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차! 깜빡 졸았다.
정류장을 4정거장쯤 앞에 두고
나도 모르게 깜빡 졸고 눈을 떠보니,
처음보는곳으로 버스가 향해 가고 있었다.
‘오, 씨발! 빨리, 빨리 내려야지.’
“이번 정류장은 XXXXXX.
XXXXXX입니다.
다음정류장은 XXXXXX …”
말 그대로 자리에서 파워기상한후,
눈을 비비고 버스 정류안내판을 보니,
내려야할곳과 몇 정거장 차이 안나는곳에 위치한 곳이였다.
다행히 은평뉴타운은 은평구 끄트머리쪽에 있는거라,
내려야할 버스정류장도 종점에 가까운위치에 있다.
계속 졸았다고 해도,
다시 돌아오는데 크게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것이다.
후~ 그래도 간간히 이런 실수를 하게 되면 가슴 철렁이게 된다.
시간약속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것
사실 살다보면 이런저런 경우에 의해,
지각을 할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지각하는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일에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더욱 더.
물론 내가 지금 배우는 입장이라 그렇게 생각하는것도 있지만.
이전에 회사생활할때 자주는 아니지만,
몇번 지각을 한적이 있었다.
근데 사람이라는게 참 우습고도 간사한게,
지각을 처음했는데,
아무런 눈치도 안받고,
주변 분위기도 대충 넘어가는 식이면
나도 모르게 안심하게 된다.
‘죄송합니다.
내일은 제 시각에 맞춰올게요.’
하는 얼굴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곤 업무를 시작한다.
이런 태도가 습관이 되어버리면 곤란하다.
나 하나로 인해 팀 혹은 부서, 크게는 회사분위기가 흐트러지고,
회사내의 기본 매너,
아니 사회인으로서의 기본 매너를 안지키게 되는것이다.
「시간약속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것」
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업무처리 능력이 뛰어난다고 해도,
이런 시간약속을 못지키는 사람들은 난 인정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라도 혼자서 다 하는일이란 있을수 없다.
개인보다는 팀,
모든일은 협업으로 이루어져 결과물이 나오기에
팀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은 하면 안된다.
그래도 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
난 항상 출근을 여유롭게 하기 위해,
아니 출근을 낭만있게 하기위해,
알람을 집합시간에 비해 아주 넉넉하게 일찍 잡아둔다.
그래서 대개 아무 문제없이 교통편을 이용해 도착하면,
보통 집합시간 40분전쯤에 도착하게 되는게 부지기수다.
난 오늘로 타일공 54일째지만, 단 한번도 지각한적 없다.
아니 단 한번도 집합시간 10분 이전까지
도착하지 않은적이 없다.
회사생활때 관두기 한, 두달전부터 이런식으로 출근을 해서 그런지
업종이 바뀌어도 크게 힘들거나 하지 않다.
그래서 오늘 현장에 도착했는데,
도착하니 내가 제일 먼저 나왔다.
뭐 부터 할까 하다 일단 평탄클립부터 제거 하기로 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툭툭 차서 빼내야 되서,
은근 걷기운동이 된다. ㅎㅎ
반가운 메지아줌마
“오늘 메지아줌마 불렀으니까,
우리 타일 붙인거 봐서
위에 물건 같은거 있으면 좀 치워주고.
음…
그리고 아줌마 작업해야 하니까,
본드통 깨끗한거 두개정도 갖고와서
물 담아 쓰라고 대야옆에 내비두고.”
“네, 선생님”
오늘 이 현장을 마무리 하는날이라 메지아줌마가 오시기로 한거 같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선생님은 메지아줌마에게 잘해주시는거 같다.
뭐..
내가 다른 기공분, 오야지분이
메지아줌마들 대하는거를 못봐서 그런지 몰라도,
선생님은 메지아줌마 오는날이면,
메지아줌마가 최대한 편하게 작업할수있게 타일위에 물건 치우는건 물론,
메지골 파내는거나 타일 청소하는것등
다 깔끔하게 해놓으라고 신신당부하신다.
“내가 우리 메지 아줌마 안지 한참됐어.
10년이 넘었지..
내가 예전에 메지아줌마한테 낙지도 먹이고 그랬어.ㅎㅎ
처음에 보더니 징그럽다고 막 못먹겠다고 하는걸 일단 먹여봤지.
한번 먹어보니까 맛있다고 잘 먹데 ㅎㅎ.
