 한다.
그래도 일은 해야하니까 몇번 돌려보게 시키는데,
정말 잘못했다가는 되려 일을 망칠거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모습이였다.
“됐고요.
저기 가서 선생님 일 도와줘요.”
“네.”
어린친구는 밝은얼굴로 선생님께 간다.
마치 믹서기 안 돌려서 신난다~ 하는 느낌으로..
‘후~ 오늘 잘못 걸렸네.’
“너 저기가서 청소해.”
“네”
어린친구는 빗자루를 들고 슬슬 쓸며 나온다.
선생님은 어린친구가 일하는게 영 신통치 않으신지,
타일 붙이다 마시고, 그친구에게 가 짜증을 내신다.
“아니! 여기봐봐 그대로 잖아?
잘 쓸고 와야지. 봐. 이렇게 쓱쓱 쓸어가면서 나오라고.
제대로!”
“..네”
다시 빗자루쥔 어린친구는 쓸기 시작한다.
아까와 그다지 차이없는 빗자루 질에 내가봐도 짜증날정도였다.
그 친구 얼굴을 보니
‘몇시나 됐나..’
하며 퇴근을 기다리는 듯한 눈치.
자꾸 핀잔을 듣는 어린친구때문에 분위기가 안좋아져서 그런지,
같이 온 친구가 어린친구에게 다가간다.
“일을 할때 제대로 해야지.
형 봐봐. 시키는데로 어떻게 하는지
뭘해야 할지 물어봐가면서 알아서 하잖아.”
“어, 형”
그래도 의욕이 없는 어린친구는 변화가 없다.
가뜩이나 일거리 많아 할일많은 현장에 용역이 속썩이니 선생님은 끓는다.
“아이씨! 야!
이게 어렵냐?!
타일에 묻어있는 시멘트 먼지를 이렇게 빗자루로 쓸어내라고!
너 지금 니가 한걸봐봐.
내가 여기 쓸은거랑 같냐?
너 지금 그대로잖아. 한게없다고!
아 진짜. 환장하겠네. 어우!”
더울땐 더위사냥
이런 험악한 분위기에서 계속 일하다보니 일할맛도 떨어진다.
뭔가 일하면서도 계속 껄끄럽고.
내가 욕먹는것도 아닌데,
주변사람이 같이 일하면서 욕먹고 큰소리 들리고 그러면,
확실히 일하는 분위기는 다운 된다.
“너 가서 돈좀 찾아와라.
재냬들 일당줘야지.
그리고 가서 도시락이랑 먹을거도 좀 사오고.”
어느덧 시간이 다 되, 5시가 다 되었다.
은행가서 돈을 찾고 할일이 많아 어디가서 밥먹기는 힘들고
편의점에서 도시락이랑 음료, 아이스크림등
간단하게 배채울수있는 몇가지를 사들고 다시 현장에 도착한다.
딱히 생각은없었는데, 냉커피도 땡기고,
옛생각도 나서 더위사냥을 사왔다.
오랫만에 더위사냥먹으니 되게 좋다.
얼음알갱이가 있는게 정말 시원하고ㅎㅎ.
더울땐 더위사냥 이라고 문구에 써있듯,
정말 더울땐 더위사냥을 먹어야 할거 같다 앞으론 ㅎㅎ.
“선생님 드세요. 오늘 열도 받으셨으니 더위사냥!”
“줘봐.”
선생님은 더위사냥을 드시면서 정말 끓었던 열을 내리시는거 같았다.
솔직히 저 친구들이 일을 하지 않은건 아니였지만,
분위기가 험악해지는거 때문에,
차라리 나랑 선생님 둘이서 일하는게 낫다고 생각했었다.
이거 먹고 그냥 평소 하던데로 선생님과 둘이 일해야지.
그게 최고인거 같다.
미장 작업
“너 저기 뒤 창고쪽에 파인곳 있어 거기가서 좀 매꿔.”
“네”
창고쪽에 가서 왜 파여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파인곳이 쭉 이어져 있어 레미탈로 매꿔줬다.
여기에 배선이나 이런 작업을 했을래나?
이쪽에 타일깔라는 말씀은 안하셨으니,
아마도 마루.. 아니 장판? 이런걸로 마무리 바닥작업하시겠지.
