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이네, 일이없어
“큰일이네, 일이 없어..”
걱정섞인 선생님의 푸념.
저번주 토요일도 그렇고 계속 일이 뜨문뜨문 있다.
있어도 땜방이거나 날일하러가시는데 데모도 하는거 일뿐..
2017년 4월 12일.
4월중 오늘까지 타일일하러 간날은 이틀밖에 없었다.
아무리 일감이 없다해도 나같은 경우는 페이가 기공처럼 많이 받을수 있지 못해, 일이 적으면 아무래도 생활에 지장이 있을수 밖에 없다.
(물론 기공이라해도 이렇게 일이 없으면 쉽지 않겠지.)
‘아무래도 이렇게는 곤란하다.’
라는 생각에 최근에 이전에 다녔던 인력소를 다녀왔지만,
이틀연속 데마를 또 맞으니까,
‘인력소도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인력소를 바꾸다
그래서 최근에는 네이버카페나 알바천국이든 이런곳을 뒤져봤는데,
이곳 역시 일당으로 받는 날일하긴 어렵다.
죄다 적어도 빠지지 않고 일주일 아니면 파트타임…
울며겨자 먹기로 다시 인력소를 향하는데, 버스에서 내려서 가는길에 못보던 인력소가 새로 생겨 들어가봤다.
새로생긴 인력소 답게 되게 깔끔하고 대기하는사람도 한명인가 밖에 없었다.
소장님이 오시더니
“어서오세요, 일하러 오셨죠?”
“네, 일좀 있나요?”
“어떤일 해봤어요?”
“아, 저 초보긴 한데, 지금 타일쪽일하고 있어요 조공으로.
이제 한달 쫌 넘어가고요.
그전에 인력소에서 골조현장가서 자재정리 폼 올리는거 좀 했었어요, 한달정도.”
“폼 올리는거 얼마나 올려요?”
“혼자 올리는게 아니라서 뭐라고 말씀을 못드리겠는데,
보통 한 4명정도 해서 개구멍통해서 올리곤 했습니다.”
“개구멍 통해서 올리고 밑으로 내리고 이렇게 다 해보셧다는거죠?”
“내리는건 안했는데, ”
“그럼 폼은 올려본거네요.”
“네, 받아보기도 하고 정리도 하고 폼작업은 다 해본거 같아요.”
그렇게 기본적인 이력을 묻고 답하다 잠시 대기하라고 했다.
새로 생겨서 그런지 커피도 직접 뽑아주시고 참고마웠다.
5시 반이 될때쯤에야 조금씩 사람이 오기 시작했다.
일 잘해주세요
소장님이 기공쯤 되시는분께
“저분이랑 오늘 같이 가시면 되요.”
라고 날가르키시더니 반장님이 날불러
“오늘 폼작업좀 해주셔야 될거 같아요.
저기 반장님이랑 같이 가시는거고요.
거기 도착해서 아침먹고 시작할꺼고, 7시까지 가시면 되요.”
그렇게 간단한 업무정보를 알려주셨다.
그리고 간단한 작업장 정보를 메모지에 적어 나에게 주시면서
“일 잘해주세요.”
라고 당부하셨다.
“네”
라고 말씀드렸지만, 겁이 좀 났다.
물론 최근 타일하면서 레미탈 40키로짜리 들어본 내가 폼정도 무게는 별거 아닐거라 생각하지만
폼작업 안한지도 한달쯤 되었고,
아는사람도 아니고, 둘이서만 폼하러가는게 불안했다.
“가시죠. 반장님”
같이 가시는기공님과 버스정류장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해봤는데,
이분은 미장 기공이시다.
요즘 바닥타일 깔면서 미장에 대한 중요함을 알아가고 있는데,
친해져서 많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방만 있는것이 아니라 따로 작은 여행용가방도 들고 다니시는데,
거기엔 미장용 도구가 있다고 하신다.
역시 기술하러 갈라면 장비들은 챙겨야 한다.
