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부지런해보이고 싶어
오늘은 고양에 있는 미용실 현장이다.
항상 그랬던 대로 3시반에 기상해서
이것저것 씻고 여유부리고 그러면 버스를 4시 15분쯤 이나
그 후에 타게 되는데,
오늘은 왠지 모르게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서 평소보다 더 빠른 4시에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이때쯤에 버스를 타면 102번의 첫차가 되는시간인데,
항상 이른시간에 102번을 타면 사람이 많긴하지만 오늘은 좀 심하네..
이건 뭐 아침 출근길도 아니고…
“지금 새벽 4시 인거 아시나요 들?”
이라고 타면서 떠들석하게 말하고 싶지만,
실은 다들 이렇게 부지런히 사신다는거다.
난 4시 반에 타는 버스도 사람이 적지 않은편이라 생각했는데…
이분들은 분명 첫차를 안타면 안되는 일을 하고 계시겠지.
나같이 노동판에서 일을 하신다거나,
아주머니들 같은경우는 백화점이나 큰 건물들 안에서
청소를 하신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으실거다.
이렇게 노동일을 하시는분들은 대개 새벽 일찍 일을 시작하신다.
대부분은 사람들은 잠을 자고 있을때 이미 출근길 버스를 타는사람들.
이렇게 만원버스인데도 「들어갈께요」 하며
비집고 끼어들어가 제 시각을 맞춰 일을 시작하시는 부지런하신분들.
나도 그런사람이 되고싶어,
다음차를 타지 않고 굳이 이 차에 비집고 끼어들어가 한 패거리가 되본다.
두번은 빡세구만 그래
아침부터 훌륭한 패거리들에 꼽사리 껴
나름 어깨를 치켜세우고 기분좋게 환승정류장 앞으로 왔다.
오우 이 양반들,
내가 조금 일찍왔다고 대기시간 길어진거봐라. ㅎㅎ
버스 탈라면 최소 10분이상은 기다려야 하는구만.
편하게 벤치에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예정대로 10분정도가 넘은시간에 저 뒤에서 버스가 오는데,
어이고, 이것도 만원버스네.
시간을 보니 아직 여유도 있고…
‘한번만 탔으면 됐지 두번까지 그러고 싶진 않네.
잘가슈~ 난 다음꺼 탈래 ㅎㅎ.’
지나친 허세는 몸이 지치기에 여기까지만 부린다. ㅎㅎ
신축 미용실 현장
이렇게 오늘도 늦는일 없이 선생님을 기다렸다가
차에 올라타 현장에 도착했다.
오늘 현장은 고양에 위치한 신축 미용실 현장이다.
이쪽 부근이 이제 막 발전되기 시작하는건지,
근처에는 다 신축공사들이 한창이고
오늘 현장도 건물 세워진지 얼마 안되어 보이는 새 건물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새벽출근길에 봤던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가고
거리가 한산하다.
건물을 들어가보니 아직 분양되지 않은 점포들이 대부분 이였다.
‘넓직한게 좋구만.
이따 여기서 점심 시켜먹으면 좋겠네 ㅎㅎ.’
라고 생각하지만 문이 잠겨 들어가지도 못할꺼다.
항상 그렇지만 작업현장에서 배달시켜먹는건 좀 그렇다.
시멘트네 먼지네 날리는 장소에서 밥먹고 싶지는 않다. 되도록이면.
그리고 이런 현장에서는 문이 안달려있을경우,
나무합판으로 간이문을 만들어 놓는다.
별거 아닌걸로 보일수도 있지만,
이게 나름 방음도 되고 작업내부의 먼지나 페인트 냄새도 많이 잡아주기에
반드시 해놓는다.
전에 모르고 저 문 안닫아 놓고 작업했다가 정말 크게 욕먹은 적이 있어서,
그후로는 반드시 어디 잠깐 다녀오는곳도 꼭 여닫이를 한다.
페인트 냄새가 가득
이번 현장도 항상 그렇듯 도착하자마자 페인트냄새가 가득하다.
페인트 쓰다 남은 자재는 가운데쪽에 대략 모아놓여져있고.
그러고보면 미용실 일하러오면 항상 제일먼저 시작하는 일은
청소겸 페인트 작업한후 나온 쓰레기들 정리다.
다 치우고 가주길 바라는건아니지만,
저 페인트 냄새 때문에 정리할때 좀 그렇다.
빨리 기술이 발달되 냄새 안나는 페인트가 나왔으면 좋겠다.
예전에 티비에서 무슨 벤처기업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거기서 어떤사람이 냄새안나는 친환경페인트 만들었다고 했던거 같긴한데..
