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이 좋다
“선생님, 오늘 현장은 어디인가요?”
“어, 포천쪽 이라더라.”
포천은 내가 자주가는 지역중 한곳이다.
내가 현재 거주하는 곳이 포천이랑 그리 멀지 않기도 하고,
거기가면 아울렛이 있어,
이런저런 브랜드 의류등을 비교적 싸게 구입할수 있어서 종종 들리곤한다.
예전에는 브랜드는 비싸서 못입었는데,
요즘은 동대문가도 되려 브랜드보다 더 비싸기도 하고,
나이를 먹어서인지,
이제 뭔가 꺼려지기도 하다. ㅎㅎ
그리고 이쪽에 오면 산이 있고 다소 시골스러운 느낌이 들어,
‘공기도 맑겠지..’
라는 내 나름대로 오해를 하며,
바깥구경 겸 리프레쉬 하고 간다.
사실 일 하러 이쪽을 온거는 처음이 아니다.
포천오야지분을 처음 뵙게 된것도 바로 이 포천이였고.
지난 포천오야지분과의 첫 만남 포스트 보기 :
그러고 보면 포천은 내게 있어 여러모로 의미 있는 지역이다.
어렸을때는 약수물 좋다고 할아버지와 아버지 셋이서
여기 근처 약수터에 물받아가고 그랬는데,
요즘도 약수터에 물 받아가는 사람 이 있을런지 모르겠다? ㅎㅎ
포천은 군사 지역으로도 쓰이기도 한다.
자동차 타고 달리다보면 군부대 알림 표지판이나,
군관련 메시지등을 종종 보게 된다.
요즘 북핵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이쪽오니 좀 더 실감난다.
“일단 요 근처 식당에서 밥먹고 가자.”
달리다 보니 아침밥을 하는곳이 있어 차를 세우고,
밥을 먹고 가기로 한다.
된장찌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였는데,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백반을 자주 먹게 되다보니,
맛있는 된장찌개는 정말 왠만한 고기반찬보다 훨씬 좋다.
비지좀 들어가고 각진 두부조각에 바람 후후 불어가며 밥이랑 먹으면 정말 입맛이 살아난다.
‘아침에 된장찌개 좋구만. ㅎㅎ’
하며 밑반찬도 잘나와 이것저것 골고루 먹으며 아침을 든든하게 맛있게 먹는다.
헛걸음 하다
“네비에서는 여기라고 나오는데…
너 107동 찾아봐.”
“네.”
차에서 내려 아파트단지이곳저곳을 둘려살펴 보아도
107동 이 보이지 않는다.
“선생님, 경비아저씨한테도 물어봤는데,
이 아파트에는 107동 없다고 하시는데요?”
다시 선생님께 찾아가 말씀드리니,
선생님은 전화기를 붙잡으시며 짜증내시는 얼굴이셨다.
“.
.
.
예, 알았어요.
아~ 정말. 주소를 아파트이름만 달랑 갈쳐주면 되나?
에이, 지금 가요.
야, 일단 타!”
다시 차를 타고 온길을 돌아간다.
“아니,
포천에 XX 아파트 107동 이러면 어떻게 알아?
주소를 적어야지.
XX 아파트가 하나만 있나?
아~ 참, 정말!”
“주소가 다른곳인가 보네요?”
“어.
아~ 진짜, 지금 몇시야.
이것때문에 시간 다 까먹었네.
지금 가봤자, 짐 옮기고 뭐 하다보면 금방 점심돼.
벌써 반나절 까먹는거야.
이렇게 되면.”
선생님 말씀이 맞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지고 기술이 좋으니까
단순히 네비만 믿고,
상세 주소 없이 어디쪽 어디 라고만 말해도 아무 문제 없이 원하는곳으로 갈수 있다.
하지만 오늘같이 이런경우를 맞게 될수있으니,
아무리 유명한 장소 및 지역 이라도
다시 한번 확인하거나 주소를 알려달라고 해야할거 같다.
화장실 타일 시공
현장에 도착하고나서 얼마 있지 않아,
인테리어 담당자분께서 자재를 싣고 오셨다.
“아니 주소를 갈쳐줘야지,
달랑 포천 XX아파트 107동 이라고하면 어떻게 알아?”
“죄송해요.
아, 이 아파트 포천에 여기만 있는줄 알았는데.”
선생님은 아침에 헛걸음한게 어지간히 짜증나셧나 보다.
그리고 바로 자재를 싣고 시공할 곳으로 옮긴다.
벽타일은 300 x 600 사이즈의 이탈리아산 타일이고,
바닥타일은 300각 스페인산 타일이다.
일단 기존의 화장실에 있는 도구 및 가구등을 철거한다.
수건거치대, 그리고 그것을 담을수 있는 사물함등을 때네고,
나는 바닥에 있는 부스래기나 흙먼지등을 빗자루로 쓸어담는다.
“망치 좀 가져와봐.”
“네.”
“잘봐, 유리를 깰때,
망치들고 깨면되는데,
절대 유리를 보면서 깨면 안돼.
그렇게 보고 깨다가 유리파편이 눈에 들어갈수 있다고.
