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물량 쳐야지
“내가 7층은 바닥이 개판이라서
솔직히 물량 나오는거 좀 포기했었어.
근데 내가 6층은 벼루고 있었거든.
오늘 물량 좀 뽑아줘야지.”
선생님께서 오늘 6층하면서 물량을 뽑아줘야 한다고 하시면서
남다른 각오로 작업을 시작하셨다.
그 각오에 맞게
「나도 오늘 정말 열심히 옆에서 데모도 해야지」 라는 각오로 하루를 시작했다.
“일단 넌 압착개고 갖고와.
그리고 넌 저기 방에 있는 타일들 까서
구루마에 일단 실어놓고.”
나는 압착개고,
강남반장님 조수분은 타일까서 날르기로 하셨다.
“내가 어제 중심부터 해서 몇장 깔아놨으니까,
너가 이쪽 부터 쭉 치고나가.
난 이쪽편 치고 나갈테니까.”
그리고 강남반장님과 선생님이 「ㄱ」 로 되어있는 통로를
한줄씩 맡아서 하기로 하셨다.
압착을 개서 한통은 선생님
한통은 강남반장님을 드리고,
잽싸게 선생님 옆으로 가서 평소 하던데로 데모도를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께서 붙이면,
옆에 붙일자리에 압착 푸고,
고데질 하고
선생님께서는 그자리를 확인후 타일을 붙이시고.
평소에는 하면서 잡담도 하고 그랬는데,
말도 없이 쭉쭉 붙이시기만 했다.
“부족하다 더 놔라.”
“네.”
압착을 더퍼서 드린다.
그러면 선생님은 다시 고데질로 고르게 바르신다.
머신 같대요
평소와는 다르게 각오가 되어있는 만큼 진지했다.
간간히 시간을 보면서
‘시간 되게 빨리가네..’
라고 생각하며 내 자신을 스스로 재촉했다.
“압착 남아있는거 옆에 다 퍼놓고
한통 더 개오겠습니다.”
“어.”
얼른 압착 개고 다시 선생님 곁으로 간다.
「통통」
「그으으윽」
망치질과 고데질 소리만 고요하게 들린다.
우리 작업하시는걸 보시더니,
강남반장님 조수분께서 놀라시면서 쳐다 보셨다.
“형님, 얘가 형님 일하시는거 보고 타일까는 머신 같대요. ㅎㅎ”
강남반장님 깐거를 보니
선생님 까신거의 절반 정도 붙이고 계셧다.
선생님은 신경안쓰고 계속 붙이셨다.
“퍼.”
“네.”
처음 보는 선생님의 집중
올해 3월 부터 선생님을 따라서 일을 하기 시작했으니
오늘 부로 거진 4달이 다되가는데,
오늘 같이 선생님이 진지하고 말이없으신적이 없었다.
내가 실수해서 큰소리로 호통을 치시거나,
잡담하면서 그간의 경험담이나 가십거리를 말하시거나 하는게
일상적인 현장의 분위기였는데,
오늘은 그런게 전혀 없었다.
선생님도 무언가에 집중하시니
다른거에 신경 안쓰시며, 본인만의 일에만 집중한다.
다른 기술자 분들도 이런느낌일까.
지금 조공생활하기전 인력소 다니면서
몇몇 다른 현장의 기술자 분 혹은 오야지 들을 봤는데,
이렇게 일에만 집중하는 기술자는 본적이 없었다.
비록 너무나도 진지한 선생님의 모습은 처음이라
다소 적응이 안되지만,
이렇게 각오를 다지고 일을 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니,
또 한번 배워야 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
점심먹고 나서도,
허리 한번 안피시고,
무릎 쭈그리고 타일 붙이시며,
무거운 고무망치로 타일을 두들기고..
평소에는 이렇게 열심히 하시다가도.
“아이아이~ 아, 죽겠네 아주.
몇시쯤이나 됐냐?”
하며 허리한번 피시고 하시는데,
집중을 하시니 고통도 잊으신듯 하다.
말 그대로 초집중 이다.
난 이정도에 뭔가 몰두한적이 아직까지 없는데…
나도 선생님처럼 오야지가 되서 집중해야할 상황이 오면,
저렇게 집중을 할수 있을까…
확실히 엘레베이터 없으니 빡세다
비록 한층 내려와 6층이지만,
그래도 빡세다.
여기 건물내에 화장실이 아직 준비가 안되서,
볼일 볼라면 아애 내려가서 옆건물의 화장실을 써야 한다.
그래서 숙소에서 미리 볼일을 다 보고 나오는데,
그래도 어쩔수 없이 화장실을 찾을때가 있다.
후… 화장실 한번 가려고 6층을 걸어서 왔다갔다 할라니까
정말 힘들었다.
멋진 헤링본
계단으로 내려 가는길에 옆을 봤더니,
바닥 작업이 완료되어있었다.
이건 타일이나 대리석이 아니라 검은색으로 바닥을 만들어놓고,
판같은걸로 찍어낸거 같다.
헤링본 패턴이 들어가 은근 멋진거 같다.
역시 같은 바닥 색, 자재를 쓴다 하더라도
어떻게 쓰느냐 에 따라 보이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비도 와서 물기에 촉촉히 젖어 비쳐지는 모습이 유난히 멋져보인다.
