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 조공
“어, 그래그래. 그렇게 해.”
“어. 잘했어.
내일 보자고.”
“너 몇시에 나오냐?
되게 빨리 나오는거 같다”
선생님 곁을 떠난후,
나는 처음보는 기술자들의 현장에서 일해보며
낮선 분위기에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나라에 일하는 타일조공들은 많으니,
내가 아닌 대개의 타일조공은 어떻게 일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눈치가 없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처음일해본 기술자는 내가 일하는것에 불만보다는 만족을 하는거 같았다.
내 맡은일에 최선
나는 여태까지 타일조공일을 하며 내 나름대로 깨달은 철칙이 있는데,
「사람은 한명이되, 연장은 여러개이다.」
‘데모도를 하려면 연장이 많다면
분명 일처리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다만 그 연장을 어떻게 써야 하고
어떤 상황에 써야 그만큼 효과가 나온다.’
예를 들어,
타일을 들고 나르는거 보다,
구루마를 써서 이동시키는게 힘도 덜들고 효율이 훨씬 좋다.
바닥이 배가 불러 까내야 할때,
망치와 노미를 들고 까는거 보다, 함마드릴로 까내는게 힘도 덜들고 효율이 좋다.
그래서 하나 둘씩 연장을 사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게 이제는 상당수에 달해,
일반 승용차로는 다 들어가기 쉽지 않은수준이다.
나는 차를 구입했다.
차를 구입한 목적은 두가지였다.
연장을 실을수 있어야 하고, 출퇴근이 자유로워야 한다.
연장을 해야 일 진행이 빠르고,
차가 있어야 출근을 빨리 하고 퇴근을 좀더 늦게 할수있어,
내가 타일을 붙여 보거나,
시공전 단도리를 미리 해놓을수 있다.
이렇게 작업을 해야,
타일시공하는데 일이 잘되고 좀더 원할하게 일을 배울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할줄안다고 할수있는게 아니다
“여기 잘라왔습니다.”
내가 잘라온 타일을 보시며,
기술자는 나를 보며 말한다.
“너 그라인더질 할때 이렇게 자르면 안되,
지금 내가 위에서 정면으로 똑바로 볼때 타일 뒷면쪽이 튀어 나왔잖아?
이러면 함빠자리에 들어가지가 않아.”
“네.”
“그럼 다시 여기 갈아서 가져오고.”
“네, 죄송합니다.
바로 해오겠습니다.”
나는 생각치 못했다.
내 자신이 얼마나 일을 거칠게 하고 있는지.
“수고했고,
내일 나오면 오늘 타일붙인거 메지 골 밥튀어 나온거 있으면,
메지 할때 안되니까 그거부터 긁어내야 내고.”
“네.”
그다음날 집합시간 보다 일찍 나와.
말씀하신대로 메지골을 파기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파고 진행하다, 기술자께서 오셨다.
“어, 빨리 왔네?
밥먹고 시작하자.”
“네.”
“먹고 와서 메지 골부터 파고.”
‘저 여태까지 메지골 팠는데..’
라고 바로 말씀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작업해둔 쪽을 얼추 보시고 저런 말씀하시니까 할말이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내가 배운대로 하는일이 먹히지 않는다.
같은 타일기술자라도 일하는스타일이 완전 다르기에,
내가 열심히 한다한들 무용지물이다.
“메지 팔때, 이렇게 하는거야.”
그리고 기술자께서는 본인이 하는스타일로 내게 작업방식을 가르쳐주신다.
‘… 그래, 이렇게 하는거야.
그래, 이래야 깔끔하고 이쁘게 나오지.’
내가 배워보지 못한 방식을 알려주시고 해보니 느낌이 다르다.
나는 노가다를 배운거였다.
나는 최근(180731 부터)에 강남반장님이 오야지를 맡아 진행하시는 현장에
조공으로 일을 하고있다.
“오늘은 너가 여기 보일러실 처음부터 끝까지 해봐.
할수 있겠지?”
“아.. 쉽지 않을거 같은데..”
“누가 너한테 시키면 절대 부정하지마.
무조건 한다고 해.
그렇게 애매하게 못한다 해버리면,
내가 다음에 널 뭘 시킬수있겠냐?
여기 보일러실이라 크게 품질 따지고 하지 않아.
오늘 안으로 끝내면 돼.
