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은 잠시 쉬고
“내일은 백화점 매장하러 갈꺼야.”
어제 작업한 미용실이 아직 끝나지 않은상태에서 다른 매장작업하러 간다.
사실 이런 경우가 오늘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렇게 중간에 나와서 여기갔다가 저기갔다가 하면 뭔가 어수선하다.
회사다닐때도 그랬었지만,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도중 어떠한 연유로 인해 프로젝트가 잠시 중단 되었다가
재개되거나 하면 뭔가 감을 잃어서,
‘내가 그때 왜 이렇게 했었지…’
하며 그때 작업했던걸 떠올리느라 머리가 아플때도 있었다.
우리가 사회에서 생활을 하다보면 종종 듣는 말중에 하나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라고들 한다.
하나의 일이 주어지면 그 일이 다 끝나고 다른 일을 하러가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되는데,
사실 그게 쉽지는 않다.
당장 여기저기서 일감이 몰려들면 상황을 봐서,
‘지금 당장 저것부터 먼저 치지않으면 안되니까,
이부분은 잠깐만 미루고 지금 당장 들어온거 부터 빨리빨리 치고 …’
이렇게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다행히도 지금 하는 인테리어쪽 일은,
딱히 머리쓰는게 크게 없고,
윗사람에게 보고를 하거나 작업내용의 지시 및 전달등의 과정등이 많이 생략되어
이렇게 일해도 차후 일하는데 크게 별탈이 없다.
그래서 이렇게 이것했다 저거했다가 해도 차후 지장이없어 일하기 참좋다.
IT 쪽할때는 이런것때문에 짜증나고 그랬었는데..
역시 난 노동쪽이 맞나보다.
정리좀 해주셨으면..
현장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전에 작업하고 남은 자재들, 그리고 쓰레기들이 그대로 너저분하게 퍼질러 저있다.
“아우.. 진짜 이게 뭐야!”
선생님은 보자마자 짜증을 확내신다.
나도, 그리고 선배님도 짜증나는건 마찬가지.
“아니! 이래놓고 무슨 타일을 깔라고 하는거야?”
현장정리 및 청소작업이 타일작업시 가장 먼저 작업되어야 할 우선과제기에
이러한 풍경을 볼때면 타일 시공자들은 매우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낸다.
현장마다 조금은 다르지만,
저런 폐기물들을 밖에 내비두면 참좋을텐데,
오늘 들어온 백화점이나 아울렛의 경우는 작업후 나온 쓰레기 및 자재는 절대 밖에 내두어선 안된다.
그렇게 될경우 보통 옆의 매장이나 건물관리자에 신고에 의해 조치가 내려지기에
항상 쓰레기 역시 매장안에 두어야 한다.
아니면 철거팀등을 이용해 폐기물을 처리해버리던가.
보자마자 짜증나는 모습을 어찌 할순없고 그냥 한숨만 들이켜쉬고들 만다.
“일단 이것들 정리부터 하자..
아 진짜 씨”
“네, 어떻게 치울까요?
왼쪽 벽부터 하시는건가요?”
“아니.. 일단 여기 다 바닥 잡고 해야 하니까,
먼저 오른쪽 벽쪽으로 싹다 놓고,
왼쪽 잡으면 왼쪽으로 다시 옮겨놓고 오른쪽 바닥 잡고 그렇게 해야지.”
“네.”
오늘 진짜 노가다 하러 왔다. 후.
오늘 작업할 분량이 크지는 않은데,
잡일이 많아 손이 많이가게 생겼다.
일단 선배님과 나 둘이서 먼저 쓰레기부터 치워놓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이곳저곳을 보시며 바닥 상태를 체크한후 바닥 잡기위한 작업부터 들어가신다.
“어느정도 됐으니까 일단 밖에서 레미탈 부터 가지고와서 펴라.”
나와 선배님은 구루마를 가지고 밖에 있는 레미탈을 싣기 시작했다.
