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자차가 필요한건가
오늘은 최대한 빨리가려
여유있게가 아닌 분주하게 출근준비를 서둘렀다.
보통 빨리 출근할경우는
알람시간을 좀 더 이른시간에 맞춰놓고 일찍 일어나지만,
난 이보다 빨리 일어나봤자 소용이 없다.
버스 첫차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별의미가 없다.
항상 그랬듯 아메리카노를 편의점에서 뽑고,
버스 정류장앞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조금 더 빨리와서 그런가..
다른 버스는 죄다 차고지 다.
뭐 그래도 우리 102번은 아침일찍 시작하니까.
근데, 좀 더 빨리 출근을 하고 싶긴하다.
그래서 한장이라도 더 붙여볼수 있는 시간도 있고,
붙인후 어떤지 다시 들여볼수있는 시간도 벌고.
역시 자차가 필요한건가…
강동형님도 그렇고,
내가 선생님 밑에있기전의 조공하셨던 선배님도 그렇고
자차는 필수라고 들 하셨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야! 데모도 하는데 무슨 차가 필요해?
게다가 내가 항상 차로 데려다 주는데.
기술 배우고 나서 천천히 사.”
항상 반대하신다.
사실 돈이 없는건 아닌데,
막상 차사면 세금에, 보험료인상에 주차비용에…
일단 알아는 봐야겠다.
망했다
오늘은 빨리와서 그런지
아직 어둡고 간판에 불들이 켜져있다.
문을 따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밑에 못보던 자물쇠가 하나 더 잠겨져있다.
‘뭐야 이거..’
이른시간에 전화해서 갈쳐달라고 할수도 없고해서,
일단 어제 작업했던 다른층을 가보려고 하니
그쪽 통로 문도 역시 잠겨져 있다.
후… 망했다.
기껏 타일붙인다고 좋은거 먹고 컨디션맞추고 빨리 왔더만…
급 실망감과 함께 하고싶은 의욕도 사라지고 해서
근처에 KFC나 들어갔다.
이래서 KFC가 최고야
‘지금 새벽시간에 시킬수 있는거나 있을래나..’
하며 주문을 해보니,
가능하다고 해서 새로나온 버거 셋트를 하나 주문했다.
역시 아침에 모닝메뉴같은거 없이,
기존메뉴를 고를수 있는 KFC 는 최고다.
확실히 지금시간이 이르긴 이른가 보다,
버거를 다 먹고 화장실가려고 2층올라가려 하는데,
닫았다는 표지판을 세워두었다.
그래, 24시간이라고 해도 불필요한 일거리는 줄여야지.
괜히 2층도 쓰게해서 어지럽히고 일거리만 만들면 잡일만 늘어나지.
청소나 하자
KFC에서 시간을 쭉 때우다가,
어느정도 날이 밝아지고 출근시간이 다 될때쯤에서야
현장문이 열렸다.
「이미 시간도 다간거 무슨 타일을 붙이냐 니미.」
하며 김도새서 그냥 어제 작업했던곳 잔일이나 하자하며,
빗자루 들고 청소부터 했다.
어제 새로산 타지마 헤라인데 참 괜찮다.
무게는 좀 나가지만,
헤라만이 아닌 노미로도 사용할수 있기에,
저렇게 대놓고 망치로 치면 된다.
헤라가 강화형이여서 날이 휘거나 하지도 않아,
어딘가 긁어낼때도 흔들림없이
쓱쓱 긁어낼수있어 내맘에 쏙 든다.
선생님 오시기전까지 헤라로 바닥 긁어내고
타일옆에 시멘트들도 때내면서 천천히 작업준비를 했다.
옆건물은 아시바 철거
옆건물도 공사를 하는데,
이 건물은 리모델링수준이 아니라
아애 건물을 부수고 새로짓는거 같다.
아시바 설치된 모양이,
무슨 성냥개비집 마냥 촘촘히 세워져있고,
그옆에 떨어져도 다치지 말라고 망도 쳐져있다.
그래도 이제 외관은 다 돼서인지,
아시바공들이 오셔서 철거하기 시작하셨다.
난 아직 아시바일을 안해봐서 그런지 모르지만,
아시바는 철거할때도 되게 조심해야 할거 같다.
하나하나 파이프 빼면서
혹시나 파이프 빼다가 떨어지거나 다른쪽이 흔들리거나 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철거해야겠지.
저 파이프 무게도 만만치 않을텐데..
역시 아시바는 보기만 해도 토나와
원장바리
어제 하다가 중단된 타일 원장바리를 시작했다.
