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청받은 일
“내일은 포천오야지가 일 좀 해달라고 해서 가야되니까 시간 맞춰 나와.”
어제 구로 백화점 일이 비교적 일찍 끝나고,
오늘은 포천오야지분 현장에 일이 있어 쉬지않고 꾸준히 일하게 되었다.
어제 늦게 출근해서 일찍 끝나서 그런가,
쉬지 않고 일하는데 그리 피곤하지도 않고
되려 뭔가 리프레쉬한 느낌까지 든다.
이상하네 요즘 내가 체력이 남아 도나 ㅎㅎ.
오늘 현장은 곧 오픈할 강남에 있는 롯데마트다.
건물이 커서 그런지
아직 현장 오픈도 안했는데 여기 건설관련된 사람들 모두 앞에서
언제 들어갈수 있는지 기다리고들 있다.
항상 그렇듯 선생님은 집합시간보다 더 빨리 도착하시는 습관이 있어서,
오늘도 역시 현장앞에 차를 세워두고 차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예, 어디세요?
..
예, 지금 우리 현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못들어가는거같더라고요.
예, 예 도착하면 말씀해주세요.”
“오늘은 포천 오야지분이랑 저희
이렇게 3이서 일하는건가요?”
“아니,
원래 이게 포천오야지가 맡은 현장인데,
이래저래 일이 꼬여서 나랑 다른기술자 불렀데,
자기는 지금 다른곳 나가야한다고.”
“네. 그렇군요.”
포천오야지분도 이곳저곳 업자들과 거래하다가 스케줄이 꼬이셨는지,
본인이 맡으신현장에 못오시고 급히 다른곳을 가셨나보다.
“예, 아 어디요?
아! 저기 계시네.”
잠시 잡담하는 사이에 기술자분이 오셨다.
“일단 아침밥 먹으러 가시죠.”
다행히도 근처에 밥집이 있어,
아침밥을 먹고 건물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오늘 타일 시공하는 인원은 총 5명으로,
저쪽에선 기술자2명, 조공1명, 그리고 우리쪽엔 나와 선생님 이렇게다.
“포천오야지께서 일 좀 해달라고 해서 왔는데,
저도 사실 여기 현장 상황을 잘몰라요.”
“우리도 아까 와서 잘모르니까
일단 들어가서 확인이라도 해보려고 했는데,
못들어간다고 막으니까 현장 확인을 못햇어요.”
저쪽 기술자분께서도 포천오야지분의 부탁으로 오셨지만
현장이 어떤상황인지는 잘 모르시는 모양인거 같았다.
“잠깐만요.
제가 일단 여기 인테리어 담당자한테 연락을 해보고
확인 해볼게요.”
저쪽 기술자분께서 지금 현장의 인테리어 담당자 전번을 아시는 모양인지
건물 안으로 들어가셨다.
그렇게 들어가셨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니
나오셔서 우리에게 오셨다.
“사장님, 현장이 여기 건물 1층 끝쪽에 있더라고요.
파벽돌 붙이는거랑 안에 주방 타일 붙이는건데,
사장님이 파벽돌 붙여주세요. 저희가 주방쪽 할께요.”
“네, 그래요.”
그리하여 오늘은 파벽돌 붙이는작업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난 벽타일만 한다고 하면 조금 기쁘다할까 하는게,
연장을 많이들고 갈 필요가 없다.
기본적으로 바닥타일 깐다고 하면,
압착통, 물통, 믹서기, 그리고 고데등등 들어가는게 최소한 구루마 2대 이상은 싣고 가야한다.
근데 오늘같이 파벽돌이면 게다가 본드바리니까
파벽돌 자르는 그라인더커터기와 본드바리용 얇은고데와
국자하나 정도만들고 가면 된다.
평소에 파벽돌 하면 커팅할때 먼지가 너무 나와서
항상 청소기를 들고다녔지만,
오늘은 현장내에 집진기가 있어서
이것마저 가져갈 필요가 없다고 하니 더 기쁘다.
오늘은 정말 본드통안에 고데하나 국자하나 그라인더 하나
이 정도만 들고가면 되니 현장가는 길이 즐겁다 ㅎㅎ.
일하기 싫어지네
항상 그렇지만 1군업체 현장을 가면
신분증을 맡기고 출입증을 끊게된다.
그리고 안전모 착용에 이것저것 설명을 듣게되는데,
후~ 사실 나도 이제 좀 치쳤나보다.
안전모 쓰라고 하니까 귀찮다.
가뜩이나 열도 많은데,
안전모쓰고하면 더워죽지.
하지만 다행히 현장에 대형 선풍기도 있고
에어컨도 나오는거 같아 크게 덥지는 않았다.
“안전모 착용 해주세요.”
현장 담당자들이 출입하는 작업자들 보며
안전모 쓰라고 아우성들이다.