뭐 자재값이나 뭐나 해서 고급주택 이런곳 아니면 공사할때 쓰지 않겠지..
여튼 제비스코든 노루표든 저가 제품에도 냄새 좀 줄여주세요.
진짜 부탁드려요.
함빠의 뜻
일단 미용실 구조를 보자
샴푸실이 큰곳 작은곳 이렇게 두군데고,
창고 비스무리한곳이 하나 있고,
위의 홀 사진을 보더라도 알겠지만 함빠들어 갈부분이 많다.
혹시 몰라서 적어두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간혹 함빠의 뜻을 모르시는분들이 몇몇 계시는데
타일 시공시 말하는 함빠는
타일 원장(새것)이 아닌 재단이 되는부분들을 말한다.
그래서 어디 꺽어진곳이나 구석쪽 쪼가리들을 붙이는 그런부분,
다 원장이 아닌 함빠가 되는거다.
참고로 난 간간히 일본시공영상을 보는데
함빠(半端 はんぱ)는 일본어지만
함빠를 함빠라고 말하는거 같지는 않은거 같다.
내가 잘몰라서 그런거일수도 있지만..
“아 이거 안되겠네..
내일까지 해달라고 하는데,
기술자 몇명 불러서 해야지 이거 어우..
다 함빠 들어가네.”
사실 함빠 많이들어가면 붙이는실력을 떠나서,
기본적으로 함빠 재는시간이 있기에 오래걸릴수밖에 없다.
이렇게 함빠 많이 들어가는 현장 걸리면
함빠 얼마나 빨리재서 맞추느냐가 관건이다.
뭐 항상 그렇지만 미용실이라는 장소 특성상 함빠가 많을수 밖에 없기도 하다.
아직 자재는 안오고
선생님은 함빠많은것 보고도 머리 아프신데,
자재까지 안 들어놓으신거 보고 머리 아파하셨다.
“그리고 아..
자재를 미리 불러놔서 올리던가 했어야지.
가뜩이나 현장 이런데 자재도 도착안되어있고..
아 참 정말..
그렇다고 공기를 주는것도 아니고.”
사실 자재가 미리 도착해있느냐 아니냐의 차이는 매우크다.
그리고 자재를 어떻게 배치해놨냐의 차이도 크다.
일을 한번이라도 줄이는것,
모든 작업이 다 그렇겠지만
이러한 세세한부분에도 작업소요시간 차이는 꾀 난다고 본다.
「띠리링」
“예, 아 1층이요?
예, 알았어요.
지금 사람 보낼께요.”
자재가 늦게오지않고 지금 시작할때 와서 그나마 다행이다.
오늘은 용역반장님 두분과 같이 일하시기에 오늘 이 두분이 자재 양중해주시면서 같이 일하게 됐다.
“아저씨들 1층에 자재왔다니까,
일단 구루마 갖고내려가서 올려주세요.”
“예.”
“넌 청소 마저 하고.”
“네.”
“아니다, 아니다.
일단 여기 먹줄부터 튕기자.”
선생님도 현장을 보시면서 이것저것 생각할게 많으신지
정신이 없으신가보다.
바닥 작업
일단 항상 하던대로 압착부터 한통개서 선생님께 드린다.
“오늘은 여기 아저씨가 내 옆에서 데모도 할꺼니까
넌 저기 들어가서 바닥부터 잡어.”
“네.”
오늘도 미장을 하는구나.
오늘은 제발쓰러지지 않기를 ㅎㅎ .
반장님 한분은 자재를 양중하시고,
한 반장님은 선생님옆에서 일을 거들어 드렸다.
“반장님, 일단 타일보다
레미탈이랑 압착시멘트부터 올려주세요.
그래야 일이 진행이 되거든요.”
“예~ 알겠어요.”
그리고 선생님 옆에서 데모도 하시는 반장님께
간단히 믹서기로 압착개는법을 알려드렸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미장작업 시작.
마스크 끼고 모레먼지가 일어나는 세네평남짓한
미니 사막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후우~ 후”
날이 더워서 그런지 조금만움직여도 땀이 뻘뻘나는 내 체질에
모레먼지까지 몸에 들어와 날 괴롭히는거 같다.
그래도 좋은 마스크 꼈다고 안심하고
크게 호흡을 들이키고 내뱉고를 반복하며,
칼로 레미탈 옆구리를 갈라 바닥에 붓는다.
「스으읍 스르르」
배 갈라진 레미탈에서 흙모레가 내는 소리..
몇번을 들었을까.
꾀 많이 부은거 같은데, 높이가 있어서 그런지 아직 얼마 채우지도 못했다.