“압착개고”
“네.”
오늘 아주 원장바리 하기 딱좋은 환경이다.
어제까지 있었던 장비나 쓰레기들 싹다 정리 하고,
사진에서 보이듯이 횡한게
원장만 위에 옆에 깔린대로 그냥 깔끔하게 계속 붙여 나가기만 하면 된다.
항상하던대로 압착개고 퍼놓고 바르고,
선생님께 타일드리고,
선생님은 망치질하시면서 붙이고,
그러면 쿠사비통 들고와서 쿠사비 꽂고.
고데질 연습하기도 좋고,
그전에 압착양을 바닥상태를 보고 퍼부은데,
얼마나 퍼부어야 하는지 양의 정도를 체감하는 연습이 될수도 있다.
“많잔아.”
“더 부어.”
“줘봐, 이쪽 이대로 있으면 뜨지.
쓱쓱 긁어.”
오늘도 옆에서 푸고 개고 나르면서 항상그렇듯 한소리를 듣는다.
“옆에 쪼가리 줘봐.”
“네.”
못쓰게된 타일조가리를 커터기로 길게 잘라
단차가 생긴곳에 넣어 균형을 맞춰준다.
“쪼가리 좀 더 잘라놓을까요?”
“그러세요~”
“네.”
앞으론 굳이 「더 잘라놓을까요」 이렇게 묻지 않고,
그냥 어느정도 못쓰는타일 있으면
알아서 좀 잘라놓고 필요할때 드려야지.
자재 보관의 중요성
“여기 좀 채워야 겠다. 레미탈 갖고와.”
“네.”
작업하면서 바닥상태 때문에 어제 한파레트 있던 레미탈을 다 썻고,
옆에 레미탈이 몇 포대 더 있어서 들어 올렸다.
“오우, 씨발 존나 무겁네.”
오늘 출근을 좀 일찍해서 그런지 피로가 쌓인건지
레미탈이 살짝 무겁게 느껴졌다.
“웃차!
보자~ 여기다가 쓰윽 하고 따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레미탈을 쓱 따는데
반정도가 굳어있다.
“뭐야 이거!?”
“에유, 이 사람들 보관을 잘 해놨어야지.
비 맞춰서 다 굳었네.
이거 못써.
갖다 버리고 새거 없어?”
“다시 찾아보겠습니다.”
이렇게 굳은 레미탈은 처음이였다.
완전 돌덩이라서 보고 되게 놀랐다.
여기 자재있는곳이 따로 천장이 없이 뚫려 있는곳이라
비가 오면 그대로 맞는다.
아마도 퇴근하고 나서 비에 안젖게
비닐이나 무언가로 덮어씌어 놓았으면 이정도로 심하지는 않았을텐데.
그대로 방치해서 이렇게 된거 일거다.
혹시라도 이쪽일 시작하신지 얼마 안돼신 분들이 계시면,
일기예보에 비 소식이 없다 하더라도
퇴근전에 꼭 비닐로 감싸놓는거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이렇게 되면 자재 다시 시켜야 하고 재수없으면
욕 한바가지 먹는다.
더워 죽겠네
“선생님, 시원한거 뭐 드시지 않으시겠어요?”
“알아서 사와.”
“네.”
별로 무거운 짐을 들었다 날랐다 한것도 아닌데,
너무 덥다.
게다가 지금 일하는곳이 옥상쪽이라 다른곳보다 더 뜨겁다.
대형 선풍기라도 있으니까 망정이지,
없었으면 진짜 어후..
일단 압착을 붙일곳에 먼저 퍼놓고,
편의점에 참거리를 사러갔다.
편의점안에 들어가니까 얼마나 시원한지 ㅎㅎ.
세상 천국이 따로 없다.
아이스크림 냉장고 문을 활짝열고.
그안으로 다이빙하듯 얼굴을 쳐박듯이 들이 넣는다.
“으아! 우후~
어우 살겠네.”
보시는분들, 한 여름 땡볕더위에 지치셔서
이렇게 나처럼 아이스크림 냉장고에 얼굴 들으내미셧던 분들
아마 많이 계실꺼라 생각한다.
보통 이런건 「어렸을때나 하는거 아닌가」 라는
편견 따윈 이제 나에게 있어 아무 거슬릴게 없다.
ㅎㅎ 당장 죽게생겼는데, 뭔들 못하리.
편의점에서 충분히 더위를 식히고,
내가 좋아하는 팥빙수와 선생님이 드실 콜라를 사왔다.
팥빙수도 2+1 이라서 그냥 3개 집어왔다. ㅎ
난 대식가니까 하나로는 모자르다.
