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가르침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함빠를 재단했다.
항상 그랬듯이 내가 자르면 선생님께서는 붙이시고,
원래 내몫인 압착 개거나 퍼주는건 현장 반장님께서 하시기로 했다.
“어, 이제 됐고.
너도 쟤랑 같이 함빠 잘러.”
“아.. 제가 재본적이 없어서요..”
“그럼 가르쳐줄테니까 이리와.
봐, 이거 이렇게 잴때 여기서 딱 보고..”
선생님께서는 현장반장님을 데리고 함빠 재는법을 가르쳐주셨다.
사실 복도를 붙이다 보니 함빠가 그렇게 어려운건 없었다.
그래서 그러신건지 선생님께서 반장님께 함빠 자르라고 시키신거 일지도 모르겠다.
“자 이렇게 했으면 이제 이거 재놓은대로 커터기로 자르면 되는거지.
봐, 커터기로 딱 대고 쓰윽 하면..”
현장 반장님은 집중해서 선생님말씀을 들으며 보고 배우셨다.
“자, 쉽지?
이렇게 하면 간단하다고.
이제 너가 한번 재면서 잘라봐.”
“네. 해보겠습니다.”
현장반장님은 선생님이 가르쳐주신대로 함빠를 재고 재단을 하셨다.
선생님의 쓴소리는 자비가 없다
“아… 여기서…. 이렇게 하면 여기…”
내 맞은편에서 함빠를 재시는 현장반장님이 은근히 신경쓰였다.
어제 엊그제 힘들게 다 곰방해주시고 도와주신 현장반장님께
내가 도와드릴수 있는부분이 있으면 최대한 돕자라는 생각에
자연스레 내가 하던일을 멈추고 현장반장님이 하시는거를 옆에서 지켜봤다.
“크으.. 아… ”
“왜? 또 뭐 잘못했어?”
“아… 커터기를 잘못써서 제대로 안잘리고 부러졌어요.”
“아이 사람아! 타일 데모도 하면서 커터기 하나 못다뤄서 어떻게해?!”
“죄송합니다. 사장님.
제가 딱히 다뤄본적이 없어서. ㅎㅎ”
“야, 너가 한번 보여줘.”
선생님의 명령에 난 기다렸다는듯 반장님 곁으로 가서 봐드렸다.
도움을 드리다
“아까 커터기 하실때 손잡이를 누르고 쭉 밀잔아요.
거기서 어느정도 힘을 주셔야 돼요.
안그러면 제대로 안 그어져서 깨지고…”
“네, 아 그랬네. 그래서 그랬구나.
네 그럼 한번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네, 다시 한번 해보세요.”
반장님은 함빠 길이 체크한 타일을 그대로 새 타일에 맞춰서 체크하고,
다시 커터기에 놓았다.
그리고 재단했다.
“맞아요, 그렇게 하시면 돼요.”
「쓰윽」
“네.
이제 끄트머리에서 살짝 떨어져서 힘을 주고 누르시면 돼요.”
깔끔하게 잘렸다.
“후”
반장님은 자르시고 살짝 미소를 지으시며
타일을 커터기에서 끄집어 내셨다.
“이제 잘른거 잘 맞나 한번 확인해보세요.”
“네”
자른 함빠를 틈사이에 넣어보려고 하니 터무니 없이 많이 잘려져있었다.
“어… 아까 하시라는데로 했었는데..”
“제가 아까 반장님 함빠 재는거 봤는데,
재실때 삐닥하게 재시면 안돼요.
그런부분에서 크게 차이가 나거든요.”
“아, 그랬구나”
반장님께 약간의 어드바이스를 해드린후 다시 직접 재보게 하였다.
그리고 재단하고나서 보니 괜찮게 잘 잘려져나왔다.
“됐다!”
“네, 잘 하셨네요.
그렇게 하시면 돼요.
그렇게 재셔서 자르고 저처럼 자른위치 옆타일에
알아볼수 있도록 놔주시면 돼요,”
“네”
그후 난 내가 하던일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현장반장님도 함빠를 재시기 시작했다.
“아! 잘못했네.
뿌러져버렸네… 아…”
“너, 재지말고 일단 저기 방에 못쓰는 타일 쪼가리들 있으니까
그걸로 커터기 연습부터 해.”
“네. 사장님”
현장반장님은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듣고 연습을 시작했다.
“아 시간이 있으면 연습도 하고 그러는데,
현장일이 워낙바쁘니까, 따로 뭘 할 여유가 없더라고요.
기술자분들 데모도 하느라 정신없고,
퇴근할때쯤 되면 다음날 기술자분들 타일 붙일수 있게
미리가서 셋팅 다 해놔야돼고…”
“야! 이런건 업무시간 외에 하는거야!
그저 끝나면 집에가서 놀생각만 하면 돼냐?!
그래서 뭘 어떻게 배우고 실력을 키워!”
“네, 그건 아는데 차가 없어서 같이 안가면 교통편이…”
선생님은 그래도 반장님에게 안된다며 쓴소리를 하셨다.