이거 반나절이면 다 끝내는 일이야.
알았지?”
“네.”
그렇게 맨바닥에서 기본적인 미장작업에서 부터 시작했다.
미장은 분명 선생님밑에 있을때도 어느정도 해봐서 나름 자신있었는데,
오랫만이라 그런가.. 쉽지 않다.
“아직 멀었냐?”
“조금 더 하면 될거 같습니다.”
“알았어.”
그렇게 어느정도 지나고 나서 겨우 미장이 완료 되었다.
‘아우 미치겠네.
빨리 시작해야지.
타일 이랑, 압착… 어디갔어?
아 맞다 옆방에 있었지.
잠깐, 고데랑… 아 차에 갔다 와야겠다.’
기본도 안되어있었다
정신없이 미장후 버러진 쓰레기들을 여기저기 버린후,
강남반장님이 어디서 부터 원장을 붙여야 하는지,
어떻게 붙여나가면 되는지 가르쳐주시고,
바로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날이 무지하게 더워서 그러기도 하고,
아침부터 레미탈 나르며 바닥잡고 하다보니 더 덥고 힘들었다.
그래도 강남반장님께서 가르쳐주시고 붙여볼 기회를 주신거니,
“너가 지금 왜 그렇게 힘들어 하는줄 알어?”
“헉… 허…”
“살 빼야 돼.
알았어? 그리고 너 지금 일하는게 기본이 안되있어.”
“…”
“타일 붙이기전에 기본적으로 단도리부터 해야 할거 아니냐?”
“..네”
“근데 너 지금 봐봐.
여기 지금 평수 봐봐.
너가 뒤에다 둔 타일 한두 박스로 이게 다 깔리냐?”
“.. 아니요”
“모든지 타일시공전에 단도리가 기본이야.
시공할 면적을 보고,
거기에 타일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계산한후,
들어갈 타일을 시공할곳에 미리 놔두고,
필요한 연장을 너 옆쪽에 놔둬야지.
너처럼 한두박스 왔다갔다 꺼내면 힘들어서 못해.
시작할때 한번에 단도리를 다 해놓고 해야지.”
“…”
나는 아무말도 할수없었다.
사실 강남반장님께서 말씀하신건 너무나도 당연한것이다.
“그리고 봐라,
타일을 하려면 단도리서 부터 정리까지 하는거야.
너지금 여기 보일러실 들어오는 입구도 아주 개판이야.
너가 시공할곳 가는 통로에는 정리가 싹 되어있어야 돼.”
“…”
나는 무너지고 말았다
나는 주저 앉아 버렸다.
더이상 말할 힘도 나지 않았다.
더운날씨도 그렇지만,
아침부터 힘쓴것도 그렇지만,
가장 큰 것은 내 자신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죄책감이다.
나는 기본이 되어있지 않은상태에서,
막무가내로 타일을 붙이는 중이고,
게다가 기회를 준 사람의 기대를 크게 저버렸기 때문에,
이것은 내가 여태까지 다짐해왔던, 생각해왔던 것에 크게 반(反) 하는것이기 때문이다.
“됐고.
알았으면, 하던거 계속해.”
“네.”
그렇게 이런저런 질책을 받으며,
타일을 붙이기 시작했다.
한장씩 붙이는데, 너무나도 힘들다.
마음이 힘들고 괴롭다.
숨이 턱턱 막힐듯한 날씨도 내 마음을 조아오는데 한몫했는지,
300각 바닥 타일 하나 드는데,
얼마나 힘든지…
“야, 이게 뭐냐.”
“…”
“아 씨발, 진짜 내가 널 괜히 시켰나보다.
미치겠네 진짜.
너가 붙인걸 좀 봐봐.”
“…네”
“야 여기 타일봐봐.
단차 난거 안보여?
이게 왜이럴꺼 같냐?
너가 미장 개판으로 해서 이렇게 된거야.”
“…”
나는 주저 앉았다.
더이상 힘이 나지 않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강남반장님도 내 풀죽어있는 모습이 안스러웠는지,
화를 내다가도 겨우겨우 참으시며 다시 돌아가셨다.
도와주세요
“오늘 안으로 끝내야돼.
내일 여기 사람들 와서 작업한단 말이야.
후… 가능하겠냐?”
“네.”
“알았어.
처음부터 끝까지 너가 다 하는게 중요해.
