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1일
항상 맞는 이른 새벽 출근길.
오늘도 딱히 별다른일 없이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버스를 갈아타고 조용하고 어두운 길거리를 걸으며
나만의 출근길을 걷는다.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합정역에 도착하니,
집합시간보다 다소 일찍 왔다.
“오늘은 좀 빨리왔네. 어?”
버스정류장 옆에 광고판을 보는데
「오늘부터 1일입니다」
라는 문구가 쓰여져있다.
문득 내가 처음 타일을 시작하려고 했던 그날을 떠올렸다.
그때 처음뵜던 선생님의 모습,
첫 출근 설레는 마음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일어났는데,
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던 너무나도 감사한 응원의 덧글.
타일공 1일차 포스트 보기 :
그러고 보면 항상 그런거 같다.
시작이 중요해
어떤 일을 시작할때 시작이 가장 중요한거 같다.
나는 지금 하는 일이든 회사생활이든 알바를 했을때든
첫날이 어떻게 시작되는지가 그 일을 하면서 자기가 앞으로 어떻게 되가는데 큰 영향을 준다고 본다.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하다.」
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만이 아닌 인연 경혐등 처음이라는것은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거다.
첫날 일하러 갔는데,
말도 못하게 빡세거나,
생각치도 못하게 이상한 상사에게 호되게 당하거나.
이런 경우때문에 그 일이나 인연을 쉽게 끊은적이 있다.
내가 많이 모자라는구나
“또 그만뒀어?”
“그거 하나 못참고… 에휴”
어렷을적 할머니가 내게 종종했던 말이다.
나는 그런 핀잔을 들을때마다,
겉으로는 잔소리듣는게 귀찮은척 하지만,
속으로는
‘내가 많이 모자라는구나’
하며 내 자신을 많이 질책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자신감이 없어지고,
새로운 일, 인연을 시작하려고 해도
우선 겁부터 나서 선뜻 움직일수가 없었다.
“네, 합격 되셨고요.
다음주 월요일부터 근무하시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합격 통보를 받고도
마냥 기뻐하지 않을만큼 나는 자신감보다
겁이 많이 났을 만큼 주눅 들어있었다.
‘아, 내일인데.. 왜 이러지…
하다 힘들어서 포기 하면 어쩌지..
내가 생각했던거랑 다르면 어쩌지…’
경험에서 나오는 무엇
하지만 나는 지금은 다르다.
난 내가 이렇게 노가다에 적응할수 있을거라 전혀 생각치 못했다.
사실 노가다를 처음시작한 인력소생활에서도
위와 같이 쉽게 포기할거 같아 겁이 많이 났는데,
막상 해보니 지금 보이는 모습처럼 일을 즐겨가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금 와서 되돌이켜 보면 어떤것이든
「경험이 필요한거 같다」 라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쉽게 일을 포기하는것도, 자신감이 없는것도
아직 경험 부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혹시 이 포스트를 보는 여러분들 중에
나와 비슷한 처우를 맞게되는 분들이 계시다면,
‘내가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포기를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시고,
내 자신을 너무 호되게 꾸짓거나 낙담하거나 주저앉지 않으시길 바란다.
당신은 능력이 부족하거나 실력이 없는것이 아닌 경험이 부족한것일 뿐이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뭔가 큰 용기를 내어 새로운것을 시작하려고 하시거나,
어찌보면 피로, 힘든 일상에 찌들어 살고 있는 당신이
조금이나마 소소한 재미를 느끼면서 삶을 즐기려고 하는 사람일거다.
당신은 용기를 낼줄 아는 사람이고,
힘겨운 일상에서도 즐거움을 찾아내거나 즐길줄 아는 어엿한 경험자다.
횟집 벽타일시공
“오늘은 벽타일 붙이는건데,
평수도 그렇게 많지 않고 금방 끝낼꺼야.”
출근전 밥을 든든히 먹고 현장을 도착해보니,
모노타일과 본드 그리고 메지 시멘트가 준비되어있다.
모노타일은 글쎄…
내가 생각하기엔 타일 붙이는거중에는 가장 편한편 아닌가 싶다.
기본적으로 타일 사이즈가 어느정도 있기에,
몇장만 붙여놔도 어느정도 물량을 죽인거 처럼 보인다.
화장실이나 주방벽에 흔히 쓰는 벽타일등에 비하면,
몇배가 크기때문에 아무래도 그거 여러장 붙이는거 보다 이거 한두장 붙이는게 훨씬 수월하다.
메지 사이도 보통 1센치 정도 혹은 그 이상이기에 간격 맞추기도 편하고,
사실 나도 조금 연습하면 붙일수 있지 않을까 싶을정도 ㅎㅎ.
오늘 메지는 흔히 내장용타일에 쓰이는 탄성줄눈용 시멘트가 아니기에
고데메지 반장님이 오셔서 같이 작업해주셨다.
“형님, 여기 부터 작업할꺼예요.
여기에 박스 까서 우마 위에 좀 올려줘요.”