알았어?”
“네.”
“유리를 깰때 항상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그리고 망치로 부셔서 깨.
항상. 알았지?
그리고 다 쳤으면 어디 또 남아있는지 확인하고,
망치로 다시 남은부분 고개돌린후 치고.”
나는 화장실 공사를 별로 안해봐서 이런건 잘 몰랐는데,
모른채로 화장실 공사 데모도 하러갔으면 큰일 날뻔했다.
혹시나 나 처럼 잘 모르는 사람있으면 유의 하자.
유리깰때 절대 정면을 바라봐서는 안된다.
벽부터 시공
항상 하던대로 벽과 바닥 두공정을 해야 할때는,
당연히 벽부터 시공한다.
바닥부터 시공하면 밟지를 못하니 당연한것임.
“이제 어느정도 다 치웠으니까,
일단 나 타일부터 좀 까주고 본드도 한통 가져오고.”
“네”
아직 바닥을 다 쓸지 못한채,
일단 타일과 본드부터 가져다 나른다.
집안 전체를 리모델링하는게 아닌,
화장실만 리모델링 하는것이라
방바닥에 장판등이 더럽혀지지 않게
신발을 벗고 신고 조심조심 다녀야 하는게 은근 성가신다.
그렇게 먼저 자재를 가져다 드리고,
다시 바닥에 있는 쓰레기등을 다 담아 버린다.
“어! 뭐야! 이거?”
벽타일을 보시더니 인테리어 담당자분께서 놀라신다.
“뭐가요?”
“아니, 이거 무늬가 왜이러지?
가게에서 볼때는 다 똑같았는데?”
“에이~ 달라요.
이 타일 원래 이렇게 생겼어요.”
인테리어담당자분께서 타일을 선별할때 카탈로그로 봤던 느낌과 달랐던 모양이다.
사실 이 타일은 우리도 몇번 시공한적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쥐색에 무늬가 다 제각각이다.
“아~ 쯧..
네, 계속 해주세요.”
그래도 난 이거 되게 멋있던데,
인테리어 담당자분은 좀 아쉬웠나보다.
코너비드(스뎅)를 자르는법
“스뎅 재줄테니까 잘라와.”
“네.”
선생님은 코너비드(스뎅)에 마킹을 하시고,
내게 건내 주셨다.
그라인더날을 쇠자르는 날로 바꾸고,
항상 하던데로 스뎅을 자른다.
「끼기이이잉」
“어! 어! 어!
잠깐! 잠깐! 잠깐!”
내가 자르는 모습을 뒤에서 보신 인테리어 담당자분께서
놀라셔서 멈추라고 하신다.
“네?”
“아니! 코너를 이렇게 자르면 어떻게 해?
처음 잘라봐?”
“아뇨.”
“봐봐.
이거 자를때는 그렇게 하는게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자르는 거야.
그래서 자를때 불꽃이 아래쪽을 향해 날리게.”
“네.”
타일 하는사람들은 아마 다 똑같겠지만,
그라인더로 무언가를 커팅할때 항상 위에서 아래로 자른다.
그런데 전기나 샷시 하시는분들 그라인더 쓰는거 보면
대부분 아래에서 위로 향해 자르곤 한다.
이 인테리어 담당자분도 그런쪽일에 그라인더를 쓰셔서 그런지 나와는 반대로 자른다.
“하긴 타일하는사람들은 다 그렇게 자르더라고.
근데 이거 쇠자를때 그렇게 자르면 안돼. 위험해.
아니다.
그냥 이거 내가 자를께.”
난 뒤에서 인테리어 담당자 께서 하시는걸 바라만 봤다.
“아 가더 이거 성가시네,
어떻게 빼는거야?
아, 여기 돌리는거구나.”
결국 가더까지 빼버리고 잘르셔서 내게 주셨다.
후~, 저거 가더다시 낄라면 귀찮은데…
그냥 내가 한다고 할껄 ㅎㅎ.
진정한 미장
「띠리리리리~」
“네 여보세요?
예.
예.
네 알겠습니다.
야, 여기 앞에 공사한다고 차좀 빼달란다.
가서 옆동 근처에다가 차좀 대놔.”
“네.”
뭔 공사를 하는데 차까지 빼달라 하나..
하며 내려가봤더니,
아스팔트 공사하는거 같았다.
저 장비를 뭐라하는지 모르겠는데,
여튼 대형 트럭과 저 포장공사 차량등이 몇대 와서 주차장의 바닥을 깔기 시작했다.
트럭으로 아스팔트 자재를 포장용 장비에 대주면
그 장비가 아스팔트를 한번 깔고 지나간다.
그렇게 깔리면 후자로 다른 장비가 와서 반듯하게
아스팔트를 눌러주며 지나가고.
그리고 만면이 고르게 눌러지도록
작은 장비차량이 와서 주변등, 구석부분을 보도 블럭에 딱 맞춰
상처안나게 바싹붙여 눌러준다.
‘으음~ 깔끔하구만.
역시 멋진 기술이야.’
이게 바로 기계식 미장이다 ㅎㅎ.