너 요즘 왜 인력소 안나오냐
이렇게 미장기공분과 잡담하면서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이전 인력소에서 날 이뻐해주신 반장님이 마침 현장을 나갈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반장님”
“오 막내야, 너 요즘 왜 인력소 안나오냐?”
“저번에도 갔는데 데마 이틀연속으로 또 맞았거든요.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서 앞으로는 안가려고요.”
“그래.
근데 너 땀많이 흘려서 어떻게하냐, 요즘 날씨 덥던데.”
“그래도 아직은 시원하더라고요. 아직까지는 ㅎㅎ”
그렇게 잡담과 안부를 묻고 답하다 버스가 와서 서로 각자 버스를 탔다.
앞으로 이 반장님과 같이 일할날은 오지 않겠지 아마도.
일도 잘가르쳐주시고 좋았는데, 안타깝다.
다른 환경
7시까지 현장 도착이다.
즉 7시에 도착해서 밥먹고 옷갈아입고 뭐하고 하다보면 8시 금방될거 같다.
현장가는 버스에 이렇게 환하고, 사람이 많이 탄적은 처음이다. ㅎㅎ
선생님도 그렇고,
이전 우이동 나갔을때도 이렇게 늦게 일을 시작해본적 없는데, 흐음…
역시 현장마다 분위기가 다른거 같다.
이렇게 까지 천장이 높지 않았는데
오늘 작업할 곳이다.
일단 아침식사부터 하고 현장을 들어가는데,
층 높이가 전에 우이동에 있었던 건물의 두배쯤은 되는거 같다.
되게 높았다.
옷을 갈아입으니 현장 반장님께서
“폼 올리시는 분이죠?”
“네”
“폼 올려봤어요?”
“네, 전에 한달 쯤 폼올려봤습니다. 그때는 이렇게 까지 천장이 높지 않았는데.”
“중간에 폼하나 놓고 거기 위에서 올리면 되요.
오늘 여기 5층꺼 싹다 올리면 끝이예요.”
허허..
여긴 복도의 한부분만 올린거고, 방에도 수두룩 했다.
반장님이 어떠냐에 따라 달라
일이 시작되고, 폼을 올려쳤다.
폼 올려보신 분들은 감이 오실거라 생각하지만,
개구멍을 통해 올려주는데 파이프에 걸려있는 받침대폼과의 높이가 낮다.
그래서 평소에 하던 반동을 이용한 올려치기를 할수가 없어,
몸을 쭈구려서 폼 중간부분 밑에 쪽을 잡고 몸을 일으켜서 올려주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가뜩이나 바닥 타일해서 무릎에 무리 많이 가는데, 허허…
그래도 무릎보호대를 차고 와서 다행이다.
자재정리 폼작업 할때도 언제나 무릎보호대를 차야겠다.
“힘들면 말해, 쉬었다가 하면 되니까.”
“하하하. 네 감사합니다. 반장님”
이렇게 말하고 계속 쉬지 않고 했다. ㅎㅎ
결국 계속하다 방안에 있는 폼 다 올리고 나서야
“야, 위에 있는사람들 내려오라고 하고.
좀쉬었다가 폼 다시 이쪽으로 옮기고 다시 올리자.”
“네. 반장님”
“이거 참이니까 그냥 하다가 먹고 싶으면 먹어”
음료수와 빵을 잔뜩 마대자루에 들고 오시면서 먹으라고 하셨다.
빵먹으면서 쉬는데 두건이 흥건이 젖어있다.
묶어져서 나오는 꼬리부분까지 물어 적셔놓은듯 ㅎㅎ
그렇게 쉬었다가 일하고를 반복하면서, 반장님은 계속
“천천히 하자. 다치치 않게”
를 반복 하셨다. ㅎㅎ
하지만 그러시면서도 폼은 쉬지 않고 계속 올려주시는데,
역시 이 반장님 역시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하면서 우이동 반장님 생각이 많이 났다.
그 반장님 이었다면 이런 분위기는 꿈도 못꿧을꺼다.
“또 쉬어? 일을 하러 온겨? 놀러온겨?”
