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일찍
오늘로 가로수길 미용실 3일차다.
오늘이 이 현장 마지막 날,
오늘이 지나면 이렇게 일찍 나와 연습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것을 알기에
어제와 마찬가지로 서둘러 집을 나섰다.
앞으로는 본드통에 한포 두포 개는게 아니라,
아애 압착통 하나를 다 개놓고 해야겠다.
어차피 적당히 상태봐가면서 물주면 돼니까.
‘좋아, 압착 상태도 아주 만족스러운 농도.
한장 붙여볼까’
하며 국자로 압착을 바닥에 퍼놓은다.
‘아! 너무 많은거 같은데…’
현장에서 일할때도 느꼈지만,
이렇게 사진으로 봐도 많다는게 보인다 ㅎㅎ.
‘괜찮아.
어차피 이 옆에꺼도 붙일꺼니까 남으면 옆에다가 밀어버리면 되지.’
고데를 들고 쓱쓱 긁어본다.
가로로 쓱쓱 긁다가 모서리쪽이 많은거 같아, 모서리쪽을 한번 쭉 그어본다.
‘이정도면 될라나..
아닌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기울여 압착 높이를 쳐다본다.
‘될거 같은데..’
타일을 들어 압착위에 조심히 올려놓는다.
놓자마자 끝에쪽 부분이 압착이 부족해 죽어있다.
“에이씨!”
운이좋게 놓자마자 죽었다는걸 알았으니 다행이지,
망치질 하다가 알게되면 타일 더러워지고 개고생한다. ㅎㅎ
방금 올려놓은 타일을 다시 가볍게 들어 올린다.
바로 올렸더니 역시 고데질한 흔적이 그대로 깔끔하게 남아있구먼 ㅎㅎ.
아까 옆에 두었던 압착을 고데로 긁어 담아 모자란곳에 주고 재차 고데질.
「쓱쓱」
요리저리 긁어보고 한손으로 들고 있는 타일을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망치를 들고 타일 모서리 사각을 이곳저곳 살펴보며 통통 쳐본다.
이렇게 치다보니 옆장과 단차가 없이 깔끔하게 잘 붙었다.
오늘도 한장 붙이는데 이렇게 힘들다. ㅎㅎ
얼굴 만면에 흐르는 땀을 팔로 훔쳐내고 안도의 한숨을 푹쉬었다.
“어우~ 야!
타일 하나 붙이는데 아주 사방에다 다 묻혀놓네!
왜 일을 만드냐? 어!”
만약 선생님이 이 타일을 보면 어김없이
이렇게 호통치시면서 한소리 들었겠지. ㅎㅎ
깔끔히 잘붙이는게 중요하다고 선생님만이 아닌
다른 기술자분들도 말하지만 정말 쉽지 않은거 같다.
게다가 지금 처럼 붙였다 땟다 하면
어쩔수 없이 이렇게 압착을 다 묻히게 되는거 같다.
한숨 돌렸으니 바로 다음장으로 이어서 붙여야지 ㅎ.
다음장도 깔끔히 붙여야 하는데 역시 쉽지 않다.
시간이 오래걸린다 해도
메지간격을 일정하게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서
타일 붙인후 바로 쿠사비를 꽂고 망치로 모서리를 치며 간격을 맞췄다.
역시 선생님이 하시는걸 보는것과 내가 직접해보는건 천지 차이다.
언제쯤 나는 압착 양을 잘 줘서 한방에 붙일수 있을까..
이렇게 3장을 붙이고 다시 붙이려고 할때쯤
선생님께서 메지오야지 연락처를 주시며 현장으로 모시고 오라고 하셔서 나갔다.
메지 오야지를 다시 만나다
어제 메지 아줌마 부른다고 하셔서
평소에 우리가 부르는 메지 아줌마가 오는거라 생각햇는데,
그 아줌마는 바쁘신가보다.
대신 저번 구리 미용실 현장에 오셨던 메지 오야지께서 오셨다.
메지오야지 첫만남 포스트 보기 :
“안녕하세요.”