“알았어.”
난 몰랐는데, 고데 메지기술자분들은 자신이 할일이 없을때는
타일기술자 데모도를 해주신다.
항상 고데메지 반장님을 불럿을때는
타일을 다 붙였다거나
어느정도 작업을 시작해도 되는 상태에서 부르셔서 몰랐는데,
오늘 이렇게 작업안된상태에서 불른거라 처음 알았다.
“너는 우리 파벽돌 쓸때 쓰는 커터기 가져와서 셋팅 마저하고,
그리고.. 아니, 먼저 본드통 까서 여기 올려놓고 해.”
“네.”
“아, 참!
본드 바리 고데 주고.”
“네. 본드 고데가…”
“아니, 망치 부터 줘봐라.”
“망치가…
없는데요.”
“아, 내가 아까 안꺼냇나 보다.
차에가서 망치부터 가져와.”
“네”
항상 그러시지만 선생님은 바쁘시다. ㅎㅎ
스승님은 제자하기 나름이예요
그라인더 커터키와 청소기를 연결 시켜놓고,
각진 함빠나 조각을 내기위한 그라인더는
내 충전 그라인더를 꺼내 쓰기로 했다.
“야, 뭐 그런걸 돈주고사.
있는거를.
가뜩이나 차안에 자리도 없어서 비좁아 죽겠구만”
“선생님, 지금은 그러셔도 곧 저 녀석의 필요성을 절실히”
“필요성은 니미..
저건 얼만데?”
“말씀드릴수 없습니다. ㅎ”
선생님은 내가 연장사시는걸 그다지 좋아하시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산다.
선생님 연장은 뭔가 고장난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냥 내연장 깔끔하게 쓰면서 내손에 익히려고 ㅎㅎ.
초반에는 내가 공구벨트, 헤라 커터칼등 이런 기본적인 용품사시는거에도
별로 탐탁치 않아하셨던 선생님이시지만,
이제는
“야, 칼!”
“펜 어딨냐?”
“그것 좀 줘봐. 줄자.”
“헤라가 어디갔지…
니꺼 줘봐.”
내 연장이 필수가 되어버렸다. ㅎㅎ
https://youtu.be/jrXFaBNgucM
지금 30대인 독자라면 예전 고 최진실님의 유명한 광고를 알거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예요.”
스승님은 제자하기 나름이예요. ㅎㅎㅎ
모터타면 버리면 돼지
“이거 잘라와라.”
어느정도 모노타일을 붙이고 나서 함빠부분등을 재단해야 하는 상황.
오래된 고물 청소기가 모터가 맛이갔는지 빨아들일때마다 타는 냄새가 난다.
「부우우웅」
평소때보다 뭔가 많이 힘들어 하는 청소기의 목소리.
“선생님, 이거 모터 탄거 같은데요?
되게 불안해보이는데”
“그냥해!
어차피 차에 새거 있으니까 그냥 써!”
“냄새가 나는게 불안해서요.”
“그냥 하라고! 고장나면 버리면 돼니까!”
만류하는 고데메지반장님과 나를 무릎쓰고 하라고 하셔서,
불안하면서도 청소기를 켜고 그라인더질을 하는데,
「부우웅응…. 우으으」
하며 돌아가다 꺼저버렸다.
그 청소기에 연결해놓은 콘센트 1구도 같이 고장이 나버렸다.
“선생님, 이거 안돌아가는게 고장난거 같아요.”
“에이 니미,
됐어 그냥 새거 가지고와서 해.”
다시 차에가서 새 청소기 들고와서 다시 연결해 그라인더 질 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
‘저 쓰레기같은 고물 청소기, 고장나니 속이 다 후련하네 ㅎㅎ.’
하며 내심 즐거워했다.
사실 저녀석 여태까지 쓰면서 모터 타거나 고장난적이 한두번이 아니라,
쓸때마다 뭔가 되게 불안불안한게 쓰기 싫었는데,
이젠 무조건 새놈만 써야지.
그렇게 선생님은 붙이시고 나는 본드 고데질하면서 바르고,
시키면 재단해오고,
고데메지 반장님은 우리가 한거 메지 넣으시고 하면서,
벽하나를 끝냈다.
역시 모노타일은 약간 빈티지하면서 멋진감이 있어.
참고로 나도 시간나서 세장정도 붙였다. ㅎㅎ
파벽돌
모노타일 벽 한칸을 끝내고 바로 맞은편쪽 파벽돌 작업을 시작했다.
“너 여기 우마 좀 놓고 본드갖고와서 좀 발러.”
모노타일 메지까지 다 넣은후라서
쓰던 우마를 그대로 이쪽으로 옮기고
본드통 올려 한쪽에서 내가 본드로 고데질해서 바르면,
선생님께서 파벽돌을 붙이신다.
“너 이거 반장을..
하나, 둘….
열장 잘라와봐.”
“네, 열장이요.”
