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노가다 첫날, 우이동 건설현장으로 투입되다.
어제 (170202) 가서 허탕을 쳣으므로, 오늘은 인력소개소 가는길 내내
‘오늘도 없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빨리 경험을 한번 해보고, ‘이길이 내 길이다’ 라고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망할놈의 올빼미족 생활때문에 잠도 설침
전날 허탕치고 집에돌아와서 2시간 정도 낮잠 잔후, 오늘 일 하러 갈라고, 일부러 졸린 잠 참고 계속 밤까지 기다렸는데, 막상 밤이 되니까 잠이 안온다..
긴 백수생활 아침이 되서야 자는 올빼미 습성때문에, 몸이 밤잠에 적응을 못하는것이다.
역시 백수생활은 안하는게 좋다.
드디어 호명되다.
인력사무소에 처음 가본 사람은 다 동감하겠지만, 인력사무소 소장님이
“XX 씨” 라고 하는 호명에 항상 귀기울이며, 대기 하고 있다.
티비를 보고, 조용히 대기하고있는데,
“반장님이 이 친구 오늘처음이니까 잘 가르켜 봐요.”
라고 하며 소장님이 반장님께 나를 소개시켜주셨다.
다행히도 반장님 외모는 절대 까칠하거나 성격있는 타입의 외모는 아니였다.
이걸로 일단 사람에 대한 걱정은 한숨은 돌렸다.
내가 가는 현장에 파견되는 사람은 9명 이고, 우이동에 있는 빌라 신축 건설현장이었다.
규모 꾀 있는편(빌라6동)이라, 우리 쪽만이 아닌 다른쪽에도 파견되어 같이 협업하게 되었다.
막상 일하러 가게 되니, 무지떨렸다.
‘잘 못하면 어떻게 되지… 잘해야 할텐데’
처음해보는 노가다 작업
안전화를 사야하나..
옷 그냥 대충 입으면 되지 않나..
라는 멍청한 생각했다는게 웃길정도로, 내가 생각했던 과는 다른부분이 있었다.
바닥에는 온통 못, 통나무, 쇠, 파이프등 건설자재가 여기저기 널려져 있다.
일반 운동화 신고 작업했다가, 재수없고 큰못 밟으면 그대로 신발 뚫고 들어가는거다.
안전화 사기전에, 집에 괜찮은 안쓰는운동화 있는데, 돈도 아깝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작업해보니 안전화는 내 필수용품이 되었다.
집에서 입고 있던 깔깔이 입고 작업했는데, 작업하다 못에 긁히고, 나무 파편등에 찔리고, 쇠에 밀려서 엉망진창이 되었다.
집에서 입었던 옷갖고 왔으면, 춥고 위험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폼 무진장 날랐다.
이건 건물 외벽을 짓기전에 뼈대로 먼저 맞추는 건설용 자재다.
각 사이즈 가 있어, 현장에 날랐던 폼들은 300, 400, 500, 600 사이즈 였다.
사실 오늘 작업했던 대부분은 이 폼을 날르는 거 였다.
일 시작전에, 나와 비슷한 나이정도로 보이는 분이
“여기 빡센편이에요. 폼알아요? 그거 날르는데 좀 힘들꺼예요.”
내가 아는 폼이란, Form 입력란…
처음에 운반할때는 괜찮네 하다가, 오후쯤 되니까 슬슬 힘들어졌다.
많이 들고 날르다 보니 근육통때문에 이랬던거 같다.
이 일 처음해보는 거지?
새하얀 백발에 모자를 눌러쓴 현장 반장님께서, 내가 어설프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이 일 처음해보는거지? 하는거보니 그러더라고, 어때? 안힘들어?”
난 머쩍은 웃음을 지으며,
“생각한거 보다는 힘들지 않은데, 그래도 쉽지는 않습니다.”
“땀 뻘뻘흘리면서 일하고 후후. 그래. 돈버는게 쉬운게 아닌거야. 열심히 해”
물론 이전 회사에서도 윗사람이 이렇게 걱정스레 여쭤보는 건 종종 있었지만, 오늘은 뭔가 느낌이 달랐다.
진짜 일을 하는거 같고, 뭔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먹는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아침과 점심 좀 넘어서 두번 간식이 제공되었는데, 정말 내가 홍삼음료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원샷 할줄은 꿈에도 몰랐다.
왠지 모르겠는데, 현장에 물이 없다.
(진짜 목마른게 제일 빡셌던거 같다.)
처음으로 마셔봤는데, 꾀 달달한게 맛있다.
그래도 내돈주고는 안사먹어, 이거 먹을돈으로 옥수수수염차 마실거 같다.
작업종료
“자~ 좀있다가 옷갈아 입으러 가세요.”
작업 반장님의 작업종료 알림이셨다.
핸드폰 켜보니 4:42 이였다.
생각했던거 보단 시간이 빨리 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다는느낌이 들었다.
집에 가는길
다같이 다시 인력소개소로 향한다.
저멀리 보이는 도봉산이 유난히 더 멋져보인다.
