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쑤신 상태로 인력소로 향한다.
쓰지 않던 몸을 몇년만에 써보니(아마 한 10년즈음 되었을꺼다. 몸만든다고 헬스 할때가 마지막이였으니까), 온몸이 쑤시고 아리지 않는곳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다고 해서 안나갈수는 없다.
여기서 안나가게 되면, 포기해버리게 되는것이니, 큰마음먹고 도전해보는 의미가 없어지는거다.
이른새벽시간 요통, 근육통, 손목저림 다 무시하고 다시 인력소로 향한다.
역시 하루 시작은 커피로
역시 이놈이 없으면 안된다.
책상앞에서 컴퓨터로 일을 하든, 몸을써서 일을하던, 이 녀석으로 하루를 시작하지않으면, 쉽게 피곤해지고, 집중이 떨어진다.
역시 커피는 일하는 노동자에 있어 신이 주신 최고의 음료다.
어둠뿐인 지하에서 자재 정리
오늘의 작업은 어둠으로 가득찬 지하에 몇개의 불빛으로 의지하면서 바닥에 있는 합판, 파이프, 기둥(싸포도) 등을 싹다 정리 하는 작업이다.
정리한후, 천장쪽 한 구석에 작게 구멍을 내서, 그 구멍을 통해 자재를 지상으로 올려놓는게 주요 작업이다.
불켜!
작업 도중 수시로 불이 나갔다.
원인은 자재를 옮길때 끌고 다니거나, 자리이동할때 모르고 전기선을 끌어당겨서 콘센트가 빠지는것이었다.
고작 저 불빛하나로 앞뒤옆을 구분하고 있는데, 전기가 나가니 아무것도 안보이게 되고, 작업을 할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불이 나갈때마다, 신경질적으로
“불켜!”
라고 소리를 질렀댔다.
그럼 몇 분뒤 다시 불이 켜지지만, 자재 정리를 하다 보면, 또 누군가가 전기를 끊어 먹게 되, 계속 정전현상이 나는거였다.
“아 씨발 진짜, 뭘할수가 없네”
여기저기서 혼잣말로 지껄이듯 불만을 털어놓는다.
귀아픈 굉음과 흙먼지들
사진을 보면 밑에 기둥이 널부러져 있는것들이 보이는데, 지금 세워져있는 기둥보다 훨씬 많은 양의 큰 기둥들이 작업자에 의해서, 한번에 와르르 무너진것이다.
그때 나는 소리는 정말 엄청나게 크다.
저게 한번씩 와르르 무너질때마다, 귀가 아프다.
그리고 그 위에 받쳐져 있던 나무 합판들도 동시에 무너져, 엄청난 소리와 함께 어마어마한 양의 흙먼지들이 올라온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이건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런식으로 정리된 자재들을 천장위에 구멍을 뚫어 그 사이로 옮기게 된다.
오! 빛이다.
이 구멍을 통해, 합판, 기둥, 파이프, 목재 등을 올리게 된다.
이 구멍은 위에 작업하는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평상시에는 폼(외관 벽쌓기전에 맞춰놓는 틀)으로 닫아놓지만, 작업할때만 이렇게 열어둔다.
이 구멍을 통해 빛을 보는 세상을 뭔가 달라보였다.
어두컴컴하고 탁한 지하공간에서 올려보는 햇빛 가득한 세상..
맑은공기를 마실수 있다는게 너무 좋았다.
무거운 자재들을 힘들게 올려대야 하지만, 맑은공기 마신다는것만으로도 행복해져, 작업 도중 힘들다는것도 잊을수 있었다.
간식은 흙먼지랑 같이 먹어도 맛있다.
탁한 먼지들로 숨쉬기도 짜증나지만, 간식 먹고 하자는 소식에 기뻣다.
사실 간식먹는것 보다, 쉴수 있다는것에 기뻣다.
땅바닥에 주저앉아, 빵이랑 두유를 마시는데, 허허…
꾀 맛있다.
밖에서는 절대 안사먹는데, 먼지랑 같이 먹어도 맛있다.
