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자연인
오늘은 구리미용실 마지막 작업날이다.
어제 바닥타일 다 붙이고,
오늘은 내부에 파벽돌 남은거 조금 붙이면
타일 붙이는작업은 모두 종료가 될거다.
오늘은 일찍 퇴근할거라는 생각에 다소 들뜬마음으로 현장에 도착하니,
현장 바로앞 나무앞에 못보던 버섯들이 피어나있다.
“어, 어제만 해도 이거 못본거 같은데,
하루만에 이렇게 필수가 있나요?”
“글쎄..”
선생님께서는 버섯 냄새를 맡아보시더니
“이거 먹을수 있는거다.
냄새 맡아보면 알아.”
“아.. 그래도 안드시는게 좋을거 같아요.
뭔가 불안하잖아요.
함부로 괜히 집어 먹다간 ㅎㅎ.”
“내가 전에 버섯 공부를 했었어.
책사다가 보고 해서 버섯을 알지.
이건 먹어도 되는거야.”
난 그래도 선생님은 말려 버섯을 못따게 말렸다.
선생님은 본인이 뭔가 흥미 있거나 관심이 있는 부분이라면
그 부분에 대해 지식을 쌓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하시는 타입이시다.
참 좋은 자세라고 생각하지만,
이런분들이 제대로 무언가에 꽂히면 심각해질정도로 그것에 심취해서
어떤경우는 말려도 쉽사리 꺽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다행히도 선생님은 그정도는 아니며,
게다가 안좋은 부분이 아니라
좋은 취미쪽으로 이렇게 흥미등을 갖고 계셔서
나로선 보고 배워야 할 점도 많은게 있다.
나도 선생님처럼
타일일에 경력이 쌓이고 노하우가 쌓이면
선생님처럼 무언가 재미있는거 빠져 즐기며 살아가고 싶다.
맞아, 벤조가 있었지
그러고 보니 벤조가 있었네.
이건 회사다닐때 취미를 가져보겠다고 비싼돈 주고 산건데,
가방에서 안꺼낸지…. 1년은 넘었을듯…
전에 징글벨 easy 버전은 나름 띵가띵가 하면서 쳤었는데,
이젠 다 까먹었다. ㅎㅎ
아 정말 잘 치고 싶은데,
마땅히 칠여유가 없구나.
게다가 이제는 손도쉽게 안접혀서,
줄 튕기는것도 아프겠지…
나름 열심히 해보겠다고 넘버링 스티커까지 붙였는데…
쉬는날에 진짜 한번이라도 잡아봐야지.
더이상 감 잃기 전에.
잡아놓은 감도 없긴하지만 ㅎ
메지 기술자 3명
오늘은 메지 기술자만 3명이 투입된다.
파벽돌 메지 기술자 2명, 타일 메지 기술자 1명.
파벽돌 메지는 타일메지와는 완전히 달라,
메지 넣는법 자체가 다르다.
두께도 타일메지는 커봣자 대략 2mm에서 3mm 정도 인데,
파벽돌은 보통 1cm 이상인거 같다.
메지 넣는 고데도 「ㄱ」 자로 구부려진 메지고데로 쓱쓱 문데면서 넣는거라
흔히 알고 있던 메지아줌마들이 일하는거랑 느낌이 다르다.
언젠가 파벽돌 메지도 배워야 하는데,
기회가 왔으면 좋겟다.
공기를 맞춰야 돼
“오늘 가구 들어오고 이팀저팀 다 들어오고 하면 정신없어.
메지 기술자들 불러서 빨리빨리 끝낼수 있으면 끝내야돼.
그래야 같이 일하는사람들끼리도 편하고,
위에 인테리어 업체도 좋아하고.”
사실 메지 기술자 3명이 온다는말을 들었을때
「되게 많이 부르셨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가구가 들어온다는 말씀듣고 「그러셨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ㅎㅎ
여태까지 몇몇 현장에서도 느꼇지만,
가구 들어오면 현장이 어떻게 되는지 잘알기에
가구 들어온 이후 작업은 불가능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가구 오기전에 모든 공정은 반드시 끝내야 한다.