“후~ 아직 얼마 하지도 못했네..”
손은 레미탈에 뭐에 ㅎㅎ.
나름 깔끔하게 작업한다고 했는데, 이정도.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으으, 흙먼지로 더러워진 얼굴, 손을 물로 씻어낸다.
「어푸 어푸」 하면서 씻는데,
웃긴게 얼굴과 손은 시원한데,
머리쪽은 열이 한가득이다.
아 진짜 이런 한여름에 미장은 할게 못되는거 같다 ㅎㅎ.
저거 왜 사왔냐?
“야이 씨, 저거 왜 사왔냐? ㅋㅋ”
“저게 에어서큘레이터라고 해서,
공기를 시원하게 돌려주는거…”
“시원하긴!
야! 바람 오지도 않네, 저걸로 무슨 ㅎㅎ”
“에이, 망했네요.
실패예요 저건.ㅎㅎ”
너무 더워서 그냥 인터넷으로 에어서큘레이터 샀는데,
너무 작고 각도도 제한되어 있어 완전 잘못샀다. ㅎㅎ
“타일공구쪽 가보니까 거기서도 선풍기 팔더만,
너 저거 얼마 주고 삿냐?”
“할인해서 5만원 좀 넘게 줬어요.”
“야이씨!
그거 저거보다 훨씬 더 크고 바람쎈데 4만원돈인가 밖에 안해!
차라리 살거면 그걸사지.”
선풍기가 한대라 선생님쪽으로 틀어드렸는데,
하도 작아서 바람은 가지도 않는다. ㅎㅎ
게다가 돈은 돈대로 주고.
나 완전 호구됐네 ㅎㅎ.
아이스크림이 최고다
“너 나가서 참 좀 사와.”
“더운데 아이스크림 사올까요?”
“너 알아서 해.”
다행히도 건물일층에 편의점이 있어서 멀리 안나가도 됐다.
편의점에 들어가자마자 시원한 냉기가 도는게
진짜 나가기 싫더라. ㅎㅎ
“참 드시고 하세요.
선생님꺼 하나, 반장님들꺼 하나씩.
그리고 난 두개. ㅎㅎ”
“너 다 먹어라 다 먹어.”
선생님은 내가 먹는거에는 질리셨는지
그냥 할말을 잃으신듯 하다.
근데 난 두개를 다 먹어도 더위가 안가시고 덥다.
아우 난 정말 여름이 싫어.
작업 종료
“여기도 다 끝냈고,
이제 저기가서 하겠습니다.”
“어, 저기도 마킹 해준대로 가서 잡으면 돼.”
오늘은 바닥을 세군데 잡았다.
그나마 다행인게 아직 창문을 안달아놔 바깥 창문쪽이 뻥뚤려서,
전에 쓰려졌던 가로수 미용실에서 일했던거보다는 숨쉬기가 편했다.
“야 저기 더 긁어 내야지.”
오늘은 저번에 만큼 선생님의 마음에 들지는 못했나보다.
선생님이 지적해주신후 다시 내가 봐도 바닥상태가 원만하지 못했다.
어떤곳은 조금 올라가있고, 어떤곳은 들어가있고.
아, 이럴때 강남반장님의 매의눈 이 필요한데 ㅎㅎ.
오랫만에 치맥
늦은시간 까지 야간하고 집에 오니 꾀 시간이 늦었는데,
맥주가 너무 땡겨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동생이 사놓은 맥주가 몇캔 남아있어,
치킨집에 배달시켜 방안에서 혼자 치맥을 먹었다.
역시 치킨은 오늘통닭아니면 KFC가 최고다.
다른건 다 어설프게 흉내만 내서리 맛이 없음ㅎㅎ.
적어도 내 입맛에는.
「스으으」
이젠 맥주캔을 따며 거품이 올라오는 소리와
레미탈을 바닥에 솓을때 나는소리가 비슷하게 들린다. ㅎㅎ
맥주는 내 식도로 쏟아붓고, 레미탈은 바닥에 쏟아 붓고.
맥주캔은 마치 내가 오늘 미장할때 땀을 흠뻑흘렸듯,
이슬이 캔 전체를 감싼다.
‘그래, 이 이슬이 잔뜩 맺혀야 시원한게 더 맛있는 맥주지.’
맥주캔에 이슬이 맺혀야 시원해 맛있는 맥주라고 증명되듯,
「오늘 나도 땀 뻘뻘 흘려 일했던 멋진 일꾼이었지 않았을까..」
하는 자뻑에 취하며 하루를 마친다 ㅎㅎ.
이젠 하다하다 별걸 다 비유하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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