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졸았다
요몇일 쉬지않고 계속 빡세게 야간 작업하고 그래서 인지,
아침에 버스탈때는 꼭 존다.
보통 깨서 눈떠보면 도착 정류장 한두정거장 앞쯤이라던가 하는데,
오늘은 기여코 종점까지 찍었다. ㅎㅎ
그래도 이곳 역시 은평뉴타운과 마찬가지로
도착하는곳과 종점이 몇 정거장 차이가 나지 않아 한숨 돌렸다.
은평뉴타운 현장 버스안에서 졸았던 포스트 보기:
은평뉴타운은 일어나자마자 바로 반대쪽 버스를 타고 돌아갔는데,
여긴 그냥 현장까지 걸어갔다.
“으~~~아”
한번 기지개를 크게 키고,
햇살밝은 이른 아침 동네를 산책하는 듯
마냥 천천히 현장까지 걸어갔다.
함빠 잘라다 옆에 세워놔
“어제 원장 거의 다 붙었으니까,
넌 오늘 보면서 주변에 함빠부분 다 잘라다가 옆에 세워놔.
난 요기 몇장 붙이고,
화장실 가서 붙일테니까.”
“네, 선생님”
“그리고 아줌마,
아줌마는 저기 들어오는데서 부터 메지 넣으면 돼.”
“네, 알았어요.”
선생님은 타일 붙이기,
나는 함빠자르기,
메지아줌마는 메지.
각각 자신에게 맡는 일을 분담하여 일하기 시작한다.
항상 하던데로 메지간격을 띄고,
원장을 대고 함빠부분을 마킹하면서 자른다.
요즘 선생님께서는 함빠부분을 나에게 맡기시는데,
아직도 어떤부분은 재기 힘든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구석에 있는 것이라던지
원장을 대놓고 자를수 없는 쪽이라던지.
그런부분이 나오면 줄자를 꺼내서 각각 치수를 다 재가며,
마크해서 자른다.
처음에 몰랐을때는
함빠 자를때 줄자나 쇠자를 이용해 길이를 재보고 자르는게
가장 깔끔하게 잘 자를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다.
되려 엉망이 되기 일쑤였다.
사실 줄자로 함빠재는것도 노하우가 있을텐데,
내가 내 방식대로 재고 잘라서 그러겠지.
언젠가 줄자로 함빠 잘재는사람있으면 한번 봐봤으면 좋겠다.
표시가 중요해
아침부터 함빠자르기 시작해서,
홀쪽은 다 끝내고,
보일러실쪽에 함빠를 자르는데,
이런 부분은 표시를 해두지 않으면 붙일때 잘라놓은거 찾느라고 쓰잘데기 없이 헤메게 된다.
“여기 잘라 놧냐?”
“네, 선생님”
“여기꺼 어딨어?”
“어, 저기께… 잠시만요.”
“야, 그러니까 잘라놓고 옆에다 세워두던가
아니면 표시를 해놓던가 해야지.
봐라, 기껏 힘들게 다 작업해놓고, 어디가있는지도 모르고.
이러면 일이 더뎌.”
함빠 작업할때보면 단순히 함빠 자르기에만 몰두해서,
잘라놓은 함빠는 아무 표식없이 어딘가에 두다가 저런경우를 맞게 된다.
그래서 최근에는 옆 원장과 함빠에 번호로 표시를 해둔다.
저렇게 하면 비교적 함빠찾기가 편하다.
저렇게 굳이 붙일곳에 타일을 두지 않고 있더라도.
배관부분은 넉넉하게
보일러실이나 창고등 처음에 배관때문에
함빠를 어떻게 잘라야 하나했는데,
배관 부분은 굳히 파내서 자르거나 하지 않고,
그냥 큼직하게 배관쪽을 제외하고 잘라내면 된다.