「네,네」 건성으로 대답하고 쓰기 싫은 안전모를 그냥 써본다.
“출입증 보이게 목에걸어서 빼주세요.”
‘아~ 진짜 가지가지 하네 거.’
귀찮게 시리 정말 여러가지 시킨다. ㅎㅎ
PT 타고 파벽돌 작업
선생님은 일단 파벽돌 붙일곳을 보시고,
어디서부터 치실지 마크를 하시고 작업준비에 들어가신다.
“저기 파벽돌 있더라,
아까 걔랑 같이 좀 들어 갖고 와.”
“예”
다행히 자재가 우리 공사할곳 바로 앞에 놓여 있었기에
크게 힘쓸일없이 필요한만큼 파벽돌이랑 본드를 들고 날랐다.
“자 PT 잡아봐.
일단 이쪽 부분부터 쭉 치고 나가야지.”
“네.”
PT 를 가지고 측면쪽을 가려고하는데,
마침 그근처에 바닥 타일 까시는분들이 작업중이셨다.
“어어! 안돼요. 안돼
거기 바닥타일 깐지 얼마 안됐어요.
아직 거기 밟으시면 안돼요.”
“이거 어제 한거 같은데?
어제 했으면 굳었겠구만.”
선생님은 타일을 확인해보시고 괜찮다는걸 확인하셨다.
“이거 괜찮아요. 다 굳었어.”
작업자분은 그래도 안된다며 PT를 옮기지 못하게 하셨다.
“아니, 일하러 온사람들한테 일못하게 하면 어떻게해요?
우리 지금 이거 타고 여기 위에 붙여야 하는데!”
선생님이 살짝 짜증을 내시니까,
해당 현장 담당자께서 오시더니 확인후 작업하라고 허락하셨다.
“반장님 대신 지금 이 뒷쪽은 하고 있으니까,
여기는 밟으시면 안되고요.”
“예예 알았어요.
밀어 이리”
“예”
PT를 밀고 고정시킨후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이쪽부터 본드 발러 내가 붙일테니까.”
“네”
이렇게 본드를 발랐다가
파벽돌이나 본드가 다 떨어지면 밑에서 가져다가
PT 에다 올려놓고를 반복했다.
그러다 틈이나면 나도 파벽돌 들고
선생님이 붙이신거 옆에다 쭉쭉 이어 붙였다.
“이거 잘 보면서 메지 간격 잘 보고서 붙여.”
“네, 선생님”
확실히 파벽돌은 크기가 제각각이라
나같은 초보가 붙여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조금 나오고 삐뚤어져도 이거 자체가 그런 모양이기에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를 않는다. ㅎㅎ
“이거 좀 잘라와.”
선생님께서 파벽돌을 잘라오라고 하시는데,
평소같으면 그라인더 커터기로 대놓고 잘라서
금방금방 편하게 자르는데,
오늘은 그라인더커터기 없이 일하는거라
일일히 다 마크해놓고 그라인더로 다 잘라냈다.
그래도 그렇게 애먹지 않은게 파벽돌은 쉽게 잘라져서
큰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확실히 장비가 있으면 편하다는걸 다시한번 느꼈다.
선풍기의 힘
현장 자체는 덥지 않았는데,
확실히 내가 열이 많은가 보다.
PT 타고 일하다보니 바로 조명 밑이라 뜨겁기도했다.
‘아, 안되겠다 선풍기를 틀어야지.’
PT 밑에 있는 선풍기를 트는데,
바람이 엄청나게 쎗다.
틀자마자 자기가 내뿜는 바람에 밀려 선풍기가 뒤로 밀려나간다.
“오오오!
안돼안돼!”
발로 겨우 움직이는 녀석을 막아 고정시키고
꺼놧다가 본드통을 대놓고 다시 켜놓았다.
‘후 ~
이제 안움직이네.’
고개를 PT쪽으로 향해놓고 다시 PT에 올라타 일하니 시원한게
일하기 너무 좋았다. ㅎㅎ
“야, 이거 차란다.”
PT에 뭔가 고리끈같은게 걸려있는데, 뭐하는데 있나 싶었는데,
안전조끼를 입고 거기에 고리끈을 연결시켜 혹시나 PT에 떨어지더라도 크게 다치지 않게 안전사고를 예방 하는거였다.
“이건 아시바정도 타는사람이나 차는거지.
이런거 까지 차라고 하네요 고작 요정도 PT 타면서.”
“차라니까 차 그냥.”
저 좁은 PT 안에 선생님과 나 둘이서 왔다갔다 작업하면서
되려 저 고리끈이 꼬여서 더 위험하단 생각은 나만 한건가.. ㅎㅎ
여튼 저것때문에 이동이 힘들어서 짜증이 살짝 났다.