만약 여기도 했으면 이틀정도 했어야 할텐데.
차라리 여기도 해서 이틀 하는게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메지는 넣는거 보다 닦는게 어려워
“이제 다 깔았으니 메지 넣자.
너 차에가서 고무장갑이랑 고데 스폰지 다 갖고 와.
너도 해야하니까.
너것도 갖고오고.”
그리하여 선생님은 홀끝에서 부터,
나는 홀옆 작은 통로부터 해서 메지를 넣기 시작했다.
확실히 나는 메지를 잘 못한다.
보기에는 쉬워보이는데 막상 내가 하려니까 잘 안된다.
특히 구석쪽.
벽에 최대한 안묻히고 넣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묻히지 좀 말고해라.
그거 다 딱아내려면 일이야!
조심좀 해.”
“네”
말이 쉽지 메지 안묻히고 넣는다는건 정말 어렵다.
안묻히겠다고 메지 시멘트 조금만 가지고 조금씩조금씩 발르다 보면
“야!
하루종일 거기 넣고 있냐?
빨리빨리 넣고 나와야지.”
이렇게 이래도 저래도 욕먹기 일쑤다. ㅎㅎ
정말 메지 오야지께 제대로 메지좀 배우고 싶다.
3평 정도 쯤 되는 작은통로쪽 메지를 다 넣고,
스폰지로 닦아내는데 닦아내는것도 만만치 않다.
메지 아줌마들은 그냥 몇번 쓱쓱 문데고 나오던데,
난 스폰지를 꾹 짜고 닦아내도 또 다시 묻어나고 그런다.
‘아, 씨발 진짜 미치겠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늦다.
진짜 누군가 포인트를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팔뚝으로는 얼굴에 맺힌 땀을 훔쳐 닦아내고,
스폰지로는 메지를 닦아내며 겨우겨우 작은통로를 다 끝내고 나왔다.
“내가 닦을테니까 너가 이어서 쭉 넣어.”
나와서 선생님이 하신 홀을 이어서 내가 넣었다.
메지 오야지께서 말씀하신대로,
넣는거 보다 닦는게 중요하다는걸 이번 현장에 와서
확실하게 체감하게 되었다.
닦는게 넣는거보다 훨씬 힘들고 어렵다.
어떻게 하면 잘 닦을수 있을까…
앞으로 고민좀 해봐야겠다.
작업종료
한참을 메지작업하고,
모든 작업이 종료되었다.
“밖에 있는 자재들 이 입구쪽 앞에다 놓고 연장 챙겨넣자.”
“네”
밖에 남아있는 압착, 레미탈, 메지 시멘트등 다 매장안으로 넣어두고,
연장을 닦고 차에 실었다.
“아 맞다! 전등!”
밤늦게까지 해서 그런지,
불빛있는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우리가 전등을 갖다놔 걸어놓은것도 깜빡하고 그냥 갈뻔했다. ㅎㅎ
“이제 빠진거 없지? 가자”
선생님께서는 「드디어 끝났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며 매장을 빠져나오셨다.
시계를 보니 11시 20분쯤..
정말 빡세게 일했다.
“이 앞에 사다리 가지고 와서 이거 현수막 걸어놓고 가자.”
현수막까지 걸어놓고 작업이 종료되었다.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선생님께서는 본인도 너무 힘드신지,
커피를 사갖고 오라하시고 커피를 마시면서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향했다.
이렇게 힘들어도 웃으며 운전할수 있는건
집에 있는 가족들을 볼수있다는 행복감때문일 거다.
선생님은 사모님께 전화해서,
녹초가 된 목소리로 「힘들다고 지금출발하니까 걱정말고」 자라고 하시는데,
역시 이렇게 자신을 걱정해주고 챙겨주는 누군가가 있으니 힘들어도 일하고 버티는거 아닐까.
나도 언젠가 저렇게 부인을 위해
내 자식을 위해 살아갈 날을 기다린다.
똘비
•7년 이전
20대 초 중반은 보통 알바의 개념으로 노가다를 하고
30대부터 직업의 수단으로 일하더군요.
확실히 일하는 태도가 차이나요.
밤늦게 까지 일하시는데, 야간 공수는 제대로 받으시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