“드시고 하세요. 선생님.”
“그래”
“아이고!”
타일위에 앉아 음료와 빙수를 꺼내 먹기 시작한다.
주저앉을때마다 무릎이 시려서 이렇게 신음소릴 낸다.
이런거 보면 내 무릎이 안좋아졌다는 생각보다,
그냥 내가 늙었다는 생각이 든다. ㅎㅎ
“선생님 빙수 3개 사왔어요.
2+1 이더라고요.
그래서 선생님드실것도 하나 더사오는김에
하나 더 가져왔습니다.”
“너 다먹어 그냥. ㅎ”
“네 ㅎㅎ”
이 시려운것도 모르고 땀흘리는 빙수 뚜껑을 따고
쓱쓱 비벼 숟가락채 입안으로 쑤셔넣는다.
달달한 팥과 시원한 얼음 아이스크림등이 입안에서 녹는데,
이야 진짜 세상좋다는 말이 이럴때 쓰이는구나 싶었다.
“허허, 참.”
“왜 그러세요 선생님?”
“하여튼 잘먹어. ㅎㅎ”
“ㅎㅎ. 이정도는 먹어야 노가다 하죠.
팍팍 먹어줘야 힘이나죠.”
“ㅎㅎ 그래 먹어.
그거 남은거 너 다 먹어.”
“네.”
먹을때는 눈치보지 말고 막 먹자.
노가다판에 먹는거 같다가 뭐라하는 사람없다.
먹는게 남는거다. ㅎㅎ
선생님의 입맛
선생님은 전에 이 일을 시작 하시기 전에
오랜기간은 아니였지만 식당에서 주방쪽 일을하셨다고 한다.
“김치찌개는 말이야.
돼지고기를 일단 김치랑 같이 볶아야 돼.
그 돼지고기에서 나오는 기름,
그게 김치찌개 맛을 좌우하는거 라고”
“우리 마누라도 나한테 시집올때 음식을 하나도 못했어.
하도 맛이 없어서 그때 내가 요리하는거 다 갈쳐줬지.
그래서 지금 잘하는거고.”
“요즘 식당들 가보면 뭐 순 조미료에 맛대가리 하나없어.
진짜 난 타일 안했으면 식당 차렸을꺼야.
난 지금 식당하라고 해도 자신있어.
맛을 볼줄 알고 낼줄 알거든!”
오늘 점심은 근처 냉면집에서 냉면을 먹었다.
“이야! 육수가 아주 좋네.
직접 끓였나 보다.”
“네, 깔끔한게 나쁘진 않은데요.”
그렇게 서로 만족하며 점심을 먹고 나온다.
“그 카드로 계산하고 와라.”
“네.
여기 계산해주세요~”
하고 카드긁고 잠시 화장실 들리려 윗층으로 올라갔는데.
…
이때부터 선생님의 입맛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재미난 타일
화장실을 들어갔는데,
되게 특이한 타일이 보여서 사진을 찍어놨다.
특이한거라고 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내눈엔 신기했다.
타일 모양이 반듯하지 않고 울퉁불퉁 하고
메지넣는것도 어떻게 넣어야 할지 궁금하고.
이게 모자이크 타일인가?
아님 판화로 찍어낸건가…
여튼 좀 신기했다.
이런건 그냥 메지 대충넣어도 될거 같고,
되려 작업할때는 편하겠지 ㅎㅎ
선이 좀 안맞아도
“타일이 원래 이런거라 답이 없어요.”
하며 그만일듯 ㅎㅎ
작업 종료
오늘로 원장은 다 붙였고 함빠부분을 남겨놓고
작업이 종료되었다.
어제 정리도 안 되어있고
도중에 매장쪽 가서 입구 붙여놓으라고 해서,
작업 진척이 별로 안돼
내심 얼마 못붙여서 안타까웠지만,
오늘은 확실히 원장만 붙이니까 어느정도 물량이 죽은거 같아
만족했다.
오늘도 잊지 않고 연장 정리하고 닦아놓았다.
그리고 오야지께 문 비밀번호를 알아냈기에
내일이야 말로 일찍와서 붙여봐야지.
현장에서 쓰다가 남은통으로
내일 붙일때 쓰이는 연장을 심플하게 따로 담아
붙일곳 주변에 두고 퇴근을 했다.
후~
그나저나 되게 덥다.
앞으로 한두달간은 이 찌는듯한 더위 속에서 일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집에가서 더위대책을 세워 놓을만한 뭔가를 찾아서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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