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그래? 그럼 걔내집서 보자.
뭐사갈까?
.
.
어? 알았어 그럼내가 고기 사갖고 갈께.
너네들이 알아서 술사와.”
추석이 지나고 친구네서 오랫만에 초등학교 동창모임을 했다.
확실히 나이가 드니까 사람을 사귀는것도 어려워지지만,
친구들과 연락을 하며 지내는것도 어려워 지게된다.
“꺼져 병신아 ㅋㅋ.
담배나 한대피고 가자.
불 있냐?”
“야, 근데 이제 어디갈꺼야?”
“뭐, 아무렴 갈데없겠냐?
술이나 한잔 더하지 뭐.”
어렸을때는 친구의 친구나 알바하던가하면 우연치 않게 비슷한 또래의 나이를 만나,
간단하게 친해지고 서로 먹고놀고 그랬는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한살 두살먹으면서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거나,
내게 선뜻 다가오는사람을 받아들이는게 그닥 유연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저 혹시.. “
어려워졌다.
먼저 말을걸때는 정중하게 「안녕하세요. 」로 시작하게 되고,
대화가 끝나면 「감사합니다. 」혹은 「죄송합니다. 」로 끝을 맺는다.
어렸을때는,
「저기요」로 시작했고,
「고마워요, 또 봐요」 로 끝났던거 같은데.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이런태도를 보이다 불쑥 혼이난적도 있고,
그 상황의 분위기에 맞지 않아 매우 곤란해진적도 있었다.
인연을 이어간다는 어려움
“와이프는?
애들은 잘 있고?”
“잘 크지.
오늘 마누라에 애들 둘 따돌리고 오느라 힘들었다. ㅎㅎ”
“야, 카톡사진 보니까, 많이컸더라.
부럽다. 나도 결혼해서 너처럼 그렇게 애있으면 얼마냐 좋을까.”
“야이 씨발, 솔로가 좋은거야.
결혼해봐 내가 내가 아니게 된다니까 ㅎㅎ.”
어렸을적 10살 11살쯤 같이 놀고 학교를 다니던 친구가,
이제는 어엿히 한가정의 가장이 되었다.
결혼한 친구들은 대게 연락을 하거나 만나는 횟수가 적어지는데,
고맙게도 이 녀석은 모임이 있으면
왠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나오려고 한다.
“야, 게임 할려고 왔냐?
오랫만에 친구들봤으면, 같이 노닥거리면서 술마시고 그래야지.
야! 패드놓고 빨리 이리와. ”
“어. 나 게임하러 왔는데?!
야, 와이프가 못사게해.
이럴때 이런 큰테레비에 맘 놓고 게임하지 언제하냐”
“아. 쌔끼! 진짜! ”
이놈은 친구보는거보다 게임하는게 더 좋은가보다.
그래도 좋다.
빼내기 힘든시간에,
얼굴비추고 떠들고 하는게 어딘가.
그리고 초등학교 동창이나 벌써 대략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연락이 끊긴적도 있어,
만나고 싶거나 근황을 알고싶거나 했는데,
나중에서라도 이렇게 알게되, 보면서 웃고 떠들고,
힘들때는 연락해서 위로도 받거니 주거니.
사실 지금 이 친구들을 이렇게 나이 먹어서 만나게 될줄은
정말 생각치도 못했다.
미안한 얘기지만,
초등학교시절에 단짝이라고 할정도의 느낌은 아니였는데,
막상 나이먹고나니 단짝이고 불알이고 그런거 없다.
부담스럽지 않은 친구가 가장 좋은 친구다.
우린 그냥 이렇게 만나고 얼굴보는것만으로도 반갑고 기쁘다.
별거 아닌거 일수도 있지만
인연을 이어간다는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여태까지 살아오면 이런사람 저런사람을 만나보고 연락하고 지내곤했는데,
그중에 여태까지 내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 가운데 최근 1년내 연락한사람을 걸러내자하면…
글쎄…
다행히도 이 친구들은 그안에 속해있다.