“어, 일찍 나왔네?”
“예, 미리 준비좀 해볼려고요. ㅎㅎ”
“아이고, 그랬어?”
“선생님께서 곧 도착하신다고
일단 식당에 들어가서 밥시켜놓고 계시라고 하셨거든요.
일단 식당으로 가시죠.”
메지 오야지를 모시고 식당으로 갔다.
메지기술자가 되기 까지
“제 주변에 나이가 좀 있으신 여자분들이
메지배우고 싶다고 하시는분들이 되게 많더라고요.
저번에 저희 작은어머니가 도배배우고 계신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사실 그때 말씀듣고
그냥 저희 작은어머니도 도배말고 메지하셨으면 하거든요.”
“그래?”
“네, 근데 메지는 어떻게 오야지를 만나나요?
저 지금 타일 하는거는 인터넷같은걸로 통해서 오야지만나곤 하거든요.
저도 그런 케이스고요.
근데 메지는 딱히 그런게 없는거 같더라고요.”
“그럼, 메지는 쉽지 않아.
누가 가르쳐준다고 선뜻 나서는사람도 없어.”
“그러니까요.
어떻게 하시게 된건가요?”
“나도 메지부터 시작한게 아니야.
나도 원래 타일 조공으로 시작한거야.
신축 칸띠기 하는곳에서 조공생활부터 했어.”
“대단하시네요.
여자분이 타일 조공하시는거 정말 쉽지 않으실텐데.”
“아이고, 먹고 살라면 어쩔수 있겠어.
나도 나이를 먹고 시작한거라 쉽지 않았어.
근데 이 악물고 한거야.
타일 데모도 하면서 메지 넣어보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메지쪽으로 빠진거야.”
“아, 역시 메지를 처음부터 하신건 아니였군요.”
“그렇지.
요즘 중국애들이 많잖아?
그런 애들은 팀으로 움직여.
그래서 신축현장 하나 들어간다고 치면
메지 기술자 2,3명정도 들어가고 배우는애 한명 껴서
이렇게들 보내곤 하더라고.”
“아, 저희도 간간히 중국메지 아줌마들 부르는데,
그렇게 시작들을 하는거군요.”
마침 선생님께서 오셨다.
“사장님 왔네.”
“안녕하세요.
오랫만이예요. 아줌마”
오랫만에 만난 선생님과 메지오야지는 서로 안부를 물으며 근황등을 알렸다.
메지 작업전
“아줌마, 일단 여기 화장실부터 치고 나와야 할거 같애요.
홀은 첫날 우리가 좀 해놨거든요.”
“알았어.
근데 아이고 이거 타일에 본드 다 묻혀있네.
굳어서 이거 잘 떨어지지도 않겠구만.”
“에이, 내가 좀 닦아가면서 하라고 했더니
그냥 붙여놓고 갔나보네.
아 진짜.”
“어쩌겠어, 내가 다 닦아가면서 해야지.
이렇게 본드묻히고 메지골 제대로 안파고 내비둔상태서 굳으면
메지도 거칠어져.
그래서 항상 타일붙일때 이쪽도 신경써야 돼.”
오늘 메지 오야지께서 와주셔서 다행이신거 같다.
메지 기술자가 아닌 나나 일반 타일공이 이거 메지할라고 햇으면
아마 쉽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유가를 대놓고 해야돼
“아~ 이거 안맞네.
이래서 유가를 대놓고 함빠 재야돼.
아 참..”
기술자분들이 어제 바닥 붙이셨을때는 유가가 없어서
짐작을 하며 재단하셨던 모양이다.
“안되겠다.
너 이거 까고 다시 유가 대놓고 다시 잘라와.
다시 붙여야지.”
“네.”
결국 타일을 깨고 바닥에 있는 압착도 싹다 긁어 냈다.
그나마 어제 한거라 쉽게 까지고 긁어져서 다행이다 ㅎㅎ.
그리고 다시 재서 재단후 선생님께 드려 다시 붙였다.
“아이고, 역시 화장실에서 일할라니까 덥네.