백화점 바닥잡을때면 항상 저정도 였는데,
오늘따라 레미탈이 유난히 많아 보인다.
기물 파손
“선배님 죄송한데, 구루마좀 쓰겠습니다.”
“어 써.”
타일이네 연장이네 하며 구루마를 가져왔는데도,
레미탈 나르려고 하다보니 부족해서 선배님 구루마를 빌려 쓰게 되었다.
“웃차 후”
한포 두포 구루마위에 쑥쑥 올려 쌓아 어느정도 됐다 싶으면 운반한다.
“으차차차~”
바닥이 울퉁불퉁해서 인가 잘 안굴러가는거 같다.
“에휴 바닥 까지 속썩히네.
가뜩이나 빡세구만..”
애꿎은 바닥에 핀잔을 하고,
구루마 손잡이를 잡고 힘껏 잡아당겨본다.
“으랏차차~”
「끼이이익 끼이익」
힘들어 하는 구루마의 바퀴소리.
“옘병 진짜 좀 가자 제발좀!
어!?”
바퀴소리 때문에 어찌된건가 구루마를 보려하니,
구루마 판이 찢어져있다.
“어.. 큰일났다..
이거 선배님껀데..
어떻게하지..”
뭔가 레미탈올릴때부터 느낌이 좀 안좋았는데,
몇포 올렸다고 판이 부러지다니…
참 오늘 일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꼬인다.
“선배님, 죄송한데, 이거 레미탈 옮기다가 판이 깨져버려서요.”
“어? 뭐야? 에이 ㅋㅋ
왜그랬어? ㅎㅎ”
“죄송합니다. 제가 좋은놈으로 사드릴게요.”
“아니야 아니야.”
다행히 선배님도 이해해주셨다.
이렇게 될줄알았으면 그냥 선배님꺼에다가 선생님 구루마에 있는 가벼운 연장 싣고,
선생님껄로 운반할껄..
“야, 그건 쟤 구루마가 문제인거야.
야 저까짓거 몇포 들고날랐다고 해서 박살나면 그게 문제인거지.”
선생님은 되려 구루마가 문제라고 내편을 들어주신다.
어찌됐든 다행히도 선배님이 이해해주셔서 감사했다.
나 이런거 되게 민감해 하는데..
만약 입장바껴 내가 선배님 입장이였으면 얼굴 상당히 찌푸렸을거다.
그리고 더 이상은 선배님꺼 쓰다 완전히 박살날거 같아,
선배님꺼는 내비두고 선생님꺼로 옮기는데,
선생님꺼도 선배님꺼처럼 똑같이 박살났다.
“선생님, 이거 선생님구루마도 선배님꺼처럼 옆에 찢어지던데요..”
“에이, 저거 옆에 손잡이 있는 구루마가 약하구만. 봐봐,
그거 옆에 손잡이 있는구루마지?”
“네.”
“그거봐. 전에도 그걸로 옮길때 뭔가 좀 불안불안하더만..
됐어 그냥 써.”
이렇게 난 내 잘못이 아닌 연장탓을 하며,
미안한 마음에 심각해지기 쉬운 이상황을 모면한다.
지친사람들
“자 이제 이쪽은 다 붙였으니까 이 위쪽에다 쓰레기 옮겨놔.”
“네.”
“잠깐 너 가서 마실거좀 사와라.”
선생님도 그렇고 선배님도 나도 지쳐있었다.
타일붙인거는 얼마 안돼는데, 이런저런 잡일하다 힘이 다 빠졌다.
다들 말없이 음료를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
“너 오늘 야간하고 가라.”
“야간이요… 아..”
선생님은 도저히 안되겠는지,
선배님께 야간하라고 하셨는데, 선배님도 지쳐서 그러시는지 힘들어하셨다.
그래도 현장상태를 보면 아직 할게많아서 같이해주기로 했다.