엘레베이터 함빠
엘레베이터 문 입구쪽에도 당연히 타일을 붙이는거인데,
이부분은 선생님께서 직접 재단하셨다.
함빠보고 조금 놀랐다.
아니, 여태까지 신경쓰지 않은거였겠지.
엘레베이터 입구쪽 타일은
엘레베이터 문 사이를 기준으로 메지선을 맞추는거 같다.
난 당연히 밑에 타일쪽 메지에 맞추거나 할줄 알았는데,
이렇게 붙인거 보니까
‘아 이렇게 해야되는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밑에 타일쪽 메지에 맞춰서 재단했더라면 3개의 함빠가 나왔을테고,
그 3개를 저 문앞에 붙일라면 되게 지저분해 보일거다.
확실히 저렇게 붙이는게 깔끔하고 보기도 좋은거 같다.
7층은 빡쎄
그렇게 일하다가 식사시간이 될쯤
반장님께서 점심시간 알림을 해주셨다.
“식사 시간 됐는데, 식사 하러 가시죠.”
엘레베이터가 없으니 밥먹으러 내려갈려고 해도
당연히 계단타고 왔다갔다 해야 한다.
선생님께서는 도저히 안되시겠는지,
현장반장님께 요청을 하셨다.
“우린 밥 대신 햄버거좀 사다줘.
아우, 내려갔다 올라면 아주 죽겠어,
그거때문에 힘 빠져서 일 못해.
햄버거 아무거나 사와.”
“네, 사장님.”
짜장면 배달도 곰방입니다
휴 다행이다.
앞으로는 밥시간에 굳이 내려가지 않아도
여기서 편하게 먹을수 있을거 같다.
참고로 중국집 배달은 안되냐고 물어봤는데,
1층까지만 배달해준다고 한다. ㅎㅎ
역시 배달하시는분도 곰방하기 싫으신가보다.
생각해보면 현장에서 짜장면 시키면 인원수가 어느정도 되니까,
적어도 서비스로 군만두는 나올테고.
대충 짜장면 5그릇, 군만두, 그리고 철가방 무게를 하면…
곰방맞네 ㅎㅎㅎ.
이글 보시는 현장에서 일하시는분들,
혹시나 중국집 배달서비스가 좀 서운하더라도
곰방 해본사람끼리 우리 이해합시다. ㅎㅎ
대리석이였구나
엊그제 본 사모레 곰방이 뭐 때매 저렇게 하는건지 몰랐는데,
오늘 보니 옆에 대리석들이 쌓여져있다.
어우 그 옆에 시멘트들 봐…
설마 저거도 다 곰방시킨걸까…
진짜 저거 다 할라면 으…
끔찍하다.
빨리 곰방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참 기술자
‘이 땡볕에 대리석 하는사람들을 아주 죽어나겠네..’
하며 걱정하고 있는참에 옆 건물에서 어떤분께써 샤워기 달린 호스를 가지고
멀리서 물을 뿌리셨다.
화단쪽에 물을 주는거 같은데,
그럼 저분은 조경하시는 분인가?
근데 저 멀리서 양을 조절해서 뿌리는거 같은데,
으음… 기술이야..
ㅎㅎ.
뭔가 웃긴다.
대단한거 같은데도 재밌을거 같기도 하고.
저분은 참 기술자 다.
저 멀리에서도 식물에 물을줄수 있는 사격능력.ㅎㅎ
작업 종료
오늘 함빠까지 다 붙여서 7층 복도의 타일을 다 붙였다.
사실 바닥상태가 엉망이라 시작하기전
선생님도 이런저런 고민하고 걱정도 하셨지만,
나름 특별히 문제될거 없이 잘 끝난거 같다.
현장반장님이 잘 서포트 해주신덕분에 수고도 덜하고
마무리 한거 같다.
내일은 주 거래처 일이 있어서 일단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긴다.
오랫만에 집에 돌아갈 생각에 너무 기쁘고 들뜬다.
“쯧.. 이거 왔다갔다 기름값 장난 아니구만.”
선생님께서는 현장일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에 다시 올라갔다가 내려와야 하는게 별로 탐탁치 않으신가보다.
행복을 느껴
음.. 그래도 선생님은 집에가시면 사모님도 보실수 있고 좋으신거 아닌가..
난 집에가면 할머니 볼수 있어서 좋은데,
동생한테는 카톡으로 이미 지금 올라가고 있으니 맛있는거 해놓으라고 전해놓은 상태다. ㅎㅎ
아~ 집에가는 이 순간.
오랫만에 식구를 본다는 이 기쁨.
그리고 나를위해 맛있는것을 만들어준다는 그 정성.
난 복받은 놈이야 ㅎㅎ.
맛있는거 먹고 오랫만에 할머니 뱃살도 만지고 놀다 자야지 ㅎㅎ.
조정호
•7년 이전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에 항상 배우고 갑니다ㅎㅎ
blog-admin
•7년 이전
감사합니다.
열심히 사는 만큼 실력이나 기술도 늘어야 하는거 같은데,
좀처럼 그부분은 늘지가 않네요 ^^
그래도 조정호님같이 좋은 말씀해주시는분들 덕에 힘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