선풍기 같은거 없어?”
“아… 저희 선풍기가 없어서 그냥 없는대로 일했거든요.
그래서 엊그제 기술자분 토하고 죽을라고 하셨어요.
전 두번 쓰러졌고요 ㅎㅎ.”
“아이고~
이 더위에 선풍기 하나씩 틀어놓고 해야돼.
난 항상 갖고 다녀. ㅎㅎ”
“짐 가방 따로 없으시던데 선풍기를 어떻게…”
“요거. ㅎㅎ
요게 아주 좋아. 시원해.
난 요거는 항상 챙기고 다녀.”
저걸로 얼마나 시원해지신다고…
제가 좋은놈 하나 구비해놓고
다음 현장오실때는 시원하게 일하실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이 짐만 늘어난다고 절대 사지 말라고 하셔서요 ㅎㅎ.
물 내림의 중요성
한참 일을 하고 점심을 먹고나서 돌아오는길에 선생님께서
지하주차장을 보시더니 말씀하셨다.
“저거 장마 오고 그러잖아, 100mm 씩 쏟아지고.
그런걸 고려해서 물을 잘 빼주게끔 만들어야돼.
구배만 준다고 중요한게 아니야.
물 빼는것도 어떻게 빼느냐 이것도 중요한거야.”
선생님께서 간혹 화장실 작업을 하시다보면,
업자분께 꼭 알려주는 한가지가 유가와 트렌치의 유의점이다.
“이거 유가 작아서 안돼.
아무리 얼마 물 안쓴다고 해도 모른다고.
막상 물쓰다 보면 물이 많아서 물을 잘 빼게끔 유가도 좀 넓은거 써야 하는데,
유가 작은거 써서 물이 안빠지는경우가 있어.”
물이 고이지 않게 구배를 줘서
물을 유가나 트렌치쪽으로 흘러내리게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처리해주는 물내림 장치도 중요하다.
메지는 기술이다
오늘은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함빠부분만 남아서
그래도 어제, 엊그제 보다 조금 여유가 있었다.
함빠 재단하면서 틈틈히 메지 오야지가
메지 작업하는걸 슬쩍슬쩍 쳐다봤다.
메지를 넣으시면서 닦아내시는게 역시 내가 하는거랑은 차원이 다르다.
“저는 메지를 잘못해서 항상 깨지거든요.
어떻게 하면 메지를 잘 넣을수 있을까요?”
“메지는 닦는게 기술이야.
메지는 뭉탱이로 넣고 막무가내로 쑤셔 넣어도 돼.
닦는걸로 잘하면 커버가 돼.
닦는걸 잘해야 메지가 깔끔한게 이뻐.”
“닦는것도 중요한거 같은데,
저는 말씀하시는대로 스폰지를 꾹짜고
한번씩 쓱 문대도 시멘트가 묻어있더라고요.
좀처럼 깨끗해 지지가 않아요.”
“메지도 장비가 좋아야돼.
이 스폰지도 좋은놈 써야돼.
타일에 맞는 스폰지가 있어.
나 오늘 갖고온놈이 나는 딱 좋더라고.
이걸로 이렇게 한번 딱 짜고 쓰윽 한번 문대고~”
메지 오야지가 쓰는 스폰지를 만져보니,
타일공구집에서 파는 스폰지는 아니였다.
그냥 쇼파에서 폭신폭신한 스폰지 같았는데 모르겠다.
닦는것도 기술이니까 한번 듣고 봤다고
바로 오야지처럼 똑같이 할수있는게 아니겠지.
역시 메지는 기술이다.
작업종료
오늘로서 메지까지 모든 작업이 종료되고,
타일시공이 마무리 되었다.
가로수길에서 일하는 덕분에 이쁜 아가씨들도 많이 봐서
눈도 호강하고 정말 좋았다. ㅎㅎ
다행히 건물내에 주차장도 쓸수 있어서
딱히 주차로 애먹는경우도 없었고,
그리고 오늘 메지오야지를 만나게되서
메지에 대한 이런저런것들도 알수있게 돼서 참 좋았다.
