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중요해
어제까지 이 건물의 화장실 벽타일이 다 끝나고,
선생님께서도 에폭시에 해방되셨다.
“선생님 어제 병원 가보셨어요?”
“어, 에폭시독이야.”
“좀 쉬셔야 하는거 아니예요?”
“어떻게 쉬냐? 일 해야지.”
지나치게 부푼 눈두덩이에
평소엔 절대 병원에 안들리실거 같은 선생님도
결국 걱정되셨는지 큰병원에서 진단을 받으시고 오셨다.
어떻게 보면 다행일수도 있는 결과다.
에폭시 독이니까 에폭시작업만 멀리하면 낫겠지. 약 먹으면서.
만에 하나 뭔가 큰 병이였다면 병이 호전되기만을 기다리며,
침대에 누워야 할 처지였을지도 모른다.
일당받으며 일하는 입장
“죄송합니다.
몸상태가 너무 안좋아 도저히 계속 일할수가 없을거 같습니다.
병원 좀 다녀오겠습니다.”
“어디 왜?
뭐 잘못먹었어?”
“아뇨. 그런거 같지는 않은데 열이 너무 나고..”
“어 그래.
얼른가봐.
내가 위에다 말해줄테니까.”
“네. 감사합니다.”
회사생활 하며 흔치 않지만 1년에 한번있을까 말까할정도로 급작스레 엄청난 고통이나,
멀미등으로 일을 할수없는 경우가 있었다.
월급받아가며 조직내에서 일하는 회사원이였을때는,
상사에게 현재상황을 보고해 긴급으로 치료를 받는다거나 휴가를 얻는다거나 했다.
비단 부상만이 아닌 휴가나 다른경우에도 휴가원이나 병가등의 결제를 올려,
휴가를 받게 되거나 하곤했다.
그리고 노동일을 시작한후..
“으아~ 허리 죽겠네 아주..
어제 좀 쉬었다 할껄, 빨리 한다고 괜히 날랐다가 이렇게 된건가.
아아~”
간혹 일끝나고 집에 돌아온후,
혹은 기상시 이렇게 고통을 호소하곤한다.
두손을 바닥에 집고 겨우 몸을 비틀어 업드린자세에서 힘들게 몸을 일으켜세워
일어나려고 하는데,
그순간 허리, 어깨등 순식간에 고통이 쫙 퍼진다.
으아아아! 아 씨발 아퍼 뒤지네 진짜.
아이구이구
간신히 일으켜 세운몸에 굽어진 허리를 조심스레 쫙 펴본다.
으이 씨 으아아
자연스레 탄성이 나오며, 오른손으로 허리를 받친다.
‘니미, 그래도 나가야지.
아프다고 일 못하겠다 하면 누가 돈을 주는것도 아니고,
「그거 갖고 아프다고 징징대냐 !?」
하고 한소리 듣기만 할수도 있고.’
일당으로 받으면서 일하는 노동자의 삶.
결코 만만치 않다.
아직 내 나이 30대인데 벌써부터 이러니 정말 갑갑하기도 하다.
저렇게 편의받으며 유급휴가까지 받아가는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오래오래 걱정없이 일하고 싶다고 뛰쳐나와 하게된 노동자 삶.
이렇게 일한지 아직 1년도 안되었는데,
벌써부터 통증을 호소하고 있으니…
이래서 오래할수는 있을까..
어떻게보면 차라리 회사내에 푹신푹신한 의자에 앉아
에어컨바람 때로는 히터에 가 주는 온도에
안락하게 일하는게 더 낳았을수도 있을텐데.
기술자마다 다르다
“오늘부터 바닥해야 하니까,
일단 레미탈 갖고와서 바닥에 부어”
“네.”
그렇게 선생님은 항상 하시듯이 레벨기로 바닥 잡을곳을 체크하며,
나는 레미탈로 구석부터 듬성듬성 레미탈을 옮겼다.
“아니, 거기는 한포면 돼.
그 옆쪽에서 부터 이어서 쭉놔.”
“예”
다행히도 바닥이 크게 깊진않아서 레미탈이 많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바닥이 깊으면 일하는사람들 입장에서는 많이 피곤해진다.
레미탈을 많이 옮겨야 하는것은 물론이고,
바닥을 잡은후 물을 주어 양생시키고 나면 부분부분 꺼지는 경우가 많다.
이건 기술자가 바닥을 어떻게 잡았느냐 에 따라 차이가 있을수도 있지만,
내가 여태까지 경험하고 봐왔던걸로 봐서는 크게 다른건 없다.
물을 많이 주든 작게주든 레미탈에 물을 주어 바닥을 굳힌후,
밟으면 꼭 움푹패어 들어가는곳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현상은 바닥이 깊을수록 더 자주 일어나기에,
일하는사람 입장에서는 바닥이 깊지 않기를 바라는게 보통이다.
물론 레미탈 계속 들고 날르고 해야 하는
나같은 조공은 더 바라고 ㅎㅎ.
“선생님, 저기서 부터 물뿌릴까요?”
“어.”
선생님이 잡아놓으신 순서대로 조루에 물을 받아 바닥에 뿌린다.
그리고 어느정도 충분히 물을 주고 굳었다 생각되면,
전체적으로 바닥에 파이거나 튀어나온곳을 정리하는 시아게(仕上げ : 마무리) 작업을 진행한다.