앞으로도 이 친구들과 이런좋은 관계를 유지해가야지 하면서도,
「이렇게 지낼사람이 얼마나 더 남을까…」 라는 생각에,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백화점은 귀찮아
어제 그렇게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떠들고 먹고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늘도 어김없이 약속장소에 시간맞춰 도착해 집합후,
아침밥을 먹고 출근도장을 찍는다.
“예, 몇분이시죠?”
“타일공사하러 왔고요, 4명이요.”
“어디 업체시죠?”
인테리어 업체와 작업내용과 인원 간단하게 말한후,
각 인원별로 출입기록부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적어두고
임시출입카드를 발급받은후에서야 출입을 허용한다.
흔한 백화점 및 대형업체의 공사현장 출근모습이긴 하지만,
때론 여기서 멈칫할때도 있다.
업체 담당자분은 어디계시죠?
항상 그렇지만 현장에 도착하는순서는 대게,
기술자 그후로 인테리어 업체담당자 순이다.
“담당자분이 와주셔야 출입층 발급해드립니다.”
선생님은 바로 담당자분께 전화를 건다.
“예, 어디예요?
.
예, 우리 지금 출입중끊는데예요.
.
예.”
다행히 이 현장 인테리어 담당자분은 출근을 상당히 빨리 하는편이라,
대개 우리와 비슷하거나 미리 와계시거나,
밤 새시거나 한다.
남들이 다 그렇게한다고 나까지 그러면 되냐
“저 화장실 들렸다 가겠습니다.”
“어.”
출입증 받은후,
화장실이 급해 화장실을 먼저 향한다.
소변을 보려는데,
사용하는 변기앞의 배관처리가 눈에 거슬린다.
“…”
남들이 다 그렇게 한다고 나까지 그러면 되냐
선생님이 자주하시는 말씀중하나다.
(신용공구 홈페이지에서 퍼온 제품사진입니다.
위법시 삭제하겟습니다.
원본출저 http://www.sinyong09.com/product/detail.html?product_no=504&cate_no=66&display_group=1)
화장실공사를 자주하는편이 아니지만,
할때면 반드시 사용하게 되는게 다이아몬드 홀쏘다.
“자 여기 따와.
여기 가운데 맞춰서 구멍파내면 돼.”
사실 이 구멍파내는 작업을 할때는 상당히 번거럽다.
홀쏘가 달린 그라인더를 꺼내 작업을 하긴하지만,
구멍을 따는데도 시간이 걸리는건 물론,
그라인더를 따로 챙기고 다녀야 한다는것도 상당한 번거로움이다.
우린 다행히 홀쏘전용으로 쓰려고 구매한 그라인더가 있어서 망정이지,
홀쏘 날 뺐다 꼈다 하는경우는 진짜….
“선생님 여기요.”
“어. 줘봐.
.
. 어 됐다.”
메꾸라로 살짝 튀어나온 배관에 타일을 붙여보고,
구멍이 잘 파였나 확인후 안파이면
옆으로 조금씩 더 따던가 해서 꼭 원형으로 파시게끔한다.
“이렇게 하니까 얼마나 깔끔하고 좋냐?
진짜 화장실하는 애들중에 열이면 아홉 다 그냥 네모낳게 뚝 파버리고 말어.
그래서 공사끝나고 나면 다 옆으로 구멍 삐져나오고,
얼마나 보기 싫냐?
남들이 그렇게 한다고 나까지 그렇게 할필요 없어.”
보이는 부분은 신경써서 처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구멍딸때마다 느끼는거긴 하지만,
‘그냥 네모낳게 작게만 파내면 될거 같은데…’
라는 푸념이 드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물을 볼때마다,
진짜 홀쏘 써야겠구나…
라고 번뜩이곤 한다.
위에 자동감지 센서 따놓은것도 조금 보여 아쉽긴 하지만,
밑에 배관 구멍은 정말 크게 안타까운 부분이다.