이렇게 한번 해보면 분명히 너가 깨닫는게 있어.
알았지?
한번 해봐.
나 먼저 간다.”
“네. 들어가세요.”
강남반장님이 시간이 되어 퇴근을 하신후,
나는 바로 바닥에 드러누워 거친숨을 내뱉었다.
정신적으로 힘들다.
버틸수가 없다.
어떻게든 무언가든 힘이 나고 싶었는지,
완전이 정신이 나간상태로 블로그에 토로했다.
그렇게 정신나간 상태에 올린 글.
내 블로그를 봐주시는 분들도 놀라신건지,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분들이 격려, 응원해주셨다.
어떤분은
그 일이 뭐냐며
당장 현장으로 와주실마음으로 코멘트 달아주시기도 하시며,
또한 어떤분은 현재 자신의 상황 그리고 진솔한 경험담등으로 내 마음을 위로 해주셨다.
결국 이래 저래 힘들게 겨우 내가 다 끝냈다.
끝내긴 했지만,
사실 나는 얻은것보다 잃은게 많았다.
내가 여태껏 땀흘려 일했던 경험과 노력.
그렇게 해오며 배워왔던 일.
새로운 환경에 접하면서 해왔던 그 모든것들이,
단 몇시간만에 물거품이 되었다.
사실 나는…
타일조공이 아닌 노가다를 배운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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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이전
힘내세요!!!!
한번 해봤으니 다음에는 더 잘됩니다!!
blog-admin
•6년 이전
네 분명 이번기회에 깨달은게 있기에 다음번에 또 기회가 있으면 이번보다는 나이지겠죠.
앞으로는 점점더 한계에 맞서보려 합니다
김산호
•6년 이전
너무 잘 할려고 아둥바둥 하지 마세요.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같이 가는가에 따라서 인생의 길이 보입니다.
첫번째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당신의 잘못이 당신이 잘 못된게 아닙니다.
현장의 노동자들이 노가다라 칭하며 대우받지 못하는 세상의 현실이 첫번째이고,
어느 현장이나 공기 무리하게 땡기고 현장 대가리 수로 돈을 벌려는게 문제 입니다.
스킬은 꾸준히 일을 하게 되면 알아서 올라가게 되는 것이고
그것을 알면서도 쪼으면서 속은 지 주머니만 생각하는 놈들이 문제지요.
정말 현실적인 것은 자신이 이것과 맞는지 안맞는지를 잘 알아야 해요.
아닌것에 맞쳐 가다가 어느정점에서 터져서 무너지는 포인트가 오거든요.
인생은 짧아요. 잘 선택해서 좋은 길을 찾아보세요.
blog-admin
•6년 이전
제가 여러가지로 힘들어 무너졌던거 같습니다.
사실 몇일지나고 나면 그랬었지… 하고 무뎌지곤 하는데 말이죠.
기회를 주셧던 분에게 죄송하고
그분이 그렇게 했을때 그 입장을 이해하기에 좀더 힘들었던거 아닌가 생각됩니다.
앞으로는 한계에 다가서서 더 나아가보려 합니다.
김산호님의 충고 새겨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재원
•6년 이전
잘 추스리시고 잘하시겠지만 굳이 한마디 거들자면, 기술직이 다 그렇듯 이사람 저사람 일하는게 다르고 여기저기 쓰는 기술들이 조금씩 달라서 그 일이 그 일 일같아도 그때마다 다르잖겠습니까.
저야 책상물림이지만 그나마도 프로젝트 맡아서 진행하다보면 섬뜩섬뜩한 순간들이 왕왕일어납니다. 현장에서 직접뛰시는 분들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처음에 세우신 마음대로 몇 년 잘 쌓으시면 일머리도 잘 잡히지 않으실까 합니다. 꾸준히 응원합니다. 더위 조심하시고 늘 건강하십시오.
김태형
•6년 이전
우연한 기회에 검색을 통해 들어오게 되었는데
저랑 생각하는 부분이 비슷하기도 하시고
노가다관련글을 너무 포스팅 잘해주셔서
저같은 초보들에게 도움이 많이되는것같습니다
실례가되지않는다면 이메일주소라도 알고싶네요
blog-admin
•6년 이전
bong8nim@gmail.com
문의나 궁금하신점이 있으시다면 문의바랍니다.