그래서 간간히 일하기전 날 낚지잡으러 가서
그 다음날 현장에서 나눠서 먹고 그래.”
메지아줌마는 되게 재밌으시다.
말도 재밌게 하시고, 일도 잘하시고, 성격도 좋으시고.
“아이고, 오늘 총각이 타주는 커피마시나?”
“총각이 타줘서 그런지 커피가 맛있네. ㅎㅎ”
이런 농담도 하시고,
일했을때 경험담도 들려주시고.
같이 일하다보면
이런 얘기 듣는 재미에 시간도 금방가고
힘든것도 잊게된다.
아줌마, 오늘 꾹꾹 눌러 담아야돼
“아줌마, 오늘 타일 크잖아?
그러니까 신경써서 꾹꾹 눌러서 담아야 돼.
안 그럼 빠져.”
“네, 알았어요.
나도 타일을 보니까 이거 한번으로 안되겠더라고.
내가 신경써서 넣을께요.”
메지 아줌마는 타일을 유심히 보면서 선생님께 물으셨다.
“여기 뭐.. 타일 들어간곳은 다 하는거예요?”
“아니, 지금 여기는 넣어야 하고,
우리가 작업 한곳중에….”
“알았어요.
그럼 일단 3층.
거긴 다 됐으니까 거기부터 해야겠네.”
그러시면서 메지 작업도구 챙기시더니,
3층으로 바로 작업하러 가셨다.
이야~ 타일 정말 이쁘네
선생님과 나는 어제에 이어
2층 남은 타일쪽을 붙이는데 정신없었다.
“타일 붙이면 헤라로 주변 긁고,
타일 위에 묻은 시멘트 이런거 스폰지로 다 닦아내.”
“네, 선생님.”
이렇게 한장씩 붙이면서 닦고 평소와 다름없이 작업하고 있는데,
3층에서 메지 작업 다하고,
메지 아줌마가 물도 갈을겸,
우리 작업하는곳으로 내려오셨다.
“우와~ 타일 진짜 이쁘네.
이렇게 이쁜타일 처음봤네.
사장님 이렇게 큰 타일 하고 그러면
실력도 인정받고 그런거 아니예요?
이런 큰거는 붙이기 어렵다던데.”
“에이, 무슨.
전에도 큰거 좀 붙여보고 그랬어.”
알게된지 오래된 메지아줌마도 선생님이랑 일할때는
거의 600각 바닥타일이나
화장실 300각짜리 붙이시는 모습만 보셨던거 같다.
사실 선생님도 이 현장에서 일했던 첫날
타일 사이즈 보고 항상 해왔던 사이즈가 아니라
살짝 긴장 하셨던거 같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머리를 좀 쓰면 다 된다며 크게 어려워하시지 않고,
평소 작업하시는데로 진행하셨다.
선생님의 오랜 경험이 빛을 바랜거다.
드디어 2층까지 완료
메지 아줌마가 3층 끝내고 1층 작업이 어느정도 진행되고 있을때 쯤,
2층에 붙여야 타일을 다 붙였다.
‘아, 드디어 끝이구나. 후~’
물을 한모금 들이키고 이마에 땀을 닦아내는데,
“여기 바깥에 있는 연장들은 실내에 놓고,
넌 그라인더랑 전기선 끌어가지고 화장실로와.
내가 나머지 가져갈테니까.”
끝난줄 알았는데 아직 화장실 작업이 있나보다.
화장실에 타일 다 깔려있던데…
면치기
“그라인더 문 앞쪽에 다가 설치하고,
밑에 가보면 에폭시 있어,
좀 가지고 와.”
화장실에 벽, 바닥타일은 다 붙여져있는데,
짜져 있는 다이에 타일을 붙여야 하는 땜빵거리가 있었다.
선생님은 간간히 테라조 작업할때 하셨던 면치기를 하셨다.
그라인더로 끝에 부분을
저렇게 45도쯤해서 깍아내는 작업인데,
이렇게 해서 서로 타일간의 맞붙는 간격을 일정하게 맞춰서
보기 좋게 딱 붙인다.
“으음… 여기에 받칠만한게 없네.
너 나가서 옆쪽현장이나 우리쪽에 쓰다 남은
다루끼 있으면 몇개 좀 챙겨와.
그리고 차에 가서 톱 챙겨오고.”
다루끼를 몇자루 챙겨와 놓고,
항상 벽타일 하듯이,
에폭시 개고, 타일에 붙인후 선생님께 전달하면
선생님이 다이에 붙이셨다.