작업바지를 따로 안가져와, 다 더럽혀진 바지를 입고 가니, 지나가는사람이 쳐다보기도 하고 했지만.
괜찮다.
위는 깔끔하니까 ㅎㅎㅎ
그리고 더 중요한건,
난 오늘 정말 땀흘려 열심히 일했으니까.
보상의 결과
11만 7천원을 받았다.
소개비 10% 를 생각하면 오늘 일당은 13만원 짜리였다.
처음으로 이렇게 하루 일당을 받아보는데, 월급으로 통장에 찍힌것에 비해 뭔가 보람차기도 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 정말 하루하루 벌어가는 느낌이 든다.’
온몸이 쑤시네
집에도착하니 긴장이 풀리면서 바닥에 눕자마자, 온몸이 더 쑤셔왔다.
동생한테 파스좀 붙여달라고 부탁해, 등짝 온통 다 동전파스로 도배를 했다.
일본 여행갔을때 사왔던 동전파스..
몇일간 이녀석에 힘을 좀 빌리게 될거 같다.
황진호
•7년 이전
하하 ㅎㅎ IT 하시던 분 같은데 건축일을 하시는 군요 ..
힘든일하시고 집에서 해외파 동전파스 붙이는 모습이 드라마틱 합니다 ..
글 재밌게 봤습니다. ㅎㅎ
blog-admin
•7년 이전
누구나 다 자신만의 인생드라마가 잇죠 ㅎ
매일 매일 드라마를 써내는 재미로 살아가고 잇습니다 ㅎ
여섯시
•7년 이전
저 오늘 처음 금속인테리어 나가요. 보고 힘 받고 갑니다. 화이팅요
blog-admin
•7년 이전
금속도 좋다고들 하던데
멋진일 하시는군요.
용접 조심하시고 멋진 인테리어 기술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현장에서 뵈면 제가 음료 사드릴게요 화이팅입니다 ^^
장안순
•6년 이전
건설현장 첫 출근이라니… 평생 잊혀지지 않는 날이군요
생각이 참 건전하셔서 기대됩니다.
그리고 잘 보았습니다.
blog-admin
•6년 이전
감사합니다.
이때의 저와 지금의 저와 비교해보면 여러가지 다르네요.
요즘 처음의 내모습과 종종 비교하곤 합니다.
되려 처음보다 못한점이 많네요.
신동훈
•6년 이전
저도 내일부터 나가려는데 걱정이많이되네요
나이도23살이구요 힘은되게좋은데
일 해본 경험이없어서 내가 잘할수있을지 걱정이네요..
좋은경험 해본다 생각하고 나가보려구요
준비물은 다있구요 조언부탁합니다ㅜㅜ
blog-admin
•6년 이전
오늘 처음으로 해보셧겠네요.
어떠셧는지요?
마음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즐기러 가겠다.
라는 마음이라면 힘들어도 뭔가 뿌듯함이 마음한구석에 자리잡았을 것이고,
단순히 배우겠다. 익숙해지러 가겠다 라면
고생했다라는 생각만 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즐길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신입사원
•6년 이전
대학교 졸업하기 전 취업계내고 교수님과 교수님 지인분 소개로 회사에 입사했어요
아직 도면을 제대로 치는법도 보는법도 잘 모르는데 오자마자 다른 지방으로 현장에 투입된다는 소식에
설레기도하고 무섭기도 하는데 글 잘 보고 힘얻어갑니다! 여자도 할수 있겠죠 ㅎㅎ!
blog-admin
•6년 이전
처음엔 무섭지만 몇번 깨지면서 배우고 익히다보면
‘그때 왜그랬지?’
하며 웃게 되곤하게 되죠.
곧 멋진 경력자로 성장하실거라 믿습니다.
파이팅 하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
칼세이건
•6년 이전
나이 30처먹고 회삿일 지쳐서 때려치고
막노동이나 해야겠다 싶어서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들어왔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blog-admin
•6년 이전
제 블로그가 도움이 된거 같아 기쁩니다.
종종 오셔서 안부전해주세요 ^^.
멋진 도전이 되길 바랍니다.
으랏차
•6년 이전
왜 눈물이 날까요.
화이팅입니다
blog-admin
•6년 이전
1일째 보시고 눈물이 나신건 으랏차님이 처음이신거 같습니다.
한 20일 부터 우시는분들 계시던데 ^^;
돌삐
•5년 이전
컴퓨터쪽 일하다가 노가다의 길로 들어스셨네여.
기술이 최고죠..
저도 프로그램 짜다가 15년 경력을 접고 철물점을 올해부터 시작했습니다.
물건 종류도 많고 생소한 길이지만 컴퓨터 일보단 낫겠지란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호라
•5년 이전
우연히 구글링 하다 보게 됐네요.
웹개발 SI 기타등등 8여년 하다가 멘탈이 완전 나가서 ㅋ
전기 자격증 따면 밥은 먹고 산다기에 따고
이제 전기 공사로 경력 쌓을려고 준비 중입니다.
최근 포스트도 봤는데 몇년뒤 저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