역시 사람은 상황에 따라 태도가 달라진다.
코 파니까 이런게 나오네
코피가 난다.
일을 열심히 해서라기 보단, 잠을 못자서 그런거 같다.
이날도 올빼미 생활을 못벗어나고, 2시간도 못잔채 나왔다.
원래 피로쌓이면 코피를 자주 흘리는 나로써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리고 흙먼지가 나왔다.
사실 사진은 보는사람들을 위해, 정말 다 빼내고 조금나온 사진을 올린거다.
처음에 코풀었을때 정말 놀랐다. 먼지 뭉탱이가 나왔다.
내몸에서 이런게 나온다는게 믿기지 않았고, 이걸 봐서인지 침을 삼킬때마다 무언가가 걸리는 느낌이다.
집에 가는길에 마스크를 사야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워낙 자재양이 많아서 그런지, 4명이 붙어서 하는데도 끝이 나질 않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많이 한거다’ 라고 만족하고 있었다.
하고나서 보니 정말 많이 깔끔해지고, 확실히 작업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통 땀이 흠뻑
몸은 당연한거고, 머리까지 땀에 다 젖어서 보는사람마다
‘너 혼자 사우나 왔냐?’
라고 우스개 소리를 했다.
다 꺼져가는 불통 앞에서 머리를 푹 숙이며, 머리를 말리는데, 확실히 잘 마르는기는 하는데 연기와 숯 타는냄새가 올라와, 눈과 코가 괴로웠다.
중국에서 죽섬유라, 물에 잘 안젖는다 하던데, 다 개소리 ㅎㅎ
땀을 계속 닦다보니 젹셔져 있었다.
이렇게 한켠에서는 수건 말리고, 한켠에서는 머리 말리고, 원시인인가 ㅎㅎㅎ
어느 목수 기공의 말씀
머리 말리고 있는 내모습을 보시더니, 웃으시면서, 힘드냐고 물어보셧다.
난 버릇처럼
“뭐 그럭저럭 할만 한거 같습니다.”
“얼마나 했어 이 일?”
“오늘 2일째입니다.”
“허허, 그럼 일주일만 참아봐. 그럼 괜찮아질꺼야.”
“네, 그래야죠.”
이 바닥엔 정년이 없다.
그리서더니 내 나이가 지금 60대 인데, 지금 일하고 있다고 하셨다.
이 분은 목공쪽이신데, 지금 나와있는 목공팀 막내가 58세 라고 하셨다.
그리고 최고참이 72세.
아마도 다른업종에는 이렇게까지 고연령자가 현업으로 뛰는건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 요즘 젊은사람들이 이쪽일을 안할라고 하는 상황을 안타까워 하셨다.
“다음번엔 목공으로 오는거야? 알았지?”
라고 농담조로 권하시는데, 이 말씀 한마디에 ‘젊은사람들이 얼마나 없길래…’ 라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나도 회사다닐때 이런일 할거라곤 상상도 못했지만….
치와와
•7년 이전
아 정말 잘 보고 있습니다. 글을 꾀 잘 쓰시네요. 중간중간 사진도 그렇고 보기 너무 편하고 재밌어요~
blog-admin
•7년 이전
글 잘쓴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은근히 계시더라고요.
그냥 어렸을적 일기 쓴다는 마음으로 쓰는데 ㅎㅎ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변화
•7년 이전
제 나이 50.
살다보니 조만간 새롭게 시도해봐야 할 길인 듯 합니다.
소중한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blog-admin
•7년 이전
많은분들이 응원과 함께,
새롭게 도전하시겠다고들 하십니다.
저는 항상
“많이 알아보시고
다른길들도 많이 보시고 충분히 검토하신후 도전하세요.”
라고 말씀드립니다.
잘 생각해보시고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croforever
•7년 이전
1화부터 보다가 한편한편 찿아보기 불편해서 결국 포기 ㅠㅠ
blog-admin
•7년 이전
http://blog.naver.com/bong8nim
으로 가시면 보시기 편할듯 싶습니다