망할놈의 현장 진짜
다시 기운을 차리고 일어서 타일을 까날른다.
타일중에 불량이 많아 타일 까날르는것도 일이였다.
모퉁이가 깨져있다거나 한게 적지 않아 기껏붙이고 나서 알아차린다거나 해서,
붙이는 속도는 더욱더 늦춰줬다.
쓰레기 잡동사니 부터 타일자재까지…
아 이 망할놈의현장 진짜.
맘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다.
“선생님, 타일 불량인게 적지 않아요.
아우 진짜 이거 고르는것도 일이예요.”
“후~
그냥 표시해놔 내가 함빠로 쓰던가 할테니까.”
메지, 망할놈의 메지
결국 이렇게 저렇게 힘들게 자재 옮기면서도 타일을 다 붙였다.
그리고 메지작업을 하는데,
어두운 타일에 흑메지를 넣어서 그런지 넣고 스폰지로 닦아도 뭔가 계속 묻어있는거 같고,
제대로 닦이지 않은 느낌이 든다.
‘아 망할 진짜 드럽게 안되네.’
가뜩이나 짜증나죽겠는데, 메지까지 제대로 안되니 정말 돌아버릴거 같았다.
“그냥 너가 메지 넣어.”
내가 닦는걸보고 탐탁치 않아하신 선생님께서,
나보고 메지를 넣고 선배님보고 닦으라고 주문하셨다.
그래서 메지를 넣는데,
내가 메지를 넣는모습을 보시더니 선배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메지넣을때 흐느적하게 넣으면 안되고,
고데로 꾹꾹담아 넣어야지.
이렇게 하면 나중에 다 빠져.”
“네. 선배님.”
포기하고 싶다
선배님의 말씀을 듣고,
메지를 다시 꾹꾹 담아 넣기 시작했다.
힘들다.
메지를 넣는도중에 갑자기 기운이 다 빠지고 힘이 든다.
오늘 아침부터 짜증나는 상황에 계속 이것저거 힘쓰고 그래서 그런지.
메지 넣는게 너무나도 힘들다.
메지 넣는것도, 메지를 닦아내는것도 제대로 못하는 지금 내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는거 조차도 힘들다.
남이 봤을때도 못한다고 느끼지만,
더 힘든건 내가 자각할때다.
「나는 못한다」
라고 느끼니까 너무 힘들다.
메지를 닦는 도중에 체력적으로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어졌다.
내가 스폰지로 닦은타일의 모습을 본다.
메지 시멘트의 얼룩이 묻어나있는 타일.
‘…’
다시 스폰지를 물에 담가 제대로 접히지도 않는 손으로 힘들게 겨우 짜내어 다시 닦아본다.
그래도 얼룩이 남아있다.
“한번만 닦아야지.
스폰지에 물을 묻혀서 짜내고 한번만 쓰윽하고 닦고 말아야지.
또 닦으면 그대로야.”
“네…”
선배님이 옆에서 힘들어 하는 내모습을 보시곤
조언해주실겸 어떻게 하는건지 시범을 보여주셨다.
‘선배님, 저도 한번만 닦아야 되는건 아는데요.
안돼요 그게 잘…’
땀흘리며 멍때리는듯한 내 겉모습과는 반대로
억울한 마음속으로 크게 울부짖으며 말해본다.
“됐고, 너 이제 연장정리해.”
“네. 선생님.”
작업종료
결국 메지작업 하다 선배님께 넘어가고,
연장정리를 하고 퇴근준비를 한다.
평소같으면 현장에 휑하니 바닥타일만 깔려있는 사진이였겠지만,
이 현장은 쓰레기와 자재들이 한가득놓여져있다.
타일작업전에 이게 처리되어 있었더라면 이렇게 늦게까지 작업하지도 않았을텐데.
타일시공의 속도는 역시
환경이 어떻게 되느냐 에 따라 많이 차이난다는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되는 현장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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