하면서 호통치시고 야단치시던 반장님이 오늘은 왠지 그립다. ㅎ
노가다 판에서 대화
같이 작업하시는 나이드신 반장님께서 어디서 배와 과도를 구해가지고 오셔서는 깍아서 주셨다. ㅎㅎㅎ
지금 포스트 쓰면서도 웃긴다.
이게 말이되냐. 대체 어디서 난거냐 배랑 칼은 ㅎㅎㅎ
어찌됐든 맛있어서 좋다.
“그래도 대단하네.
그나이에 돈벌겠다고 노가다뛰고.”
“이렇게 나와서 용돈벌이 하는것도 괜찬은겨”
“제가 원래 타일 조공 뛰고 있는데, 요즘 쉬는날이 많아서 나온겁니다.”
“근데 자네는 타일하면 안돼, 몸이 너무 무거워.
내 친구도 지금 호주에서 타일하는데 타일이 페이가 쎄긴 쎄대는데…
그래도 자네 몸무게 많이나가서 무릎에 무리 많이갈꺼야.
다른쪽으로 해보지, 그래?”
“뭐, 이제 부터 식단도 좀 바꿔보고 덜 먹어보려고요.
저녁에는 산책겸 운동식으로 조깅도 하고 있습니다. 하하”
목수 60% 가 중국사람이여
“기술 배우는거 잘생각했어.
진짜 요즘 기술배우는사람들이 없어서 큰일이야.
노가다판, 목수는 60%가 중국사람이야.”
“그런애들 대부분이 불법체류자들이예요.
그래서 강제 추방 당하는애들도 있고 그러잔아요.”
참 씁쓸하다.
중국사람들이 불법체류로 추방당하는것도 안타깝지만,
우리나라 젊은사람들이 기술배우려고 안한다는게 더 안타깝다.
근데, 내 블로그에 덧글 달으시고, 쪽지로 물어보는것만해도 기술 배울라고 하는사람들은 또 많은거 같다. ㅎㅎ
앞으로는 노동쪽도 이미지 좋아지고, 일하기 편하게 되어 국내토종 기술자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역시 골조현장은 험해
최근엔 타일이라 딱히 장갑을 두개낄일이 없었다.
근데 자재정리할때는 기본이 두개이상이다.
오늘도 안에는 목장갑, 바깥에는 3M꺼 프로 어쩌고 저쩌고 끼었는데, 일하다 보니 안에 목장갑까지 빵구가 나버렸다.
계속 폼을 들어올리다보니 폼구석에 홈이 있어 거기에 낑기고 해서 뚤렸나보다.
참고로 이건 오전에 장갑 상태고,
일끝날때쯤은 양쪽 장갑 다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물집은 처음으로 잡혀봤다
저 장갑 구멍뚤린 부분에 물집이 잡혔다.
뭐 얼마나 힘들고 빡세다고 물집까지 잡히냐 쪽팔리게.
선생님이 이거 보시면 웃으시겠다. ㅎㅎ
근데 이거 터지니까 쓰라리네. 허허.
그러고 보면 물집은 처음 잡혀봤다.
왜지, 잡히는거라면 진작에 잡혀봤어야 했는데.
뭐 이걸로 내 손에 훈장하나 더 새긴거다.
열심히 일했다고 사진인증샷 찍고 허세좀 부려봄. ㅎㅎ
마무리는 핀줍기
역시 골조현장에 자재정리 폼올리러 왔으면 핀을 안주울순 없지.
오랫만에 핀 줍는데 되게 재밌다.
무릎굽히는게 조금 그렇지만,
핀주으면서 여지껏 타일작업했던거 되돌이켜보고,
딴생각도 해보고 정말 소소하게 내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청소
“핀 얼추 주웠으니까 청소하자”
반장님이 지시하셔서 청소했다.
큰 쓰레기부터 담고, 타이랑 반생철사 따로 구분해서 넣고,
삽으로 긁어내 흙담아서 마대에 정리하고 이렇게 해서 오늘 작업이 끝났다.
핀이랑 타이 작업하는곳에 놓을겸 어디까지 됐나 봤는데,
꾀 많이 작업해놓으신거 같다.