전에 목조주택에서 담당하셧던 팀장님도 말씀하셨지만,
사람들에게 보이는 부분은 분명히 신경써서 처리해야 한다.
각자 위치로
오늘 현장에서 일하게 된 인원은 4명,
선생님, 강남반장님, 선배님 그리고 나다.
오랫만에 와서 그런지,
나름 자재정리를 하고 갔는데 뒤죽박죽 개판으로 보인다.
“너는 여기 홀바닥 붙인거 끝으로
저기 남은쪽 바닥 잡아서 끝까지 붙여.”
강남반장님은 남은 바닥을 붙이시게 되었다.
“너는 여기 벽타일 이쪽 붙이자.”
선배님은 선생님과 함께 주방쪽 벽타일을 붙이기로 하셨다.
“우리 작업할수 있게 타일 좀 날라서 까고, 정리좀 하고.”
그리고 나는 세분이 작업할수있게 단도리 작업부터 시작한다.
선생님의 작업지시에 갑작스레 분주해진다.
“여기 레미탈 좀 날라야 겠는데?”
“네, 잠시만요.”
강남반장님의 요청에
대략 바닥 상태를 보고 어느정도 감으로 레미탈의 개수를 짐작해 날른다.
“어, 일단 이정도면 될거 같애.”
나름 이쁘게 레미탈을 날르고 강남반장님의 보조가 끝나자마자,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정리 좀 해가면서 해라
“여기 타일 좀 가져와라.”
“예”
가볍게 몰탈 나르기로 땀좀 빼니,
바로 타일을 들어나르게 된다.
커터칼로 박스를 따고 타일만 들고 날르다가 선생님께서 한 말씀하신다.
“야, 정리좀 해가면서 해라.
저게 뭐냐?
차곡 차곡 쌓아가면서 해.
꼭 잔소리 하게 만드냐?”
“예”
정신없이 타일 나르느라 박스처리는 뒷전이였는데,
듣고 나서 차곡차곡 개서 한곳에 쌓아놓는다.
다들 그렇지만 타일 데모도 하면,
타일 박스까거나 압착시멘트, 몰탈 포장지등 까서 나르거나 붓거나 해서
정신없이 이곳저곳 널부러지기 쉽상인데,
차곡차곡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게 좋다.
나도 최근에는 차곡차곡 정리해놓는데,
오늘은 빨리빨리 일처리해야 한다는 조급함때문인지,
생각없이 그냥 휙휙 던져 버렸네.
앞으로는 좀 더 침착하게 일해야 겠다.
“본드도 몇통 아애 들고 와.”
“네.”
선생님은 간간히 선배님과 강남반장님의 작업 진행모습을 보며
혹시 이상있나 체크하면서 벽타일을 붙여 나가셨다.
단도리 할때는 앞을 내다봐야된다
벽타일, 그리고 강남반장님이 붙이실 마루타일등
우선적으로 필요한 타일부터 싹다 까놓고,
배치해드린 후 현장을 정리 한다.
타일박스부터, 바닥잡는다고 몰탈 까놓은 포장지부터
다 포개놓고 한곳에 쌓아둔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고 혹시나 지금 바로 지원해야 할것이 있나 이곳저곳 본다.
‘압착 개드린게….
저정도면 저거 다 깔수 있는 양이고.
본드가…
새거 세통정도 안에 있으니까 당분간은 필요 없을거고..’
급하게 데모도 해야 할 것들은 다 되었음을 확인하고,
물을 페트병체로 시원하게 들이킨다음,
앞으로 작업해야 할 부분의 단도리를 시작하기 앞서 추측을 한다.
항상 단도리 할때 느끼는거지만,
오늘 작업하는사람들의 인원을 보고,
작업 진행률을 보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을 할줄 알아야 한다.
선생님과 선배님 두분이서 주방벽을 붙이지만,
천고가 높은탓에 결코 진행률이 빠르지 못할것이다.