이걸로 연습 해라
“에이씨, 타일이 많이 남았네.
너 이걸로 연습할래?
집까지 배송해줄께 ㅎㅎ”
“그러면 좋은데 괜찮나요?
여기 인테리어업자분이 별로 안좋아하시지 않을까요?”
“어차피 나도 여기 미용실 타일 쓰다 남으면 집에 가져갔다가 보관하고
필요할때면 집에있는거 다시 가져와서 붙이고 그러는데뭐.
야, 게다가 난 보관료도 안받고 운송비도 안받고
서비스로 해주고 있어 ㅎㅎ.”
그렇게 말씀은 하셨어도 좀 그러셨는지,
담당자분께 전화해서 상황보고를 말씀드리고
남은 자재 가져간다고 된다고 허락을 받았다.
감사하게도 선생님께서는 야간까지 하시고
날 집앞까지 데려다 주시고 타일자재도 같이 주셨다.
집에 화장실타일이 별로 맘에 안드는데
앞으로 열심히 연습하고 실력을 다져서
우리집 화장실을 이걸로 붙이도록 해야지 ㅎㅎ.
최문혁
•7년 이전
안녕하세요. 타일 기술 관련 글 올리신거 보고 연락드립니다.
저는 85년생 현재 식품 쪽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과도한 업무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타일 쪽 기술을 배워보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 쪽에 아무런 지식이 없어서 이렇게 올리신 글을 보고 쪽지 남깁니다.
궁금한 것 몇가지를 정리해서 여쭤봅니다.
1. 일을 배울 수 있는 선생님? 사장님?은 어떻게 찾을 수 있나요?
– 제가 건설업 쪽은 아는 인맥이 일천하다보니 어떻게 찾아야 할 지 감조차 잡히지 않네요.
2. 처음 일을 시작한다면 보수는 어떻게 되나요?
– 저는 이제 막 결혼한지 3개월된, 다시 말하자면 이제 막 가장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을 배우면서도 어느정도 보수, 월 200 정도는 벌어야 현재의 빛이나 가정을 유지할 수 있을꺼라
생각하는데요. 열심히 일한다면 일을 배우면서도 월 200만원 정도는 벌 수 있나요?
3. 타일 기술자로 시작하기 위해,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할꺼라 생각하는데요. 추천할 만한 책이 있으신가요?
4. 기술을 훔쳐 배운다라는 표현을 많이들 사용하시더라구요, 눈 대중으로 지속적으로 보면서 기술을 습득하는 건가요??
일단은 이상 4가지 정도가 궁금증입니다.
타일 기술자도 매우 힘든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일한 만큼, 그리고 노력한 만큼의 보상은 있는
합리적인 분야라고 생각이 되서 이렇게 염치불구하고 자문을 구해봅니다.
부디..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blog-admin
•7년 이전
1. 글쎄요.
보통 타일의 경우는 네이버카페 인기통이나 밴드를 통해 조공자리를 구하곤합니다.
혹은 인테리어가게나 타일가게에 발품파는방법도 있을거 같습니다.
2. 죄송합니다만 개인정보 및 급여부분은 오픈하지 않습니다.
조공자리를 알아보시면서 찾아보시면 아실거 같습니다.
3. 책보단 일단 유튜브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타일시공 관련된 글들을 보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은 어느정도 일을해보고 보시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4. 기술자가 자신의 기술은 안가르쳐준다고들 합니다.
옆에서 기술자가 하는작업등을 자주보면서 자신도 그에맞게 연습을 해 자신의 기술로 만드는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기술자가 아니라 명확한 답변을 못드리네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시는 열정에 진심으로 응원하는바입니다.
다른분들도 많이 여쭤보시는 부분입니다만,
급여부분은 본인이 어느정도 각오를 하고 가시는게 좋을거라 생각합니다.
오야지마다 다르지만 박하게 주시는분이 계시는방면 충분히 잘주시는분도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깊이 생각해보시고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최문혁
•7년 이전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