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현대 아울렛이구나
아버지가 의류쪽 사업을 하시기에 어렸을때 부터
평화시장을 자주 들렸던 나에게는 동대문운동장
아.. 이제는 동대문문화역사공원? 이겠구나.
여튼 정말 많이왓었다.
내가 아직도 기억나는 동대문 운동장은 야구장이 있었고,
현재 두타 건물자리에 내가 제일 좋아했던 KFC( 그때 당시는 주로 켄터키라고 했었지)가 있었다.
한달에 한번쯤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장사 마치시고,
켄터키에서 치킨세트 사갖고 오셔서,
밤 11시가 넘은시간에 할아버지, 할머니, 나, 동생 온가족 치킨파티를 했다.
그땐 그게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자다가도
“아빠가 치킨 사왔댄다. 먹어야지”
하면 발딱 일어나서 「와! 켄터키 켄터키!」 환호성을 치며 좋아했었다.
이런 나에게 있어 동대문운동장은 어렸을때의 추억이 가득했던 장소다.
내가 고등학교시절때만해도 거평프레야랑 밀리오레만 있어서 되게 장사 잘됐었는데,
두타가 생기고 거평프레야가 완전히 가려지고 나서부터는
완전히 망해버렸다.
그후 거평에서 프레야타운으로 바뀌고,
그리고 무슨 소규모 백화점 했다가 지금 현대 아울렛이 된거 같다.
땜방 작업
“오늘은 땜방이야.
모르겠다.
한 9장 붙인다고 했나? 여튼 금방끝나.
대신 새벽에 와서 빨리하고 끝내야돼.”
오늘은 새벽2시부터 작업을 시작해서 빨리 끝내야 한다.
백화점이나 아울렛같은경우는 업무시간을 준수해줘야 한다.
“2일 안으로 마무리 짔겠다.”
라고 선언하면 무슨일이 있어도 2일 안에 다 끝내야 한다.
2일이 넘어버릴경우
영업을 못하기에 영업손해비용을 공사하는 쪽에서 책임져야 한다.
그러기에 선생님도 오더를 받기전에 이런부분에 상당히 조심스러워 하시며,
확실하게 현장을 체크하고 말씀을 하신다.
게다가 공사가 타일팀, 전기팀, 인테리어 목수팀 이렇게 따로따로 하는게 아니라 빨리 끝내느라 한꺼번에 여러팀이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래서 인테리어 리모델링 하는 매장이라도 작은곳의 경우는
그날 당일에 모든 리모델링 공정이 끝나는 경우도 있다.
“일단 물받아오는데, 얼마 안되니까 반정도 만 채워와.”
오늘도 물부터 받는다.
화장실 죽인다
현대가 손대니까 확실히 달라지는구나
오우 너무 멋지다.
무슨 미술관 온지 알았다.
벽에 붙어있는 그림도 그렇고,
손잡이나 다이도 그렇고
이야.. 이게 진짜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거평프레야 였을때는 이런건 생각도 못했었는데..
편하면 노가다가 아니지
잠시 멋진 화장실의 디자인에 취한후,
정신을 차리고 수도꼭지를 찾아봤다.
남자화장실 여자화장실 다 찾아봐도 별도의 수도꼭지가 없고,
경비원에게 물어봐도 물따로 받는곳은 없다고 한다..
혹시나 해서 세면대에 있는 수도꼭지 구찌에 호스를 갖다 댔는데,
역시나 맞지 않는다.
‘어쩌냐.. 미치겠네.
그냥 이대로 받으면 계속 손대고 있어야 하는데..’
5초간 머뭇거리다 그냥 손대고 받기로 했다.
근데 물도 조금씩 나와서 답이 안나오긴 했지만, 어쩔수 없다.
이게 노가다다.
편하면 노가다가 아니지
한 20분 넘게 이렇게 손을 대고 받은거 같다.
은근 물이 차가워서 시렵기도 했지만,
한 5분정도 지나니까 무감각해졌고 계속 받아볼만 했다.
짐 내릴때 쿠사비통을 쏟아서
마치 무슨 개울가에 연꽃잎 마냥 물에 둥둥 떠다니는거 같다.
호스는 물뱀같고 ㅎㅎㅎ
뭐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려?
다받은 물통을 구루마로 끌고 이곳저곳 물건등을 피해 가는데,
내가 하도 안오니까 선생님이 나 찾으러 화장실로 오려고 하셨던 모양이다.
“야, 뭐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려?”
“화장실에 물받는 수도가 없더라고요,
그냥 수도꼭지로 받는데 물이 너무약해서 받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에유.. 가자”
입장차이
인테리어 담당자분께서 함마드릴로 땅을 파고 있었다.
그걸 보시고 선생님은 그저 헛웃음만 치신다.
“아나, 참 미치겠네. ㅎㅎ”
“네?
사장님 왜요? 말씀을 해주세요.
제가 잘못하는게 있으면 빨리 바로잡고 해야죠”
“아니. 참 ㅎㅎㅎ.
당신이 이걸 왜 해? 철거팀은?”
“철거팀은 매장 정리 좀 하다가
급하게 또 저희가 다른곳 요청한곳이 있어서 거기 일보러 잠깐 갔어요.”
“참.. 돌아버리겠다 ㅎㅎㅎ.
너 저기 가서 그라인더 갖고 오고 다 달은 날 있잖아?
그거 갈아껴서 갖고 와.”