김태형
•6년 이전
노가다 일기 계속 써주세요 ㅜㅜ
blog-admin
•6년 이전
나름 틈나는대로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
줄눈이
•6년 이전
용기도 조금더 젊어야 가능하듯. .
요즘 글을 몆번씩 읽으면서. .
잘 견뎌내는데는 젊음도 한몫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드네요. .
그 끈기라면. .
혹 줄눈넣기 배우고 싶은데 소개
부탁해도 될까요?
용기내서 글 써봅니다.
여자고 나이는55세.입니다.
blog-admin
•6년 이전
제가 일을 소개해주거나 할입장이 아니라 도움이 되기 어려울거 같습니다.
어플 밴드를 깔아보시면,
타일 메지 관련된 밴드들이 있으니 거기서 구직자리를 알아보시는게 빠르실거 같습니다.
이희숙
•6년 이전
젊었을땐 그나이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체 지나가죠.
용기를 낼수 있다는건
아직 젊기때문에 두려움을 모르기에
도전할수 있는거겠지요.
글을 읽을때마다. .
한걸음 또 나가있는 모습에 홧팅을 보냅니다.
저도 줄는넣기를 배우고 싶은데
아는데가 없다보니
혹 배울수 있는곳이 있는지요?
여자고 나이는 56세 칠십까지는
일을 해야한다면 기술이 제일 일듯해서요.
아는곳 있음 연결부탁합니다.
부담은 갖지 마시구요. .
어쨌건 응원합니다.
그 젊은날의 용기를….
blog-admin
•6년 이전
응원 감사합니다.
어떤기술이든 분명 쉽지는 않겠지만,
끈기와 노력이 있다면 배우고 자신의 것이 될수있을거라 생각됩니다.
화이팅 입니다.
권씨
•6년 이전
광교에서 화장실 가베 떠바리 하고 있는 28살입니다. 10개월 가량 조공하고 지금 혼자서 화장실 붙이고 있는데요. 떠바리 사수 구하셔서 제대로 배워서 독립 하는건 어떠신가요?
blog-admin
•6년 이전
요즘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아프기도 합니다.
권씨님은 떠발이만 하시는지요?
보통 권씨님처럼 칸띄기 배우시는분은 칸띄기만 한다고 하시던데
그런가요?
봄날의곰
•6년 이전
음… 먼저 잘보고있어요..
그런데 마지막 글보니까 … 제가 한마디 도와드릴수도
있을듯… 그런데 이건 누구나 다 아는거에요…
봉팔님도 아실꺼에요…
그건 제일먼저 “순서”를 생각 하시면되요.
어떤일이든 순서를 안다면 일은 많이 쉬워질꺼에요.
책을봐도 제일 처음 나오는 내용은 목차 순서 에요.
그리고 봉팔님도 다른 직업을 그리고 일을 해보셨겠지만 그일도 순서가 있잖아요.
그리고 강남반장님도 단도리 평수계산 등 먼저말하죠.
저게 순서에요. 그리고 순서는 책으로 배우는것 보다
몸으로 배워야해요…봉팔님 다시한번 배워보세요.
이번에는 일을 시키는대로만 하지마시고 한번내지
두번 생각하시고 일을 해보세요.
순서를 항상 먼저 익힌다고 생각하세요.
그럼 항상 좋은일만 가득하세요.
blog-admin
•6년 이전
요즘 새로운 기술자분들을 만나면서 이런저런걸 많이 깨닫곤 합니다.
‘정말 다르구나.’
‘선생님께서 그때 말씀하셧던게 이런거구나.’
이렇게 뒤늦게 체감하는것들 말이죠.
정말 봄날의곰님 말씀처럼 다시한번 배운다는 심정으로 요즘 일을 하고있습니다.
물론 아애몰랐을때와 비교하면 편하지만 그래도 알고있는것을 처음부터 다시 돌아간다는게 참 매정하게 느껴질때도 있더군요.
진짜 저도 나이를 먹긴먹었나봅니다.
예전엔 안이랬는데요 ㅎㅎ.
유리컵
•6년 이전
봉팔니 잘 보고있습니다.
여쭈어볼게 있어서 메일로 쪽지 하나남겼습니다,,
시간 괜찮으실 때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ㅠㅠ
blog-admin
•6년 이전
답장 보내드렸습니다.
쾌유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