폼 많이 올렸는데, 남아있는 폼이 별로 없다.
(하필 사진이 작업안된 부분이라 폼이 많이 남아있다.)
그리고 오늘 미장한 부분
아마도 오늘 미장공분들이 하신거 같은데 끝내준다.
맨들맨들한게 진짜 되게 고급스러워 보인다. 어차피 시멘트일텐데 ㅎㅎㅎ
오우 역시 이렇게 평평해야 기술이지.
나도 이런부분은 좀 배워서 타일깔때 써먹어보고 싶다.
즐거운 퇴근길
옷을 갈아입고,
마침 작업반장님이 가는방향이 같다고 차로 태워주신다고 해서 얻어 탔다.
마침 갈아입을 티를 안가지고 와서 곤란했는데 잘됐다.
일도 편하게 하게끔 해주시고, 정말 감사하다.
나랑은 일하기 싫냐?
“오늘 일 할만했어? 오늘 좀 힘들게 일했는데, 열심히 해줘서 고맙네”
“아뇨. 반장님이 잘해주셔서 오늘 정말 편하게 일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너 혹시 나랑같이 일해볼생각 없어?”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선생님 따라다니면서 일하고 있어서..”
“왜 나랑은 일하기 싫으냐? ㅎㅎ”
“아뇨, 그런뜻이 아니라.
제가 원래 타일을 배우고싶어서 이 바닥에 뛰어든거거든요.
그래서 한번 해보려고요.”
“그래.”
그렇게 이런저런 잡담하다가
“일은 일주일에 30만원을 벌든 40만원을 벌든 한대가리가 10만원이든 꾸준히 일하는게 좋은거야.
페이쎄면 뭐하냐 일이없으면…”
“네, 저도 요즘 일이 없어서 큰일입니다.”
최근에 집에 내가 타일을 배운다고 말을 드린후,
자꾸 일 못나가는 내 모습을 보고 아버지와 할머니가 많이 걱정하시고 참견하시는데,
반장님 말씀을 들으니, 더 가슴이 아려왔다.
하지만 선생님도 실력이 좋으시고,
다른 타일하시는분들도 지금 일이 없다고 하니 당분간은 이렇게 일당받으면서 틈틈히 타일 배우러 가야겠다.
인력소 잘 찾아서 일도 앞으로는 쉬지 않고 일할수 있을거 같기도 하고,
블로그 찾아주시는 분들도 응원해주시니,
앞으로는 정말 열심히 좀 더 열심히 살아봐야겠다.
Lee
•8년 ago
타일공 검색하다가 우연치 않게 블로그에 들어오게되어 글을 쭉 보다보니
저희 동네네요!!
아침마다 저 골목 지나다니는데
멋지십니다!! 블로그가 너무 관리도 잘되있고 글도 잘쓰셔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게되네요 ^-^
blog-admin
•8년 ago
별 볼일 없는 블로그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 마주치면 아는척 해주세요. ^^
일군
•7년 ago
많은 도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세라믹시티
•7년 ago
뒤늦게 정주행중입니다.^^
너무 멋지시고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blog-admin
•7년 ago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
임재건
•7년 ago
내용 감명깊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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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admin
•7년 ago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저와는 관계가 없는 내용 같습니다만,
혹시나 필요하신분들은 참고가 되셧으면 좋겟습니다
노가다맨~
•7년 ago
폼 빼서 올리는 거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오래만에 보니느낌이 새롭네요 ㅎ
전 주로 아래에서 폼 끌어와서 올려주는 거 좋아했었습니다.
노가다는 언제나 일하는 사람에게 보람을 주는 것 같네요. 현장은 더러워도 몸과 마음은 깨끗하고 강해지죠~
blog-admin
•7년 ago
폼 빼서 올리시는걸 좋아하시는분은 처음입니다 ㅎㅎ.
인력소 다닐때 폼나르는것만 전문적으로 하시는 반장님도 뵙긴했는데 ^^
어떤 일이든 본인의 성향, 그리고 일을 즐길수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저는 이 일이맞아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