게다가 전기팀, 금속팀 등
여기저기서 사다리 타고 전기선 따고 하다보면
정말 정신도 없고, 작업하는 자리 비켜주기 어려우니까
가끔은 트러블이 일어나곤 한다.
메지 오야지를 만나다
“오늘 메지 아줌마는 다른곳에 사는 아줌마 불렀어.
이 아줌마는 자신이 메지 배워갖고
가까운지인들 메지 가르켜서 메지기술자로 키웠어.”
“대단하시네요.
메지 오야지시네요. 메지오야지”
“아줌마들 메지 배워서 하면 좋지.
지금 저 아줌마도 나이가 많은데
꾸준히 월에 최소 300씩은 찍어.”
“중년여성이 월에 300 이상 벌어가는 정말 흔치 않은데 말이죠.”
“그럼.
야, 어떻게 버냐.
아줌마들 식당가서 일해도 얼마 못벌어 그거.
빡센건 또 얼마나 빡센줄 아냐.
아우 죽어그냥.”
“역시 기술이 최고네요.”
최근에 작은어머니가 도배를 배우시고 계시는데,
사실 나도 메지를 배워보시라고 권하고 싶은마당에
오늘 메지 오야지를 만나서
이것저것 물어볼수 있을거 같아 정말 잘됐다 싶었다.
오늘은 메지 오야지 데모도도 할수 있으니
무릎보호대를 단단히 차고
이것저것 어떻게 하시는지 틈틈히 옆에서 봐둬야 겠다.
도배는 눈이 좋아야 돼
“아줌마 오랫만이예요.
잘 계셧어요?”
“잘 지내지. 요즘 바뻐.
어때, 요즘 일 많어?”
선생님도 오늘 보는 메지 오야지분을
오랫만에 만난지 안부부터 서로 물어가며 근황을 전하기 시작했다.
“조수 바뀌었네?”
“네, 전에 걔는 지금 다른데 가있어요.”
“그랬구나.
그 친구 일 열심히 잘하고 타일 잘붙였었잖아.”
“네, 지금 단데가서도 잘하는거 같더라고.”
선배님 이야기를 하시는거보니
선생님과 같이 작업 안하신지 꾀 되신거 같다.
선생님께 파벽돌에 본드를 발라 건네 드리며,
한켠으로 메지오야지께 물어보았다.
“저희 작은 어머니가 최근에 기술을 배워보려고
도배를 배우고 계신데요,
힘든일을 해보지 않으신분이신데 괜찮으실까요?”
“나이가 어떻게 되는데?”
“글쎄요. 50대 중반정도 실꺼예요.”
“도배는 나이먹으면 힘들어.
50넘으면 못해.
눈이 좋아야 하거든.”
“눈 이요?”
듣고계셧던 선생님은 손바닥을 무릎으로 치시며 깨달으셨다.
“그러네!
도배할라면 눈이 좋아야지.
도배지를 덧붙이면 안돼거든.
벽에 도배지 붙일때 잘라서 옆과 옆사이에 딱 붙게끔 붙여야돼.
한면이 위로 올라오게 붙이면 안돼는거야.”
“아 그렇네요.”
“그리고 그것도 힘들어,
우마타고 계속 왔다갔다가 하면서 도배지 들고 붙여야 돼지.
보통일 아니야.”
역시 노가다판에 어느하나 쉬운일은 없다.
그래서 노가다에 속하는 일인거고.
“그래서 저는 타일 해보니까 아주머니들 다들 메지 하시는거 보고,
사실 작은어머니도 도배보다 메지 하셨으면 좋겠거든요.
다른 메지 아줌마들보면 늦게 시작하신 분들도 더럿계시고.”
“이거 배워놓으면 좋지.
근데 이거 할라면 처음엔 진짜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먹고,
덤벼 들어야돼.”
“네.”
“그리고 이것도 쉽지가 않아.
나도 이걸하면서 몸 많이 안좋아졌어.
처음 시작할땐 나도 고생 많이 했어.”
이 메지오야지분도 그렇고
같이 자주일하는 메지아줌마도 그렇고,
타일공과 마찬가지로 메지하시는분들도
무릎이나 어깨등이 많이들 안좋은거 같다.