“이거 봐 봐라.
이걸 할때도 메지선을 맞춰서 잘라내야돼.”
“네.”
“자, 이거 타일 안내려오게 잡고 있어봐.”
타일을 다이에 붙이고 흘러내리지 않게끔,
다루끼로 타일을 고정시킨다.
“자 됐다.
이제 연장 챙겨 나와.”
장판 작업
화장실에서 나오니 장판팀에서 작업에 열중이셨다.
이 장판도 잘 깔리게 미리 바닥 청소를 싹하는데,
방수빗자루로 엄청 깨끗하게 쓸어 내시는 모습이
정말 간단해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전에 우리처럼 바닥 상태를 먼저 보고,
안되면 그라인더로 바닥을 매끈하게 잡아내는건 기본이다.
저것도 장판과 장판사이에 겹치거나 부족하지 않게
틈 없이 잘 잘라내야 하는데 저것도 보통 작업이 아닐꺼다.
“야, 그쪽 장판작업해 놓은곳이니까 밟으면 안돼!”
“네, 선생님.”
선생님은 혹여나 내가 연장 옮기다가 밟을까봐 주의를 주셨다.
이쁜장판이라 그런지
저렇게 보양작업 해놓으니까 더 비싸보인다.
다른방 구경하니까
여긴 나무마루 느낌에 장판인거 같았다.
장판도 역시 퀄리티가 다르구먼.
보면 볼수록 멋져.
나중에 기회되면 장판기술자분과 얘기도 좀 해보고
친해지고 싶다.
맛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벽타일 할수있게
고데랑 그라인더랑 믹서기 작은거만 챙겨서 이 옆집으로 가자.
땜빵하나 해줘야 하네.”
같은동네에 근처 집도 여기 소장님이 맡아서 지어놓으신거라
벽타일 땜빵해주기로 했다.
집주인께서는 고마워 하시며,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셨는데,
처음 보는 아이스아메리카노였다.
“죄송해요.
얼어있는거라 괜찮으실지 모르겠어요.”
“감사합니다.”
실은 저 얼은거 좋아합니다.
감사합니다.
작업종료
옆집 땜빵까지 다 해놓고 드디어 작업이 완료 되었다.
6일간의 모든 공정이 다 끝났다.
처음에 2층 미장한거 보고 개고생하겠구나 싶었는데,
어찌되었던 무사히 별탈없이 현장작업 종료를 해서 다행이다.
“반장님,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어, 그래. 수고했어.”
작업반장님은 아직 일에 한참이셨다.
자재나 전기 들어오는거등..
작업반장님이 일을 잘해주셔서,
우리도 타일시공 하는데 훨씬 수월했다.
요 몇일간 같이 일하면서 서로 땡볕아래서 고생했는데,
이제 못 볼 생각하니 아쉽다.
「그래도 또 다른 현장에서 이런 좋은 작업반장님 같은분을 만나겠지.」
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달랜다.
집이 최고다
일을 마치고 집에오는길에
콩물을 사서 할머니한테 콩국수를 부탁했다.
할머니는 고생했다며,
맛있게 콩국수를 만들어 주셔서
시원하게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오늘 현장 마친기념으로
동생이 사다놓은 나초칩에 맥주 한잔 마시면서,
간단하게 이번 현장의 종료를 축하했다.
후~ 이렇게 나를 위해 요리를 만들어주고,
안주도 사놓고,
역시 집이 최고다.
이렇게 시원하게 하루를 마치고,
내일은 다시 미용실 현장에 갈 준비를 하며,
포스트를 마감한다.
에폭시 ㅠ
•7년 ago
재밌는 환경에서 일하셨군요
저는 벽도 800X1200 짜리 붙이더니 바닥도 같은 사이즈라 압착만 죽어라 개고 있네요 ㅎㅎ 이름을 에폭시ㅠ에서 압착ㅠ 로 바꿀까 봐요
항상 안전주의하시고 글들 잘 보고 있습니다
blog-admin
•7년 ago
압착이 좀더 멋진거 같습니다 ㅎㅎ
더위 조심하세요
저 오늘 더위먹고 쓰러졋습니다
메이
•7년 ago
글 잘 읽었습니다. 22살인대 배울점이 많네요. 응원합니다.
blog-admin
•7년 ago
감사합니다.
응원에 힘입어 더 열심히 살아야 겟 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