이에 반해 강남반장님은
비록 타일이 작은 마루타일에 바닥을 체우고 한다하여도,
붙이는 평수가 그렇게 많지 않기에
강남반장님이 다른쪽 파트를 맡게 될게 뻔하다.
‘선생님, 선배님 두분이서 저기 주방벽 계속 하실거 같고,
강남반장님이 여기 주방입구쪽 벽타일 붙이시겠네.’
주방입구쪽에 붙여질 벽타일을 어느정도 박스까놔 쌓아놓는다.
아니나 다를까 강남반장님이 마루타일을 다 깔고 나서,
주방입구쪽에 벽타일을 붙이게 되었다.
숨바꼭질 놀이
“너 차에가서 그거좀 가지고와.”
항상 그렇지만 우리는 연장이 너무 많아,
정리도 잘 안되는 편이지만,
현장들어가기 전 불쑥불쑥 튀어나는 예외상황들로 인해
잘 안쓰던 연장을 찾기 쉽상이다.
“예”
엘레베이터를 타고,
현장을 잠시 떠나 지하주차장으로 와보는데,
역시 타임스퀘어 답게 상당히 넓다.
“… 어디에 있었지.”
하도 넓어서 주차를 어디다 했는지 기억도 잘안난다.
‘잠깐만..
하역장을 나가서 보이는쪽으로 오른쪽을 지나…’
주변을 휙휙 둘러봐도,
전부 다 승용차들뿐 선생님 트럭이 안보인다.
“아, 짜증나는구만..”
가뜩이나 바쁜데 좀처럼 차가 보이지 않으니 조바심이 난다.
“이쯤.. !
저기있다.
아 옘병할거 되게 멀네.”
삐까뻔적한 승용차들의 흰검 가운데중
눈에 띄는 용달블루.
‘안되겠다 여기 지역이 어디야.’
핸드폰을 켜고 바로 사진을 한장 찍어놓는다.
‘진작에 이럴껄.’
가족여행하면서 큰 장소나 건물 주차장에 차세울때나 쓰던버릇을
일할때도 써야 한다고 느꼈다.
앞으로는 일하기전 조금이라도 규모가 있는 건물이라면
꼭 주차장사진을 찍어놔야겠다.
작업 종료
결국 오늘 주방벽쪽과 홀과 이어지는 바닥쪽 마루타일,
그리고 주방입구쪽 벽타일쪽을 붙이고 작업이 종료 되었다.
주방쪽은 천고가 높아서,
우마에 올라가서 작업하는거라 작업진척률이 평소보다는 더뎠다.
그래도 선배님과 선생님이
별탈없이 호흡을 맞춰 작업했기에 무난하게 잘 진행된거 같다.
강남반장님이 작업하신곳도 탈없이 진행되었는데,
깜빡하고 이쪽 사진을 못찍었다.
여튼 결과적으로 오늘 작업은 무난하게 진행되었고,
선생님 말씀대로 내일이면 메지까지 문제없이 끝날거 같다.
망할놈의 땀띠
“네, 들어가 보겠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다들 현장에서 떠나 인사를 드린후,
지하철을 타기전 항상 그렇듯 옷갈아입으러 화장실을 들린다.
얼굴 묻은 시멘트 가루와 먼지등을 찬물로 개운하게 닦아내고,
손에 묻은 본드 등을 거품 비누로 닦아낸다.
팔꿈치쪽을 보니 없었던 두드래기등이 일어나있다.
“아! 망할놈의 땀띠 또 시작이구만.”
가뜩이나 땀도 많은데,
피부에 좋지않은 시멘트가루 묻고,
독한 타일 본드 묻고 그러니 피부가 남아나질 않네.
후.
그래도 이게 내 업(業)인걸 어쩌나 ㅎㅎ.
오늘도 비록 병을 얻었지만 무언가를 배웠다는 확신을 갖고 집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