무거운것만 들지 않을뿐,
되려 타일공보다 무릎꿇거나 잔손가는일이 더 많은게 메지라
더 몸이 안좋아 질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의지에 달렸어
메지오야지는 날 보시더니 선생님께 부러워하시는 눈치로 말씀하셨다.
“그래도 참 보기좋네.”
“뭐가요?”
“이렇게 열심히 하려고 하잖아 젊은사람이.”
“아니, 지가 하겠다고 나서서 이거 하는건데 열심히 해야죠 뭐.”
“아이구~ 다 그렇지가 않아.
내가 아는사람
딱 이 친구만한 나이인데
내가 아는 타일 오야지한테 소개시켜줬어.
일 좀 배워보라고.”
“그래요?”
“어.
근데 몇일 하다가 그만두더라고.
안맞데. 힘든지 못하겠다고 하더라고.”
“다 그런거예요.
자기가 할맘이 있어야지.
시킨다고 되나?
지가 배워보겠다고 덤벼들어야돼요. 이것도”
“생각해봐.
내가 아는 기술자인데,
내가 소개시켜준거니까 잘해주지 않았겠냐고.
근데 그거 못버티고.. 에휴..
그래도 이친구는 보니까 열심히 하는게 보기 좋네 좋아.”
역시 어떤일이든 자신하기에 달렸다.
자신의 의지나 생각과는 다르게
남이 권하거나 추천해서 하는거라면 이일은 오래못갈거 같다.
그렇게 자그마한 흥미나 호기심이 있다고 해서
배울수 있는 일이 아니기때문이다.
나는 비록
「반드시 타일을 배워야 한다.」 라는 사명감까지는 가지고 시작한게 아니지만,
어찌됐던 힘들어도 일을 즐기고 있으며,
보람을 느끼고 행복해 하고 있다.
만약 동기부여가 덜 된 상태에서 시작한다면
힘들지만 일하다가도 일하는 재미를 알아가고 느껴야
이쪽일도 오래, 또한 재밌게 할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임금은 다 같이 올라가
선생님은 이 메지오야지를 오랫만에 불러서 인지
임금에 대해 물어보셨다.
“아우 뭐야, 또 올랐어?
남에 일을 안나가니 평균 단가가 얼마인지 내가 알수가 없네.
알았어요. 맞춰서 드릴께요.”
역시 임금은 한분야만 올라가는게 아니라,
여러분야 다같이 올라가는거 같다.
파벽돌 메지
“파벽돌 메지도 넣어야 하니까,
압착통 하나 더 꺼내고,
본드통 몇개 깨끗한걸로 꺼내서, 형님한테 드려.”
“네, 선생님”
오늘 파벽돌 메지 기술자로 오신분들은
일전에 미용실에서 파벽돌 메지 넣으실려고
몇번 오셨던 반장님과 그 친구분 이셨다.
“형님, 이거 믹서기로 해서 개드리면 되지?”
“아니야. 내비둬.
통만 꺼내 주면 돼.
나머진 우리가 알아서 할께.”
파벽돌메지 반장님은 메지를 개시는데
굳이 믹서기를 쓰지 않고 삽으로 직접 퍼서 개신다.
한분은 개시고 한분은 레미탈이나 물을 들고 양을 조절하시며
메지 시멘트를 개신다.
일일히 믹서기 안쓰시고 개시는거 보면
파벽돌 메지는 개는것이 정말 중요한가보다.
역시 기술자
처음에는 두분이서 아시바 타고 외관 파벽돌 메지를 넣으시더니,
어느샌가 금방 끝내고 실내 파벽돌 메지 작업을 시작하셨다.
한손에는 메지 시멘트를 한손에는 메지고데를 들고,
메지골에 메지 시멘트를 적당히 넣고 메지고데로 쓱쓱 넣으시는데,
무슨 로봇마냥 엄청 빠르고 이쁘게 넣으신다.
메지의 두께가 일정하게 들어가야 하는데,
그런것을 다 감안해서 메지고데로 쓱쓱 문지르시면서 작업하신다.
그렇게 문지르시다보면
자연스레 바닥에 메지 시멘트가 떨어지는데,
한면을 다 넣고 자리 이동할때쯤에
빗자루로 한번 정리 하시고 마무리 하신다.