처음에 이걸 모르고 저쪽 함빠재다가,
선생님한테 하루종일 붙잡고 있다고 한소리 들었다. ㅎㅎ
그래서 함빠자를때 배관부분이 있는곳은
굳이 디테일하게 딱딱 치수재가면서 재지 않고,
어느정도 넉넉하게 여유봐가면서 마킹한후 재단한다.
선생님은 자유인
점심밥을 먹고 올라와서 각자 쉬고있다.
선생님은 쉬는시간엔 항상 저자세로 낮잠을 주무신다.
신발을 베개삼아 베고 주무신다.
맨처음 그모습을 보고 내가 웃으니까,
선생님께서는 대소롭지 않은듯 말씀하셨다.
“야, 어차피 이 신발도 내꺼야.
내가쓰는거 내가 이렇게 베고 자겠다는 뭐 ㅎㅎ.”
이렇게 눈치보지 않고 프리하게 생활하시는 선생님은 자유인이시다. ㅎㅎ
비싼 참거리
“음료 드시고 하세요.”
“이거 비싼거 아니예요?”
“에이, 날씨도 더운데 이런 비싼거도 좀 먹어야 일 할수 있죠. ㅎㅎ
제 돈으로 산거니까, 개의치 말고 드세요.”
“어이고, 이렇게 비싼거를 먹게 되네. 고마워요 ㅎㅎ.”
메지아줌마는 한모금 쭉 빨아드시더니,
역시 비싼게 맛있다고 좋아하셨다.
사실 딱히 과일쥬스를 살생각은 없었는데,
현장 근처에 「쥬스스타」 라고 하는 가게가 있어 한번 가서 사본건데,
되게 맛있다.
쥬시 보다 훨씬 낳음.
우리동네도 쥬스스타 있으면 좋겠다.
쥬시에서 갈아타게 ㅎㅎ
화장실 끝
점심먹고 조금 지나서,
선생님은 화장실을 다 마치고 나오셨다.
“원래 갈매기(헤링본)는 이렇게 하는건 아닌데,
인테리어 팀장이 방향 상관없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빨리 끝내는쪽으로 했어.”
보통 헤링본 시공한사람들 보면 V자 거꾸로 된 모양을 보곤 하는데,
이렇게 작업된거 보니 이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간혹 길 바닥 보면 저런모양으로 된 블록들 있던데,
글쎄..
난 이것도 이쁜거 같다.
“아줌마, 다 했으니까 여기 메지 넣어.”
“네, 알겠어요.”
그리고 메지 아줌마는 화장실 메지 넣기 시작하셨다.
작업종료
그후 난 계속 함빠자르다가 압착 개거나 했고,
선생님은 내가 자른 함빠 붙이기 시작하셨다.
사진 맨 위쪽에 있는 삼각형 함빠부분은 선생님께서 직접 잘라서 붙이셨는데,
역시 볼때마다 느끼지만 삼각형 함빠는
정말 쉬운작업이 아니다.
난 사각형도 쉽지 않은데.
앞으로도 선생님 함빠 자르는 모습을 잘 봐서 잘라야겠다.
작업의 흔적
옷 갈아입고 현장을 나서고 손을 보니 잉크가 손에 묻어있다.
항상쓰는 싸구려 모나미 수성싸인펜은
집에 갈때보면 잉크가 세서 손에 이렇게 묻게 된다.
오늘은 되게 적게 묻은거다.
항상 팔꿈치나 손목 쪽 보면 아주 범벅이 되어있는데,
이건 당일에는 아무리 뽀득뽀득 문데도 안지워진다.
요즘 같이 더운날씨에는 반팔 입고 돌아다녀서,
이런게 다 티나는데 상관없다.
잉크좀 묻히고 다닌다고 내가 이상해지는건 아니니까.
되려 잉크묻고 시멘트 묻힌 내모습이
평소때 보다 더 멋져 보일때가 있으니까. ㅎㅎ
남은 작업량 보니 내일이면 다 끝날거 같다.
휴~
빨리 들어가서 쉬고 내일만 하면 끝이니까 힘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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