이래서 선생님이 1군 현장 잘 안가실려고 하시는구나 ㅎㅎ
바닥 미장
그렇게까지 넓은 면적이 아니라서 점심먹고 조금 일하다 파벽돌을 다 붙였다.
“우리 다 붙였어요.
이제 뭐 할까?”
“예, 그럼 사장님 이쪽 주방바닥에 들어갈
바닥 좀 잡아주세요.”
“알았어요.
너 물 나오는곳 찾아서 물 좀 떠와.”
오늘은 물통도 꺼내지 않았기 때문에
구루마에다가 본드통이 실리는 만큼 실어 통마다 받아서 물을 날랐다.
지금 글쓰면서 느끼는거지만 그냥 이때 물통 꺼낼껄 그랬다.
이렇게 왕복 한 3번인가 4번했던거 같은데…
그냥 정리하고 꺼내기 힘들어도 꺼낼껄 그랬나…
마음같아선 내가 이 주방바닥도 한번 해보고 싶었지만
구배를 주면서 잘 물이 빠져 나가게끔 작업해야 했기에
아무말없이 레미탈 들어 날라다 붓고 물뿌리고 했다.
“이쪽 에 한포 더 놔라.”
“예.”
내가 레미탈들고 와서 부으면 선생님은 바닥을 펴시며
물이 빠져나갈수있는지 이곳저곳 잘 살펴 보시면서 긁어내시고 하셨다.
“여기 좀 더 부어.
그리고 저쪽에다 물 좀 뿌리고.”
레미탈 부으면서 흙먼지가 일어나지만 그래도 현장환경이 좋아,
먼지가 나도 장치가 빨아드리고 해서
크게 흙먼지가 자욱하게 끼거나 하지 않아 불편하지 않았다.
작업종료
퇴근시간이 다 되자 연장을 닦고 챙겨서 차에 실었다.
오늘 연장 내린게 아주 소량이라 구루마 하나에 다 싣고도 남았다. ㅎㅎ
이런적 처음이라 뭔가 되게 어색하고
현장에 뭔가 두고 온거 아닌가 싶기도 해 좀 이상했다.
보통 기술자들은 이정도만 챙겨가지고 다니신다고들 하던데 ㅎㅎ.
마지막에 바닥잡느라 마스크껴서 얼굴에 자국이 났다.
여태까지 마스크끼면서 이렇게까지 찐하게 자국이 남은적은 없는데,
내가 끈을 너무 새게 조였나?
뭐 어쨌든 열심히 일한 흔적이니 부끄럽거나 창피하지도 않네 ㅎㅎ
현장에 나오기전에 저쪽 기술자분께서는
마지막으로 벽 헤링본작업을 하고 계셨는데 되게 이쁘게 잘하시는거 같았다.
저런거 하는걸 뒤에서 잘 보고 배워야 하는데,
다음번에 또 같이 일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수고하셨습니다. 사장님.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아이고, 오늘 뭐 바빠서 내가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했네.
미안해요. 수고했어요.”
안챙겨주셔도 좋습니다.
헤링본 가르쳐주세요 ㅎㅎ.
그리고 조공분께서도 알고보니
내가 사는동네랑 크게 멀지 않은곳에 사시는분이셨다.
“아 거기 사셨구나.
가깝네. 나 그 근처 살아요.”
“아 그러셨군요.”
“혹시나 길가다 보면 서로 아는척하고 그래요. ㅎㅎ”
“네 ㅎㅎ
오늘 수고 많이하셨습니다.”
기술자 분도 그렇고 그 밑에서 배우시는 조공분도 그렇고
되게 친절하고 좋은 느낌의 분들이셔서
일하는 동안도 그렇고 마지막까지 기분이 좋았다.
종로 빈대떡
오는길에 종로 시장통 들려서 빈대떡을 먹었다.
아니 녹두전인가.
사실 딱히 이걸 좋아하거나 하지는 않은데,
여기 지나가면 꼭 이거 먹어본다고들 해서 오늘 생각도 난김에 한번 먹어봤다.
“저거 고기전이랑 녹두전 셋트로 나오는거 하나 주세요.”
“막걸리는 안드시고?”
“예, 전 만주세요.”
이거 8천원쯤했나.
혼자 포장마차에 전먹고 있어서 그런가 막걸리가 땡기네 ㅎㅎ.
시킬까 하다 현금이 없어서 그냥 전만 먹었다.
아, 근처에 친구놈 있었으면
불러다가 한잔하면서 얘기도 하고 그랬을텐데 아쉽구먼.
마지막에 막걸리한잔 못해서 아쉽긴 했지만,
여튼 오늘하루 좋은 사람들 만나서 기분도 좋고
일도 무난하게 처리한거같아 기쁘다.
노동일 끝나고 집에 가는길에 전 한장 먹고.
이런 소소한 재미로 살아가는게 얼마나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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