손도 씻어야 겠구나
정신없이 일하다보니까 장갑도 안끼고 일했다.
그래서 그런지 손가락에 굳은 압착시멘트 투성이다.
물집은 물집대로 잡히고.
어여뻣던 내 여자손은 어디로 가고 이지경이 되었을까. ㅎㅎ
화장실 볼일 보기전에 한번 씻어야지.
아스팔트 작업
화장실 갔다가 다시 올라가려고 보니
아스팔트 작업에 한창이였다.
이미 깔려져있는 길인데,
아무래도 유지보수겸 다시 한번 까는거 같다.
포크레인이 트럭에 있는 아스팔트 재료를 길에다가 쌓은후
필요한 만큼 바닥에 놓고,
바닥 눌러주는 차(?)가 지나가면서 평평하게 바닥을 만든다.
여럿을적에 막 시공완료된 아스팔트길 위로 걷다가.
운동화 녹는줄 알았다.
사진속의 연기도 열 때문에 저렇게 나겠지.
여튼 아스팔트 공사중에는 접근금지 해야한다.
알아서 하자
정신없이 깔다 핸드폰 문자 알림음이 왔길래 확인해 보니,
현재 시간은 퇴근시간 30분 전이 되어있었다.
‘아, 벌써 이렇게 됐네..’
하며 빨리 흘러가는 시간을 탓하며,
「 내가 좀더 옆에서 빨리 거들었으면 더 많이 깔았을텐데.. 」
라며 뭔가 모를 죄책감과 함께 선생님 옆을 떠나 헤라를 들고,
타일 가에 삐져나온 시멘트들을 긁어냈다.
‘내일 오자마자 바로 붙이려면 일단 긁어내야지.’
오늘은 선생님이 굳이 시키시지 않으셔도,
굳이 선생님께 “xx 하겠습니다.” 라고 하지 않고,
내가 알아서 일을 순조롭게 진행할수 있는
다음단계의 준비를 알아서 하기로 한다.
평소에는 퇴근시간 전에 지쳐,
선생님 옆에서 멀뚱멀뚱 있다가
“뭐해? 저기가서 잘러.”
“여기다 퍼.”
“저거 가지고 와.”
라고 명령을 듣고 움직이는 나였지만,
오늘은 내가 알아서 생각해서 움직인다.
허락또한 받지 않고.
선생님께서 업무에 진지하게 열중하시는 모습을 보고,
오늘 이 분위기에 적응을 하니,
나 역시 그 분위기에 맞춰 일을 하게 된다.
회사 혹은 현장의 분위기가 중요
이래서 회사( 혹은 현장 )의 분위기가 중요한거다.
같이 일하는 조직의 우두머리 혹은 그의 준하는 상사나 동료등이
어떻게 조직의 분위기를 잡느냐에 따라,
사내 임직원의 일하는 태도는 확연히 달라진다.
회사마다 사정 혹은 사내분위기가 다 다르니 딱 집어 말할수는 없지만,
어떤곳 사정을 들어보면
「저딴게 회사인가..」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사내분위기가 개판인곳들이 있다.
사무실내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책상은 여기저기 널부러져 정리도 안되있고,
회의 시간잡아도 시간 약속도 제대로 안지키고,
그러면서도 나 잘났다고 아무렇지 않고 지내는 사람들..
이런분위기의 회사나 현장이라면
돈을 얼마를 준다 한들 다니고 싶지 않다.
저런 분위기라면 아무리 사람들이 좋다고 하더라도,
질투나 상대에 대한 시기가 생겨,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없어져 회사에 애정이 없다거나,
심하면 나 역시 저렇게 나태해 져버릴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런곳에서 사회경험을 쌓을만한 그 어떤것도 없다고 생각되고.
회사를 예로 들었지만,
현재 내가 몸담은 조공생활로 예를 들자면,
아무리 실력있는 기술자 밑에서 일한다 한들,
그 기술자의 습관이나 업무태도 등이 엉망이라면
다시 생각해보는것이 좋다.
특히 도박에 빠져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빠져나와라.
작업종료
시간가는줄 모르고 일하다
마지막에 마무리 하고 짐을 싸 나왔다.
오늘 작업한거 보니,
평소보다 더 많이 붙여있는거 같아,
열심히 한 보람이 있었다.
선생님 표정도 「오늘은 나름 괜찮았다」 라는 얼굴이셔서,
안심 되었다.
오늘 원장은 거진 다 쳤으니,
내일 함빠 잘라다 붙이면
6층 복도 타일은 다 마무리 될거 같다.
집 나오면 개고생
사실 선생님께서 쉬지 않고 집중하셔서 내심 기뻣다.
빨리 집에가고 싶기때문에,
우리가 하기로 한일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어서다.
어제 집에 다녀왔는데,
또 가족이 그립다.
그리고 내가 편히 생활할수 있는 그 공간에서 다시 생활하고 싶다.
집나오면 개고생이라고 하더니…
난 돈도 있고 딱히 밖에서는 잠못자는 병이 있는것도 아닌데,
그냥 힘들다.
앞으로 지방에서 몇일 생활하는 작업은
왠만해선 안하고 싶다.
여튼 오늘 하루 수고했으니 얼른들어가서 밥먹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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