저기 무슨 기름같은걸로 보이는데,
저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말라서 없어지겠지?
힘들게 시공하신거 망치지 않도록 조심조심 보도블럭을 밟아가며 다시 돌아간다.
바닥타일 시작
“벽 다했으니까,
여기 일단 본드통이랑 타일쪼가리 치우고,
바로 본드통에다 압착 한통 개.
그리고 옆에 빗자루 줘봐.
좀 쓸어야지.”
주섬주섬 쓰다남은 자재등을 주워담으며,
바닥타일깔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바닥 타일 박스를 까, 옮겨다 드리고,
압착을 한통 개드리니,
선생님께서 바로 작업을 시작하신다.
“나 붙일테니까 뒤에 어지러운 부분
빗자루로 깨끗히 쓸고.”
“네.”
일이 늦게 시작되서 정신이 없다.
압착을 바르고 고데질한후 타일을 붙이고.
이 작업이 계속 반복 된다.
“이것 좀 잘라와라.”
그러다가도 이렇게 그라인더이나 커터기로 커팅해야 할부분 있으면 옆에서 잘라오고.
그래도 확실히 바닥은 벽에 비해 면적이 작아서 금방 붙인다.
결국 선생님이 이렇게 붙이면서 메지까지 다 하시는 와중에
나는 연장닦고 짐을 실었다.
작업종료
내가 짐을 몇번 실었다 날랐다 하는중에,
작업이 종료되었다.
역시 화장실에는 쥐색 타일에 비둘기색 메지가 가장 이쁘고 무난하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산 타일 이 두 자재값만해도 꾀 나가겠지.
나갈때 자재를 보니 부족하지도 않고,
타일이 많이 남지도 않아 딱 좋았다.
이후 나머지 양변기나 세수대, 천장등은 인테리어 담당자분께서 직접 하실거 같았다.
으이구 내손
끝나고 자재치우다가 압착시멘트를 살짝 쏟았는데,
손에 그대로 다 묻었다.
으으.. 가뜩이나 피부 별로 안좋은데,
더운데 긴팔입을수도 없고..
앞으로는 고무장갑을 낀채로 현장 마무리를 해야 할라나? ㅎㅎ.
여튼 일이 끝났다고 정리할때 장갑 벗고 일한다거나 해서는 안된다.
옷갈아입기 전까지는 항상 작업시 복장 그대로 작업에 임해야지.
안그럼 나처럼 저렇게.. ㅎㅎ
가려고 차를 찾아가는데,
아직 아스팔트 공사가 한창인거 같았다.
저렇게 입구에 못들어오게 펜스 비스무리한 장애물을 치고,
출입을 금지시켜놓고 작업한다.
언제한번 저 작업도 참여해볼수 있었음 좋겠다.
분명 배울수있는 무언가가 있겠지.
물론 요즘같이 더울때는 사양하고.
휴게소의 즐거움
“어이구 힘들어.
야, 우리 커피한잔 하고 가자.”
가는길에 의정부휴게소를 들려 화장실도 갈겸 커피하나씩 시켰다.
그리고 호떡당 이라고 하는게 있길래
맛있어 보여서 선생님꺼랑 내꺼해서 하나씩 사서 같이 먹었다.
“뭐냐? 이건?”
“글쎄요. 카페옆에 있길래 맛있어 보여서 한번 사와봣어요.
뜨겁데요. 조심히 불어드세요.”
“후후~
앗 뜨거!”
겉에는 바삭하고 안에는 뜨거운 설탕물이 질질 새나온다.
“이거 맛있네요.”
“음, 그러게 괜찮네.
얼마냐?”
“두개에 삼천원 이였나? 그랬어요.”
“비싸구만.”
“요즘 이렇게 브랜드달고 나오는거는 다 이정도 하는거 같더라고요.”
조금은 비싸도 이렇게 일끝나고 여유있게 아이스커피와 달콤한 호떡을 먹으니,
힘든게 사라지고 행복이 찾아온다.
먹고 살자고 돈버는거지
라고들 하는데,
이런 여유를 부릴때 딱 저말이 떠오른다.
다들 먹고 살자고 열심히 죽자살자 일하는거 아닐까?
저축하고 아껴쓰는것도 물론 좋지만,
이렇게 여유를 부리는것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며,
오늘도 행복하게 집으로 향한다.
쪼꼬리나
•2년 이전
저는 인테리어 시공에 관심이 많은 여자인데요. 몸이 안좋아 현장매니징이든 시공일이든 할수없어서 정말 너무 아쉬웠는데.. 이렇게 기록하신것을 보니까 너무너무 재밌고.. 대리만족이 되네요.. 감사해요ㅠ 요즘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즐겨볼게요. 저에겐 어떤 블로그보다 재밌네요. 대화형식으로 풀어가신것도 너무 재밌어요. 고맙습니다.
blog-admin
•2년 이전
흔한 일상일기를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쪼고리나님.
몸이 안좋다는 말에 다소 걱정됩니다. 몸조리 잘 하시고,
건강 되찾으셔서 꼭 즐거운 사회생활을 하실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