“아니다 아니다. 열두장 잘라와”
“네, 열두장이요”
항상 그렇듯 반장 원장 반장 원장 이렇게 붙이는 패턴이라
시작할때 반장부터 잘르고 하는게 기본이다.
그렇게 해서 딱히 어려움 없이 붙였고,
소화전등 함빠등을 잘라내 그 주변의 몇장은 내가 붙였다.
하나만 잘하면 돼
“다 했어?”
“네, 반장님.
이제 작업해주시면 될거 같습니다.”
“그럼 저기 본드통좀 하나 가지고와봐.
그거 타고 해야지 높아서 안되겠다.”
“네.”
반장님은 다 붙인 타일에 메지를 넣기 시작하셨다.
항상 그렇지만 고데메지는 정말 기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얆은 메지용 고데로 살짝살짝 시멘트 퍼서 쓱쓱 밀어 발라주는데,
보면 정말 넋놓고 보게 된다.
“야 뭐해? 연장 챙겨.”
“네.”
연장을 챙겨 차에 주섬주섬 싣는데
오늘은 다행히 바닥작업이 없어서, 연장을 많이 꺼내지 않았다.
다른때같으면 연장 싣는데만 2,30분 걸리는데 오늘은 그 절반 수준 ㅎㅎ.
그리고 바로 올라와서 반장님 메지넣으시는 모습을 뒤에서 구경했다.
“뭐해? 짐은 다 실었어?”
“네, 반장님.
저도 이 고데메지 넣는법을 좀 익혀서 해야하는데..”
“이 사람아,
하나만 잘하면 돼.
타일만 잘붙여도 충분해.”
반장님은 우선 타일붙이는데 집중하라고 말씀하셨다.
이 고데메지도 절대 쉬운일이 아니겠지.
반장님같이 능숙한 프로가 하니까 금방금방 쉽게 메지 넣는거지,
나같은 초보가 할라고하면 여기저기 타일에 다 묻히고 제대로 넣지도 못하고 그럴꺼다 분명..
지금 내장타일에 붙이는 메지도 잘 못하는데,
그저 욕심만 많아서 ㅎㅎ.
일단 내가 먼저 해야할거 부터 잘 해놓고 나중에 해보던가 해야지 ㅎㅎ.
“할거 없어?”
“네.”
“그럼 밑에 바닥에 떨어진 메지 시멘트 이런거 좀 청소해.”
“네.”
바닥에 떨어진 시멘트등을 쓸고 정리하며 작업이 마무리 되어갔다.
작업 종료
결국 파벽돌까지 작업이 끝나고 모든작업이 끝났다.
항상 그렇지만 파벽돌은 정말 멋있는거 같다.
특히 이 회색빛깔나는게 맘에 든다.
빨간색은 그냥 불난로 있는 느낌이 나고,
이건 정말 빈티지 한게, 집에 좀 붙여보고 싶을정도 ㅎㅎ.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멋진집 사서
내가 이 파벽돌 붙여서 꾸며봐야지 ㅎㅎ.
그리고 이 가게 입구에 특이한 타일? 이 붙여져있어서 사진 찍어봤다.
이것도 타일인가? 뭔가 멋져보이기는 한데,
이걸 어떻게 붙이는지 궁금하다.
타일 하는사람들이 해야 되는거겠지?
저거도 기회가 있으면 해보고 싶다.
내 손 돌려놔
다 정리하고 나오니 밖에 비가 내린다.
반바지에 쪼리 신으니 누가봐도 노가다 한사람같이 보이진 않겠네 ㅎㅎ.
근데 손에 요즘 뭔가 피부병같은게 생겨서 걱정이다.
아프거나 그러진 않는데, 보기도 흉하고…
으, 소녀피부였는데 내 손.
돌려놔! 망할놈의 시멘트들아.
야리끼리
“형님 밥먹고 가야지.”
선생님이 밥먹고 집에가자고 하셔서 밥먹고 나오는데,
식당근처에 가게를 새로짓는지 스카이차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회사이름이 야리끼리 인지 그게 웃겨서 사진을 찍어봤다. ㅎㅎ
스카이차도 하루 대차 이런식으로도 작업하시는거 같은데,
이분은 무조건 야리끼리만 하시나 보네 ㅎㅎ.
일을 빨리빨리 깔끔하게 잘하니까 야리끼리만 하시나 보구만.
오늘 일도 빨리끝나서 일찍끝난게
우리야 말로 야리끼리 인데 ㅎㅎ.
역시 야리끼리 하는맛이 노가다 하지.
일반 직장인은 이 기분 모르지 ㅎㅎ.
민
•7년 이전
안녕하세요 .bong8nim님 그동안 글 재밌게 봤습니다.
글 보면서 나도 할게 뭐가있을까 알아보던중 내장목수가 괜찮다는 글들이 있어서요.
죄송하지만 내장목수(인테리어 목수)에 대해 아는게 있으신가요?
blog-admin
•7년 이전
내장목수에 대한 지식이 별로없습니다.
다만 머리를 많이 써야하고, 장비도 많이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거 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