주섬주섬 그라인더 날 교체하고 선생님께 갖다 드렸다.
“이거 전기 때문에 하는거잖아?
이 앞까지 CD(전기선 보호호스) 들어가게 쭉 파겠네?”
“네, 잠시만요.
여기서.. ”
담당자와 선생님은 도면을 다시 재차 확인하면서 땅을 그라인더로 갈았다.
빨간화살표로 표시한 그어진 바닥이 그라인더로 땅을 갈아놓은곳이다.
그렇게 그어놓고,
함마드릴로 그 부분만 파내게끔 판다.
일처리
우리가 땅파는거 보시곤
다른작업하고 계셨던 전기공께서 오셔서
“아니 씨발,
지금 시간이 몇신데 작업되어있는게 하나도 없어.
장난하는거야?”
무지 화나계셨다.
“저기 지금 스탠드쪽 전기 따줘야 되는구만,
이것도 안되어있으면 어쩌자는거야.”
인테리어 담당자는 미안해서 그런지 무덤덤하게 있고,
나와 선생님은 그냥 구경만 했다.
씩씩 거리시면서도 함마드릴 들으시더니 쭉 땅을 파나갔다.
“저쪽은 우리가 파놓을께요.”
선생님은 맞은편쪽을 파기 시작하셨다.
정신없었다.
이 작업하는데도, 인테리어 목수팀, 전기팀 같이 달라붙어서
서로 제각각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만약 이렇게 움직이다가 이따 타일 붙여놓은거 다 밟아놓으면 …
끔찍하다.
이럴땐 빨리 빠져나오는게 최고야
“다 팠으니까 압착부터 개놔.”
작은통으로 한통만 개놔도 오늘 붙일 타일양이 적어서 충분했다.
선생님은 내가 압착개놓을때 직접 타일 까놓으시고, 청소를 하셨다.
그리고 배선 나올곳을 미리 재놓고 그라인더로 잘라내기에 바쁘셨다.
“다 개놨습니다. 선생님”
“갖고와 갖고와.”
그리고 항상하던데로 바닥에 퍼드리면 선생님이 바로 고데로 펴서서 붙이셨다.
“아 망할, 이거 조금 작네.”
그리고 싸인펜으로 좀더 구멍을 넓혀서 그리시더니
“이거 따와봐.”
내가 그라인더로 구멍 따는데도 정신없이 타일 붙이시기에 바쁘셨다.
“선생님, 여기 따왔습니다.”
“어, 주고. 압착 떨어졌으니까 다시 퍼오고”
이렇게 스피디하게 계속 진행 되었다.
“다 붙였으니까, 저기 붙인곳들 메지골 파내면서 청소좀 하고.”
그렇게 난 헤라로 메지들어갈 부분을 파내면서 빗자루로 청소하고
선생님은 바로 메지작업에 들어가셨다.
이렇게 정신없게 바쁘게 일하는데 감사하게도,
다른 작업하시는분들이 붙여놓은 타일을 밟지 않고 작업해주셨다.
가구 들어오고 뭐하고 정신없으셨을텐데,
같이 일하는 입장이라 더 신경써주신거 같아,
너무 감사했다.
사진에 보면 타일색이 몇장 다른게 있는데,
그것이 오늘 작업한 부분이다.
전기배선 다시 따낼라고 타일을 들어내고 다시 붙인거 같다.
저쪽이야 옷장을 놓는다거나 데스크등 가구같은걸 놔서 비중이 없으니 색이 조금 달라도 상관없나보다.
작업종료
시간을 보니 새벽 6시.
“오늘은 몇장 안붙여서 그런지 정말 빨리 끝나네요. 선생님”
“말했잔아 금방끝난다고.
그러니까 내가 스케쥴을 잡은거야. ㅎㅎ
자 이제 바로 또 일하러 가야지,
메지아줌마 오기로 햇으니까 합정 들렸다 가자.”
오늘은 두 대가리(2공수) 하러 간다.
뭐 딱히 무거운걸 들거나 작업시간이 오래걸리거나 하지 않아
그다지 피곤하지 않다.
그래서 또 작업하러가는 길도 즐겁다.
이렇게 간단히 일당하고 나오다니..
간간히 이렇게 새벽작업했으면 좋겠다 싶다.
이 자세로 탄다는 거다
저번에 「선생님 차 뒷자석에 앉아 가는데 자리좁아서 힘들어 죽을뻔했다.」 라고 글을 쓴적 있다.
지난 포스트 보기 :
이 자세로 탄다는거다.
다리를 오므리고 이렇게 40분정도 타다 보면 진짜…
가뜩이나 무릎 별로 안좋은데, 저렇게 굽힐수 밖에 없으니…
하지만 오늘은 이미 한 현장 끝내고 왔으니,
이런상황도 기쁘게 맞이 할수 있다.
요렇게 ㅎㅎ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다 힘들고 괴로운상황에서도 굳굳히 일하실거라 생각한다.
나도 이런 상황에서 출근부터 힘들어하고 있으니,
우리 서로 파이팅 합시다.
파이팅!
saru
•8년 이전
인력개발원에서 타일시공 배워서 현장투입하려고 준비중인 28살 입니다.
글 올리신 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봤습니다. ^^
blog-admin
•8년 이전
곧 현장에서 뵐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
실무에 뛰게 되시면 사루님도 블로그 쓰셧으면 저도 재밌게 볼거 같습니다.
사루님의 이야기도 꼭 들려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