오늘은 시다지(바닥잡기) 작업만
“선생님, 바닥 잡으셨으니까 이제 타일까고 압착갤까요?”
“아니야, 오늘은 바닥만 싹 다 잡고,
내일 타일 붙일꺼야.”
“네.”
작업해야하는 화장실 칸수가 한두칸 정도가 아니기에,
오늘은 아애 바닥 잡는데만 집중하시기로 하신거 같다.
“레벨기랑 줄자, 그리고 뭐 필요한것들 옆방에 옮겨놔.
바로 가서 또 해야 하니까.”
“네”
선생님은 바닥 마무리작업에 집중하시느라 정신없으셨다.
항상 그렇듯,
선생님이 바닥잡을때 일하는순서에 맞게 단도리를 해둔다.
화장실 바닥 잡으실때 사용하시는 레벨기, 줄자 그리고 수평대, 펜등.
딱딱 구성품을 화장실 입구쪽에 두고,
혹시나 어두우면 등불을 가져다가 천장쪽에 달거나 해서,
작업준비를 갖춰놓는다.
“여기 시아게 다 했으니까,
저 뒤쪽서부터 물 한번 다시 쭉뿌리면서 나와.”
“예.”
“저 뒤쪽 좀 깊으니까 물좀 넉넉히 주고,
그렇다고 너무 주지는 말고 알지?”
“예.”
혹여나 마무리된 바닥이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다시 옆화장실로 들어가신다.
만족하시는 주점오야지
이야 아주 제대로 정석대로 하는구만
크하하
선생님이 바닥 작업하시는 모습을 보시고
주점오야지께서는 만족하시는 모습으로 바라보며 말하셨다.
선생님은 바닥잡는데만 집중해 그런 주점오야지에게 반응할 틈도 없다.
“여기서 부터 레미탈 부어라.”
“네.”
선생님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나는 레미탈을 들고 나르기 시작했다.
“허허, 레벨 다 찍어가면서 그렇게 바닥 잡는게 정석이지.
아주 제대로 해.”
주점오야지는 선생님이 바닥잡는 방식에
매우 만족하는 모습이신가보다.
난 다른 기술자가 구배주는 바닥 미장작업 하는걸 못봐서 그런지.
주점오야지가 왜 저렇게 흡족해 하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렇게 선생님과 나는 바닥작업하는데만 집중하며 칸마다 이동하며 바닥을 채워 나갔다.
기술자마다 다르다
점심밥을 먹고 나서 항상 그렇듯 커피를 타 한잔씩 돌린다.
“사장님, 여기 커피요.”
“어 땡큐.
커피 한잔 마시고 하자~”
깔끔반장님은 오늘도 역시,
담배를 물으시며,
한손에는 토치를 들고 에폭시 작업으로 더러워진 헤라를 청소하고 계셨다.
“너네 사장은 바닥만 잡는거야?”
“네.
오늘은 바닥만 잡고,
내일부터 타일 붙이실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참.. 무슨일을 그렇게 하냐.
에휴.”
“…”
깔끔반장님은 선생님과 작업하는 스타일이 많이 다른거같다.
그래서 그런지 여지껏 깔끔반장님 일하시는걸 보면 선생님과는 많이 다르다.
일하는 방식도 그렇고,
생각하시는것도 그렇고.
흔히 기술자들 끼리 자주 말하지만,
다 사람마다 틀려
라고 하곤한다.
똑같은 현장, 상황에 있어도 기술자마다 서로 일하는 순서나, 방식등이 다르기 마련이다.
심지어 선생님께 배운 선배님조차도 작업하는게 다르다.
어떤게 정답이라고 확정할순 없겠지만,
각자 자신이 경험해왔던 현장일을 바탕으로 노하우를 쌓아 잡혀져있는 일하는 방식이기에,
그것을 이렇다 저렇다 두둔하긴 어려운거 같다.
나도 언젠간 기술자가 되면 나와 다르게 일하는사람들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워 한다던가 하는 상황이 생기겠지.
쉽지는 않겠지만,
나는 내가 남들을 이해하기 어려워할수는 있을 망정,
남들이 나를 이해하기 어려워하지는 않게 노력해야지.
그러기 위해서는 나보다 더 경험많은 기술자, 조공들과 같이 어울려 일하고,
그시람들이 일하는 스타일을 하나하나 따라해보며,
그 안의 장점을 골라내 내것으로 만드는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 할거다.
지금까지 조공생활을 해보면서 느끼는거지만,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 일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것은 바로 벤치마킹인거 같다.
어설프게 흉내 내는것이 아닌,
진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것.
내가 할수있을까….
작업 종료
“여기 레미탈 나온거 다 걷고,
이제 슬슬 정리 하자.”
“네 선생님.”
선생님이 시아게 작업을 하고 나온 마지막 칸에
젖은 레미탈 더미가 꾀 쌓여있어,
쓰레받이로 꾀나 걷어낸 후 에서야 비로소 아침부터 시작된 바닥 미장작업이 다 끝이났다.
“수고 하셧습니다.”
“어, 너도 수고했다.
연장닦고 가자.”
항상 그렇듯 연장을 닦은후,
작업해놓은 바닥 상태를 본다.
‘좋아…
이정도면 내일 내가 그냥 대충 고데질 하고 붙여도 될꺼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며,
그만큼 바닥 타일시공에 앞서
미장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한번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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