“잠깐 나 PT 좀 이리 댕겨줘”
“네, 반장님.”
경력많으신 두 반장님이라서 그런지
구경할틈도 없이 금방금방 메지를 넣으셨다.
그리고 내가 옆에서 데모도 해드릴거도 딱히 없었다.
메지 넣는거 옆에서 한번 쭉 보고 싶었는데..
모두의 힘이 필요해
밑에 파벽돌 까지 다 붙이고,
선생님과 나는 장비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인테리어 팀장님이 오시더니
보일러 빼야 한다고 좀 도와달라고 하셨다.
사진으로 봐도 느껴지겠지만 엄청 큰 보일러다.
아마도 미용실에서 쓰는 온수용 보일러겠지.
맨 처음에 이 현장 왔을때 이거 옮겨야 한다고 해서
4명이서 구루마에 끙끙대고 올려놓았는데,
현장 마지막 작업날에 드디어 이녀석을 버리고 가게 되었다.
버리는건줄 알면 애시당초 아애 버릴껄 괜히 실내 자리만 차지하게 두었었네..
“여기 좀 도와주세요. 여러분들”
인테리어팀장님의 호소에
전기팀, 샷시팀, 타일팀, 가구팀 다들 달려들어 보일러를 들었다.
“하나 둘셋에 듭니다.
하나 둘 셋!”
역시 여럿이서 드니까 힘도 안들고, 안전하게 건물 옆에다가 세워놓았다.
보니까 보일러겸 물탱크 같은데,
만약 우리집에서 저거 쓴다고 하면
한번 만수시키면 일주일간은 뜨끈뜨끈하게 온수로 샤워하겠지 ㅎㅎ.
저거 고물상이 가져가면 돈 꾀나 될거 같은데 ,
먼저 줏어간사람이 임자 ㅎㅎ.
작업종료
결국 보일러까지 빼고 작업이 종료 되었다.
요즘따라 현장갈때마다 느끼는거지만
확실히 선생님이 연장을 많이 싣고 다니신다.
“우리꺼 물건 다 빼냈어?”
“네, 다 했고 이제 전구등만 빼면 됩니다.”
“어, 가서 빼와 가게.”
우리는 철수하지만 전기팀 금속팀 가구팀등
이제서야 작업시작하는 팀이 많았다.
“죄송합니다.
저희 지금 철수해야 돼서, 전구 철수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며 큰소리로 공지를 알렸다.
그리고 전구선을 뽑으니 한순간에 현장자체가 어두워졌다.
일에 집중하느라 공지에 무심했던 사람들이
두리번거리며 「정전인가?」 하는 얼굴로 쳐다 봤다.
“죄송합니다. 저희꺼라서.
저희 지금 철수하거든요. 수고하세요.”
파벽 메지는 남겨두고
“형님, 저희 먼저 가볼께요.
이거 마무리 지시고 퇴근들하세요.”
파벽메지 다 넣을라면 시간이 좀더 걸릴거 같아,
반장님께 맡기고 우리는 퇴근했다.
선생님과 반장님의 친분이 두텁고
신뢰를 할수 있는 사이라서 이렇게 맡겨두시고 퇴근하신거겠지.
나도 선생님처럼 경력이 쌓이면
이렇게 실력있고 일도 맡겨줄수있는 친구나 동료가 있을까..
앞으로 일 열심히 배우는것도 소흘히 하지 않아야겠지만,
그렇게 배우면서 다른팀 사람들과도 더 친하게 지내면서
친분을 쌓는것도 열심히 해야겠다.
그래야 나도 선생님처럼
저렇게 다른분야 필요할때 일해달라고 요청할수 있을테니까.
Doltyou
•7년 이전
안녕하세요
다름이아니라 저도 이 일을 배워보고싶은 사람인데요
처음에 조공으로 가서 일을한다고 생각하면
필요한 기본 복장같은 장비 뭐뭐있어야할까요
안전화/장갑작업복/마스크/
보니까 무릎보호대도 하셧던데 그런것도 미리 챙겨둬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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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이전
위에 말씀하신 그정도만 있으면 될거같습니다.
타일을 하시려하신다면 커터칼, 싸인펜, 헤라정도 소지하고계시면 더좋으실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